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스스로에 대한 소스

2009/10/29 08:46

트위터든 대다수 메타블로그들이든 실시간웹의 불편한 점은, 올리는 '타이밍'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작성하고 하루, 아니 1시간, 아니 15분 이내에 히트치지 않으면 어떤 좋은 내용이라도 묻힐 수 있다.
capcold, http://twitter.com/capcold/status/5240240677

캡콜드 지적처럼 점점더 블로그를 비롯한 웹미디어들의 속보경쟁이 노출도의 관건이 되고 있다. 이건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는데, 뻘쭘할 만큼 식상하게 강조했던 내용이지만, 다시 강조하면 이런 거다.

1. 우선 메타시스템의 '(재)유통기능' 달리 표현하면 '좋은 글 퍼뜨리기' 기능이 점점 더 자극적인 이슈 포스팅의 '타이밍'에 잠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메타시스템이 '소화'할 수 있는 물리적인 정보의 부피를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섰기 때문에(이 관점은 특히나 아틸라가 강조했던 관점인데),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 최소한의 '집단지성'이 가동된 '추천시스템'은 완전히 뽕빨 일보 직전이 아닌가 싶다. '메타'가 없는 메타시스템인 셈이다.

2. 더불어 강조해야 하는 건 블로거들 스스로가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거다. 블로거는 블로그 리뷰어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거듭 강조해서 이야기했지만, 나 역시도 요즘은 다른 블로그들 잘 읽지 않는다. 세상살이가 짜증이고, 만사 시쿤둥하다. 블로그계 돌아가는 꼴을 보니 여기도 이제 맛이 가는구나.. 그런 염증이 몰려온다. 물론 비겁한 변명이고, 그럴수록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에 대한 리뷰어가 되어야 할 필요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이걸 제대로 하는 블로거는 손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어떻게 하면 "내 글"을 좀더 많이 노출시킬까에 대해서만 골똘해 한다. 블로깅은 그저 '쓰기'(로깅)만이 있는 건 아니고, 관계로서의 블로깅을 염두에 두면 '읽고' '대화하기'까지를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그럼 결론은 이렇다.
대부분 블로거들의 한편으론 자연스럽고, 또 권장할만한 나르시시즘이 '상호 리뷰'를 통해, 좀더 평이하게 말하면 '대화'를 통해, '토론'을 통해 확장되고, 그것이 블로그 문화의 토대로 자리하는 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건 물론 궁극적인 목적이면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내 글을 좀더 많이 노출시키는 방법이 상호 대화고, 건강한 비평이라면, 그러면 속보경쟁할 필요도 없어진다. 언제든 좋은 글을 쓰면 동료블로거들이 그 글들을 '소스'로 삼아 글을 써주고, 홍보해줄텐데 '타이밍' 걱정을 할 필요가 어딨나.  물론 그러려면 나부터 좀 읽고, 논평하고, 말걸고 그래야 한다. 그래야 개성있는 관점과 인식의 깊이와 대중성을 갖는 글이 그 블로그의 '생명력'과 '노출도'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거 어마무쌍하게 어려운 일이고, 그게 실현될 수 있을지 솔직히 무지하게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이것이야말로 이제는 오래전 유행어 같이 그 빛이 바래진 그 '집단지성'의 토대고, 맹아이며, 그 나무이자 열매다.

독자들도 자기만 쓰는 블로그들에 대해선 좀더 비판적인 관점으로 블로그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참여하고 대화할 수 있는 그 새로운 미디어의 토대에 대해 이제는 좀 심각하게 염려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걸 강요할 수는 없겠으나, 정말 정말 당신들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주체가 되어 당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선은 우리가 우리들 스스로의 목소리들을 경청해야 한다.

블로그는 그 자신, 스스로의 소스가 되어야 한다.


추천.
여기 한번 가보자.
정말 좋은 글 엄청 많다. (침체기?인 블로그계에서 그래도 상대적으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는 고마운 곳!)
캡콜드 블로그. http://capcold.net/blog
행인 블로그(뻥구라닷컴). http://blog.jinbo.net/hi

그리고 영어 공부하고 싶은 독자, 블로거라면 여기도 한번 구경해보자.
아틸라 블로그(잉글리쉬 해킹). http://englishhac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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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RSS 구독리스트 일부 공유.

