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롤랑님의 글을 읽고, 짧게 부연합니다.


1.“우리는 자유에 처단되었다”고 사르트르는 인간이 자유로울 수밖에 없음을 비유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로워야 하고, 또 그렇게 인간은 자유를 궁극적인 인간성의 본질이자 그 조건으로 희구합니다. 물론 현실 속의 인간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말이죠.

2. 블로그에서의 소통도 마찬가지죠. 소통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대화입니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의미를 이루는 큰 테두리, 그 구조를 생각한다면, 소통은 발화(몸짓, 표시, 글쓰기)로 부터 출발하죠. 사람 동물의 욕구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애정결핍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인 것입니다. 이것은 물론 동물적이면서, 또 너무도 인간적입니다.

3. 미디어적 의미에서는 블로그는, 정말 이제는 식상한 느낌이 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관계모델입니다. 대화 도구이자 시스템이죠. 그것을 가장 강하게 상징하는 하위 얼개들은 링크, RSS, 댓글, 트랙백 등등이겠죠.

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는 링크와 RSS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링크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만큼 강력한(블로그는 링크다!) 소통 도구이고, RSS 역시 '발행'자의 입장과 '구독'자의 입장을 염두에 둔 모델이라서, '서로 짝'으로 존재합니다. 댓글이나 트랙백 역시 마찬가지죠.

이렇게 블로그를 둘러싼 기술적인 설정들은 '홀말'이 아니라 '짝말'로 이뤄진 소통의 매개들, 소통의 도구들을 자신의 육체로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블로그는 이미 '소통'에 처단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4. 블로그를 사르트르의 '자유'에 비유한 첫 문단으로 돌아가면, 그렇다고 누구나 '자유'를 느끼는 것은 아니고, 또 '자유'가 인위적으로 '강요'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것은 그저 즐겁게 추구하는 것이고, 즐겁게 고민될 수 있는 것일지언정, "당신은 자유로워야 한단 말야!!!"라고 타인에게 '강압'하는 태도는 자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겠죠. 그리고 "나는 자유에 대해선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자유까지도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블로그가 소통이든 뭐든 관심없어!!!"라는 (광의의) '소통'의 표현도 존중되어야 할 줄로 생각해요.

그러니 미루님께서 이에 대해 논평하신 바의 취지를 떠올리자면, 이것이 자유이다/아니다라는 것은 그다지 실효적인 논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유의 풍경, 자유의 방법론, 이와 같은 의미로, 소통의 풍경, 소통의 방법론이 중요한 것입니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그 소통의 풍경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제는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서 짧게 써봅니다.



* 본문 참조 링크

실존주의 선언의 의미와 52년 논쟁 http://minoci.net/129
기도와 희생 : 나와 너 http://minoci.net/106  
마지막으로 남겨야 하는 블로그툴 - 링크와 인용 http://minoci.net/164

미루님 http://blog.joeaney.com/
미루님의 논평
http://minoci.net/616#comment13627



* 발아점
일방적인 전시를 위한 블로그? (로망롤랑)
http://iblogger.kr/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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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익명성 리플이 소통 일까?

    Tracked from 리카르도의 선형적인 게슈탈트 2008/10/05 11:38 del.

    여기저기 블로그들이 소통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그들의 글에선 뭔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다. 마치 허공에 붕뜬듯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 또다른 표현을 빌자면, 그자신이 2차원 이었던 직선이 점하나를 잃으며 3차원의 공간에 버려져버린 점이 되어버린 것과 같다고 해야할런지... 여기 사과 하나가 있다. 주먹보다 큰 크기에 꽁지 주변엔 불그스름한 색깔이 투박하게 퍼져있고, 아래로 갈수록 은은한 푸른색의 줄무늬가 마치 달콤한 사과즙마냥 아래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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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멀뚱이 2008/10/04 07:18

    사르트르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포스트 좀 추천해 주세요. :) 믹시 올블 추천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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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7 00:58

