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저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판례들의 사실 관계와 (교양법학 수준의) 기초적인 법리적 쟁점을 판결문을 통해 정리하고, 그 판결문 속에 있는 '사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취지로 소박하게 적어보는 글에 불과합니다. 꾸준히 연재하려고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쓰네요. 지식이 일천한 탓에 잘못 서술(정리)된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이에 대해선 조언을 당부드립니다.

** 최근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저작권 제한조항에 관한 판례를 살펴보고 있었는데요.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정의와 인정 및 제한범위, 그리고 저작권과의 관계를 자세하게 설시한 좋은 대법원 판례가 있어서요. 최근 점점 더 초상권 혹은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판결문을 위주로, 글이 좀 긴 경우엔 목차로 구분하는 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0. 상품권 소설가 사건

대상판례 : 대법원  1990. 9.28. 선고   89누6396

상품권 발행업체가 이미 사망한 유명 소설가의 초상을 상속인의 승낙 없이 상품권에 게재한 것이 그 상품권의 사용처나 기재 내용 등에 비추어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아 초상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 사실 : 상품권 발행업체가 이미 사망한 유명 소설가의 초상을 상속인의 승낙 없이 상품권에 게재

* 쟁점 및 요약 정리
1. 큰 차원에선, 초상권 침해 여부
(( 이하 위 문제를 판단하기 위한 선결문제 ))
2. 초상권의 법적 성질 : 기본적으론 인격권적 성격
3. 인격권으로서 초상권이 침해되는 경우 적용되는 규정 : 저작권 '저작인격권의 규정'을 유추 적용
4. 인격권으로서의 사자(死者)의 초상권 침해 기준 : 명예 훼손 여부
5. 초상권이 재산권으로서 인정되는지 여부 : 퍼블리시티권의 일부로서는 재산권적 성격. 
6. 사자(죽은 사람)에게도 재산권으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의 일부로서 초상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 인정.
7. 초상권의 상속 문제, 즉 퍼블리시티권의 일부로서 상속이 가능한지 여부 : 상속가능.
8. 사자의 초상권이 퍼블리시티권의 일부로서, 즉 재산권으로서 존속하는 기간 : 사후 50년


1. 초상권 : 사자(死者)의 초상권이 인정되는 경우 


* 요약

1. 초상권은 (본질적으로) 인격권으로서 일신전속권이고, 따라서 생존시에 한정되고, 상속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비재산적 성격을 갖는다.
퍼블리시티권의 일부인 경우에는 재산권적 성격을 띤다.(재산권적 성격을 갖는 초상권)
따라서 퍼블리티시권의 일부로서 재산권적 성격을 띠는 경우 그 권리는 '상속'되며(유족이 소송을 걸었으므로), 사후 50년 간 인정된다.

2. 초상권은 이를 규율하는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저작인격권(판례 "유사한 성격의 권리인 저작인격권")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한다. 따라서 초상권 침해는 저작인격권의 침해와 유사하게 (당연히) 손해배상청구권 발생 근거가 된다(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

3. 단, 사자의 초상권은 생존시보다는 좀더 보호정도가 느슨하다.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초상권(인격권) 침해가 인정된다. 즉, 사자(망자)에게는 초상권 침해가 생존한 사람보다 제한된다.

1.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은 일신전속적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초상권의 기본적인 성질)
2. 사자(死者)는 원칙적으로 그 권리 주체가 될 수 없고, (일신전속권으로서의 성질)
3. 설령 일정한 경우 사자(死者)의 초상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의 초상권과 달리 그 보호범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인데, (예외적으로 사자의 초상권이 인정되는 경우 그 보호범위)
4. 유사한 성격의 권리인 저작인격권의 경우 저자의 사후 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점(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참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저작인격권 규정 유추적용)
5. 사자(死者)의 초상권도 사자(死者)의 초상을 사용한 것이 그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사자의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는 기준과 그 범위)

- 판결요지 중에서


2. 퍼블리시티권


* 핵심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은 성명, 초상 등 동일성에 관한 상업적 통제권이다(물권적인 배타성을 띤다).
따라서 재산권적 성격이 강하고, 상표권 혹은 저작재산권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되며, 이는 상속이 가능하다.
사자의 초상권이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존속기간은 사후 50년이다.

3.  퍼블리시티권 성질과 인정근거 및 그 범위


ㄱ. 퍼블리시티권의 정의

소위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라 함은 사람이 그가 가진 성명, 초상이나 기타의 동일성(identity)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하는데,

ㄴ. 우리법 해석상 독립적인 권리로 인정되는지 여부 (O) 및 인정근거
이러한 권리에 관하여 우리 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1. 대부분의 국가가 법령 또는 판례에 의하여 이를 인정하고 있는 점,
2. 이러한 동일성을 침해하는 것은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점, 사회의 발달에 따라 이러한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는 점,
3. 유명인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획득한 명성, 사회적인 평가, 지명도 등으로부터 생기는 독립한 경제적 이익 또는 가치는 그 자체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한 점

등에 비추어 해석상 이를 독립적인 권리로 인정할 수 있다.

ㄷ. 인정되는 소재(범위) : 일반인에게도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 뿐 아니라 일정한 경우 일반인에게도 인정될 수 있으며, 그 대상은 성명, 사진, 초상, 기타 개인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경우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물건 등에 널리 인정될 수 있고,

ㄹ.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이 초상권인 경우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이 초상일 경우 초상권 중 재산권으로서의 초상권과 동일한 권리가 된다.

