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태

2009/04/16 16:26
노정태는 합창단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독자들을 설득하는 일보다는 자신의 상처받은 자존심, 혹은 자신에게 혹시라도 상처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이견에 대해 그 이견을 짓밟고, 조롱하는 것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모든 이들에게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글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입장의 근거를 지키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글쓰는 이의 자존심이란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그 글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그 글이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실천은 무엇인가? 그 글에 담긴 정신이 눈꼽만큼이라도 더 현실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스스로 고민하는 사람, 그 실천의 방법에 대해 성찰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지성인이라고 부른다. 노정태가 주변 또래들보다 조금 더 아는 것이 많은 지식인일 수는 있겠지만, 이건 정말 지성의 태도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때론 토론이란 본질적인 것들을 짓밟는 사사로운 감정의 어지러움들로 더러워지곤 한다. 아무리 드높은 권위의 저서들을 자신의 근거로 쌓아 올리더라도, 아, 헛되다, 그건 좀더 진심을 다해 조롱할 수 있는 무기를 쌓는 일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의 지식이란 얼마나 비참하고, 또 얼마나 야만적인가. 그 지식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지식인가. 그런 목적 없는 수단의 지식들이 많아지면, 그렇게 지식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도록 세상은 좀더 비참해질 뿐이다. 우리는 좀더 비참해지기 위해 싸우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연대를 외치지만 실은 분열에 기여할 뿐이다.

노정태에게 합창단이란 어떤 존재들인가. 그들은 그저 자신의 상처받을지도 모를 자존심을 위해서는 언제든 모자르트와 베토벤의 팩트 놀음 뒤로 내쳐질 수 있는 글감에 불과한 사람들이었던건가. 팩트골룸이라고 스스로 비웃었던 그 오류를 스스로 실천하는 그 어리석음을 위해서 지워질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었던가. 노정태가 그  대단한 자존심의 그림자 만큼이라도 합창단을 염려하고, 진심으로 연대하고자 했다면, 한다면, 할 것이라면 이런 유치한 태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몹시 안타깝다.


* 발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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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꼬마 진중권의 탄생

    Tracked from 급진적 생물학자 Radical Biologist 2009/06/07 09:05 del.

    1. 적어도 지식인으로 생각되는(스스로 그리 생각하던 말던 간에) 사람이 어떤 집단이나 개인을 비판할 때는, 자신이 비판하는 상대를 닮지는 말아야 하는 법이다. 노정태가 쿨게이들을 팩트골룸이라는 명칭까지 붙여줘 가며 깔 때, 나는 그에게 동의했었다. 팩트골룸들에게는 "파편적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을 때, 나는 기꺼이 그 말에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편적 사실들에 입각해서 사태를 전체적인 맥락 속으로 종합하지 못..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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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ss 2009/04/16 23:27

    어이가 없죠. 노씨는 오페라단 사태를 그저 글쓰는 떡밥으로 밖에 안본다는게 증명되었음. 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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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17 12:34

      노정태씨의 글을 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본문에 있는 것처럼 안타까움이 강하다는 것이죠.

  2. leopord 2009/04/17 00:11

    노정태 님에 대해선 그저 GG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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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17 12:35

      GG는 OTL 이런 의미인가요?
      제가 GG를 잘 몰라서..;;;

  3. 수롤 2009/04/17 02:29

    안녕하세요~ 트랙백 해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평소 눈팅만 하다 처음 덧글을 달아봅니다 ^^; 평소에 노정태님의 대처에 약간 저도 거북함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이번 일만 보자면 제가 보기엔 노정태님이 화가 나실만 한 것 같습니다. 덧글들을 죽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첫 덧글부터 글의 핵심에는 관심 없이 모짜르트에 대한 글을 인용한 것에 대해 "구라를 친다" "실망이다" "원래 수준이 그렇다" "알고 까불어라" 등등의 원색적인 비로긴 유저들의 비난이 쏟아져서 제 눈살이 다 찌뿌려질 정도였습니다. 칼럼 본문내용 상 그래도 합창단에 대한 염려와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하는 느낌이 들어 좀 이상하네요.. 하지만 참고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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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17 12:37

      변호할 수 있죠, 뭐. : )

