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잘 구분이 안된다.
그냥 이명박 취임식에 즈음에서 2MB(들풀) 좀 웃겨드리겠다는 작정한 코미디인지, 봉하마을로 간 노무현 전대통령 마무리로 깔끔하게 엿먹이겠다는건지 무척이나 헷갈린다.

일단 좀 보자.

노 전 대통령이 10차례나 강조했던 ‘북한’이란 단어가 이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3번밖에 나오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노무현 정부는 대북 화해정책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와 차별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윤종구 기자, '취임사 주요단어로 본 국정철학' 중에서 (동아일보. 2008년 2월 26일자. 3면 박스)

참 장하다.
이런걸 무슨 '예고'씩이나 하고, 이런게 무려 '눈에 띄기'까지 하나.
지나가던 개가 미소짓겠다.
그냥 척하면 뻑아닌가?

좀더 읽어보자.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 정부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기업’이 14번, ‘경제’가 11번 등장했다. 이 밖에 ‘경쟁’(9번)과 ‘일자리’(6번), ‘성장’(5번) ‘실용’(5번) 등 경제와 관련된 단어가 자주 쓰였다. ‘신화’(5번)와 ‘기적’(4번)도 “대한민국 성공신화”나 “한강의 기적”처럼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 위 글 중에서

위 기사의 도표를 보면(이 기사에는 무려 '도표'가 등장한다) 노무현 취임사에선 기업이란 말이 1번, 경제라는 말이 8번, 성장이란 말이 4번, 그리고 경쟁, 일자리, 실용이란 말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기사의 기상천외한 논리를 쫓자면 노무현 전대통령은 '경쟁'에 대해 관심이 없고, '실용주의'를 실천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대통령이다. ㅎㅎㅎ.

참 잘났다. ㅡ..ㅡ;
취임사를 별자리 삼아 무슨 삼라만상을 헤아리는 점술가 같다.
이건 기사를 쓰는게 아니라 뻔한 소리하면서 점쟁이 흉내다.

마무리는 가히 화룡점정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미래'(8번)와 '변화'(6번)가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최근 "부단히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취지로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주문해 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로 풀이된다.
- 위 기사 중에서

참 '풀이' 한번 기똥차다.
이 어려운 걸 해석하느라 참 고생 많았소. ㅡ..ㅡ;
이제 그만 푸~욱 쉬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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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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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iry 2008/02/26 20:26

    흐흐 저건 개근데요 ㅋㅋ
    노통때는 대놓고 까대더니, 2MB림은 매우 추켜(?)주시네요..
    아니면 고도의 MB까?! (...농담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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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6 21:26

      좀 심하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 ^;
      재미삼아 썼습니다.

  2. 댕글댕글파파 2008/02/26 21:07

    아...미치겠네요....
    웃겨죽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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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6 21:26

      웃어주시니 보람이네요. : )

  3. Hee 2008/02/26 22:10

    음..동아일보 기자 보다는....
    개그콘서트 작가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저 기자는 풍자개그의 달인이로군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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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7 00:25

      Hee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 )
      그런데 기억을 떠오려보니 뵐 때마다 오랜만. ^ ^;;

  4. Kim 2008/02/26 22:45

    조중동 하는짓이 저렇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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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oog 2008/02/26 23:40

    요거 동그라미 쳐가며 세고 있었을 윤기자 또는 그 부하직원의 모습을 상상하니 안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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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7 00:27

      상상만해도 참 도란도란 옹기종기 따뜻한 풍경이네요. : )

  6. bum 2008/02/27 00:48

    좀.. 미친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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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7 08:09

      좀.. 솔직하시군요. ㅡㅡ;

  7. 떡이떡이 2008/02/27 08:29

    동아 기사 자체는 꿈보다 해몽이라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만, 사실 단어 수로 분석하는 기사는 NYT 등 해외 유수의 언론도 탐사보도 소재로 쓰는 매우 알려진 방식입니다. 아마 동아는 그런 방식을 어설프게 따라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NYT에서 주요 연설에서 나온 단어를 열거해 비율을 매긴 바 있지요.

    http://blog.naver.com/magikpepper/30013653330

    정보가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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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7 08:54

      좋은 비교사례를 소개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 )

  8. 키엘 2008/02/27 11:07

    2MB - 고대, 동아일보 - 고대
    2MB 정부 들어 가장 신난 신문이 동아일보이고, 가장 찜찜해하는 신문이 조선일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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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2/27 15:14

      아무래도 동아 쪽이 확실히 신나긴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어제는 김병관씨께서 돌아가셔서 좀 그랬겠지만요.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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