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토) 저녁 서울시 교육감 후보 곽노현 교수와 간단히 전화 인터뷰 했다. 곽노현은 서울시 교육감 후보다. 정당 관여를 금지하는 교육감/교육의원 역시도 교육철학의 정치적인  호응관계가 현실적으로 없을 수는 없는데, 곽노현 후보는 이른바 '민주진보 단일후보'다. 이들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ㄱ. 무상급식, ㄴ. 일제고사(반대), ㄷ. 특목고/자사고(제한), ㄹ. 학원 심야교습(제한), ㅁ. 공립유치원(찬성) ㅂ. 고교평준화 등 6대 교육 쟁점에 대해 (대체로) 일치하는 견해를 보인다고 한다. (한겨레21 관련기사 참조).

곽노현 후보와의 인터뷰를 간단히 정리해본다. 블로거로서의 주관이 어쩔 수 없이 개입되었을테지만, 개인적인 정치적 편향을 가급적 배제하려고 애썼음을 밝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곽후보가 가장 존경하는 교육자, 교육의 전범은 누구인가?
곽노현 :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다. 독립운동의 여러 방법론 가운데 스스로 실력을 쌓는 교육을 강조한 도산의 민족개조론은 지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우리 민족의 불행의 책임을 자기 이외에 돌리려고 하니 대관절 당신은 왜 못하고 남만 책망하려고 하시오? 우리나라가 독립이 못되는것이 다 나 때문이로구나 하고 가슴을 두드리고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왜 못하고 어찌하여 그 놈이 죽일 놈이요, 저 놈이 죽일 놈이요라고만 하고 가만 앉아계시오? 내가 죽일 놈이라고 왜들 깨닫지 못하시오? 우리 가운데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요.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될 공부를 아니하는 것이오? (안창호)

Q.
교육감이 되면 대학을 제외한 서울시의 유,초,중,고등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이해하기 쉽도록 각각 곽후보의 정책적인 특징을 각 단계별로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 우선 유아들에 대한 보육정책은 무엇인가?
곽노현 : 각 동에 각각 하나씩의 공립유치원을 확충하겠다. 1동 1공립유치원 정책이다. 특히 유아기 아이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맞벌이 부부들(특히 직장여성)이 많다. 이 고통을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

Q. 초등교육에 관한 정책은 무엇인가?
곽노현  : '친환경 무상급식'은 물론이고, '준비물 없는 학교'를 만드는게 목적이다. "책 가방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 (주. '준비물 없는 학교'는 보수적인 후보들 역시 내세우고 있는 공약이라서 정책적 차별성은 크지 않다는 점을 곽후보 자신도 인정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중등학교 정책은 어떤가?
곽노현 : 중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생겨나는 게 ㄱ. 학습 부진에 대한 압박감과 ㄴ. 비행/일탈의 가능성이다. 각각에 대해 학습 보조교사를 충원해 학습부진에 대한 압박감을 해소하고, 전문 상담교사를 충원해 비행, 일탈의 가능성에 대처하겠다.

Q. 고등학교 교육이 가장 말도 많고, 민감한 쟁점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곽노현 : 핵심은 '적성, 진로교육'의 전면적인 실시다. 인간이 우선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성적표의 숫자가 학생의 인권과 인격에 앞서는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다.

Q.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인권을 중시하는 그 교육철학은 높이 산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같은 약육강식의 경쟁사회에서 그런 교육받은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겠는가?
곽노현 : 자신 정체성의 뿌리와 토대를 굳건히 갖고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걱정할 것이 없다. 여러 사회성원들과 함께, 더불어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진정으로 변화시켜 갈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학생들의 적성과 인권을 존중하고, 토론식 수업을 지향한다는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 정책을 실현하려면 교사들의 높은 역량이 요구된다.
곽노현 : 교사 연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공부하는 교사"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각 학교 선생님들의 '교과 연구모임' 등을 지원할 생각이다.

Q. 이것만으론 부족하지 않겠나? 좀더 구체적인 복안이 있다면 말해달라.
곽노현 : 학교와 지역 시민사회의 연대를 강화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사회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묶어내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사회의 교육적 잠재 역량을 학교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Q.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이원희 후보는 교사들에게도 경쟁 시스템을 도입, 인센티브제도를 통해 연봉 1억 교사도 생겨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곽후보의 견해는 어떤가?
곽노현 : 한마디로 넌센스다. 공교육에 학원식 경쟁논리를 도입하자는 전도된 논리다. 교사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1억 연봉 교사' 주장은 그 교육철학의 부재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현실을 도외시한 자극적인 시선끌기용 정책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곽후보의 교육정책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혁신학교 300' 이다.
곽노현 : 현재 서울에 있는 초중고교가 1300여개다. 초중교 각 100개씩의 혁신학교를 세워서 전체 공교육의 상향평준화를 꾀해야 한다. 특히 교육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혁신학교를 건립해 서울시에서 점차로 심화되고 있는 강남북간 교육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Q. 현재는 미디어 패러다임의 교체기다. 블로거로서 당연히 교육와 새로운 미디어의 접목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다. 특히나 최근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IT기기가 갖는 교육적인 함의에 대해 곽후보의 생각을 듣고 싶다.
곽노현 : 중요한 지적이다. 교육과 정보가 계층간의 차별을 합리적으로 세습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보 민주화는 교육 민주화의 근간이다. 정보에 대한 기회 평등, 정보 매개에 보편적인 접근성 확대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미디어와 교육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교육이 새로운 미디어 혁명을 통해 '놀이'의 상상력으로 피어나는 방법, 흔히 에듀테인먼트로 이야기 하는, 그런 새로운 방법론들을 개발하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학교와 지역사회을 연결시켜, 그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블로거로서, 온라인의 역량을 교육적인 가치 확산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관련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곽노현 : 각 학교의 홈페이지가 온라인 정보 채널로 기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정보들을 유기적으로 묶어내는 체계적인 정보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트위터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의 정보들을 트위터와 같은 SNS와 묶어서 온라인 교육 정보의 마당으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

