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는 자르고 작은 키는 뽑아 늘려 모두 병신을 만들고 마는 이 정권의 ‘가짜 평등 교육’의 말로(末路)는 온 국민이 ‘평등하게’ 중국 주인, 미국 회장, 일본 사장 아래서 눈물 밥을 먹는 것밖에 없다. 100년 전 교육으로 민족을 되살리고 나라를 되찾으려 했던 무수한 독립지사들이 “바보들아, 교육이 나라의 운명이다”고 외쳐대던 목소리조차 귀먹은 정권에 지쳐 잦아들고 말았던 5년 세월도 이제 서산(西山)에 걸렸다.
- 강천석,  '바보들아, 교육이 나라의 運命이다 중에서


1. 칼럼 요약(요약할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는 정말 의문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자문자답버전이다.
열심히 혼자서 자문자답 하면서, 첫 번째 문제 내겠다, 두 번째 문제 내겠다, 이러는데, 그 정답은 모두 '교육자'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그 중요한 '교육'을 '가짜평등교육'으로 망쳤다는 게 골자고.
 
'망쳤다'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논거도 없다. 당연히 마땅히 그렇다는 식이다. 나 역시 노무현 정권의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감정적이고, 야만적인 수사를 뒤집어 쓰고 전적으로 잘못이고, 전적으로 뻘짓했다는 투는 좀 놀랍다.

이 글 쓴 강천석이란 분은 세칭 언론인, 쨔날리스트,  논설위원, 칼럼니스트다.
이거 명심하자. 나 같은 이름없는 블로거도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기 위해, 그것을 감정적으로 선동하기 위해 '병신'이니 '바보'니 하는 정말 위험한 수사는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놀라운 건 '병신'이라는 단어다.
병신이란다. 병신.
마음 한 구석에서 뜨거운 뭔가가 치밀어 오르지만, 최소한 강천석 칼럼의 저질스런 차원으로는 추락하기 싫어서 일단 꾹꾹 눌러 참는다.
이에 대해선 후술한다.


2. 조중동네 변신합체모드... 그리고 저널리즘의 당파성과 적대적 공생. 
칼럼은 요즘 한참 이슈가 되는 이명박식 교육정책에 대한 측면 지원 성격이다. 이건 뭐 길게 이야기해봐야 입 아프다. 네이버도 '알아서 기는 판국'에 조중동이야 아주 신났다.

물론 이 문제는 오마이의 '문국현 올인'정책(미디어오늘)과 함께 논해야 하는 문제이긴 하다. 오연호(오마이뉴스 사장)는 "조중동+네 시대가 됐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조중동네'와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적대적 공생이라는 한국적 언론권력의 역학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조중동과 오마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나는 평가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연호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 '뉴스가치'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 그 저널리즘이 표방하는 역사관이나 정치 철학의 측면이다. 쉽게 말해서 정치적 포지션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것 외에는 조중동의 당파성과 (그 본질에서는) 달리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나로선 차라리 (전통) 저널리즘이 추구한다는 객관성이라는 거짓 신화를 적극적으로 깨뜨리고, 우리나라 언론들이 보여주고 있는 정말 대단히 '노골적인' 정치적 당파성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편이 좋지 않나 싶다. 아무리 객관적이라고 외쳐봐야 눈에 뻔히 보인다.

전통 저널리즘의 객관성, 중립성을 표방하고 싶은 언론은 지금처럼 그렇게 외치되, 정말 그런 실질을 보여주고, 그걸 지킬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매체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정치 경제적인 당파성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이런 기만적인 불편부당의 허망한 구호를 외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다.

더불어 잠깐 네이버 이야기를 하자면, 정치기사에 대한 댓글일원화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댓글 일원화는 심층적인 토론문화 위한 것"(프레시안)이라고. 
 
기사는 강북에 있는데, 토론은 강남 가서 하라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나? 이게 '심층적인 토론문화를 위해서'라고 강변하는 네이버에 대해서는 정말 비판하기조차 낯뜨겁다. 자기들도 뻔히 알고 있지 않나. 이래서는 정치기사에 대한 순발력있는 토론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걸.

정말 궁금한 독자들은 그 '심도있는 토론문화'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확인하길 바란다. 그리고 대선미디어연대가 포털의 대선뉴스를 분석한 결과(프레시안)도 더불어 살펴보기 바란다 .

다시 칼럼으로 돌아가자.


3. 칼럼의 야만성 : 막말의 수사학
조선일보 칼럼/사설에서 새롭게 개척한 영역이 있다면 그건 '막말의 영역'이다. '병신'이라는 단어가 전통저널리즘을 추구한다는,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라고 자랑하는 일간지 칼럼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놀라움을 넘어서 비통하다.
쓴웃음이, 헛웃음이 나온다.
이건 정말 웃어도 웃는게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락프로그램 훈계(조선닷컴)








이제 조선일보에 잘못 걸리면 '병신' 소리도 감수해야 하는 '야만'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면서 북한인권 운운하고, 이러면서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 지상주의와 '막말 문화'에 대해 훈계한다. 이건 정말 '친절한 금자씨'가 떼로 와도 도저히 감당 안되는 적반하장이고, 자기배반이다.

