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님 블로그에 갔다가 소식을 들었다.
방금 전 민노당 당 대회가 끝났다.
주사파들이 단결하여 결국 일심회 사건(한마디로 간첩 사건)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중략)
다른 사람 모두가 자기 자신의 안위와 돈벌이 재테크에 혈안이 돼 있는 때마저도 헌신해 왔던 그 열정이 모두 사그러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나는 '민노씨'다.
처음에 이 필명을 쓴 건, 그저 우연이지만, 막연하게나마 대한민국 유일의 원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응원하고 싶었달까, 그런 소박한 이유가 있었다. 부르기도 쉽고. 물론 나는 민주노동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나는 당원도 아니며, 그렇다고 민주노동당 내부 사정에 대해 잘 아는 바도 없다. 지난 대선 때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블로거와 대선' 토론회에 '블로거' 자격으로 초청된 것이 유일하다면 유일한 민주노동당과의 직접적인 인연이다. 이런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이지만, 정말 기분 좟같다.
NL이니 PD니 그런거 난 잘 모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 그리고 그마저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자퇴했을 때 한길사에서 나왔던 '학생운동사'인가 뭔가 하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살짝 날 뿐이다. 그리고 전노협 결성의 기치를 들고 나온,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에서 박노해와 이정로가 주축이 되어 만든 월간지 [노동해방문학]을 통해서 아주 간접적으로 그런 노선투쟁이니, 사상투쟁이니를 접했을 뿐이다. 여전히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독서체험은, 아마도 사춘기의 어린 나이여서 더욱 그랬겠지만, 마르틴 부버나 김현이나 황지우나 사이드나 송두율이 아니라, [노동해방문학]이다.
언젠가 황지우가 그랬다.
극우의 득세를 가능하게 하는 좌파의 모험주의.
좌파가 절대선도 아니고, 우파가 악도 아니지만, 내 서툰 관점으로 보건대, 우리나라에 우파는 없다. 그저 기득권이 있을 뿐이다. 그저 그 기득권에 빌붙어 먹는 악질적인 담론권력집단과 세련된 양 세상을 기만하는 위선적 지식인들과 영어가 국가경쟁력이라는, "발음이 엉망이어서 선진국 못된다는 상스런 발상"(강유원)(via 게이터로그)만이 지배적인 권력으로 대한민국을 호령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쥐뿔 이건 모험주의도 아니고, 대체 뭔지 모르겠다.
거리에서가 아니라 투표를 통해서, 제한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부족하고, 그 출발점과 룰이 불공평하긴 하지만 제도 안에서, 국회 안에서 대중운동하겠다는, 대중정당으로 거듭나 집권하겠다는 사람들이 '일심회(간첩단사건)'을 옹호해서 도대체 뭘하겠다는 건가. 이건 국보법 철폐나 국보법에 반대하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다. 대중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악법이니 지키기 않겠다는 저항권의 차원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각설하고, 대중없는 대중정당이 가능할리 만무하다.
일심회 '동지'를 지켰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혁신안 부결로 민주노동당은 영원히 '대중'을 잃었다.
그 대중이 비록 어리석고, 국보법이 정말 나라지켜주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기득권의 악질적인 상징조작, 의식조작에 놀아나는 '반동'일지는 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정당을 표방했다면, 제도 안에서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과 혁신을 만들어가겠다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한심한 결과를 보여줘서는 안됐다.
지금 이대로라면 민주노동당은 역사 속으로 저물어갈테다.
펄님의 바람처럼, "다른 사람 모두가 자기 자신의 안위와 돈벌이 재테크에 혈안이 돼 있는 때마저도 헌신해 왔던 그 열정"이 역사 속에서 살려지는 방법을 남겨진 사람들도, 그리고 떠난, 떠나갈 사람들도 거듭 거듭 고민해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너희에게는 무엇보다 너희 공동의 적이 있고,
그리고 자기 자신이 자기의 가장 큰 적이란다.
상식의 슬픔.
슬픔 多謝
- 정현종, '노시인들, 그리고 뮤즈인 어머니의 말씀' 중에서
p.s.
