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다지 큰 관심이 생기는 주제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궁금해서 몇몇 저널과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봤다. 흥미로운 건 조선닷컴에서 읽었던 '신사임당은 억울하다'라는 칼럼이다. 이게 nova님께서 예전에 미투로그에 짧게 기록한 그 입장과 거의 유사하더란 거지.

자칭(타칭?) 페미니스트 nova님의 입장과 보수를 넘어서서 수구 소리 듣는 조선일보의 칼럼 입장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 좀 신선(?)했다.

암튼 한겨레와 조선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상징적으로 말할 수 있을 수 있을 듯 한다.



위 ㄱ. 한겨레 기사는 일반 기사고, ㄴ. 조선 쪽은 칼럼이다.


1.
한겨레 안선희 기자는 여성계의 반응으로 썰을 풀면서 대중적인 감수성의 대변자로서 '네티즌'을 동원한다(네티즌은 동네북이다). 그런데 물론 그 네티즌들은 '고액권'에 신사임당을 선정한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네티즌이렸다.

내용은 그런데로 무난하다. 무난하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뭐, 그다지 신선하다던가, 혹은 깊이있는 분석이 있다던가, 그런 건 발견하기 어렵고, 그냥 '한겨레에서 읽을만한 기사군!'이란 느낌이란 소리다. 한은이 황당하다면서 뽑은 제목은 좀 자극적이면서, 그래서 더 식상한 기분이 든다.

물론 신사임당과 '교육열풍'을 연결시킨 부분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지만 말이다(이 글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서도). 다만 그것 역시 식상하게 풀어낸 것 같아서...


2.
반면 박선이 칼럼은 꽤 참신하다.
제목부터가 신사임당스럽다.

'신사임당은 억울하다.'

오, 참신하다.
여성계의 단편성이나 스테레오타입을 공격하면서, "전복적 상상력"이라는 '진보진영의 관용어'를 끌여들어서 여성계의 반응은 좀 고리타분한 반응이라는 투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꽤나 설득력이 있고, 세련된 형태라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입장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거시적으론 보수적인 관점을 갖지만 사안에 접근하는 방법론, 글쓰기의 태도에 대해서는 진보적 분석력을 보여준달까 뭐 그런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진보적 페미니스트 '베티 프리던'(이 사람이 뭐하던 사람인지 나는 모른다)을 간접적으로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지적 권위를 은근히 씌운다. 여러모로 탁월한 (전략의) 칼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걸 조선닷컴에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좀 살짝 아쉬긴 했다.


3.
나는 딱히 고액권 초상이 누가 되어야 한다던가(이미 물건너 갔잖오. ㅡㅡ;; ), 한국은행의 '신사임당' 선정사유가  굉장히 골때린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겨레에서 한은의 선정이유라고 기사제목으로 뽑은 “어진 아내에 영재교육에 남다른 성과” 는 좀 의도적으로 '선동적인' 풍이라서 그다지 한겨레 안선희 기자의 입장에 공감이 커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런 기사제목은 좀 지양되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너무 작위적이고, 전략적인데, 그 전략적인란게 너무 촌스러워서 그다지 설득되지 않으니까.

오히려 조선 박선이 기자 칼럼의 경우에는 목소리 톤을 낮추고, 차분하게 여성계의 비판 입장이 갖는 상투성과 스테레오타입을 공격하고, 비판함으로써 오히려 더 커다란 설득력을 갖는다. 그 기사가 서로 반대 매체에 실렸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상상도 살짝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소리가 뭔고 하니...
뭐 별거 없다.
자신의 입장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 때로는 선동적인 문구, 자극적인 고성이 효과적일 수도 있을테다. 하지만 때론, 특히나 이런 '신사임당' 건의 경우에는 좀더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목소리 낮춰 이야기하는 전략이 훨씬 더 유효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4.
나는 조선일보에 적극 기고하거나, 혹은 조선일보에 종사하는 정신노동 종사자들의 역사의식은 빵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편견인 줄은 알지만, 이 편견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조선일보가 걸어온 그 길을 돌아보면 바로 답 나온다고 본다.

조선일보를 인정할 수 있는 '보수'신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조선일보는 '보수'라는 가치를 존중하고, 지향하는 신문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과 이익 만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건 '보수'라거나, 혹은 '진보'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박선이 기자의 맛깔스런 칼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쿨한 칼럼이,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있고, 매우 효과적인 방법론으로서의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틀에 갇혀 버릴 것이라는 걸,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조선일보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고, '소비'되어 버릴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

글이 좀 이상한 쪽으로 흐른 것 같은데...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5.
아, 그리고 블로그 쪽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글은 바로 바로 이 글이다!

