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블로그에 잠시 머물다

2007/12/26 08:16
시사평론가로 잘 알려진 유창선씨가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는 물론 환영하는 입장이다.
나름 기대감으로, 그러니 호의적인 마인드로, 글 하나 읽었다.


이런 정도 글이라면 '나도 시사평론가 해도 되겠네' 나설 블로거들 꽤 많을 것 같다.
암튼 위 글에 대한 비판은 다음 글을 참조해주시면 되겠다.


그런데 이 글 하나만으로 유창선 블로그를 평가한다면, 그 개별적인 글에 대한 비판이 갖는 의미야 없지 않겠으나, 너무도 경솔하고, 부당한 일일테다. 자기틀에 갇힌 피상적 인상형성의 오류(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스키마), 쉽게 말해, 선입견과 편견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도 하고(물론 내가 그런 오류에 잘 빠져서 더 그렇다 --;).

개그맨(새드개그맨님 아님 ^ ^; )도 흔히 그런 말하지 않나

"맨날 웃기냐?"

그래서 글 하나 더 읽어봤다.
더 심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소리를 뻔한 논리와 뻔한 수사로 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나도 이런 소리(뻔한 소리 한다) 들은 적 있어서 살짝 찔린다. ㅡ_ㅡ;;
그래도 상대는 이른바 '선수' 아닌가, 나는 이름없는 블로거고.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언젠가 김현이 일기(행복한 책읽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기억이라서 정확하진 않을 수도). 주변 문인들이 김현은 괴팍하다고 이야기하는 소리를 (어디선가) 듣고, 이에 대해 이렇게 (스스로에게)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다만 누구나 쓰는 그런 글을 피하고자 했을 따름이다"

우리가 이른바 '선수'(전문가)에게 기대하는게 그런 '희소성', '뻔하지 않은 어떤 것'이기도 하니까.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소리들만 있으면, '굳이' 유창선 블로그를 반색하면서 찾아간(갈) 보람이 없는거지.

'뻔하다'는 부정적인 가치판단이고, 관점을 달리하면 '대중적'이다, 대중친화적이다'라고, 정반대로 평가할 수도 있을테다. 그런데 유창선의 위 '이명박, 노무현 KO'는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뻔하다는 느낌이 강할 뿐이라서... 많이 아쉽다.

그래도 삼세판이라고 글 하나 더 읽었다.


그나마 좀 낫다. ㅡㅡ;
낫다는 건 상대적으로 위 글 두 개보다 낫다는 거고, 그다지 인상적인 글은 아니다. 조중동과 한겨레, 오마이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는 글인데, 그 취지, 당파성 매체로서의 신문들이 보여주는 '적대적인 공생'이라는 진영논리에 대한 비판, 에는 찬동할 수 있을지언정, 그 비판 근거들이 추상적이고, 밋밋해서 그다지 글을 읽는 맛이 안난다.  역시나 뻔한 소리 식상하게 나열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매체비평, 정치비평에서의 '객관성' '중립성' '균형감각'이란 그야말로 '사기'에 불과한 경우가 흔하다. 

너는 뭐가 그리 잘나서 '잘나가는 시사평론가'를 험담하냐.

이렇게 물으신다면, 설마 이렇게 노골적으로 용감하게 물으시는 분이야 없을테지만, 나 쥐뿔 잘난 거 없다. 나는 그냥 이름없는 블로거일 뿐이지, 뭐.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유창선은 그래도 나름으로 '공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에,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비판하는 거다. 위 글들이 유창선의 글이 아니라, (나처럼) 이름없는 블로거 아무개의 글이었다면 이렇게 다소 싸늘한 어조로 글쓸 이유도 없다.

바라는 게 없다면, 기대가 없다면 이런 글 쓸 이유 없다.
유창선 블로그는 앞으로도 좀더 지켜보겠지만...
일단 오늘 첫 느낌은 몹시 실망스럽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ㅡㅡ;

유창선 블로그의 분발을 기대한다.




p.s. 잠깐 추리. 혹은 궁금증.

1. '몽양부활'님(예전 오마이뉴스 기자셨던)께서 다음 블로거뉴스 편집부로 옮기면서 유창선씨를 꼬신건가?  살짝 내막이 궁금하다. ^ ^; 링크와 사이드바 배너를 보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 애드센스 배치는 유창선씨가 직접 했는지 궁금하더라. 유창선씨의 연배를 생각해도 그렇고, 본문 내 하단 우측 측면 배치봐도 그렇고 '기술적인 조력'(티스토리측에서?)이 있지 않았나 싶다.