3. 퍼블리시티권이 상속되는지 여부(O)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보다는 재산권에 가까운 점, 퍼블리시티권에 관하여는 그 성질상 민법상의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유추적용하는 것보다는 상표법이나 저작권법의 규정을 유추적용함이 상당한데 이러한 상표권이나 저작권은 상속 가능한 점, 상속성을 부정하는 경우 사망이라는 우연적 요소에 의하여 그 재산적 가치가 크게 좌우되므로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큰 점 등에 비추어 상속성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4. 퍼블리시티권의 존속기간(=해당자의 사후 50년)

ㄱ. 존속기간을 제한하는 취지.
퍼블리시티권이 명문의 규정이 없는 권리이기는 하나 무한정 존속한다고 해석할 경우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적 행위가 대부분 후손들의 동의를 필요로 하게 되어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상속인을 찾아 그러한 동의를 얻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점, 본인의 사망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자(死者)의 성명이나 초상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공공의 이익도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존속기간을 해석으로나마 제한할 수밖에 없고,

ㄴ. 존속기간은 저작재산권의 규정을 유추한다.
그 방법으로는 퍼블리시티권과 가장 성격이 유사한 권리의 존속기간을 참조할 수밖에 없는데, 퍼블리시티권은 현행법상의 제 권리 중 저작권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고, 저작권법 제36조 제1항 본문은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을 저자의 사망 후 5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유추적용하여 퍼블리시티권의 존속기한도 해당자의 사후 50년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ㄷ. 사자의 초상권이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 그 재산권적 성질의 초상권의 존속기간(50년)
사자(死者)의 초상 등이 게재된 상품권이 사망 후 약 62년이 경과한 때 발행되었다면 그 시점에 위 사자(死者)의 퍼블리시티권은 더 이상 독점적 권리로서 보호될 수 없었다고 본 사례.


* 소박한 단상...

재산권적 성질을 갖는 퍼블리시티권으로서의 초상권이 존속하는 기간을 저작권법상 관련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50년이라고 설정하고 있는 판례다. 다만 사안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자 사후 64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다만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 침해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 침해에 따른 피해보상의 여지가 있겠다. 물론 이 사안에서는 이 역시도 해당사항이 없다.

뭐랄까, 너무 길다. ㅡ.ㅡ; 저작재산권의 존속기간을 저작자의 사후까지 보호하는 취지가 없지는 않겠으나, 개인적으론 이를 50년, 혹은 70년으로 설정하는 건 너무 일방적으로 저작권자와 그 상속인들을 제도적으로 과잉보호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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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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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도리 2009/02/10 18:01

    요즘 블로그저작권에 대해서 스터디중인데 너무나 유용한 정보인데요. 감사 ^^
    제가 민노씨님을 소개한 포스팅이니 들러주시와요 ㅋㅋ
    http://midorisweb.tistory.com/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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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10 19:32

      재밌고, 유익한 릴레이네요. : )

      추.
      미돌님 덕분에 무플 면했네요. ㅎㅎ

  2. koreasee 2009/02/11 08:02

    제가 몇일전 위인전 시리즈로 페러디 작업해서 올리려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 초상권에 문제가 야기 될것 같아서 포스트 내렸었습니다.
    초상권 정말 잘 생각해봐야 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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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11 17:17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공인'에 대해서는 초상권이 제한되고요.
      또 비평 목적의 '비판'범위도 꽤 넓게 허용됩니다.
      올리셔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 ^;

  3. 현웅재 2009/02/11 08:47

    초상권에 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디자인과 메뉴 명이 보기 좋은데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11 17:18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셨다니 보람입니다. : )
      가급적 우리말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좋게 봐주시니 것도 참 고맙구요.

  4. 非틀 2009/02/11 12:09

    민노씨 말씀대로 저작권자 사후 50년 규정은 너무 깁니다. 문제는 이게 국내 문제만이 아니라는 거고요. 저작권에 관한 국가 간 다자조약으로 현재 발효 중인 건 파리의정서인데요, 우리 나라를 비롯한 사법 후진국들/기술 후진국들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의정서를 비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저작권, 특히 산업기술과 관련된 특허권/실용신안권/의장권/상표권/서비스마크에 관한 권리/상호권/부정경쟁에 대한 보호권 등을 저작권자 사후 50년이나 보호하는 규정은 오로지 선진국들이 뽑아 먹을 거 다 뽑아 먹을 시간 주자는 거밖에 안 됩니다. 이것도 모자라 유럽연합은 보호기간을 저작권자 사후 70년으로 연장하는 지침을 발표했고 이에 자극받은 미쿡 역시 70년으로 연장했지요. 미쿡은 한미 FTA에 이를 적용하려 하고 있고요.
    비약해서, 제국주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통감합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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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11 17:20

      비틀님께서 관심이 많으신 영역이신 것 같네요. : )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로선 저작권을 현실적으로 존중하고, 창작욕을 고취하고, 보호해야 하는 제도적인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현재 저작권법 체계는 너무 일방적으로 저작권자의 편에 서서 좀더 거시적인 문화의 발전이라는 취지(저작권법 1조에 명시된 취지)를 저해하는 지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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