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라디오21 스튜디오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와 간담회(딴지일보와 라디오21 주최)가 있었습니다. 간담회는 이범 선생님(사회), 패널로는  이승환, 이정환, 정신병자님(닉네임입니다.. ^^)께서 함께 했습니다. 전화를 통해 두번 짧게 대화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직접 곽노현 후보를 만나뵌 건 처음이었는데요.

곽노현이라는 사람, 참 따뜻한 분 같더군요. 참 따뜻한 분이라니... 처음 만나서 짧게 이야기한 어떤 사람에 대해 '좋다' '나쁘다' '따뜻하다' '차갑다' 라고 이야기하는 건 참 부질없고, 의미없는 일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아주 성급한 선입견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상황과 조건이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착시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썰렁하고 부질없을 번한 이야기를 서두에서 꺼내는 이유는, 그 '아주 작은 이미지'가 저에겐 굉장히 의미있는 믿음으로 연결되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곽노현이란 사람에 대해 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삼성의 변칙상속(편법증여)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움을 주도했다는 이야기, 김상곤 교육감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도했단 이야기, 그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강조해왔던 성실한 법학자라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은 물론 객관적인 사실로 곽노현이라는 인간의 발자취로 남은 것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에겐 그저,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는 분들의 '짧고 화려한 문장'들에 불과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곽노현은 어떤 사람인가?'이라고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그 '짧은 문장'들을 이야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와 더불어 하나 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제는 해봅니다.

"그 분 참 따뜻한 분 같더군요."

저는 물론 점쟁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깊은 연륜으로 척 보면 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지도 않습니다. 궁예처럼 관심법을 쓸 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그 사람의 목소리를 그 사람의 미세한 표정들을 보면서 느끼는 그 '직관의 이미지들'은 의외로 정확한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 어떤 사람을 느끼는 일은 대화를 하는 일입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느껴지는 이미지들, 그 사람만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색과 향들의 편린이 모자이크된 실루엣.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그림처럼 제 마음 속에 새겨집니다.  저는 제 체험치에 바탕해 어느 정도는 그런 모자이크로서의 실루엣들을 신뢰하는 편이죠.

곽노현 후보가 무소불위의 삼성과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곽노현이라는 사람은 용감한 투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투사의 이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투사의 이미지들은 '법치주의'를 신뢰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인권을 강조하는 천상 학자 같은 그 모습의 한 조각으로 곽노현이라는 인간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을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지는 용맹한 다윗의 모습을 예상했던 저에겐 약간은 의외였습니다만, 저는 어떤 인간의 내면에 깊이 각인된 그런 조각들이야말로 그 인간이 갖는 생명력이자, 철학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상황, 어떤 조건들이 그 조각들을 꺼내오도록 만듭니다. 그저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고, 학생이 공부 기계가 아닌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존중받는, 그래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그 투명하게 빛나는 어린 생명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살벌한 지옥이 아니었다면, 곽노현이라는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노동법을 연구하는 학자로 남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곽노현이라는 사람을 그저 2시간 남짓 스쳐본 서툰 관찰자의 시각으로 보면, 그 마음이라는 걸 아주 눈꼽만큼이나마 느껴본 사람의 직관으로 보면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가, 이 무시무시한 대한민국 교육의 아수라판이 저 천상 학자인 것 같은 사람, 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어쩌면 연약해 보이는 것 같은 사람을 투사로 만들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싸움에 나서게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곽노현 후보의 정책에 대해, 선거공학적 쟁점들과 역학에 대해 이 자리에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회를 보셨던 이범 선생님과 뒷풀이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짧게 인용하는 것으로 그 핵심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갈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전문가이자 대치동 스타강사의 대명사이도 했던, 지금은 "교육을 고민하면 진보가 될 수 밖에 없더라"고 말씀하시는 이범씨께 뒷풀이 자리에서 물어봤습니다. "곽후보의 핵심 공약인 혁신학교 300 가능한가요?"

"혁신학교 300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범)

학생을 공부기계가 아닌 당당한 인격체로, 그렇게 "적성교육을 전면화"하는 혁신학교는 600억 정도의 예산을 갖고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이범 선생님께선 말씀하시더군요. 서울시 초중등고가 1300여개입니다. 그 중에서 1/4에 육박하는 혁신학교는 가장 우선해서 교육낙후지역에 지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강남북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전체 공교육을 상향평준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교육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300이라면 정말 해볼만한 시도 아닌가요? 물론 그 300이 1300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합니다. 그렇게 모든 학교들이 그저 수식으로서의 '혁신'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을 일구어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불행한 공부 기계들이 가득찬 '명문고등학교'가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세우고, 멋지게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그런 학생들로 가득찬 '혁신' 학교들이 생겨나서 교육에 새바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좌절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간담회에서 '학부모의 불안'에 대해 질문하자, 곽노현 후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불안에서는 선(善)이 생겨날 수 없다." 더불어 공교육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기억에 의존해 옮기면)

"부자집 아이들은 학교에서 약간의 검소함을 배우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학교에서 약간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지요. "(곽노현)

너무 너무 공감했습니다. 교육은 물론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고양된 인격과 공동체정신을 가르쳐주는 숭고한 공적 서비스입니다. 이원희 후보의 '10% 교원 퇴출'과 같은 막가파식 공약으로 학생들의 인격 고양과 공동체 정신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학원식 경쟁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한다고 학생들의 경쟁력이,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이 신장될리 생겨날리 만무합니다. OECD국가별 교육 통계가 보여주는 냉혹한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학력은 높지만, 성취도는 낮고, 학생들 자살률은 최고입니다.