이승환, [2007/11/06]
고액권 인물 선정에 부쳐

읽다가 웃겨서 혼났다('유니' 부분은 빼고).
이런 정도의 상상력과 재기발랄이라면 얼마든지 목소리 높이지 않고도 즐겁게 자신의 입장을 세워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p.s.
난 개인적으론, 역시, 유관순을 선호한다.
물 건너 갔지만.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266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댕글댕글파파 2007/11/07 13:53

    이승환님의 글 정말 재밌네요...ㅎㅎ
    각종 링크 다 보느라 이 글 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듯 -_-;;;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8 01:42

      정말 재밌죠? ㅎㅎ
      괜히 시간 낭비를 부추긴 건 아닌지.. 염려되네요. ^ ^;

  2. 너바나나 2007/11/07 17:19

    돈에 위인들을 넣는 삽질은 어디서 시작된건지.
    넣을려면 걍 이건희나 넣었으면 좋겠근영.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8 01:42

      그러게요.
      왜 반드시 인물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

  3. 시퍼렁어 2007/11/07 17:27

    난 새지폐 발행으로 적잖은 실망을 했습니다. 결국 돈은 숫자에 불과하다는것을 더 큰 현찰이 필요 한 이유는 더 작은 부피로 건네받기 위함인건가요? 어릴때 배우던 신용사회 카드 하나로 모든 결제와 소비가 가능한 시대가 왔습에도 불구하고 지폐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요? 외국에서도 이미 지폐는 상징적 의미가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결론

    요즘 사과 상자 한박스로는 성에 안찬다 이말...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8 01:44

      저와는 크게 상관없는 화폐단위긴 합니다. ㅡㅡ;

      p.s.
      사과박스의 '부피'가 좀 줄어들 수는 있겠네요.
      처음에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뇌물수수가 더 쉬워지는거 아닌가? 뭐 이런 지극히 한국적인 고민 말이죠.

  4. 이승환 2007/11/07 22:17

    현실 비판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넓게 다루지 않으면 진보 언론은 역공만 당할 것 같아요. 한겨레가 그리 진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ㅜ_ㅡ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8 01:46

      말씀하신 바에 크게 공감합니다.
      사안을 좀더 입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고, 양자의 의견이 합리적으로 혹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을 정도의 사안이라면, 진보 이미지의 상투성을 갖는 것은 좀 식상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겨레도 좀더 파워풀한 기자 혹은 칼럼니스트를 발굴(? 이런게 발굴해서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해야 하지 않나 싶더군요.

  5. 히치하이커 2007/11/07 23:39

    신사임당에 대해 관심도 없고 당연히 아는 것도 없으니 그가 정말 현모양처였는진 모르겠습니다만, 현모양처 형의 여성이 꼭 나쁜 것은 아니겠죠. 현모양처가 선택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게 문제이지.

    아무튼 지금 이 시대에(자본주의와 결탁한 가부장제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여성이 수두룩한데) 현모양처로 여겨지는 인물을 뽑아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8 01:47

      그러게요.
      말씀하신 현모양처 부분에 대해서는 그 현모양처의 현대적인 모델을 정립하려는 노력이 페미니즘 쪽에서 있다면 좋겠단 생각이 오히려 강하게 들더만요.

      마지막 말씀에도 대체로 공감합니다.
      신사임당은 아들도 오천원에 등극한 마당에 좀.. ^ ^;

  6. 써머즈 2007/11/08 02:51

    예전에 우리나라에 위조지폐 사건이 거의 없는 이유는 제일 큰 단위의 지폐인 만원권을 위조해서 유통시켜도 다른 나라에 비해 금액이 작아서 적발되거나 제대로 추적당하기 전까지 본전(^^)을 뽑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0만원권이 있는 거잖아요.)

