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12월 30일)엔 이고잉 님과 9시간 마라톤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난 해 10월엔 존경하는 박래군 선생님과 14박 15일 동안 우리나라의 아프고 상처 받은, 그래서 더 삶으로 피어오르는 인권현장을 그저 먼발치에서 '구경'하고 왔습니다. 이것은 '천리길 프로젝트'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오히려 박래군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제 부족함에 대한 토로입니다. 이고잉 님 인터뷰는 얼추 정리가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구글문서에 육성을 옮긴 인터뷰 초안을 올려놓고, 이고잉 님과 함께 보완하고 있어요. <인주찾기 네 번째 컨퍼런스, "심의를 심의한다!">가 끝나는 15일 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할 생각입니다. 천리길 후기는 올해 상반기 동안, 가급적이면 4월이 되기 전에 따로 블로그를 만들어 모두 정리하고, 그 뒷이야기들도 담고 싶습니다. 래군 선생님껜 너무 죄송해서 연락도 못하고 있어요. 자리를 주선한 정환 씨께도 송구스런 마음이 한 가득입니다. 항상 더 좋은 분들께 더 많은 폐를 끼치는 것 같습니다... 인권재단 사람의 현모 형, 선일이 형도 떠오르네요. 항상 어렵기만 한 정아 선생님도요.

그 일이 끝나면 존경하는 아거 님과 주낙현 신부님, 그리고 써머즈 님과 좀더 많은 대화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씨앗들을 블로그에 심고 싶습니다. 그 씨앗이 자란다면, 그 이파리와 열매로 작은 책 하나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언제나 아이디어가 빛나고, 열정이 넘치는 정수 씨와 정환 씨께 좀더 많이 배우고 싶고, 항상 제게 주기만 했던 님, 절 끊임없이 격려해주시는 영원한 소녀 박숙경 교수님, 그리고 10년 만에 만난 제 소중한 친구 소영이에게 저도 뭔가 해주고 싶습니다. 신비 님께서 기획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몰라도, 거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고, 항상 씩씩한 소년 같은 링크 님께도 같은 마음입니다. 너바나나 님과는 좀더 자주 연락해 서로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비틀 님, 그리고 인성 씨와는 제 오랜 꿈이기도 한 '문청'으로서의 대화를 좀더 깊게 나눠 보고 싶습니다. 나솔 님께 영어를 좀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승환 수령의 빛나는 재치를 닮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문득 하이커 님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필로스 님께서 새롭게 기획하는 사업이 어찌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올해 있을 준우 씨의 결혼식을 상상해보게 되고, 엔디 님의 연애는 "아름다워도 될까, 생각하다가 잠이 들고" 싶기도 합니다.

종소리 님과 국화 씨, 베스 형, 달부 형... 오랜 필벗들도 뭉개 구름처럼 피어오르네요. 부산에 내려간 귀여운 똘끼(물론 찬사의 의밉니다 : ) 충만한 지혜 씨와 아이처럼 해맑은 성나 씨와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마포 FM을 소개해주신 미르 님과 제 게으름으로 아직 깊은 인연을 맺지 못한  이 피디도 떠오릅니다. 대학의 동기들,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들, 제 몸과 마음을 다줘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제 가족, 제 동생과 누이, 엄마... 그리고 아직도 정말 많은 이름들이 남아 있습니다. 인주찾기 벗들과 블로그래픽으로 인연을 맺은 오랜 블로거들... 이런 마음만 가득하고, 철딱서니 없이 감상적인 글을 쓰면 아직 쓰지 못한, 마음 속에 떠다니는 이름들을 다 써야할 것 같은 미안함이 제 안에서만 아이처럼 가득해집니다. 선거의 해인 올해, 정말 열심으로 일하는 참여연대 이태호 처장, 영민 씨, 선미 씨...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가 시민들을 위해 큰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인주찾기 벗들과 오는 14일 숙명여대에서 있을 네 번째 인주찾기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런 저런 안건들을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와 급해진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메일을 정리하는데 좌측 박스에 주낙현 신부님께서 초록불로 환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어느새 주신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글 수정하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이트인 <온오프믹스>에 컨퍼런스 참석자들을 위한 등록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오병 님의 멋진 반려이신 바리 님이십니다. @2mb18nomA 님을 소개해주셨고, 항상 컨퍼런스를 하려면 가장 큰 걱정이었던 공간을 마련해주셨으니까.

역시나 글이 길어지네요. 겨우 4일 남았고,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글피까지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 만연체로 글을 쓰고 있네요. 하지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 까지 해야 할 일은, 당신을 초대하는 일입니다. 당신을 그저 '관객'이 아닌, 앞으로 신나는 모험을 함께 할, 지긋지긋한 권태와 허무를 함께 나눌, 그 벗으로 초대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일기 같은 이런 글에서 제가 혹시라도 이름 적지 못해서 괜히 혼자서만 마음이 쓰이는 그런 벗으로, 그런 벗은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요, 그런 벗으로, 그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함으로 당신을 초대하는 일입니다. 새벽에 나눈 대화 가운데 한 토막을 옮겨봅니다.  