처음에는 우측 하단 애드센스 광고가 글을 덮어버리는 오류가 일어나서 살짝 짜증이 났는데, 물론 나는 애드센스 수익모델에 대해 비판적이진 않다(물론 애드센스만을 위해서 글을 쓰는 행태에 대해선 몹시 우려하지만). 나도 운용하는데 뭐.

3. 몇 번 말했지만, 나는 다음 블로거뉴스의 편집행위에 대해 그 고유권한을 인정한다. 그리고 다음 블로거뉴스의 시도를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제발 '웹2.0'이라는 신종 마케팅 용어로 '블로거(그) 저널리즘'(이 표현에 대해선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데, 나는 전통적 저널리즘과 블로기즘은 구별되면 좋겠다)이라는 둥의 쌩뚱맞은 수사로 자신의 실체를 위장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왜 이런 소리 하냐구?
유창선 블로그의 글들은 (아마도 당연히?) 다음 블로거뉴스를 통해 그 노출도가 일정한 정도로 '보장'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건 솔직히 장단이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비판하고자하는 건 아니다(나름으로 장사하겠다는건데 뭐).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하시는 블로거들께서는 '추천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너무 힘빼지 않으셨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 ^;

다음 미디어 블로거뉴스라는 플랫폼에서의 노출도는 3인(혹은 4인?)의 편집부의 전략적 선택행위(편집)에 의해 좌우된다. 추천수(혹은 추천시스템)와 노출도(= 트래픽)는 그다지 큰 관련이 없다(아니라는 근거를 알고 계신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라).

4. 그리고 끝으로, ^ ^;; 제발 좀 '블로그의 고유 url'을 다음 블로거뉴스 주소로 둔갑시키는(이건 올블이든 블코든 마찬가지지만, 다음 블로거뉴스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악질적(달리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행태에 대해선 '웹2.0'이라는 수사에 어울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시길 권하는 바다.


* 사소한 본문 보충, 링크 추가 및 표현 추고



* 관련 (전혀) (혹은 별로) (없는) 추천 팟캐스트 : 그야말로 흥미진진~!!

"명예훼손물에 대한 포털의 책임 판례"에 대한 의견 (07.12.25)
by 새드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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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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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going 2007/12/26 11:04

    먼가 사실 관계에서 에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창선님은 블로그 계에서는 무명이고,
    민노씨는 블로그 계에서는 많이 유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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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26 12:17

      그러면야 저도 좋겠지만(진담)...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을 확보한 블로그(거)는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진실).

      소위 파워블로그(거), 저는 '블로그(거) 파워'라는 말을 더 선호하지만요, 이게 다 실체없는 허상에 가까운 이미지라고 생각해서요. ^ ^;
      그렇다고 블로그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 )

  2. 까칠맨 2007/12/26 11:22

    egoing 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_^ 이름없는 블로거라뇨? 그럼 저희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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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26 12:19

      우리는 (그저 같은) 블로거죠. ^ ^;

      (아직) 작디 작은 블로그판에서 누가 유명하네, 마네..
      이건 솔직히 (좋게 보면) 순진해서고, (좀 정색하면) 유치한 소꿉장난 마인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 ^

  3. 민노씨 2007/12/26 12:14

    * 사소한 본문 보충, 링크 추가 및 표현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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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까칠맨 2007/12/26 12:28

    식사하셨는지요? 그렇다하더라도...인지상정이라...ㅎㅎ 그리고 블로그 세상이 멀지 않아 열리지 않겠습니까? 오늘 모 기사를 보니까 인터넷 서비스 중에서 블로그가 가장 많이 증가하였다고 하던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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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26 14:15

      안그래도 슬슬 배가 고파왔는디...
      까칠맨님 말씀 들으니 더 배고프고만요.
      그런데 너무 살이 디룩디룩 쪄서..
      굶을까 말까.. 고민 때리고 있습니다. ㅡㅡ;

      현재의 블로깅 문화, 그리고 블로그 콘텐츠의 유통구조, 그 패턴이 더 구조화한다면...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블로그혁명 역시 '마케팅 수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5. fulldream 2007/12/26 13:42

    유창선씨가 블로그계에 등장한 걸 보니 오프라인에서 활약중인 사람들이
    점차 블로그계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분이
    오프라인에서는 상당한 유명세가 있겠지만, 온라인에서 중요한 건
    컨텐츠의 질이죠. 질이 좋지 않다면 그만큼 평가가 낮아지기 마련이니...