이제 대한민국 일등신문 칼럼니스트 '강천석'은 '병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기억될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럴것이다.

'병신'소리 듣기 싫다면 최소한 분노라도 하자.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 이 글은 올블 [나의 추천 글]에 올립니다.
* 이 글은 예외적으로 제 한겨레블로그에 동시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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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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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7/10/12 02:47

    본문 중 오타 수정. 영자씨(ㅡㅡ;;)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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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써머즈 2007/10/12 08:19

    그나저나 요즘 저 동네에서는 클린턴 vs. 부시 때의 클린턴 캠페인 'it's the economy, stupid' 가 유행인가 보군요. 보수 쪽 신문에서 종종 '바보야, 어쩌구는 저쩌구다' 는 문장을 종종 보거든요. 신문에서 '바보'라는 말을 대놓고 정부나 정치인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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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3 21:39

      바보라는 표현은 그나마 양반인데..(저도 종종 봤던 것 같구요. ㅡㅡ; )
      병신이라는 표현은 제가 다 화가 나네요.
      정말 수준이하라는 생각뿐입니다.

  3. isss 2007/10/12 09:57

    저도 칼럼 봤습니다만, 어이없어서 쓰레기통으로 바로 직행해야할 수준의 칼럼이더군요. 논술점수로 매기면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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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3 21:40

      이러면서도 조선일보가 논술장사는 곧잘 하는 것 같아요. ㅡㅡ;

  4. 여형사 2007/10/12 10:35

    네이버 정치분야의 댓글 통합이 '심층적 토론문화'를 위한 조치라는 것은 분명 변명에 불과하죠. 오히려 그 밑에 있는 ""댓글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선거법 위반 소지의 글을 남기는 등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진짜 이유인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면 이용자의 피해를 방조하여 향후 책임을 질 수 있는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 정치 분야 댓글 통합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네이버의 경우는 경쟁 포털에 비하여 10대 후반~20대 남자의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댓글 문화(?)가 크게 발달해 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댓글이 마치 계륵과 같은 것이어서 없애자니 아쉽고 그냥 놔두자니 여러 문제가 많은 어쩌면 골치아픈 부분인 것 같아요. 댓글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 정도이니까요.
    덧. 그나저나 본문의 칼럼은 정말 뭐라 평가하기조차 어려운 배설물 덩어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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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3 21:42

      여형사님 말씀처럼 법률적으로 생겨날지 모르는 문제를 피하겠다는 의도가 그 안에 분명히 있겠죠. 지난 지법에서 '콘텐츠 관리 의무'를 긍정한 판결도 있고 말이죠.

      이와 더불어 대선미디어연대의 조사결과는 네이버의 '알아서 기기'의 근거를 어느 정도는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5. fulldream 2007/10/12 12:50

    메이저신문이라는데가 칼럼을 쓰레기 수준으로 남겼는지...
    그러니 논술학원 강사들조차 한 메이저신문의 논설을 보고 볼 가치가 없다고
    딱 잘라 이야기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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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3 21:43

      최소한의 양식을 가진 논술강사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6. 히치하이커 2007/10/12 15:01

    이 사람 '바보'네요. -전 그다지 고상하지 않아서(ㅎㅎㅎ) 포스트에도 얼마든지 욕도 쓸 수있습죠. (웃음)- 이 사람은 그저 누구든 학교만 맘대로 만들 수 있고, 굴릴 수 있으면 교육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나보네요. 정말 '병신'이라 할 수 밖에 없근영.
    뭐 하나 근거도 없고요. 대한민국에서 기자는 '딱지치기(어쩌면 땅따먹기나 화투일지도...)' 잘 하는 순서로 된다는 진리(...)를 새삼 떠올리게 하네요. 주필 그까이거 대충 키보드만 두들기면 되나본데, 저도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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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3 21:43

      반가운 히치하이커님 오셨고만요. : )

  7. 미고자라드  2007/10/13 02:03

    어휴.. 왜 이렇게 이나라가 절망스럽게 느껴지는걸까요.. 올블 한바퀴 도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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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3 21:44

      절망을 이야기하는 건 그래도 희망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 ^;

  8. Shain 2007/10/15 01:25

    난감하군요. 일기도 아닌 공식적인 글쓰기에서 최소한 지켜야할 룰을 스스로 깼으니 자신들에 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감당하겠단 뜻인지..
    (그랬으면 좀 냅둬줄 수도 있어요.. 욕 좀 드시라는 차원에서)
    저 골치아픈 가치관도 행동이 욕을 드신다고 해서
    달라질 리도 없고 입만 아픈 차원의 문제겠지만
    여하튼 식욕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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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6 19:07

      그러게요.
      Shain님 말씀처럼 식욕떨어지죠. ㅡㅡ;;

  9. egoing 2007/10/16 10:18

    정말 '욱'합니다. 똑같아지지 않기 위해서 '참'습니다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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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6 19:08

      저도 욱! 했습니다. ^ ^;
      그나저나 어제는 참 반가웠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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