"J : 흠. 상황이 그 정도라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에너지도 소진하지 않고요. 아, 제가 너무 냉소적이어서 미안해요.

나: 소박한 (비전문가로서의) 개인에게 어떤 공적 의제에 대해 그것을 삶의 매개로 사고하고, 더군다나 타인에게 그 매개적인 사고의 성찰들을 '발표'하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일 것 같아요.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공식적으론 수줍고, 내면적으론 외적 표지에 대한 선망이 강한 사회에선... 그럼에도 아직 그 '(준)전문가'들의 목소리들 조차도 '너무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 위치를 조금은 낮추는 작업이 의미없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J : 예. 동의해요. 사실 저같은 사람도 이제는 뭐 공부한답시고 전문가를 자처하고 그러곤 하죠. 당연히 전문영역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것은 다양한 매체로 잘 정리해서 내보내면 된다고 봐요.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데이타베이스를 만드는 거죠. 오프라인 컨퍼런스가 여전히 그런 정보의 교환 자리가 되는 것은 이미 낡은 틀 같아요. 오프라인 컨퍼런스에선 신나게 서로들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었으면 하는 거죠.

나: 지당한 말씀입니다. 지난 경희대 특강에서 '강의'한다는 것이 갖는 매력을 새삼 느꼈는데요. '컨퍼런스'라는 형식이 다소 '수직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신나게 서로들 이야기해야 하는" 공간과 모임을 만들어내기엔 아직 조건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다만 그것이 '분명한 지향'이 되어야함은 물론이지만요. 신부님과 대화하면서 떠오른 생각인데요. 1. 놀이로서의 컨퍼런스 2. 혹은 '컨퍼런스'라는 형식에 관해 논의하는 컨퍼런스 그래서 3. 컨퍼런스를 끝내기 위한 컨퍼런스를 한번 기획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요. : )

- 주낙현과의 대화, 인주찾기 컨퍼런스가 향해야 하는 곳

정말 정말 글이 길어졌네요.
오는 토요일에 열리는 인주찾기 컨퍼런스가 당신과 "신나게 서로들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진 못할 거예요. 준비도 너무 부족하고, 또 저와 당시는 너무도 수줍고, 또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속물들이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그럴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1월 14일이 우리의 수줍음과 속물근성을 잠시 잊고, 그저 신나게 서로들 이야기하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진심을 다해,
당신을 인터넷 주인찾기 '네 번째 컨퍼런스'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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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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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2/01/10 11:43

    아차!
    나은이 깜박했다, 나은이 알면 삐치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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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나은 2012/01/10 14:01

      안그래도 컨트롤f해서 나은부터 찾았는데
      댓글에서 발견되었군
      흥! ㅋㅋㅋㅋㅋㅋㅋ

    • 민노씨 2012/01/10 14:42

      ㅎㅎㅎ
      이번 컨퍼런스 PR 플리즈~!
      "혜성 같이 등장한 PR인"(아거) 더나은의 능력을 보여주삼~!!

  2. 민노씨 2012/01/10 11:55

    ㅜ.ㅜ;
    조아신 님도 깜박했다! ㅡ.ㅡ;
    아신 님 트윗 소개 고마워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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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viamedia 2012/01/10 12:03

    민노씨의 새벽에 잠시 나눈 사적인 대화가 이렇게 들통나니, 실제로 시간과 열정을 다해서 "인주찾기" 모임을 하시는 분들께 미안할 뿐입니다. 변명하자면 그 애쓰는 노력에 비해 빛이 나지 않은 것 같아서 이런저런 민노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말로 성실하게 준비하는 인주찾기 동인 여러분을 활동을 엿보기만 하는 빚진 마음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공간을 열어가려는 분들을 응원하고 기억하겠습니다. 언제 함께 하면서 기쁘게 한대 얻어맞을 날도 오겠지요.

    많은 이들이 초대에 응하여 서로 벗이 되는 잔치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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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1/10 12:39

      아이코, 제가 민망할 따름입니다..;;;
      항상 진심어린 마음으로 격려하고, 조언해주시니 제 과분한 인복인 것 같습니다.
      우재 씨와 피타 님께 새해 인사 전해주세요! : )

  4. 민노씨 2012/01/10 12:40

    쌔깽 님, 세어필 님, 제라드 님을 빼먹었구먼...;;;
    옥토 님, 블루앤라이브 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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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2/01/10 13:07

    올해의(작년의??) 블로거 후보로 뉴세븐원더의 문제점을 처음 지적하신 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엠피터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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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신병자 2012/01/13 00:20

    정말 명문이네요!!! 이 글 보고 눈물 흘리며 감동했습니다!!! ...(라고 댓글을 달라고 하신 건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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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1/13 00:32

      ㅎㅎㅎ
      아주 잘 하셨습니다! (라고.. 답글을 달고야 말았군용! ㅎㅎ)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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