    (물론 온라인계에서도 이미 인지도 순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경우가
    적잖긴 하지만 말이죠...)

    온라인에서 명성을 쌓은 블로거와 오프라인에서 명성을 쌓고 블로거로
    도전하는 사람들간의 대결이 어떻게 이뤄질련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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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26 14:24

      제 다른 포스트에서도 몇 번 이야기한 바 있지만..
      제가 온라인을 좋아한 이유, 블로그를 좋아한 이유도..

      콘텐츠 그 자체만으로 평가하고, 교류하고,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씀처럼 콘텐츠 외적인 요소들(외적 권위의 관성이랄지)가 개입하고, 정말 코딱지만한 블로그판 안에서도 무슨 놈의 허울만 좋은 권위와 인맥 따위에 대한 부정적인 위계가 생기는 것 같아서 몹시 아쉽습니다.

  6. cansmile  2007/12/26 15:05

    유창선씨가 다소 실망스러운 스캐치 정도의 글로 포스팅하는 것은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쉽게 읽혀지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닐까요?
    음... 그에게 본질에의 통찰을 기대하고 접근한 사람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겠지만요.
    그리고 fulldream님의 말씀처럼 오프라인의 인지도 있는 분들의 블로그계 입성은 다소 환영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어떤 분께서 기자들을 물러가라~ 투의 글을 올리셨지만, 그들의 블로그질은 블로그를 미디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당분간은 그들에게 시선이 집중되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분명히 그들을 품고 있는 매체에서 그들만을 위한 리그를 마련하는 것에는 비판적입니다.

    쨌든.. 그리고 egoing과 까칠맨 두 분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2/27 02:37

      좋은 의미의 대중성, 대중친화적 배려라고 생각하기에도 너무 뻔한 소리들이 많아서요..ㅡㅡ; 그런 점에서는 대중적인 글쓰기가 '뻔한 소리'는 아닌 점에서, 그리고 좀더 새로운 '발견'으로서의 글쓰기를 기대하게 하는 나름 그 '영역'의 전문가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저 역시 유창선씨와 같은 분들이 좀더 블로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블로그를 '글 옮겨 쌓아놓는' 창고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네요(이런 '창고'개념으로 블로그를 활용했던 가장 나쁜 예가 한겨레블로그에서의 '홍세화 블로그'였던 것 같습니다).

  7. 레몬가게  2007/12/27 00:55

    푸후훗. "나름대로 장사해보겠다는건데.."
    민노씨 이런점이 참 좋아요.
    코딱지만한 블로그에서 얼토당토않게 권위(가오)잡는거 저도 참 안좋아하구요.

    모르겠습니다. 아주 예전부터 블로거를 대한민국국민의 (필요)충분조건처럼 "블로거의 생각이 이러하니 이게 옳은것"식의 태도를 참 싫어해서 블로거하기 싫다고 그랬었는데 이번 대선 관련해서 다시 좀 생각해보게 되네요. 블로거가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이번 대선사태(사태까지야)에서 보듯 많은 블로거들이 "이런식으로 영향력이 있을꺼다"생각하는거랑은 좀 많이 다른 방향이거든요. 이 부분 정리되면 포스팅하게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엄한얘기 올렸네요. 블로기즘과 저널리즘이 분리되어야 한다는것에 이런의미로 크게 동감한단 이야기를 하려 했던건데..
    그리고 추신4번. 저 올블에서 여기 들어오다가 자꾸 로딩걸려서 안넘어가길래 고유주소잘라다가 다시 입력해 들어왔습니다. 껄껄껄..
    제 홈페이지도 가끔 http이동이 너무 많아서 올블에서 들어오다 먹통이 되어버리더군요.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2/27 02:41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

      1. 대선과 관련해서는 블로그계의 빅뱅을 내심 기대했는데... 아쉬움고 컸고, 한계도 뚜렸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시스템의 문제이면서, 블로그 내부의 역량의 한계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였던 것 같아요.

      2. 블로기즘과 (전통)(혹은 현실)저널리즘은 ㄱ. 콘텐츠 생산 및 유통 시스템 ㄴ. 조직의 조력이 가능한 유기성 정도 ㄷ.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 ㄹ. 편집권 등등에서 구별하는 것이 좀더 유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전통) 저널리즘이 표방하는 (비록 수사에 불과할지라도) '객관성/중립성'이라는 신화와 기만을 깨뜨리는 '개성/주관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블로그'의 경향과 특성을 생각하면 더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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