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떤 분께서 책을 공짜로 줄테니 서평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구글드]를 출판한 출판사 관계자의 지인인 것 같다. 나는 강유원이 자신의 돈으로 산 책에 대해서만 서평을 쓴다고 했을 때 그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 마음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다만 나는 블로거로서 서평을 쓰는 정신적 노동의 대가로 공짜 책 한권에 별다른 거부감도 없는 그런 속물이다. 물론 그 서평에는 공짜로 받은 책에 대한 서평이라는 편견의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으리라. 이것이 아주 없다고 말한다면 강유원과 같은 이에 대한 무례일 것 같다. 아무튼 나름으로 솔직하게 쓴다.

1. 고도로 숙련된 저널리스트의 글이다. 그건 지은이(켄 올레타)의 약력을 봐서 알 수 있는 문서상 사실이 아니라, 그저 책을 조금만 읽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체험으로서의 사실이다.

2. 이 책은 마치 소설처럼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의 전범이라면 그건 아마도 '삼국지'와 같은 영웅담일테다. 물론 여기에 표현되는 인물들의 말은 켄 올레타가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결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을 어찌나 잘 조합하는지, 마치 거대한 퍼즐마추기처럼 이 흥미진진한 구글 버전의 삼국지는 진행된다.

3. 이 책이 꼼꼼한 취재와 그 취재사실들의 절묘한 조합, 그리고 구글의 두 영웅인 세르게이 블린과 레리 페이지를 중심으로 한 흥미진진한 기업 영웅담으로서 갖는 미덕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 나는 기업 영웅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기업 영웅담을 싫어하는 편이다. [구글드] 역시 본질적으로 기업 영웅담의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에는 대단히 꼼꼼히 정리된 숨쉬는 '대사'로서의 사실들이 있고, 냉철한 저널리스트로의 균형감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인 느낌은 기업 영웅담이다.

4. 그러니까 이 책은, 현재 절반 정도 읽은(526쪽 중 239쪽), 그리고 앞으로 더 읽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지금,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긴 하지만, 당신이 기업 영웅담이나 미디어 삼국지가 아닌, 그저 미디어가 어떻게 인간에게 작용하고, 그것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는지를 도전적인 가설로서, 혹은 미학적인 감성의 결로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은, 그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소 식상한 책이다. 그러니까 그 책의 부제이기도 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 이 책을 절반 정도 읽은 나는, 나머지 책에서 그 해답을 줄 것이라고 켄 올레타를 신뢰하기 어렵다(물론 그가 그 무수히 많은 구글 관련자들과 미디어 기업 관계들을 취재하고, 정리해내어 조합한 그 사실에 대해선 경탄을 금치 못하고, 또 대단히 존경스럽기까지 하지만).

5. 결론은... 이 책은 대단히 흥미롭고, 잘 기록된 픽션 스타일의 논픽션이지만, 여기에 내가 원하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추.
1. 이 책을 받은지 3개월쯤 된 것 같다. 그런데도 아직 절반만 읽었으니 나는 언제 이 책을 다 읽을지, 그리고 앞서 썼던 것 처럼 정말 다 읽기는 할지도 잘 모르겠다,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그것도 매우 중요한 책들이 서너권 정도 쌓여 있는 상태라서... 그래서 내가 이 책을 받으면서 했던 느슨한 약속을 이미 너무 많이 넘겨버린 것 같다. 그래서 절반만 읽었지만 쓴다.

