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명박의 노조관

현대자동차는 지난 20년 동안 여러 번 파업하는 회사가 되어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 모두 걱정하고 있다.

저는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정치노조, 강성노조, 불법파업을 없애겠다.

-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로서 울산에 찾은 이명박의 연설 중에서

출처 : 이명박 "정치노조, 강성노조, 불법파업 없애겠다" [2007-07-27] (VOP)


(지난달 인도의 한 업체를 방문해 보니) 소위 대학 출신 종업원들이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평시에 오버타임(초과근무)을 해도 수당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도 만들지 않는다던데, 만들 수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는데도 스스로 프라이드(자부심)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대학교수들의 노조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의 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서울시 오케스트라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었다. 아니, 음악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가 있는데, 그것도 전에는 금속노조에 가 있었다. 아마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서 그랬나 보다.  
(민노씨 주. 이게 유머구사란다. 아놔. ㅡㅡ; 민주노총의 반박성명에 의하면 서울시 오케스트라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


- 2007. 5. 7.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스포럼의 초청강연 중에서 이명박

출처 : 이명박 노조비하 발언 물의 (한겨레) [2007-05-13]


1. 헌법과 근로기준법

ㄱ. 헌법

헌법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②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③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헌법에서 규정한 기본권인 노동삼권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듯한 박력넘치는 '아주 강한 뉘앙스'로 '정치노조, 강성노조, 불법파업' 없애시겠다는 이명박님.


ㄴ. 근로기준법

제50조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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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조 (연장 근로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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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조 (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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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조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특히 근로기준법 56조에 대해.
"지급할 수 있다"가 아니다.
"지급하여야 한다"다.

규정 성격상 당연히 강행규정이다.
일개인이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규정이 아니며, 이 규정에 어긋나는 노동계약을 맺는다면 그 노동계약은 당연히 무효가 된다(강행규정이니까).

인도의 한 업체에 방문했던 이명박.
ㄱ. (그들)
소위 대학 출신 종업원들은 프라이드가 있다. (대학출신만 프라이드가 있구나... )
ㄴ. 그래서 노동자가 아니다.
ㄷ. 때문에 노조도 만들지 않는다.
ㄹ. 때문에 초과수당도 받지 않는다. (!!!)
ㅁ. (다시 돌아와서) 그들은 "스스로 프라이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이명박)"


업체에서 임금을 받는 종업원(이라면 마땅히 노동자인데)을 우리는 이제 어떻게 불러야 할까? 자존심을 지키려면 노동자면 안된단다. 자존심 지키려면 초과수당도 받지 말아야 한단다.
물론 대학 졸업은 필수다. 도대체 이명박이 말한 '그들'은 누구인가?

'프라이드' 운운하면서, 인도 노동자들은 '자부심'이 있어서 초과수당 받지 않는다고 아주 뿌듯해하시는 이명박님. 도대체 법치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더 웃긴 건 이런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노동단체가 한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건 정말 코미디를 넘어서 비극이다.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웃음도 안나온다.


2. 한국노총의 무뇌아적 행태를 강력히 성토한다.

이명박은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노조'에 대해서는 관대한것인가?
프라이드 없는 자들이라 노조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후보를 지지하다니, 뻔하지 않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자신들을 부정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닌가?
명백한 '정치노조'다.
대통령되면 없애버리실텐가?

한국노총에 묻는다.
한국노총은 어떻게 이런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가?
자존심 있는 사람들은 노조 안만든다고 떠들어대는 후보다.
추가수당을 거절하는게 '종업원의 미덕'이라고 말하는 후보다.
머리가 어떻게 된건가?
이명박 말마따나 '자부심' 없는 존재라서 그런건가?

한국노총은 더 이상 노동단체가 아니다.
자신들을 부정하는 대통령후보를 지지하는 무뇌아 집단일 뿐이다.
한국노총의 이명박 후보 지지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바다.
그들은 스스로가 자부심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희극적이고, 또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증명했다.


* 관련기사 (일부 발췌 인용)

이명박-한국노총,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프레시안)
"이명박 노동관 우려된다"…"한국노총의 방침, 선진적" [200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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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정책연대, 이명박 때문에 '삐걱' (프레시안)
TV 토론, 李 거부해 무산…후보 답변서 봐도 '누굴 찍나…' [200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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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한겨레)
지지후보 선정위한 조합원 총투표서 ‘이명박 41.5%-정동영 31%-이회창 27.5%’[2007-12-09]


한국노총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책연대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1∼7일 벌인 결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고 9일 밝혔다.


* 관련주제 추천 포스트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나를 우울하게 하는 장면 (foog)
'이명박 지지' 한국노총를 애도한다 (새사연, 손석춘)



* 대선관련 재밌는 웹페이지

미투데이에서 접한 소식인데, 경실련에서 재밌는 걸 하네요.

"후보 선택 도우미 - 나와 통하는 대통령 후보를 찾아라"

문항도 다소 빈약하고(20문) 설문 구성도 때론 모호하지만...
재미삼아 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 )
한국노총에서도 이런 과정이나 거치고 투표하지 그랬나 하는 생각도 얼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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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나를 우울하게 하는 장면

    Tracked from foog.com 2007/12/10 21:06 del.