      다만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입장을 '실천'하는데는 '선택'이 수반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정태씨글(뿐만 아니라... 최근 뒷북 김규항씨 글도 그렇지만) 그 입장과 실천의 비례를 살피면 정말 왜들 저러나..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4. Charlie 2009/04/17 09:55

    내편 아니면 적(또는 쿨*이), 의심하면 적(또는 쿨*이), 중도를 택해도 적(또는 쿨*이)
    지긋지긋하게 본 논리인데도 지긋지긋하게 나오는 판에 '팩트골룸'은 아주 신선했었지요. :)
    말싸움을 위한 말싸움을 볼때 느끼는 답답한점은 '이쪽에서 무슨 말/생각을 하던'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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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17 12:39

      팩트는 실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그 팩트가 '본질'을 지우는 방식으로 강조되면, 그러니 수단이나 바탕으로서 자리해야 하는 팩트가 '목적'으로 자리하면 그것은 참 우스운 노릇이죠, 그걸 지적하는 차원에서는 저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만... 최근 이글루스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지적인 유희'에 몰입하는 것 같다는 서툰 구경꾼으로서의 염려가 생깁니다.... 찰리님께서 이런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적절한 중재자로서 역할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5. 민노씨 2009/04/17 12:46

    * 임시필명으로 가장 먼저 댓글 주신 분께 (댓글을 지우셔서 여기에 남깁니다)

    댓글은 잘 읽었습니다.
    소개해주신 김규항씨 소식 덕분에 김규항씨 글도 잘 읽었구요.
    저는 솔직히 김규항 정도되는 명망가가 또다시 이렇게 뒷북으로 툴툴대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김규항씨께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더군다나 '나는 지식인입네' 하는 모습에 대해선 만취 블로깅하는건가.. 그런 생각도 들고, 웹 일반의 자발적인 토론의 의미 그 자체를 무슨 대단한 권위의 판단자라도 된 양 저열한 수사를 동원해서 함부로 폄하하는 모습에 대해선... 김규항씨 자신이 이제는 그가 거절했던 '꼰대'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드네요.

    아무튼 김규항씨 글에 대해선 그냥 모르쇠하는게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합창단을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 같습니다. 김규항씨의 뒷북 투털투털에 대해선, 솔직한 심정을 전하자면, 이제는 좀 짜증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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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댕글댕글파파 2009/04/17 16:38

    노정태란 분은 이승환님 블로그에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댓글에 대한 반응이 조금 감정적이긴 하더군요.
    그런데 bigtrain님이 침착하게 댓글을 다시니 어느정도 소통은 되는것 같더군요.

    예전에 무슨 경험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방어적인(?) 대화법을 선택한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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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19 07:31

      방어라고 하기엔 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7. Noname 2009/04/18 00:38

    김규항씨는 이젠.... 으휴..........;;;;;;;

    모 댓글러분 말마따나 노정태씨는 아무래도 진중권씨를 벤치마킹하는 것 같은데,
    진중권씨의 객기만 배웠지 영리하게 치고빠지는 스텝은 못 익힌 것 같더군요.
    왠지 노정태씨는 김규항의 엘리트 버젼같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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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19 07:35

      노정태씨야 젊은 혈기로 그렇다치고...
      김규항씨는 도무지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거만한 꼰대의 훈계투 말씀은 정말 듣기 거북하더만요.

  8. 오르페오 2009/04/18 08:45

    아, 실수로 댓글을 삭제해버렸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이승환님 블로그 타고 왔는데, 역시나 이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블로그네요. 글이 정연해서 읽기가 좋고 공감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방문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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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19 07:38

      아, 그러셨군요..;;

      저는 혹시라도 제가 답글이 늦어져서 썰렁한 마음에 지우셨나... 그런 상상도 했습니다...ㅎㅎ 오르페오님 블로그 저도 살짝 마실갔다 왔는데요, 글도 디자인도 참 단아하니 멋진더고만요. 리승환 동무에 대해서 꽤 깊은 호감을 갖고 계신가 봅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동료 블로거입니다. : )

      아무튼 오르페오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종종 교류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9. cmario 2009/06/07 00:38

    GG good game의 약자로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온 용어 입니다
    스타에서 상대방에게 질거같으면 채팅창에 gg라고 치고 게임을 끝내죠
    포기한다 정도로 번역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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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07 01:17

      오, 그게 그런 뜻이었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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