    Tracked from 레시피 오브 인컴ㅍ턴트 2009/11/01 01:43 del.

    이 글 보니 생각나서 RSS리스트를 공유해볼까 싶어졌습니다. 왜 갑자기 존대냐고? 그냥요. 원래 정리를 잘 안하고 사는 성격이라… 이래저래 분류를 해보고 다 되었다 싶은것만 공개합니다. 미술 비평가들과 디자이너들, 갤러리, 관련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나 RSS피드를 하는 매체들입니다. 이들 중 블로그를 접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당최 뭔소리를 하는지 모를 헛소리만 지껄이는 사람도 있을텐데 잘 골라서 읽으면 될 것입니다. 왜 그런지 모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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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루 2009/10/29 16:46

    민노씨 말씀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의문을 가지진 않습니다. 집단 지성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만들어진 판 밖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건 민첩하고 실속있는 움직임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마냥 판이 재미 없어진 사람들 모두에게 유의미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민노씨가 쓰는 포스트들의 발아점, 즉 소스 목록이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몇 차례의 포스트를 통해 언급하신 좋은 블로그들의 목록 또한 업데이트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고요.

    암튼... RSS리스트 공유할래요?ㅋㅋ
    전 관심사는 다양하지만 실속없는 구독 리스트를 갖고 있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0/31 02:51

      '발아점'... 아이코, 예리하신 지적! ㅎㅎ 점점 더 RSS 의존성이 강해져서(제 경우엔 FF의 brief를 쓰는데요) 블로깅 동선이 협소화되는 것 같습니다. RSS 공유 좋죠~!

  2. icelui 2009/10/31 09:44

    답글은 잘 안 달지만, 이런 글은 항상 뜨끔하는 기분으로 읽고 있습니다. 분석 자체가 날카로운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부분이 좋습니다. 자신을 타자화해서 얻어지는 (상대적인) 나태에 대한 경각심, 쉬운 감상 대신 '우리 모두를 조금 더 불편하게 할 수 있는' - 예를 들면, 나영이 사건에 관련해서 썼던 글들이 있겠지요. - 관점까지 생각해 보는 것 등은 좋은 자극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블로그 얘기로 넘어가서, 언젠가는 경제적 입장에서의 소비자들, 정치적 입장에서의 유권자들이 개별적으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집단화하여 아주 강력한 형태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유력한 블로그 연대나 저명한 커뮤니티 그룹들이 성장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권력, 지식, 정보의 여러 층위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로, 잠재적 상태로 남아 있거나 혹은 단순한 반항(대한민국에서 요즘처럼 쥐새끼가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린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뭐 그런 수준의 푸념, 혹은 술안주로 하는 얘기들)으로 끝나고 마는 많은 의견들이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 결집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건데, 그러려면 우선 부지런한 블로거들 커뮤니티 운영진들이 늘어나야겠죠(파x즈가 그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운영자가 삼x의 불성실한 서비스에 관해서 합리적 근거와 충분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이의를 제기했을 때, 회원들이 보여준 관심과 지지는 기업을, 혹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압박할 수 있는 소비자-유권자 연대 가능성의 단초를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전문가'라는 장벽을 '전문성 있는 블로거'들이 걷어내 주기만 하면, 자기 목소리를 더하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는 많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쉬운 것은 숙고하는 분위기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기 반 정도 물이 차있는 컵이 있다고 생각해 보죠. 어떤 블로거가 '이것 봐! 물이 반밖에 없어! 역시 쥐새끼는...'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모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쥐새끼는 역시...'. 어떤 블로거는 '이야~ 이거 물이 반이나 있어! 역시 새끼쥐님은...'이라고 말하죠(이쪽 계통 사람들은 정말 제정신 박힌 사람들일까 싶은 생각은 듭니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최근 뜨고 있는 변x재라든지. 말이 나와서 얘긴데, 이 사람은 진짜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는 건지... 조선일보 사설에서 재범이 사태를 놓고 애국적인 행동이라나 뭐라나 포장하면서 MBC는 이제 오역놀이 그만 두라고 일갈하던데, 최진실 법 운운하는 딴나라당과 같은 배까진 아니어도 같은 선단 배를 탔으면 재범이 사태도 무책임한 악플에 더 초점을 맞춰서 보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던데... 앞뒤 구분 못하고 까고 싶을 때 까고 싶은 것만 골라 까는 저능함은 이쪽 사람들의 기본소양 같은 것인지, 원). 그럼 전자인 블로거가 주도하고 다른 사람들이 따르면서, 후자가 활동하는 블로그에 무차별 테러가 가해집니다. 악플이든 욕설이든, 해킹이든 트래픽 초과 유발이든. 컵에는 단지 물이 반 정도 차있을 뿐입니다. 그것이 '고작'인지 '무려'인지는 가치판단의 문제인데도 다들 그것이 사실판단의 문제인 양 확고한 견해를 가집니다. 그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부당한 행위를 응징하는 데 망설임이 없죠. 언소주니 뭐니 해가면서 특정 언론사와 광고주들을 탄압해 나가는 과정이 전형적인 예이며, 다른 예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주 등장합니다. 조두순 사건이든 재범이 사태든 맥락은 다 같지요. 너무들 게으릅니다. 생각하기는 싫은데 생각 있는 척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도킨스의 책에서 잠시 인용된 러셀의 표현은 이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하느니 차라리 죽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조중동은 믿을 수 없는 언론입니다. 그렇다고 확 폐간되어 버리면, 그렇게 간단히 세상이 나아질까요? 한겨레나 경향이 조중동 없는 세상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일까요(전 지금도 신뢰하지 않지만)?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모를 것입니다. 모르는데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 부정(不正)에 부정(否定)으로밖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나태함이죠. 더 까다롭고 귀찮고 심지어 불가능해 보여도, 조중동이 일부러 밝히지 않는 것, 한겨레나 경향의 맹목에는 비치지 않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블로그가 늘어야 하고, 두루두루 읽고 천천히 생각하고 무겁게 답글을 다는 이용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글이 자꾸 엉뚱한 길로 빠져듭니다. ㅇ_ㅇ; 이 블로그가 여러모로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블로그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따금 글을 읽다가 lawfully님 블로그에도 슬쩍 건너가 보게 되었으니 어느정도 저도 기대에 부응한 측면이 있는 셈이지요(캡콜드님의 이름도 워낙 자주 보여서 한번 가보려고 생각을 하면서도, 게으른 손가락이 멈칫멈칫 합니다). 앞으로도 늘, 어려운 자기반성을 품고, 날카로운 비판을 이으며 총기 있는 다른 의견들과 호흡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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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0/31 03:14