    “정책연대, 노동자의 꿈과 희망을 열어갑니다.” 멋진 말이다. 그리고 멋진 기획이었다. 노동자 조직이 조직원들과 함께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줄 대통령 후보와 함께 보조를 취하겠다는 것은 참 예쁜 발상이다. 그래서 진행된 것이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게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어 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핵심강령으로 내걸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권영길 후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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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춘 칼럼] ‘이명박 지지’ 한국노총을 애도한다 2007-12-10 "솔직히 말해 한국노총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이명박 후보의 말이다. 한국노총이 대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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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y  2007/12/10 21:01

    저는 문국현 후보더군요. 2위는 정동영 후보고, 3위는 권영길 후보였어요. 4위부터는 꽤 차이가 있었고요. 20% 이상.
    지난 번 대선 때 해본 비슷한 설문과는 달리 후보에게 넘긴 질문을 그대로 참여자에게 물어서 답변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뽑는 건데, 꽤 괜찮더군요. 문항에 없는 정책에 대해 '경향'조차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도 확실히 있지만, 나름대로 그럴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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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0 21:04

      경실련 페이지 말씀이군요.
      제 결과는...
      문 : 45 / 권 : 40 / 정 : 20 / 명박 : 10 / 회창 : 5
      입니다. : )

  2. foog 2007/12/10 21:08

    이번 선거만큼 (블랙)코미디의 퍼레이드인 선거도 없었거니와 한노총의 지지선언은 그중에서도 백미죠. :) 그냥 웃어넘기는 게 수명단축을 방지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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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0 21:26

      이렇게 '폭력적인' 코미디는 난생처음입니다.

  3. 히치하이커 2007/12/10 22:13

    요 근래 웃겨서 배꼽이 빠지다 못해, 울고 싶은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고 있다지만 이건 정말 결정타에요.
    도대체 '노총'이란 간판은 왜 달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미친 건지, 제가 정신이 나간 건지...하아...

    덧_근디 '크로스'가 하고 싶으나 제가 시험 기간(특히 목요일이 피크라...)인지라 이번엔 힘들 듯 합니다. 흑흑. 안타깝기 서울역에 그지 없습니다(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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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0 22:39

      그러게요...
      한판의 저질 코미디를 보는 기분입니다.

      덧.
      아, 요즘이 기말고사 기간이죠..
      그걸 생각못했네요.

      그럼.
      펄님께서 제안한 모임은 어떤가요? : )
      ( http://pariscom.info/17 )

  4. 이승환 2007/12/10 23:23

    한국노총에 거의 할 말이 없습니다, 어용이라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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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1 01:51

      갑자기 어용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요.
      '어'는 역시 임금을 의미했군요. ㅡㅡ;

      어용 [御用]

      [명사]
      1 임금이 쓰는 것을 이르던 말.
      2 정부에서 쓰는 일.
      3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

  5. foog 2007/12/10 23:41

    오늘 밤 이모 씨가 바라본 밤하늘엔 금빛어린 별이 반짝반짝하겠죠. 꿈인가 생신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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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1 01:52

      이씨에게 그런 낭만적인 인간적인 별을 바라보는 마음이 남아 있을까...
      싶은...
      그런 생각마저 드는 새벽이네요...

  6. 이정일 2007/12/10 23:57

    태생부터가 어용노조의 핵심인물들이 모인 집단이니 그럴려니 했는데..
    BBK사건을 맡았던 검찰은 물론이고 이건 노골적으로 줄서기를 하는군요.

    우리나라가 정말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권력의 똥구녕을 핥는 개들로밖에 안보입니다. 제가 너무 오버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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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1 01:54

      연예인들의 이명박 지지선언(그 중에선 이름을 도용당한 경우도 있었지만요)도 그 지지선언 자체로는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저이지만...
      자신의 존재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노조집단은...
      정말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7. 시태오 2007/12/11 13:41

    뭐 우울하게 볼 일만은 아닌 것 같네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우파도 빠르게 분화하고 있으니까, 좌파도, 무엇이 좌파이고 아닌지에 대해서 논의의 틀을 새로 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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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1 16:18

      네.
      이번 대선 역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이라면...
      시태오님 말씀처럼 좀더 선명한 정치철학과 노선에 대한 고민이 현실적인 액션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네요.
      넉넉한 말씀 고맙습니다. : )

  8. 지아 2007/12/11 16:30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노조에 가입했었는데 그게 한국노총이었는지 요 몇일 계속 한국노총에서 ARS로 지지할 대선 후보를 선택하라는 전화와 문자가 수시로 오더군요.
    그런데 안습인게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 세사람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다는.. ARS 전화였는데도 핸드폰에 대고 버럭 '없어!' 이러고 끊어버렸다죠;;
    티비 뉴스에서 한국노총이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화면을 보고 혼자 경악을 금치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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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11 18:29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자들께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아쉬움이 큰 분들 많겠다는 생각 듭니다.
      지아님께서는 직접 그런 체험을 하셨고만요...
      너무 아쉽고, 어처구니 없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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