      사르트르는 사르트르죠...
      라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한명이죠. : )

  2. 로망롤랑 2008/10/04 08:36

    대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관계모델이고 또 그러한 도구인데 이의 사용자인 블로거 역시 그러한 모델이 가진 특성에 부합해 소통하고자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블로그에 발을 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툴의 특성과 인간존재의 특성이 서로 부합되 소통을 아니할래야 아니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죠. 모든 조건이 '소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되풀이하지만 블로그에서 소통을 민노씨는 여러가지 장치를 거의 전부 언급해 주시는데 그가운데 하나만이라도 가능하다면 소통을 위해 열려 있는 블로그라고 하시고 물론 저도 그에 공감합니다. 뭐 그야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인가 조금 수동적인 자세인가의 분간일 따름이겠죠.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소통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모두 닫아 놓는 블로거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블로그가 가지는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장치를 거스르며 소통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는 모순된 블로거는 없으리라고 여기구요. 블로그를 가지고 표명할 수 있는 그 '자유'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이는 제가 직접 얘기한 부분인가요? 잘 생각이 안나네요..물론 그들이 어떤 입장이고 어떻게 그 의사를 표명하든, 소통을 하든 안하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이겠죠.. 제글에도 언급되었듯이 댓글을 다 차던하던, 로그인후가능이든, 승인이든 저로선 강력한 반대의 입장에 서 있지 않습니다. 그건 그들의 자유니까요..존중해주죠.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구요. 하지만 블로그와 블로그에 발을 들여놓는 블로거를 생각해 볼때는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제 글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포스트는 아니죠? 자유에 관한 부분은 살짝 이해가 안가서요 그냥 부연하신거죠? 자유에 관한 이야기도 공감합니다. (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약간은 제가 이해를 못하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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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7 03:21

      이 글은 로망롤랑님의 글을 읽고, 말 그대로 그 글을 발아점 삼아서 제 생각을 좀더 부연하고, 풀어놓은 글입니다. ^ ^;

  3. S2day 2008/10/04 11:58

    지나친 언론통제에 이어 블로그 통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민국이 점점 공산국가가 되어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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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일 2008/10/04 16:49

      혹시 "독재국가"를 공산국가로 잘못 표기하신 건 아닌지요?

    • 민노씨 2008/10/07 03:22

      S2day /

      댓글로는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 )


      이정일 /

      ^ ^;

  4. capcold 2008/10/04 15:19

    !@#... 제 경우, 이런 식으로 조언하곤 합니다: "자신의 맷집이 견딜 수 있는 만큼씩만 소통을 열어 놓으시면 됩니다. 다만, 열어놓은 바로 그 정도 만큼씩만 여러분의 작업물이 세상 속에서 유의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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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7 03:23

      비정하리만큼 냉정한, 하지만 합리적인 조언이네요. : )

  5. 리카르도 2008/10/05 17:21

    토론에서 뭔가 부족한게 보이는것같아 몇자 적어서 트랙백 걸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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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7 03:23

      글 잘 읽었습니다. : )
      고맙습니다.

  6. 김굴비 2008/10/06 15:10

    안그래도 오늘 한겨례 신문에 노벨상 기사 다루면서
    사르트르 언급되던데요 ㅋ 노벨상 거부한게 카뮈가 먼저받아서
    그랬다는 소문이 있다는 식으로요 ㅋ
    그나저나 오랜만에 들렀네요? 잘 지내시죠?
    처음 뵈었을때가 여름이었는데 어느새 석달지나 벌써 가을이네요.
    좋은 한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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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07 03:24

      그러게요.
      정말 시간이 빨리 갑니다..
      굴비님께서도 좋은 한 주 되시길..

  7. 미루 2008/10/11 16:33

    리플 많이 받을라고 민노씨 블로그에 리플달았는데 아무도 리플 안달아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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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3 17:26

      이룬이룬.. ㅠ.ㅜ;;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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