아직 [뻥구라닷컴]에서는 직접적인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행인님 마음도 꽤나 짠하겠다 싶어서...
* 뻥구라닷컴에 글이 올라왔다.
패자는 말이 없다. 어쨌건 지난 4년 동안, 아니 창당이래 8년 동안, 당은 잘라야할 것을 자르지 못했고, 던져야할 것을 던지지 못했다. 그게 바로 오늘날 당을 만들고 지켜왔던 사람들이 쫓겨나는 어이없는 일의 발단이었다.
(중략)
그러나 봄은 오고 있다. 천지사방 어디에건 봄은 오고 있다. 찬 바람 불어 아직은 추운 엄동이다. 계절도 그렇고 당도 그렇다. 그러나 어김없이 봄은 온다. 지금 이 허전함은 아마도 봄이 몰고 올 따스한 기운을 더 많이 단기 위한 자리비움인지도 모른다. 그래 까이꺼 봄이 온다잖냐, 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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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그리고 인터넷혁명
Tracked from 하민혁의 통신보안 2008/02/04 04:42 del."지금 미 제국주의자들은 우리의 사회주의를 없애버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분별 없이 날뛰고 있다" "우리는 적들의 그 어떤 침략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게 우리식 사회주의의 군사진지를 철통같이 다져나가야 한다" "만약 적들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존엄 높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무자비한 섬멸적 타격으로 선군의 기치 밑에 다져온 우리의 신념, 우리의 힘이 어떤 것인가를 똑똑히 보여줄 것"임을 경고한다 "온 사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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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민주노동당과 새로운 진보정당
Tracked from 정보꼬뮨: 입법이론연구 노트 2008/02/04 09:15 del.어제 열린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를 통해, 이제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는 기반이 민주노동당 내에 형성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에따라 각종 언론에서는 이제 민주노동당이 분당의 수순을 밟게될 것 같다는 전망들을 내 놓고 있다.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 분당이라는 문제는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의 진보진영이 처해있는 정치적 구도를 파악해 본다면, 분당은 오히려 진보진영의 정치적인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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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민노당 대선 참패가 자주파 때문?
Tracked from Real Factory 2008/02/06 02:26 del.민노당 분당에 대해 말들 많습니다. 사실 정당정치 측면으로 보면 당연히 헤어졌어야 합니다. 자주파는 북한 빠순이고 평등파는 분배 더 해서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이니 아무 관계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헤어지지 않은 것은 서로 아다리가 맞아서입니다. 평등파 쪽은 일단 세력을 확보하고 자주파의 강한 조직력을 활용하자는 심보였고 자주파 쪽은 대의를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자신들의 속내를 대중들 앞에서 숨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평등파에게 자주파의..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역발상해보면, 이제 종북에 자유로운 첫 사민당이 탄생할 수도 있지요. 어쩌면 기쁜일 입니다.
심상정이 이끄는 새로운 리더쉽을 기대했는데...
혁신안이 실패한 것은 몹시 아쉬움이 남네요.
곧 다가올 총선도 그렇고요...
"우리나라에 우파는 없다. 그저 기득권이 있을 뿐이다."란 말이 가슴을 후벼 파는 군요. 한국에도 건전한 우파와 함께 상대되는 좌파가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스스로 진보 좌파라는 사람들도 기득세력과 별 다름없는 자기 분열적인 행태를 보이는 걸 보면 결국 또 극과 극은 통하는건가 하는 한숨만 나옵니다. 자신들은 거창한 대의 명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관전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이제 겨우 손에 쥐게 된 쥐꼬리만한 권력을 놓고 싸우는 것으로 밖엔 보이길 않습니다. 자신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된 이유를 스스로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그래도 인정할 수 있는 현실 좌파는 민주노동당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당내의 교조적 종북주의 노선을 해결하지 못하고 이렇게 좌초 직전에 몰리네요.
말씀하신 진영논리, 혹은 그저 '적대적 공생'의 메카니즘에 대해선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나 제대로 된 '우파', 그리고 제대로 된 '좌파'가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는지... 몹시 안타깝네요.
