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손톱' 혹은 품위의 문제

2010/04/12 01:23


한명숙은 연기군수나 나가라고? 처음에는 나경원을 소재삼은 과장된 패러디일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막장이라도 이런 발언을 했을리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저런 소리를 했나보다. 놀랍다. 프런티어타임스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면, 네티즌한테도 명예훼손 소송 거는 무서운 양반인데 설마, 이런 저질 발언은 참 오랜만이다.

1. 우선 나경원 발언에 대해
이것은 정치공세의 한계를 넘어서는 발언이다. 그 자신이 판사 출신이면서 법원의 무죄 판결에 "법률상 무죄지만, 도덕적으론 유죄"라고  법원을 비난하는 것도 황당하다. 법원이 도덕성을 판단하는 곳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나경원은 무엇을 근거로 한 정치인의 도덕성을 이토록 손쉽게 재단하는 것일까. 이것은 당파나, 당리당략,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인격적인 결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에겐 느껴진다. 누구와 참 비교된다. 나경원에게는 상대방의 도덕성을 운운할 수 있는 인격의 최소한이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이번 발언에 한정해,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렇다. 이것은 인간적인 품위의 문제다. 정치인, 비정치인을 떠나 그렇다. 인격이라고 불리는 그 밑바닥에 관한 문제로 나에겐 느껴진다. 흔히 하는 말로, 참 저렴하다. 정말 강한 불쾌감이 인다.

상대방을 공격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원칙과 근거를 갖고 비판해야 한다. 언젠가도 강조했지만, 외국 군대와 싸울 때에도 지켜야 하는 교전규칙이라는 게 있다.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수준으로 "21세기 민주화"를 이야기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명숙이 "총리 시절 세종시를 워싱턴 DC를 능가하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렇게 한명숙을 수도분할론자라고 몰아세운다고 한명숙을 연기군수나 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사족으로 한 마디만 더. 연기군수는 "부도덕"하고, "과거회귀적인" 정치인이 나가도 되는 선거구인가 보다. 댓글에도 어떤 분이 지적한 것처럼  이건 연기군 유권자에 대한 모욕, 더 나아가 국민 전부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2.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의 기사에 대해
흥미롭다. : ) '프론티어타임스'는 처음 듣는 언론사다. 궁금해서 해당 사이트에 방문해봤지만 어떤 성격인지 감이 안온다. 뉴스 신뢰성 측면에서 다소간 의혹이 생겨 '나경원 한명숙 연기군수'로 구글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관련 글이 별로 없다. 주로 게시판에서 나경원을 성토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기사 검색해보니 관련기사 역시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체험치가 있는 언론사로는 YTN과 뷰스앤뉴스에 관련 기사가 보이고, 나머지는 데일리중앙, 뉴스웨이, 시사서울, 프리존뉴스 등에서 관련기사를 싣고 있다(머니투데이에서도 아주 짧게). 특히 "연기군수가 어울려"라는 문구가 포함된 기사 제목은 물론, 기사 본문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 데일리 중앙에서 [나경원 "한명숙, 이미 끝난 후보... 연기군수나 해라"] 라는 기사가 발견될 뿐이다.

각설하고, '프런티어' 윤종희의 기사가 흥미로운 건 첫 문장 때문이다. 나머지 본문은 다른 언론사 보도와 다르지 않다. 그 인상적인 첫 문장은 이렇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의원이 손톱을 세우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달려 들었다.".  기자가 의욕이 강했던걸까? 이 도발적인 문장은 한편으론 신선하고, 한편으론 난감하다. 이게 (포털 송고기사이니만큼) 트래픽을 유도한 것인지 뭔지 역시나 감이 안오지만, 나경원을 마치 '고양이과 동물'로 비유하고 있다("손톱을 세우고" "달려 들었다" 살쾡이나 고양이나 뭐 이런 느낌 들지 않나...;;;). 이런 문학적인(?) 기사는 참 오랜만이다. 대개 경우 사실 전달목적 기사로선 빵점이겠지만, 적어도 나경원 발언이 갖는 느낌(?)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효과적인 수사로 보인다. '손톱'이라니... 절묘하다.


