남대문이면 어떻고, 숭례문이면 어떤가

2008/02/21 12:36
짧게.
예전에 쓸까말까하다가 관뒀는데 정말 간단히.


1. 남대문이면 어떻고, 숭례문이면 어떤가?
2. 뽕이면 어떻고, 방귀면 어떤가? (시원하면 그만이지)
3. 2MB면 어떻고, 이명박이면 어떤가? (삽질만 잘하면 되지)
4. 한글이면 어떻고, 훈민정음이면 어떤가? (영어만 잘하면 장땡인걸)


이상은 물론 농담(유골)이다.
남대문으로 줄기차게 불렀던 그 역사적인, 600년 역사를 스스로 체화한 어떤 상징에 대해, 그 상징의 소실에 대해, 그리고 그 소멸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왠지 폼나는, 왠지 좀더 격조있는 것 같은 '숭례문'을 쓰자는 그 마음에 대해선 어떤 이견도 없다. 공감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남대문으로 (좀더 자주) 쓰고 부른다.
그게 내가 쓰고, 또 불러왔던 바고, 좀더 친근하고, 푸근하게 느껴져서다.
다른 이유 없다.

남대문으로 쓰는게(혹은 부르는게) '숭례문'에 대한 폄하 의도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 이렇게 부르는게 폄하거나, 비하라는 '명확한 근거'를 알려주시면 당장에 '남대문'이란 표현은 버리겠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그 말과 글을 쓰는 사람의 태도와 세계관이 투영될 수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다는 걸 긍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노동자라는 말을 얻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싸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에서는, 조중동에선 '근로자'란 말을 여전히 선호한다.

다만...
남대문이냐, 숭례문이냐...
이건 마치 한글을 훈민정음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한글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이다.



* 참조 기사

1. 한겨레 (연합뉴스 인용 기사)
남대문은 식민지시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 제1호로 지정됐다. (중략) 남대문은 조선왕조 개창과 더불어 서울성곽의 4대문 중에서도 당당한 대문이요 정문이었고, 당시 조선건축술의 총화임에 틀림없음에도 그 자체가 마치 식민잔재인양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오명'은 명칭 논란까지 가세함으로써 더욱 가속화했다.(중략)

남대문은 이미 조선 태조 창건 당시에도 숭례문이라는 정식 명칭과 더불어 남대문이라 일컬어졌으며 그 후에도 줄곧 남대문이라 불렸다. 무슨 뜻인지 알기도 힘든 숭례문에 비해 남대문이 훨씬 친숙하며 그 의미 또한 명료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 국보 1호 남대문 그 영광과 비애 중에서


2. 조선일보
'태조실록' 5년 9월조는 '속칭 남대문'이라고 적어 남대문이 일제의 비칭(卑稱)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덕일)



추.
장어면 어떻고, 곰탕이면 어떤가?
화기애애하게 많이 해쳐먹으면 그만이지.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425

  1. Subject : 남대문, 동대문 이름 이젠 다시 원래대로 바꿉시다.

    Tracked from 수다쟁이 야야곰사냥꾼(오동영)의 소풍 2008/02/21 15:35 del.

    숭례문, 흥인지문으로 이젠 바꿔 불러야죠 남대문은 며칠전 불타서 없어졌고 동대문 운동장도 철거되었으니 동대문 운동장역 이름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남대문의 정식 명칭은 숭례문이랍니다. 동대문은 흥인지문이랍니다. 새로 남대문 복원하는 동안 정식명칭으로 변경하는건 어떻까요 ? 남대문 주변부터 남대문 시장은 숭례문 시장으로 변경하구요 동대문도 흥인지문으로 부르고 주변 이름들도 변경하면 특히 지하철역들 꼭 변경해야 겠죠. 조금 홍보하면 금방 변경될것 같습..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루미넌스 2008/02/21 12:46

    "한글을 훈민정음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것" 이거 정말 적절한데요..ㅎㅎ
    왜 한자로 써야 높여 부르는거라고 생각하는지들..ㅡㅡㅋ
    되려 한자로 적는게 폄하하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글은 한글이니까요.
    저도 남대문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써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2 07:55

      남대문도 한자어이긴 하지만..
      좀더 친근한 느낌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 ^

  2. 댕글댕글파파 2008/02/21 13:48

    저도 처음엔 남대문이 일제가 우리를 폄하하기 위해 불렀던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잘 못 알고 있었다는걸 알았습니다. 실록에 남대문이 조선시대 배우지 못한 평민들이 숭례문을 알기 쉽게 부르는게 속칭 남대문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2 07:56

      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
      펭도님 미투로그에 댓글 달면서 알았습니다.

  3. 필로스 2008/02/21 18:49

    그렇군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2 07:56

      초간단댓글 오랜만이네요. : )

  4. 공상플러스 2008/02/21 19:06

    6. 블로거라고 하면 어떻고, 바른말해서 뇌용량 2MB를 찔리게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가?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2 07:57

      들풀님의 '2MB'는 걸작 포스트로 생각합니다. : )

  5. pythagoras 2008/02/22 03:11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그 말과 글을 쓰는 사람의 태도와 세계관이 투영될 수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다는 걸 긍정하기 때문이다."

    저는 숭례문이라는 이름에 담긴, 정도전이라는 한 위대한 정치사상가의 비전과 조선이라는 나라의 꿈을 기억하는 차원에서 숭례문에 한 표를 던집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2 07:58

      저는 같은 취지에서 좀더 대중적이고, 또 좀더 서민적이며, 그렇게 불러왔던 '기억들'에 담겨진 '남대문'이란 명칭에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6. 너바나나 2008/02/22 15:37

    숭례문이라는 이름이 정도전과 조선의 철학이 담긴 멋진 이름이라 그것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쓰자는 주장도 좋구만요. 근디 그 이름이란 것이, 그것을 부른 사람에 태도와 세계관이 투영되었다고 한다면 전 남대문이라 부르고 싶구만요. 실제로 남대문과 같이 살아온 민초의 숨결이 묻어있는 그 이름에 더 애착이 가구만요. 이런 정겨운 이름이 비하 받고 배척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조선은 없어져서 남대문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우린 남대문과 늘 함께 하고 있구만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6 00:25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누를 만큼 정당성이 크거나, 다른 한 쪽이 어처구니 없거나.. ^ ^; 그런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그저 자신이 부르고 싶은 그 '이름'으로 부르면 그만이지 않나 싶어요.

      다만 '숭례문'으로 부르지 않으면 뭔가 죄짓는(?) 그런 느낌이 다소간 강요되는 분위기는 그다지 찬성하기 힘들어서요.

  7. 다음 만세 2011/08/19 23:55

    전 숭례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숭례문:예의를 숭상하다

    숭례문은 이런 뜻인데 일제강점기때 일본인들이
    남쪽에 있다는 사실만 드러내려고 그렇게 바꾼겁니다

    perm. |  mod/del. |  reply.
  8. 다음 만세 2011/08/19 23:58

    결론은 숭례문이라고 해야 한다는겁니다 이것은 정당한 근거입니다 뭔가 낯익다고 한다고 친일파도 아니고 그런식으로 쓰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perm. |  mod/del. |  reply.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