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식 나라망신과 오션스 일레븐

2010/02/24 13:20
"힐튼 집 턴 한국여성, 나라망신" (네이버 뉴스캐스트 송고제목) 
원제목 : "한국여성, 할리우드 스타 전문절도단 주범 혐의 재판 중" (조선, 윤희영) 

'나라망신'이라는 관극틀도 저질이지만, 도둑이 한국인이라 나라망신이라니 논리도 병맛이다. '나라망신'은 헐리웃 스타 주택을 털었다는 절도범 국적에 붙일 수 있는게 아니다. 절도범에게 그들의 국적을 들어 나라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문화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오션스 일레븐 류 영화가 관객들에게 환호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물론 헐리웃 일급 배우들이 연기하는 낭만적인 절도범들과 그들의 기기묘묘한 절도수법이라는 볼거리 외에 '돈을 갖고 튀어라'는 고고하게 이어져내려오는 자본주의적 전통에 기반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신민들의 판타지다. 국적이고 나발이고, 병맛 자본주의의 문화적 감수성의 근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둑님들은 자본주의 시대의 꽃이다. 멋진 상징이시다! :D

농담은 이쯤하고, 정말 나라망신을 언급하려면 이정도는 언급해야 하지 않겠나. 이건희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그 무거운 혐의에도 불구하고, 그저 돈 많고, 권력 크다는 이유로 특별사면되는 게 나라망신이다. 유엔 인권위의 기본적인 권고사항인 겨울철 주택철거 사항을 개똥 취급하고, 물대포로 용산 불기둥을 만들어낸 그 야만적인 공권력 행사가 나라망신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나라망신에 대해선 오히려 재벌 편들기에 바쁘고, 정부 옹호하기에 분주하며, 그 농성 철거민들의 비도덕을 욕하기에 숨넘어간다.

하나만 더.
이렇게 나라망신이라는 극히 자극적이고, 위험한 관극틀을 미끼질로 써먹는 조선일보식 나라망신 드립질이 정말 나라망신이다. 스스로 일등신문이라고 자부한다면 이런 식의 나라망신은 자제하길 바란다. 미끼질에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이라는게 있는거다.


* 일전에 쓰다만 글 마저 쓰기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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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하인스 워드와 조승희

    Tracked from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음악 이야기 2010/02/24 17:36 del.

    - SiteLink #1 : http://www.nomad21.com/bbs/uboard.asp?id=nomad_gisa&u_no=1193&u=2&code= 하인스 워드와 조승희 "조승희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때 우리들의 갖는 죄의식은, 실은 하인스 워드가 수퍼볼 MVP를 먹었을 때 우리들이 떨었던 호들갑의 대가이다." 이거 내가 하고싶었던 말인데 바빠서 귀찮아서 못 하고 있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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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08 21:15

      부시 표정이 참 묘하네요. ㅎㅎ

  1. rince 2010/02/24 15:29

    요즘 언론의 논리(?)대로 하면 이명박과 예수님은 혈연관계라는 기사도 나올 판인데요 뭐... 이쯤 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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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08 21:16

      혈연관계 아니었나요? _+_;;
      (답글이 거의 보름 지각이고만요..;지송;; )

  2. 이대팔 2010/02/25 13:37

    문득 예전 언제인가? 푸세식 변소에서 급하게 일을 보고 선택의 여지없이 한쪽 찢어들어 비벼서 마무리 했던 종이가 할 말은 하는 신문, 못할 말도 하는 신문, 안할 말도 하는 대한민국 일'등신'문 조선일보(닉네임:'해당신문사'님)였던 것이 생각나서 순간 움찔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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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군 2010/03/03 00:55

      ㅋㅋㅋ...

      짱 이신듯...^^

    • 민노씨 2010/03/08 21:17

      단군님 말씀처럼 짱이신듯~! ^^;
      항상 탁월하게 유머러스한 댓글에 감솨드립니다.
      아, 그리고 답글 늦어져서 지송..;;;

  3. login 2010/03/02 10:08

    역시 조선일보는 신문이 아니라 신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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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08 21:17

      ㅎㅎ (동감....)

  4. 단군 2010/03/03 00:54

    역시 쥔장님 특유의 신랄함...통쾌하다못해 속이 다 뚤리는 기분 입니다...

    좆쭝똥...써글 놈의 시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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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08 21:18

      단군님 오랜만에 찾아주신 것도 반가운데
      댓글도 한 타스 달아주시고.. ㅎㅎ

  5. 非틀 2010/03/06 13:55

    오, 재밌습니다.
    그런데 이건 좀 민감한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거라 저어됩니다만,
    우리는 아직도 조선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 땅 안의 '모든 상식인')
    그 관심을 놈은 요상한 자양분으로 삼아 더 나쁜 짓을 일삼는 거 아닌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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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08 21:20

      저도 일전에 오프에서 뵈었을 때 그런 취지의 말씀을 드린 적 있습니다만, 아주 공감합니다. 주목의 규모를 아주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에너지'에 돌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주목의 방향을 거대한 권력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돌려야 할 그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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