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려다 만 글인데 간단히 씁니다.
제가 종종 방문해서 좋은 글 읽고 있는 이택광 블로그에서 다음 글을 읽어서 굳이 쓰는 겁니다.

김대중 고문의 '멋진' 칼럼 (이택광)
http://wallflower.egloos.com/1712078

이 글은 위 글에 트랙백 보냅니다.


김대중 칼럼 (솔직히 링크 거는거 굉장히 짜증나고, 아깝습니다. 읽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칼럼 읽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건 뭐 논리고 뭐고가 없는 글입니다.
극도로 피상적인 감정적인 편견와 음악 자체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천박하기 그지 없는 숭미적 사고방식, 또 철학의 빈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글입니다.

하지만 그 칼럼이 갖는 선동성에 대해선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 선동성만을 표준으로 판단한다면, 이 칼럼은 정말 훌륭(?)합니다.

가령 최근에 통과된 '군 가산점 부활' 법안에 대한 한겨레 칼럼은 정말 여기에 대면 발끝도 못따라갑니다.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잘못된 길로 돌아가는 군 가산점 부활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269632.html

전원책에 환호하는 군필자들에게 이런 밍밍한 칼럼은 씨알도 안 먹힙니다. 물론 저는 한겨레 칼럼 입장에 찬성합니다. 그럼에도 전원책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제가 이상한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성적으론 이렇게 판단합니다. 아무리 위헌성을 피했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법안은 위헌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헌재의 위헌 판결을 개무시하는 국회가 정말 제정신인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 움직이는 건 머리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가슴을 통해서입니다.

다시 돌아가죠.
비교와 경쟁의 살벌한 시스템 속에서 일류대학, 미국 유학, 대기업... 이런 구체적이면서(그 표지 자체로는), 하지만 동시에 피상적인(그 공허한 철학의 차원에선) 삶의 원칙을 강요하는 온갖 기만적 담론구조들, 문화적인 패턴들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아무개'가 한겨레 칼럼과 김대중 칼럼을 읽는다고 칩시다. 그 아무개는 평균적인 대한민국 시민이라고 가정하자는 겁니다. 물론 그 아무개는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누가 이깁니까?
김대중 칼럼이 이깁니다.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딩만 되도 이런 후진 칼럼은 안쓰겠다, 쯧쯧쯔..."
이런 '이성적인' 생각을 갖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어, 그래? 아, 그렇구나!"
이런 판단, 이라기 보다는 그 '어떤' 메시지를 강요당할, 독자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김대중 고문도 그런 정도의 전략적인 판단은 했겠지요.
그러니 이 '멍청한' 칼럼은 정말 소름돋게 똑똑한 칼럼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김훈이 조선일보 사설 보면 너무 잘써서 소름돋는다고 했던게 바로 이런 취지일 것으로 저는 추론해봅니다(물론 김훈 같은 마초 우파가 김대중류의 글을 좋아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김대중의 야만적인 인식과 세계관은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야만이라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칼럼에서 아무런 논리적 하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분들이 <조선일보> 애독자들이겠지. 여하튼, 이렇게 머리 나쁜 이들이 우파를 하는 법이다. 그게 왜 그럴까?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면 자기 자신을 좌파라고 보면 되겠다.

- 위 이택광의 글 중에서

저는 이택광님께서 내린 결론에 대해 오히려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이렇게 조선일보 독자들을 무시한다고 해서, 김대중 칼럼의 논리적 흠결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조선일보 독자이고, 그런 사람들이 우파라고 단정한다고 해서... 그러니 우파는 무식하고, 좌파는 똑똑하다는, 다소 저로선 허황되게 느껴지는 판단, 그 근거를 '김대중 칼럼'에서 도출해낸다고 해서... 무엇이 바뀌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좀 유치한 자뻑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택광님께서 말씀하시는 '우파' 혹은 '좌파'가 도무지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이택광님의 결론에 따라 추론건대) 우리나라 좌파(물론 이건 이택광님께서 말씀하시는, 저는 잘 모르겠는 '좌파'입니다만)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김대중 고문이, 조선일보가 우파입니까?
이들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극단적 이익집단일 뿐입니다.
그저 기득권이며, 정치권력에 빌붙어 먹는 기만적 담론집단일 뿐입니다.
이들은 우파가 아닙니다.




추.
평소 이택광님 글을,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고맙게 읽는 독자로서 아쉬운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제 비판에 대해서는 언제든 반론을 환영합니다.
다만 제 글이 갖는 표현의 부족함에 대해선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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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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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인장 2008/02/15 11:20

    극단적 이익집단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우파나 좌파를 나누는 것이 다른 나라들에서의 기준과는 상당히 다르기도 하고, 뭔가 좀 왜곡되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위의 이택광 님도 그렇게 글을 쓰게 된 거 아닐까 싶고요. 여튼 조선일보나 한나라당이나 다 그들의 이익을 철저히 보호하고 키우기 위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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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5 11:50

      우파와 좌파의 개념 필요적 요소들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가장 강력한 표준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겠죠.
      제가 생각하기엔 노무현 정부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좌파(라는 조중동의 악질적인 선동과 설레발이 있었지만..)라기 보다는 우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2. 비밀방문자 2008/02/15 11:42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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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5 11:47

      앗, 지적 고맙습니다. : )
      오타네요.

