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천지창조 신화와 김훈

2009/11/10 21:32

“우익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세상을 책임지는 거야. 좌익과 진보는 세상을 맡을 수 없어. 물적토대가 없으니까. 비참하게도 우리 시대의 물적토대의 역사는 우익이 만든 거야. 좌익이 반항하더라도 우익 토대 아래서 반항한 거라고. 그리고 한국사회의 물적 토대를 건설한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야."(김훈)
- http://daswandern.tistory.com/8 에서 재인용

1. 그런 인물중심 영웅사관이야말로 김훈 스스로 소위 좌익과 진보의 부정적인 속성으로 언급한 "낭만적" 세계관이다. 대한민국 토대를 건설한 무수히 많은 (좌우익을 떠난) 국민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름들을 지우고, 숨기는 절대적인 권력의 상징으로서 박정희가 있었을 뿐이다. 무슨 박정희 혼자서 '천지창조'했다는 식의 영웅사관은 심한 거부감이 생긴다. 그리고 우익과 좌익, 보수와 진보의 나눔이 무슨 사회과학적 엄밀성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토록 손쉬운 감상적 편의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마치 조중동이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전도된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2. 관련해서 읽은 김훈의 글이 하나 더 있다. 대단히 감동적인 글이다. 살벌한 현실에 대한 무서운 직시와 체험이 어떤 가식도 없이 날 것 그대로 투영된 글이다. 물론 그런 날 것의 과시, 짧고 단호한 문장들은 전체로선 이 글을 어떤 현란한 수사로 장식된 글보다 훨씬 더 화려한 글로 만들어주고 있기는 하다. 김훈의 '밥벌이 지상주의'는 '밥벌이 만능주의'로 변질될 위험을 안고 있다. 밥벌이는 위대한 것이고, 그것이 기만적으로 문자화되고 화석화된 도덕 보다 우위인 것도 맞다. 다만 그것이 피상적으로나마 남져긴 도덕을 적극적으로 배반하는 현실의 모순구조와 부조리에 대한 방패는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김훈의 글 : http://drchoi.tumblr.com/post/237820711


* 관련글
박정희 시대를 말한다. http://minoci.net/62

* 발아점
1. http://twitter.com/aleph_k/status/5553320403
2. 그리고 알렙(aleph)의 재밌는 논평.

@minoci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를 부국의 "아버지"라고 부른 인간들이 김구, 김대중을 숙부 대접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난 지금 열심히 우파로 잘 살았을 것임. (먼산)
http://twitter.com/aleph_k/status/555392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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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김훈을 만나다 - 작가 김훈은 왜 여진을 빨리 죽였나.

    Tracked from 죽지 않는 돌고래 2009/11/14 18:23 del.

    김훈을 만나다 - 작가 김훈은 왜 여진을 빨리 죽였나. 오마이뉴스에서 주최하는 저자와의 대화에 다녀왔습니다. 저자는 바로 작가 김훈. 오늘 계획은 느긋하게 늦잠을 잔 뒤, 주문해 놓은 김훈의 <공무도하>를 천천히 읽고 7시 30분까지 오마이뉴스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부친께서 갑자기 상을 당하시는 바람에 남양주시에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겨우 첫장을 펴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나이에 비해 큰 상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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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루 2009/11/10 23:09

    보통 김훈의 인터뷰를 읽으면 낄낄 웃어요. 예전에 시사저널이었던가 거기서 했던 인터뷰도 악명높더라고요. 그냥 낄낄 웃었어요. 너무 우악스럽잖아요. 그러고 보면 김훈의 인터뷰는 꾸준히 찾아 읽긴 하는데,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사람의 이름이 나온다거나 좌익, 우익 같은 대상이 그나마 분명한 말들을 꺼낼 때면 김훈은 다른때보다 훨씬 우악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그게 너무 혹독하고 말도 안되게 비장해서 되려 웃겨지는거에요.

    김훈은 밥벌이 이야기를 할 때만 진지한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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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11 05:04

      예전에 [한겨레21]에서 김규항, 또 갑자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게 굉장한 기인으로 알려진 한 여성 인터뷰어와 했던 인터뷰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굉장히 인상깊은 인터뷰였는데요. 기억나는데로 골자를 옮기면..

      1. 조선일보 소름끼치게 글 졸 잘 쓰고,
      2. 내 딸이 페미니즘 같은 이상한 거에 물들지 않아서 다행이고,
      3. 우리시대 최고의 진보는 자본이다.