2. 친애하는 블로거 필로스는 좋은 서평은 ㄱ. 일단 전체 내용을 개략적으로 전해줘야 하고 ㄴ. 그 책을 사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는데(기억이 정확한건지는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이 서평(감상?)은 빵점인 것 같다. 아무튼 나로선 솔직하게 털어놨다는 걸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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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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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성치 2010/05/19 18:58

    생각해보면 저는 구글 성공에 대한 책을 하나도 읽지않았네요. 관련된 분에게 직접 들을 기회가 있으면 재밌게 듣지만 그걸 외부에서 지켜보고 쓴 거는 흥미는 생기지만 챙겨 읽는게 너무 귀찮아요;;

    민노씨가 http://olpost.com 을 리뷰한 글을 보고싶네요. 블로그코리아 아이폰 어플도 좋던데 써보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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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5/20 13:08

      1. 올포스트는 성치씨 말씀 듣고 잠깐 여기저기 클릭해가면서 읽어봤는데요.
      일단 다소 식상한 형식이라는 직관적인 느낌(뭐, 메인 콘텐츠 배치나 카테고리 편성 등)이 들고, 좀더 자세한 판단은 최소한의 체험치를 전제해야 할텐데요... 잠깐 훑어본 느낌으로는 '여기에 다시 오고 싶다!'라는 그 핵심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현재로선 반반 혹은 약간 부정적입니다.

      2. 블코 어플이 나왔근영! 전혀 모르던 소식인데... 한번 써봐야겠네요. :)

  2. 써머즈 2010/05/20 04:32

    픽션스타일의 유명 기업 이야기라면 컨설턴트나 마케터 혹은 전문적으로 강연을 하는 분들은 꼭 읽어야 할 듯 하군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줄 때는 과장이 섞인 - 무협지 스타일의 역사가 아주 잘 먹히잖아요.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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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5/20 13:10

      적절한 코멘트시고만요.
      그런데 이 논평은 (컨설턴트나 마케터 혹은 전문적으로 강연을 하는 분들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갖는?) 시니컬한 느낌으로 쓰신 건가요? ㅎㅎ

    • 써머즈 2010/05/20 13:38

      실제로 저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편호사들, 컨설턴트들, 정치인들을 유머로 삼는 정도의 풍자? 선입견? 에 약간 동의를 하는 게 사실이긴 해요.

      하지만 실제로 대중 강연에서 그런 얘기 해주면 사람들이 좋아라들 하지 않나요? ^^

    • 민노씨 2010/05/21 16:51

      역시 그러셨근영. :)

  3. 時雨 2010/05/20 22:16

    저 역시 영웅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실 영웅은 싫어하진 않는데 영웅담은 별로 끌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예전에 모 방송에서 성공시대라는 다큐를 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챙겨보진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그저 감탄만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제가 원하던 건 그런 성곰담보단 다른 쪽인데, 그런 류의 것들은 성과 위주인 듯해서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마치 어릴 때 읽게 하던 위인전처럼요
    책과 전혀 상관없는 듯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언제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어쨌거나 그쪽은 문외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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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5/21 16:53

      성공시대 기억납니다. :)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있는 힘껏 미화시키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저는 그런 프로그램을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별로 보지도 않았지만요...;;; 휴먼다큐의 드라마적 설정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차라리 그런 조미료 과잉의 성공스토리 보다는 훨씬 더 공감가는게 사실입니다.

  4. 필로스 2010/05/28 14:46

    제가 언제 저런 말을 했을까요? ㅋㅋ 제가 볼 때 별로 공감이 안되는 말이군요..

    예전에 어느 회사에서 홍보담당자를 채용하는 면접현장에서 입사후 포부를 한 번 이야기해 보라고 했더니 "사장님을 성공시대에 출연시키고 싶습니다"고 하던 직원이 생각나는군요. 물론 그 직원은 입사에 성공했지만, 사장님은 성공시대에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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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6/05 05:59

      아이코, 댓글을 이제야 발견! (지송..;;; )

      저번에 술자리에서 우연히 서평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하셨던 말씀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나가 더 있었는데, 그건 기억이 안나네요...;;;;

      재밌는 일화네요.
      우리나라만큼 성공강박증에 걸린 나라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게 그냥 성취가 아니라 비교표지로서의 공포적인 감수성으로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나라는 달리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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