너무 글이 길어졌네요.

저는 여전히 곽노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가 공정택 전교육감처럼 부패나 비리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니, 그 부패와 비리를 깨끗하게 청소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원희 후보처럼 자극적인 공약으로 학부모들의 '불안'으로부터 뭔가를 이끌어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신뢰합니다. 저에겐 곽노현이라는 후보는 그저 한없이 부드러운, 어쩌면 조금은 연약해보이는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드럽고, 선비같은 학자는 세상의 부패와 정의롭지 않음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워왔습니다. 곽노현은 어떤 순간에서도 인간을 앞세우고, 인권을 신뢰했습니다. 그의 발자취가 그것을 그대로 증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곽노현을 따뜻한 인간이라고 느낍니다.
그가 서울시 교육을 혁신하기 도전합니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 후보가 누군지, 곽노현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태반입니다.
여전히 교육감 선거는 로또 선거로 전락할 위기입니다.
(교육감 선거 투표지의 후보자 배정은 '제비뽑기'그래서 첫번째, 두번째 배정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 곽노현 후보는 민주진보 단일후보의 대표성을 갖고 있음에도 일곱번째로 배정됨)

우리가 곽노현의 도전에 힘을 불어넣어줍시다.
우리 손으로 교육감 한번 만들어봅시다!

고맙습니다.


추.
곽노현 캠프에서 만든 놀이성 캠페인입니다.
모쪼록 널리 퍼뜨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테스트 푸신 뒤에 결과페이지에서 클릭 한방으로 블로그, 게시판, 카페로 퍼가실 수 있습니다. :)
네이버에선 결과 페이지 아웃링크를 막아놨던데요, :(
네이버에선 링크로 소개하는 방법밖에는 없겠네요..;;; ( http://changeedu.kr/xe/?mid=edutest 입니다)


* 관련
내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이승환)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1107

  1. Subject : 낯선 이들의 도움

    Tracked from 현실창조공간 2010/11/24 00:29 del.

    인터넷실명제 컨퍼런스를 5월 15일 열자고 전격 결정한 날은 4월 20일 즈음이었다. 어차피 미뤄봐야 될 것 없다며 일찍 하자는 무모한 몇몇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시작된 준비는, 겨우 두 주 남기고서야 급히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강정수님이 장소와 자원봉사자를 구했고, 민노씨와 새드개그맨님이 발제자를 초청하고 틀을 짜고... 여튼 강정수님은 배운 남자답게 항상 남을 굴려먹는 입장이다(...) 그리고 5일 남기고서의 모임에서야 어떻게든 홍보를 하..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테스트결과 2010/05/27 19:41

    곽노현 후보에 대해서
    좀 더 알수 있는글이였습니다.


    테스트 결과가
    빨강머리앤이 나왔어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9 22:36

      이 글을 통해 곽노현 후보에 대해 좀더 알수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
      댓글 고맙습니다. ^ ^

  2. Lim. 2010/05/27 20:48

    좋은 자리 함께 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9 22:36

      고맙습니다. ^ ^

  3. 지지자 2010/05/28 16:48

    이번에 꼭 당선하셨으면 좋겠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9 22:36

      넵!
      이번엔 꼭 제대로 된 교육감이 당선되며 좋겠네요 :)

  4. 평범한 주부 2010/05/28 16:51

    "교육을 고민하면 진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이범선생님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곽노현 후보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 꼭 당선되시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9 22:37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

  5. Rvo 2010/05/28 17:18

    공정택같은 부패, 비리 교유감이 더이상 나와선 안됩니다.
    이번 교육감만은 곽후보 같은 분이 되셨음 좋겠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9 22:38

      네, 더이상 이런 공정택과 같은 비리 교육감이 나와선 안되죠!
      '리틀 MB'라고 스스로를 홍보했던 기억이 새롭고만요.

  6. 회의주의자 2010/05/29 22:19

    잘 읽었고, 적지 않은 참조가 되었습니다.
    곽노현 후보를 강성 이미지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것 역시 선입견이었던 것 같군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29 22:39

      저 역시 강성이미지를 떠올렸는데요.
      직접 뵈니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훨씬 더 강하시더만요. ^ ^

  7. 비르투 2010/05/31 00:36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도했다니 그것만으로도 전 지지합니다!
    두발검열, 복장검열, 야간강제학습 등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 제도들 너무 싫어요.. 교사가 된다면 그런 것들을 제 손으로 실행해야 하니...ㅜㅜ
    서울 시민이 아니라 표는 못 주지만 응원합니다 ㅎㅎ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31 00:53

      앗, 비르투님! ^ ^
      주변 친구분들께 꼭 투표하시라고 독려해주세요!!

  8. 비밀방문자 2010/05/31 16:47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31 20:18

      앗, 이런..;;; ㅡ.ㅡ;
      고쳤습니다.

  9. sline5 2010/06/10 04:36

    위룰 같이해요

    드래곤, 그리핀 레어 많아요

    오셔서 알바하세요 ~

    아이디 sline5 에요

    감옥은 분위기상 짓지 않았답니다 ㅋㅋ

    겉도는 느낌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6/10 20:56

      위룰 관련글은 따로 있는데 여기에 남기셨네요? ^ ^
      암튼 친구 신청했습니다. ㅎㅎ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