* 추 : 공익 퀴즈
"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회찬과 심상정이 당선되면 좋겠다." 라고 트위터에, 블로그에 썼다 치자.
이거 선거법에 걸리나 안걸리나?
정답은... 클릭 한방! (2-1) 참조) 


* 발아점
@sungchi 의 트위터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1091

  1. Subject : 할 말 못할 말

    Tracked from 모순과 위선사이 2010/04/12 18:41 del.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사건사람이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다. 아무리 이명박이 싫어도 '왜 하늘은 데려갈 사람은 안 데려가고' 같은 소리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노정태의 글을 보고 예전에 썼던 포스트가 생각난다. 그때 노정태는 이오공감에도 올라왔던(나중에 내려갔지만) 이명박 혐오 발언을 알고 있었을까? 내가 기억하기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노씨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해서 그렇다면 독립신문 노무...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cat 2010/04/12 01:55

    누구 말마따나 한 걸음만 물러나서 볼 수 있다면 참 재미있어요. (한숨)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08

      그러게요..;;;
      그나저나 요 며칠(?) 정신 없어서 댓글을 이제야..;;;

  2. 새벽바람 2010/04/12 06:02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군요
    그러니 식설객설 떠드는거겠지요
    아마도 자기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말을 쏟아내고 있을 겁니다
    아무튼 이번 선거에선 머리는 없이 욕심과 입만 가진 사람은 다 걸러내져야할 텐데요..
    글 잘 읽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0

      나경원씨 언동을 보면 나중에 조갑제옹처럼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요즘 나씨 언동을 보면 뭐하자는 플레인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최소한은 지키면서 자기 홍보를 해도 해야할텐데 말이죠.

  3. 시퍼렁어 2010/04/12 07:12

    언제 빠져있었는지 몰라도 구글 리더로 옮기면서 rss 구독을 빼먹은 모양이에요 어쩐지 그동안 글을 못봤다 했음;;;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1

      오, 시퍼렁어님!!!
      정말 오랜만이라능... :)

  4. 자위대 2010/04/13 17:00

    도우미 아줌마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1

      요즘은 천안함 음모론 쓰기에 열중하시더만요.. ㅡ..ㅡ;;

  5. 달콤, 살벌한 선거법 2010/04/14 01:51

    우리나라 선거법 진짜 문제죠. 명예훼손법, 인터넷실명제, 허위사실유포죄, 국가보안법, ... 그리고 선거법.

    '침묵은 금이다'라는 명언은 이미 사회생활 잘하는 처세술이 되어버렸죠.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2

      맞습니다.
      선거법 정말 문제 있습니다. ㅡ.ㅡ;
      선관위 관계자들도 스스로 자인하는 선거법은, 특히 인터넷과 관련해서 독소조항으로 작용하는 93조 1항은 전면적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6. sunlight 2010/04/14 13:36

    품위는 한나라당만 지켜야 하고 비판은 당연히 야당의 몫이니 무슨 말도 가능하다?

    하긴 요즘 보면 야당들 비판을 아주 잘 합니다. 특히 민주당의 원한에 찬 포효를 보면 아주 야당체질이라고 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3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나경원이 여당이라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7. 이대팔 2010/04/14 15:38

    엄숙하고 삼가야 할 장례식장에서의 사진을 잘 써먹으려고 싸이인증을 하다 비난 댓글이 빗발치니 보기 좋은 댓글만 가려놓고 삭제질 하려니 '인터넷 실명제'따위 아무 소용없고 '인터넷홍체인식제'나 인터넷DNA검증제'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그리고 막상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 들었는데 예비후보로서 언론의 조명도 없고 존재감도 없다보니 초조해지고 소외감이 밀려오고 하다보니 뭐라도 해야겠고 하니 떡검의 대변인격을 자처하는 무리수를 두시려는 듯...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4

      인터넷 홍체 인식제..ㅎㅎㅎ
      인터넷 DNA 검증제..ㅋㅋㅋ
      역시 센스쟁이 이대팔님이시고만요.
      오랜만에(?) 이대팔님 촌철살인을 영접하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시국은 그렇지 못하지만요...

  8. sunlight 2010/04/15 00:01

    이대팔님/ 아참, 장례식장이 엄숙하다고 해서 사진 찍어걸면 안된다는 뭐 그런 도덕이라도 있나요?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해서 다들 찍어가지고 잘들 걸어놓더구만. 이번만 해도 그래요. 유시민 전장관도 사진 걸어두었다죠. 민주당 홈페이지에도 몇 사람 걸렸구요. 당신들은 뭐든지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보고픈 대로만 보는게 문젭니다.