    물론 사실무근이죠.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8 12:30

      오, 사실무근이라고 보기엔 꽤나 설득력이 있는데요? ^ ^
      오랜만에 직접 논평주시니 반가움이 크네요.
      잘 지내시죠? : )

  7. Hee 2007/11/08 21:51

    전 신사임당이 선정된 것이 좋지도 싫지도 않았지만..
    신사임당이 선정된 것에 극렬히 반대하는 주장들은 싫어지더라구요.
    박선이칼럼은 상당부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긴 하네요..
    다만..왠지 모르게 조선일보라 그런지 뭔가 긁다만 느낌이 남네요...-_-;;;;

    흠흠..
    암튼..
    전 왜 꼭 인물이어야 하는지 참 궁금했어요.
    이승환님의 포스팅에도 남겼지만..
    전세계 고인돌의 70%를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고인돌이나..
    많이들 극찬하는 훈민정음같은 것도 좋을 듯했거든요...
    뭐 고인돌이 니들만의 꺼냐고 따지는 거나.
    세종대왕 있는데 훈민정음까지 넣는 건 뭐냐고 따지는 거나..
    뭐 반대의견들은 있었겠지만요 ㅎㅎ;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11 21:49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어떤 한 쪽의 주장이 압도적인 설득력이나 정당성을 갖는 경우는 드문데, 그런 경우에 상대방의 의견을 개무시(ㅡㅡ;)하는 태도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하기는 왜 굳이 사람이어야 하는건지..는 생각해볼 문제네요. ㅎㅎ

  8. Asuka_Feanaro 2007/11/11 12:18

    전 사실 신사임당 선정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만;
    현모양처라는 것 자체는 솔직히 지나친 스테레오타입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큰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위는 현대 사회에서 꽤나 중요한 요소이고, 이걸 완전히 배제하기가 쉽진 않으니까요. 물론 그다지 이상적인 인간상도 아닙니다만, 굳이 비난할 필요가 있는 인간상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왜 굳이 여성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신사임당이 '화폐'의 인물로 선정되었는지; 신사임당은 한국이라는 사회 전체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야말로 차라리(꼭 여성이 필요하다면) 3.1운동을 가속화시킨 유관순이 여러 모로 낫지 않나 싶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11 21:50

      저도 대체로 공감합니다.
      다만 여성선정의 경우에는 의의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 )

  9. N. 2007/11/13 04:42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시작에 불을 댕긴 저작 [여성의 신비]를 통해 "아내와 어머니에 자신의 존재를 한정하기를 거부하는 여성 해방의 모습"을 제시했다는 베티 프리단은 글로리아 스타이넘으로부터 "중산층 이상 백인 여성에 한정되는 한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다시 "백인 여성 중심의 한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요.

    신사임당이 억울한 건 사실인데 - 루머에 의하면 신사임당은 관직에 나가면서 한양에 머물고 있는 남편을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강릉으로 문안을 오게 하고 자신에 비해 집안도 능력도 딸린다고 무시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도 하죠 - , 박선이 기자의 글은 전혀 개운치가 않네요. 신사임당의 실체가 어떠하든, 페미니스트들에게 그의 의미가 어떻게 왜곡돼 있나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든 없든, <지금 현재 통용되고 있는> 소위 왜곡된 그 상징성이 인물 선정의 기준이 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그 점은 슬쩍 넘어가는 솜씨란 전형적인 조선식 '옆다리 긁기' 수법이군요. 이건 뭐,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의 기념관을 짓겠다며 '그걸 독재의 징표로 재해석하는 건 진보 너희들의 숙제잖니, 너희들은 너무 편협해'라고 점잖게 충고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제 주변 많은 분들은 허난설헌을 지지하네요. 저도 난설헌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데, 뭐... 사임당 씨의 정신을 이어받아 소위 '잘난 아내' 기질을 열심히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23 16:19

      앗, 이제야 발견하네요.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 )

      1. 페미니즘에 대한 논평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2. "지금 현재 통용되고 있는> 소위 왜곡된 그 상징성이 인물 선정의 기준이 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정말 중요한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글을 쓰면서 다소 미진한 부분이 그 점이었는데요.
      날림으로 글을 쓰다보니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소홀히 다룬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의 상식과 관념일텐데 말이죠.
      개인적으론 친일의 경력이 있는 조선일보에서 유관순을 찬성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논평에 감사드립니다.

  10. 허브캣 2007/11/23 18:18

    ★한달에 6키로 감량성공 ..그 비결은 ?
    예전에 다욧트할때는 몸도 아프구
    요요로 살이 다시 찌더라구여...
    콩단백질 파우더로 바꾸고 변비가 해결되면서
    뱃살도 쏙빠지고 피부도 무지 좋아졌어요....ㅎㅎ
    특히 살찌면서 생긴 두통, 위장병까지 사라지니
    너무좋네요 ^^ 요요없이 1년째 유지하고 있답니다.
    연예인들이 왜 많이 하는지 이제 알 것 같네요~
    자세한건 ★허브캣★ 언니에게 문의해보세요
    친절하게 상담해줄거에요 ^^ 0505-308-8564
    http://www.herbcat.com

    perm. |  mod/del. |  reply.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