      뭐 이런 것들이요.
      저는 최소한 그런 솔직함은 좋아합니다. ㅡ.ㅡ;

    • 미루 2009/11/12 00:39

      한겨레21이었네요. 우린 같은 기사를 본거여요! 하하... 암튼.. 저로선 낄낄거리면서 무지 이상한거에요. 낄낄거렸다고는 하지만 뭐 화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자니 너무 어거지라 완전히 지뢰투성이고.. 한편으로는 한 언론사의 편집부장인 사람이 저런 발언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 지 예상치 못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고요. 이후 김훈은 사표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이런 반응들을 예상하고 아주 어거지를 된통 엎질러 놓은거라면, 김훈은 꽤 괜찮은 쇼맨이 아닐까... 심지어 인터뷰에 실린 김훈의 마지막 말은 "김훈, 너 집에 가라.".. 뭐 이런 생각이 드는 추적추적한 새벽이에요.

      http://www.hani.co.kr/section-021023000 ··· 078.html

    • 민노씨 2009/11/12 07:40

      아, 맞습니다, 최보은!
      그 분 이름이 왜 그렇게 기억이 안났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다시 읽어봐도 참 김훈은 거침없이 당당하고만요.
      그 동의여부는 불문하고, 이런 거침없는 김훈의 발언이 별다른 인터뷰의 긴장(참가한 인터뷰이로서의 김규항과 최보은의 역량 혹은 소위 내공 딸림)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 점은 지금 다시 읽어도 참 갸우뚱하게 됩니다.

      날이 참 춥습니다..ㅡ.ㅡ;;

  2. 행인 2009/11/11 00:14

    제가 김훈에 대해선 잘 몰르구요. 김훈이 작가라는 것만 알지 별로 관심은 없는데, 어쨌건 링크 거신 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인가요? 상당히 재밌네요. "먹고사니즘"에 관한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군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우리가 어디서 쌈질하고 들어오면, 때리지 말아라,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잔다 이렇게 이야기하셨는데, 언제부턴가 제 주변만 봐도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건 당연한 코스고 맞고 들어온 자식 부모가 쌍코피 터뜨리지 않나, 남의 자식 주어패고 오면 잘했다고 쓰다듬어주는 이상한 현상이 목격되곤 하네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링크거신 글을 보면서 단지 '먹고사니즘'의 숭고함이 느껴지기보다는 갑자기 뜬금없이 그런 생각들이 드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배를 쫄쫄 굶어가면서도 밥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가르쳤던 우리 윗세대들은 배고픔의 숙명을 '아Q'처럼 승리적 관점에서 합리화 한 것일 뿐이었는지 난처하네요.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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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11 05:10

      김훈의 글에 대해선 뭐 날 것의 세계 속에서 서로 잡아먹듯 사는 이 살벌함 속에서 공감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행인님 말씀처럼 무슨 심오한 각성이나 성찰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현실을 합리화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에요. 그런데 너무 과도하게 합리화하니 그게 좀 거슬리죠.

      지난 전두환 신군부시절의 용비어천가에 대해서도 뭔가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김훈의 모습이야 저 개인적으론 참 저 양반 대단하네...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밥벌이로 합리화되거나 정당화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밥벌이는 밥벌이대로 존중해야 하지만, 욕먹을 건 욕 먹어야죠.

      행인님의 깊이 있는 논평에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 )

      추.
      아큐의 정신승리법..ㅋㅋ(ㅡ.ㅡ;;)

  3. link 2009/11/11 07:15

    김훈씨 따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의외로 자기 아버지 여성잡지 - 보그, 코스모폴리탄, 하퍼스 바자 같은 류 - 심취해서 읽는다고. 우익이건 좌익이건 김훈은 글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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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12 07:41

      오, 김훈 따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 )
      저 역시 '솔직함'은 어쨌든 김훈의 최대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가식적이진 않잖아요. ㅎㅎ.

  4. 서 수경 2009/11/14 12:23

    김훈이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뭐라 할말이 없네요
    김훈의 글도 읽은 것이 거의 없고 해서..
    많이 무식해서리..ㅡㅡ^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맞죠??
    소감은....글쎄..그냥 고개만 끄덕 끄덕이라고 할 밖엔..
    맞는 글이고 나름의 소신이 분명한 글이라 수긍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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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14 15:34

      저 역시 대체로 감동했던 글입니다.
      다만 밥벌이를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서 밥벌이 만능으로 갈 위험이 없지 않아 보여요. 김훈씨의 솔직함은 미덕이지만, 그의 과거 행적(전두환 신군부시절 용비어천가를 쓴)을 냉정히 돌이켜보건대... 밥벌이 예찬은 좀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5. gg 2011/04/24 02:05

    김훈 역시나 시력이 좋군.

    박정희 이전엔 물질세계는 존재하지 않았지.

    꼴통이념찌질이들이 아직도 인터넷 상에 많은 건 왜일까 ?
    나이를 쳐먹고도 밥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아는 전교조 꼴통 선생들 때문일까 ?
    이념꼴통질 하는 일부 이비에스 강사 새퀴들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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