    나참, 세상에 장례식 사진 가지고 뭐라하는 사람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perm. |  mod/del. |  reply.
    • 이대팔 2010/04/15 13:26

      sunlight님
      본글은 나경원의원에 관한 글이고 그것에 대한 저의 생각을 댓글로 단 것입니다.

      천암함 구조활동을 하시다가 순직하신 한주호준위님의 장례식장에서의 사진촬영이 논란이 된 것은 공성진의원과 나경원의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기념촬영이라고 할만큼 요란했다고 전해진 것은 공성진의원의 사진촬영 논란이었고 나경원의원의 경우 싸이의 올린 빈소사진은 그냥 일반적인 사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싸이월드라는 사이트가 주는 이미지와 어떤 민감한 사건에서의 희생자의 장례식 사진이라는 것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나경원의원은 그것에 대해서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나경원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기때문에 본인은 순수한 목적으로 사진을 올린 것이라 했지만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였고 이야기 했듯이 본인에 대한 홍보에 한주호준위 빈소방문 사진을 이용했다고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올린후 그와 관련하여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오자 나경원의원에 대해서 좋은이야기의 댓글은 남겨두고 그러한 듣기 싫은 의견의 댓글은 대부분 삭제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대처는 어떤 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아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시 서울시장에 출마한 후보자로서 혹은 그냥 유력 정치인으로서는 부적절한 비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나경원의원이 정치인인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 가서 사진 찍어 싸이에 올리는 것하고 시장출마한 나경원의원이 요즘 가장 민감한 천안함 침몰 상황에 구조활동 하시다가 순직하신 한주호준위의 빈소에 가서 사진 찍어 싸이에 올리는 것하고는 그 상황과 의미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지사 출마선언한 유시민 전장관이 나경원의원처럼 그렇게 했다면 당연히 비난과 의심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서울 살아서 경기도 출마한 유시민 전장관에 대해서 관심도 없지만 유시민 전장관의 싸이나 사이트에 그러한 사진이 있나 봤는데 없더군요. 그리고 현재의 언론의 상황이나 유시민 전장관에 대한 어떤 극과극으로 나뉘는 평가로 볼때 유시민 전장관이 나경원의원처럼 그렇게 했다면 아마도 조용히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어떤 정당의 공식사이트와 어떤 정치인 개인의 사이트를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디 중국집에서의 메뉴선택의 문제에서부터 이러한 지랄같은 정치적인 문제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나의 눈과 귀로 보고 듣고 나의 머리로 생각하고 그것을 나라는 주관으로 말하는 것이지 sunlight님의 '객관적'이라는 것에 '짜장면으로 닥치고 통일'식으로 나의 소중한 생각을 맞추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별 볼일 없이 살기는 합니다만 엄마말씀 잘들었고 선생님말씀 잘들었고 친구들을 존중했으며 그리고 그들로 부터 제정신이 아니라는 평가는 듣지 못했습니다. 예 상식적으로 별 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9. login 2010/04/15 12:48

    도덕성은 명철한 정신의 바탕에서 나오지요. 그런데 우리 나간사님께서는 천안함 사망자 빈소에서 사진찍고 싸이질 하시는데 도덕성은 커녕 심리적 문제가 있지 않은신가 사료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6

      공명심, 튀어야 산다는 심리가 강박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안쓰럽다기 보다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10. 금드리댁 2010/04/16 21:11

    요즘 네이버 첫 화면에서 나경원씨 매번 보이신다는 ,,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답답합니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00:17

      마음이 아주 많이 급한 것 같아요, 나여사께서..;;;

  11. 써머즈 2010/04/19 12:37

    "국내 최초로 정전식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3.7인치 화면을 채택한 갤럭시는 놀랍게도 손톱으로도 작동이 가능했다. 같은 정전식인 아이폰은 손톱 터치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삼성 `갤럭시폰` 단독입수해 써보니 "아이폰 긴장되겠네" 중에서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17&year=2010&no=197022&selFlag=&relatedcode=&wonNo=&sID=501

    아이폰 긴장시키는 핸드폰이 놀랍게도 '손톱'으로도 작동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삼성 핸드폰이나 '손톱'을 세우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달려 들었다는 나경원 의원이나... 이 정권을 관통하는 숨은 코드가 혹시 손톱인가 하는 짧은 생각이...

    =3=3=3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20 15:35

      매경의 저렴하지만 현란한 아부질이 '능동형'으로 유기발광'하는근영!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