  3. 이승환 2008/02/15 12:18

    음... 확실히 김대중 글은 잘 쓰는 것 같습니다. 문학을 하면 괜찮을지도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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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05

      코미디작가를 하면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4. 아거 2008/02/15 12:41

    맞습니다. 논리야 놀자는 사익추구집단이 즐기는 레퍼토리가 아니지요.
    분명히 이 칼럼 오려 챙겨넣은 어른분들 많을 겁니다... 아들 딸들에게 보여주려고...자신의 아이들이 박진영처럼 자라주길 기대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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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05

      그러게요.
      그런 소박한(?), 그리고 어찌면 당연한 욕심을 갖는 부모들이 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5. 나인테일 2008/02/15 12:42

    이택광씨가 사용한 '좌파'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좌파정권 10년'할 때의 그 '좌파'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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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06

      그러셨나요.. ^ ^;;

  6. 엔디 2008/02/15 14:38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관련이 없지는 않아서 씁니다.
    김대중의 칼럼 가운데 다른 외국어들을 지칭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외국어를 배우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한국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지식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건 좀 특별한 경우고... 그 개인적 차원을 국가적 차원으로 넓혀보면 아주 중요한 의제가 도출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영어 공화국인데, 학생들이 스스로 언어를 선택해서 배울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과거 러시아에 차관을 대 주고 러시아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어서 쓸모 없는 구시대의 무기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확인은 안 해봤습니다.) 또, 과거 김선일 씨 사태에서도 이라크 대사관에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인수위에서 영어 교육에 쏟아부을 돈이 있으면 다른 외국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국가에서 돈 안 줘도 사람들이 알아서 돈 써가면서 공부합니다. 또 영어몰입교육이니 TESOL이니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도 사교육비가 줄지 않습니다.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그리고 아마 인수위에서도) 그걸 다들 알고 있습니다. 인수위 공청회에서 한 학부모는 '영어 교사도 학원 다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공교육을 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뜨악한 주장입니다.
    http://waple.chosun.com/link.html?url=http://cafe.chosun.com/club.menu.bbs.read.screen?p_club_id=morningbriefing&p_menu_id=8&message_id=473912
    이런 사정이니, 영어는 점차 개선점을 찾아 나아가도록 맡겨두고, 영어 교육에 쓸 돈을 다른 비인기 외국어 교육에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영어 시험까지 만든다든데 예산 줄인다면서 그런 데 돈 다 쓰면 복지 예산은 어떻게 될까 암담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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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06

      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 )
      그리고 오늘 인터뷰에서 노고가 크셨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7. 여울바람 2008/02/15 17:12

    저도 민노씨의 생각과 같습니다.

    물론, '상식이하'의 조선일보의 글을 보며 비웃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지만, 한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보고 그곳에 있는 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왜 그런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 봐요.

    "풋, 멍청한 것들"(물론, 이택광 님이 이런 말을 했단것은 아닙니다.;_;)
    라고 '대중'을 경멸하는 것은 좋지 못한 자세랄까나요.
    저렇게 사고하게 만드는 조선일보, 그리고 그렇게 사고하는 사람들을
    애써 외면한다면 달라질 것은 없을 테니까요.

    ....살짝, 저도 뜨끔 하면서 댓글 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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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07

      실은 저도 무척 뜨끔합니다. ㅡ..ㅡ;;

  8. 히치하이커 2008/02/15 23:30

    저 멍청하게 보이는 칼럼이 소름끼치도록 똑똑한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꼴통'이란 말은 이럴 때 저런 사람들을 위해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합니다. 이런 사고방식과 논리도 '꼴통'스러운 걸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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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07

      저도 심정적으로 무쟈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만요. ㅡ.ㅡ;

  9. 아홉그루 2008/02/16 00:40

    김대중 고문의 '멋진' 칼럼 (이택광)<- 이분과 민노씨, 두 분 글을 읽다 보면 우파는 악이고 좌파는 선이다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걸로 여겨집니다.
    제가 보기에 좌파 우파 따지는 자체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부터 좌우파가 이런 의미로 쓰여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하시는 걸로 보자면 수구나 진보냐로 말씀하시는 게 더 정확할 듯합니다.

    누구나 자기 이익에 의해 살아갈 권리가 있고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은 영어를 잘 할 거고 또한 영어에 접근하기가 용이할 거니 영어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것 처럼......

    제가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이유는 우파라서 보수라서가 아니고 교묘한 왜곡과 진실 호도, 그리고 언행불일치......뭐 이런 이유에서 싫어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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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10

      아홉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다만.. ^ ^; 저는 우파는 악이고, 좌파는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오히려 제대로 된 우파가 대한민국에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습니다.

      그리고 좌파/우파에 대한 구별 자체가 의미 없다는 말씀에 대해선..
      그 취지는 이해합니다만, 이것이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은 것 같고..
      말씀처럼 구체성의 영역에서, 구체적 정책과 사회현상에 대한 판단에서는 다소간 의미있을 수 있다고 봐요. 가령 금산법이나 출총제와 같은 구체적 현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는가는 이런 좌파/우파에 대한 구별의 이익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주신 말씀에 대해선 '전폭적'으로 공감합니다. : )

  10. mepay 2008/02/16 02:11

    사람이란 환경에 민감한 동물이라
    자기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이 마치 세상의 모든것이라
    착각하는 경향이 종종 있습니다..

    좆선이란 공간에 죽어라고 수구꼴통 걸레론이 올라오는 까닭
    그들은 환경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민노씨님의 좋은 의견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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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16 17:11

      오늘은 제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논평을 주셔서 더 반갑네요.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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