그런 일이 있었네요.... 자주파나 평등파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간에 서로간의 정통성이 다르면 갈라지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통합신당이나 한나라당내의 이명박계열과 박근혜계열의 다툼도 이러한 정체성싸움 같기도 하고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기회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표 얻을 생각은 말아야 하겠지만 서두요.. ^^
저는 개인적으론 한나라당에는 '노선'이란게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거기는 전적으로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말씀처럼 이번 사태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논평 고맙습니다.
* 뻥구라닷컴 관련글 링크 및 본문 일부 인용
좀 씁쓸 합니다. 우리나라 진보 개혁 세력의 한 축을 담당하리라고 생각 했던 민노당이 이렇게 분열 되다니...
본문에 우파는 없다. 기득권일 뿐이다.에 공감합니다.
다음에 시간이 지나서 글이 묻힐 때 따로 못쓰는 글 한 번 걸어 보렵니다.
그러게요.
한편으론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없지 않지만..
아쉬움과 씁쓸함을 지울 길 없네요.
추.
트랙백이 안왔네요. ^ ^;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
그런데 제 글 트랙백 보내려고 했는데요.
"걸 수 없었습니다" 메시지가 뜨네요? ^ ^;
!@#... 당 차원에서는, "자신의 안위와 돈벌이 재테크에 혈안이 되는" 역할도 해줬어야 했죠. 당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보다 열정에 의지하면, 종교적 신념의 함정에 빠진 이들이 득세하기 십상입니다. 여튼 참... 아쉽지만 당연한, 당연하지만 아쉬운 귀결입니다.
전폭적으로, 격하게 공감합니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 경쟁시스템이라는 늪 속에 빠져 있는 속물'로서의 인간에게 '도덕성'만을 강요하고, 열정으로 희망 만을 노래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좀더 세련된, 혹은 좀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교활한 전략이랄까... 이런 것이 너무도 아쉽네요.
모든 것이 어둡기만 하구만요. 아침이 밝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도 있던디 더 좋은 세상이 오려고 지금 이렇게 힘든 것이라고 위안을 삼아 봅니다요. 휴~
그러게요.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적'에게, 그리고 가장 커다란 적인 '자기 자신'에게도 좋지 않겠죠.
힘들더라도 현실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일은 계속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미에 말씀하신 것처럼 많이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픔을 겪은 만큼 더 성숙해지는 것이 도리겠죠.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지지해주신데 대해 큰 성과로 사은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아울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나 또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마음 고생이 크셨을 줄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의 혁신을 위해 노고가 크셨을 행인님께는 이런 글이 민망한 느낌도 드네요. 블로그에 그동안 써주셨던 글들을 통해 많은 행인님의 절절한 고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인님께서도 어서 마음을 추스리시고 멋진 글, 열정을 가득 담은 희망의 메시지를 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지난 10년간 민노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로서 ... 그리고 진보쪽의 표가 최소한 15%는 되어야 한다고 이번 총선까지 민노당을 지지하려고 했던 저로서는 사실 이이상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의 한나라당, 이회창의 자XX신당, 손학규의 민XX신당, 쪼개진 민노당...
인물은 더 두고봐야겠지만 사실 당으로는 지지할 당이 없어졌습니다. 본문 중 우리나라에 우파는 없다고 하셨는데,,, 사실 우파는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수구만 있을 뿐.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보수 우파, 좌에는 가지도 못하는 열우당을 좌파로 보니... 좌파, 보수, 우파, 수구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더군요.
매번 포기했다가 얼쩔 수 없이 다시 바라보는 정치지만 ... 바라보면 바라 볼 수록 참담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필명은 얼추 짐작은 했지만 그런 의미였군요...
심하게 공감합니다.
다만 저는 작금의 지리멸렬에 좌절하기 보다는 비록 지금은 미미하기 짝이 없지만 새로운 진보신당에 기대를 걸어보고자 합니다. : )
그리고 말씀하신 좌/우에 대한 최소한의 사전적 의미구별에 대해선 늘 답답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