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행과 서스펜스 드라마

2007/10/19 08:53
요즘은 자주 찾아뵙지 못하지만, 하긴 요즘은 어떤 블로그도 자주 찾지는 않는다, 솔직히 좀 우울해서리... 암튼, 항상 들를 때 마다 '한 소식' 전해주시는 노네(혹은 잡넘 ^ ^; )님 블로그에 오랜만에 갔다.

그리고, 노네님 블로그에서 삼성은행 프로젝트(?)에 관한 소식을 담은 포스트를 읽었던 거디었다. 대충 기사제목 만으로 접했던 소식이었는데, 역시나 삼성 무섭구나, 싶은 생각의 한편으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삼성 서스펜스, 혹은 삼성 첩보작전을 한 편 감상한 느낌이다.

서스펜스에 대해 친절한 네이버씨(네이버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나로서도 각종의 '사전'류 콘텐츠는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스펜스  [suspense]
극적 위기감. 관객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소설이나 텔레비전·영화 등에서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기교를 말한다. 서스펜스는 프로그램 전개상 지루함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서스펜스 위주의 극을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한다.
이상호 기자가 주연한, 다소 자기도취적 과장이 없지 않았다 싶기는 하지만, 초특급 블록버스터 '삼성공화국'은 예고편만 인구에 회자되는 판국에(혹은 이미 잊혀진 판국에) '삼성은행'이라는 '삼성공화국 2편'이 벌써 제작중이었다니... 요즘 여러모로 우울하고, 쓸쓸하고, 블로깅도 심심하던 차에 나로선 정말 흥미롭기 그지 없다.

쨋든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다.
삼성이 만든 '로드맵' 혹은 '첩보작전'에 의해 스케줄 조정하는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 아니면 뭐가 삼성공화국인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대선주자들의 반응이다.
유력한 대선주자 이명박옹께서는 '금산분리' 정책을 재고할 시점에 왔다고 한 말씀하신다. 역시나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시며 열변을 토하는데, 절묘한 타이밍이라 아니할 수 없다. 'AIG'에게 글로벌하게 덤탱이 쓰고, BBK 김경준에게 글로벌한 사기 혹은 망신(?)를 당한 대선후보 치고는 좀 뻔뻔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저 자신감이라니..

(참고로 정동영씨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제 대선에 관한 미디어의 거시적인 틀은 '이:정' 구도에 맞춰지는 것 같다. 매우 불만스럽다.)

이를 보도하는 조선일보씨께서는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 일각에선 금산분리 완화 주장이 ‘삼성은행’의 탄생을 겨냥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면서 미묘한 뉘앙스로 사안을 다룬다. 공당 국회의원인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이 "17일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인 문건이라는 강력한 물증이 있는 심각한 '문제제기'를 '음모론'으로 둔갑시키는 그 놀랄만큼 세심한 배려에 대해선 그냥 트림 한번 하는 것으로 족하긴 하다. 꺼억~. ㅡㅡ;  

나는 솔직히 금산분리니, 은행법이니, 지주회사니 그 세부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삼성은행'을 둘러싼 이 서스펜스 드라마가 그저 우리들의 긴장과 흥분을 자아내는 픽션이 아니라는 건 안다. 이 드라마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혹은 보이지 않는 방식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아주 잔혹한 리얼리티를 갖는 다큐멘터리일테다.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그들이 '금산분리' 정책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한번 쯤은 경청해보자.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차지할 주인공은 삼성과 이명박과 대한민국의 재벌인지도 모르지만, 이 드라마의 슬픈 엔딩, 그 비극적인 주인공은 대부분의 우리들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주 가끔씩이라도 눈을 뜨고 노려보자.



* 참조
금산분리 혹은 금산분리 원칙 (물론 키워드로 등록하기도 했지만서도)

1.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규제정책으로,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고 있다. 재벌이 금융자본을 사금고화하거나 경영권 방어, 또는 경영권 세습을 위한 지배구조 강화에 동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프레시안 기사 중에서

2. ‘비(非)금융주력자’가 금융기관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은행법 16조2).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예금으로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다수 국내은행 소유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가자 금산분리가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 조선일보 기사 중에서

위 양자 매체에서 금산분리(원칙)을 설명하는 미묘한(혹은 노골적인) 차이를 음미해보길 바란다.


* 참조할 만한 기사

프레시안, 노주희 기자
심상정, 문제의 '삼성 내부문건' 전문 공개
삼성생명·삼성증권의 은행화부터…최종 목표는 '삼성은행' [2007-10-17 오전 3:17:39]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삼성, 은행 소유 추진 물밑작업"
YTN "삼성의 시간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2007-08-30]

프레시안, 홍기빈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
삼성이 제조업 접고, '금융화' 추구한다면?
[밥&돈·13]"산업에서 금융으로"…한국 재벌의 변화한 '축적 전략', 그 파장은? [2007-09-11]

프레시안, 홍기빈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
재벌의 '지주회사' 전환…일터엔 어떤 변화가?
[밥&돈·7]'주가'에만 관심, '산업'에는 무관심 [2007-06-19]






금융시스템은 기업들도 주장하듯이 국적성, 통합성, 안정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금융시스템이 자본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공성에 입각하여 금융정책을 비롯한 산업정책의 중추가 되어야 하는 공기(公器)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미 카드사, 제2금융권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주계열사의 돈줄로 금융계열사를 부실화시켰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재벌들이 해외 투기자본에 대항(?)하여 제1금융권까지 주무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지금 해외자본의 투기성에 대항하여(?) 국내 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끔 하자는 주장은 ‘외국 도둑이 곳간을 털지 못하도록 국내 도둑에게 맡기자’라는 이야기다.

- 대선 쟁점이 된 금산분리에 대한 소고 중에서

이정환, "'삼성은행' 시나리오에 경제 관료들은 춤을 췄다."
삼성의 힘은 법과 제도를 바꾸고 여론의 방향을 흔들만큼 강력하다. 경제 관료들은 삼성이 만든 시나리오에 따라 춤을 추고 언론은 기꺼이 이들의 논리를 확대 재생산해 왔다. 이 문건은 그 빙산의 한 조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 "'삼성은행' 시나리오에 경제 관료들은 춤을 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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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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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7/10/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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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노씨 2007/10/19 22:19

    관련 추천글 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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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스트라 2007/10/19 22:25

    잘읽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원내제1당과2당대통령후보인만큼
    구도가 그렇게 갈 수밖에없겠죠^^;;
    실제로 지지율도 1등과 2등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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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9 23:12

      이스트라님 덕분에 실질적으로 무플을 드디어 면하는군요. : )
      고맙습니다.

      p.s.
      현실적으론 그렇긴 하죠.

  4. 시태오 2007/10/20 04:10

    친애하는 민노씨. 힘네세요^^. 컴퓨터를 통한 가상의 통로로서만 서로를 접할 수 있기에 당신의 우울함을 피부로 느낄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운내시라는 피상적인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이 블로거의 수많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한하는 치명적인 한계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민노씨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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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20 04:21

      따뜻한 말씀이시네요. : )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런데 새벽까지 안주무시고.. ^ ^
      시태오님께서도 내내 평온하시고, 따뜻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날이 꽤 많이 추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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