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코믹 잔혹극들 : 우리를 코믹하고 잔인하게 하는 것들...


2월 13일 14일 새벽 두 시쯤, 미투로그에 끄적였던 것들을 토대로.



장백지가 사정봉에게 사정('무릎 꿇고 애원')했다는 기사를 읽은 어떤 독자가 댓글창에 이렇게 대꾸한다.

"사정봉이 사정에는 약하군 ㅋㅋ"

순간 난 웃었다.
그렇게 웃는 내가 나인가. 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문득 세상이 끔찍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무지 심각하거나 그런 상태는 전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0. 우리들은 왜 이토록 코믹하게 잔인해지는걸까...


1. 코믹 잔혹극.
가령 가장 가까운 기억은 남대문일테다. 그리고 대운하일테지.
그리고 좀더 멀리 있는 기억을 쫓자면 그건 황우석 파동일테다.
황우석 파동은 정말 떠올리기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파동의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건 기만적 담론생산집단이 정치권력과 어떻게 짝짜꿍이 되어 서로 빌붙어 먹는지, 그리고 가상적으로 만들어진 장미빛 미래가 얼마나 악취나는 거짓과 가짜들 위에 세워진 것인지, 그리고 이 땅에 정말 저널리즘이 존재하고는 있는지, 그것은 오히려 反저널리즘이라고 불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를 그 근본에서 질문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2. 대운하

경제효과보다는 선동 기제들을 총동원한 '정치 효과'(최장집)를 기대하고 이 엄청난 대국민 사기극을 그대로 밀어붙일 것 같다. 정말 불길하다.

총선에서 제동을 걸지 못하면 정말 X되는 경우가 생기는 건데... 물론 총선에서 그 잘난 한나라당의 대안으로 여기질만한 세력이 과연 (대다수 국민들에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통합민주당(혹은 도로민주당)도 이회창당도 분당 수순에 들어간 민주노동당도... 고개를 가로젖게 만든다.

총선에서 의미있는 경고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우리 정말 확실히 삽질하게 되는 수가 있다. 정말 제발 제발 정신차리자.

관련해서 PD수첩이 정말 큰 일을 했다.
피디수첩은 블로거들이라면 마땅히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 몇 되지 않는 사회의 공기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건 반드시 오늘 중으로 '홍보'를 위한 포스트를 작성할 생각인데(실은 미투로그에 요약한 내용을 한국경제 대운하 연재랑 비교해서 어제 아침에 올리려고 했는데 사정상 못올렸다), 어제 잠시 올블에 가보니 많은 분들이 포스팅했더라.. 반가운 일이다.


3. 남대문

코믹하다기 보다는 물론 쓸쓸하고, 황망하다. 그런데 언론이, 지독히도 자기반성의 뇌세포가 극도로 곤궁한 언론들에서 그 '불쌍한' 남대문을 '이슈'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코믹하기도 하다. 가끔씩은 받아먹기 저널리즘이 아니라 정말 발로 뛰는 저널리즘, 능동적인 저널리즘을 보고 싶다. 가령 'KBS 쌈'처럼. 물론 나는 대한민국 저널리즘에 그다지 큰 기대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남대문을 둘러싼 코미디 저널리즘은 씁쓸함과 끔찍함을 동반하는 코미디다. 거기에 가장 큰 역할 하는 건 물론 개념이라곤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막가파 정치인들이다. 가령 나경원 같은. 제발 얼굴값(이런 말 하면, 여성 독자들께 욕먹겠지만...)좀 하자.

"설에, 또 대통령 취임 직전에 국보 1호가 불에 탄 것은 조상의 암시"
"한글을 제쳐두고 영어를 숭상하고 금수강산을 토막내려고 하니 조상이 진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 나경원 입을 꿰맬 공업용미싱 어디 없나? (I&YOU 블로그) 중 연합뉴스 인용부분 via 방화용의자


일이 터진 뒤에, 부랴부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이제는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 전도된 감수성.

물론 그렇게나마 제대로 호들갑을 떨고, 제대로 된 사회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조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한민국 저널리즘은 A/S가 없다. 근성이 없다. 먹이를 잡았으면 끝까지 물어 뜯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저 도덕적인 훈계만 늘어놓고, 되도 않는 말만 씨부린다. 자기반성이란게 뇌에 존재하지 않는 집단 같다. 기사들도 각자의 당파성(의 범위를 간혹 넘어선 것처럼 보이는)에 취해서 '만평 숨은 그림찾기'까지 하면서 노무현 조롱하는데 여념없다(링크 : capcold, 무척 기민한 그들 ).

KT 텔레캅이야 앞으로 10년동안 욕 먹어도 할 말 없다. 이건 자명하다. 한편으로 좀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언론의 사회 감시의무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선 자성이 있을만도 한데.. 물론 이런 글 읽어본 적 없다. 남대문도 "이슈" 중 하나일 뿐인 것 같다. 그러니 반성이 없는 건, 이명박 뿐만이 아니고, 언론도 방구나 뽕이나다.

잊더라도 좀더 교훈을 남기고, 그 교훈의 흔적들을 제도화시키고 잊혀져야 할텐데. 언론들은 여전히 '훈계 저널리즘'을 보여주고. 도무지 대한민국 저널리즘는 비난하고, 비판하고, 훈계하는 뇌는 있는데, 반성하는 뇌는 없는 것 같은거다. 무슨 무오류의 신인가?

잘하는 건 만만한 '공공의 적' 하나 만들어놓고 그 놈을 죽어라 패는거다. 가령 중구청과 KT 텔레캅의 개념없는 관리 당사자들은 백번을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이들도 시스템 오류의 '일부'(쉽게 말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과시적인, 혹은 의되된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길 없다.


4. 크렌베리스는 여전히 좋다.
마치 술에 취한 듯 막막하게 거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흘러다니는구나.

5. 오늘 새벽에는 주로 아거님 댁에서 놀았다...
요즘 정말 왕성한 블로깅을 보여주고 계셔서 애독자로서 즐겁다.
조직적이고, 이미 강대한 힘을 가진, 기만적 담론생산집단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아거님께선 ㄱ. 스토리텔링 ㄴ. 틀짓기 ㄷ. 패러디라고 그 방법론을 말씀하신다. (링크)
이건 따로 쓸 필요가 있겠다.

나도 아거님의 뜻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남대문 오적 배너'라도 붙여겠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하지만 아직 좀 헷갈린다.

아참, 강추하는 이경숙송과 오해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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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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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댕글댕글파파 2008/02/14 09:46

    http://enjoyjapan.naver.com/tbbs/read.php?board_id=ttalk&page=33&nid=975536
    이게 사실이라면 예전 중국의 만두사건 보도가 생각이 나네요.
    남 욕할게 아니라 우리 언론도 똑같다는 생각...

    크랜베리스....몽환적인 스케치를 품게 해 주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4 10:03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ㅡ..ㅡ;

      크랜베리스는 항상 좋네요.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듣습니다. : )

  2. 레몬가게 2008/02/14 10:12

    웃을일이 없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막말로... "쳐 웃을 일이 없으니" 자꾸 쓴 웃음만 짓는거 같아 참 씁쓸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4 11:20

      아무리 암담해도 유머감각을 잊지 말자, 이런 기분으로 삽니다.
      물론 그다지 웃을 일이 많지는 않지만요. : )

  3. 이정일 2008/02/14 11:07

    이경숙송, "오해야" 재밌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4 11:20

      저도 굉장히 재밌더라구요.
      옹헤야~!
      오해야~!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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