Q. 블로거로서 아주 인상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약을 통해 그런 온라인 교육 역량 강화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한 것 같다.
곽노현 : 인정한다. 트위터를 접한 게 불과 최근이다. 트위터를 접하면서 온라인의 상상력과 네트워크의 가능성에 대해 조금씩 눈떴다. 아직 정책적인 고민이 미흡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그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이 된다면 온라인을 교육의 유용한 자원으로, 그 마당으로 삼도록 약속하겠다. 블로거들도 도와달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마지막 질문이다. 곽노현은 어떤 사람인가?
곽노현 : 옥상옥으로 군림하는 삼성의 초법적 권력에 대항해 싸웠다(삼성 편법증여 소송 주도).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음을 호소했다(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역임. 지난해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학생인권조례 주도). 법학자로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진정한 법치주의를 강조해왔다(방통대 법학과 교수). 반부패,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진심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사람 정도로 보아준다면 좋겠다.


* 추.
- 민주노동당 입당 교사 대량 파면, 해임(134명) 사태가 있기 전에 한 인터뷰라 이에 대한 의견은 묻지 못했다. 교원의 지위는 헌법(31조6항)에서 따로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을 만큼 두텁게 보호받는다. 그것은 교육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지대하기 때문이다. 법률상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교원의 지위를 두텁게 보호하는 제도의 취지 역시 간과해선 안된다. 이번 교과부 조치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지울 길 없다.
- 오는 수요일 저녁 신촌 부근에서 블로거들과의 간담회가 있을 예정. 관심있는 블로거들은 댓글 주삼. :)
- 짤방은 곽노현 홈페이지에서 따왔다능. ㅡㅡ;


* 참조 기사.
교육혁명의 바람이 불어온다. (한겨레21. 1010.5.14. 제810호]
스탑삼성 곽노현 교수의 특별기고, "형사처벌만이 부의 세습 막는다" (오마이뉴스. 00.12.07)

* 관련글 
이정환, 진보 단일 후보, 곽노현 교육감 만들어 봅시다

* 곽노현 후보 관련 사이트
곽노현 홈페이지
곽노현 트위터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1103

  1. Subject : 교육감 후보, 당도 없고, 이거 뭐야?

    Tracked from Red Rock 2010/05/24 22:16 del.

    이번 6월 2일에 열리는 제 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총 8번의 도장을 찍게 됩니다. 1차에서는 교육감, 교육의원, 시/도의회의원, 구/시/군의회의원과 관련하여 총 네 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2차에서는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광역의원비례대표(정당투표), 기초의원비례대표(정당투표)와 관련하여 총 네 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2차는 그나마 구분이 잘 가서 그나마 다행인데 1차, 특히 교육감과 교육의원이 좀 골 때립니다. 당도 없고..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뗏목지기™ 2010/05/24 10:52

    곽노현 후보님과 인터뷰하셨군요~ 민주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를 꼭 보고 싶네요. 저도 주변에 열심히 홍보해야겠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4 19:18

      앗, 반가운 댓글이군용!
      서울시 교육감은 내손으로!!

      고맙습니다. ^ ^

  2. 바나나 2010/05/24 11:33

    마침 곽노현 후보의 공약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었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4 19:18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니 글 쓴 보람입니다.
      고맙습니다. :)

  3. 민노ㅉㅏㅇ 2010/05/24 14:05

    정말 좋은 글입니다 완전 공감!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4 19:19

      ㅎㅎ 고맙습니당.
      이번 선거에 꼭 투표하세요!

  4. 별빛샛별  2010/05/24 15:08

    곽노현 후보 꼬옥 교육감으로 되셨으면 좋겠어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4 19:19

      그러시군용.
      교육감 후보들 가운데선 군계일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5. 나옹이나라 2010/05/25 12:28

    학교 비정규직들이 많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일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감사드립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5 20:07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화이팅!! ^ ^

  6. ㅎㅎㅎ 2010/05/29 18:03

    곽노현 교수 이분 대단한 사람이다. 거대 재벌과도 싸우며 학생인권조례 수립에 참여하는 등 사회의 잘못된 부조리와 대결하는 모습에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31 00:51

      앗,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
      논평 고맙습니다.
      곽노현 교육감 화이팅!

  7. http://temple80.myid.net/  2010/05/30 22:00

    글 트윗으로 나릅니다 ㅎ 덤으로 openID에 대해서도 배워가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31 00:52

      고맙습니다!
      이제 선거 이틀 남았네요.
      우리 손으로 교육감은 제대로 뽑았으면 좋겠습니다.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