      주신 논평은 그저 댓글창에 두고 읽기에 너무도 아까운 글이네요.
      물론 저에게 과한 격려를 주신 부분은 빼고요..^ ^;;
      운영하고 계신데 링크를 생략하신 것이 아니라면, 혹 블로그 운영하실 생각 없으신지요?
      제가 부족하나마 돕고 싶습니다.
      그것이 icelui님께서 말씀주신 이 논평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일이고 말이죠. : )

    • icelui 2009/10/31 10:00

      본문에서 지적한 '퍼트리기'를 통해, 혹은 랜덤블로그니 메타시스템이나 하는 경로들을 통해 불쑥 찾아와서 '좋은 글, 잘 읽었어요. >_<;' 같은 리플만 수십 개씩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제가 그런 글을 쓸 재주가 없어서 그래요, 낄낄). 그래서 태그도 쓰지 않고, 검색 봇도 모두 막아놓았더니 혼자 쓰고 혼자 읽는 일기장이 되어놔서... 요즘엔 블로그 주소는 그냥 버립니다.

      참, 업데이트도 거의 안 합니다. 두 달에 하나? 내용이 변변치 않은 것도 공개하지 않는 한 이유인데, 기왕 방문을 하신다면 맞춤법에 관한 얘기나 나누고 싶습니다(제 글에서 문제가 있는 걸 지적해주셔도 좋고, 혹은 잘 모르는 부분을 질문해 주셔도 좋고). 제가 꼼꼼히 신경쓰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라서. ㅇ_ㅇ;

  3. capcold 2009/10/31 00:19

    !@#... 추천해주신 캡콜닷넷에 가보니 정말 좋은 글 엄청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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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0/31 03:15

      오, 역시 안목이 높으시군요!

  4. 서울비 2009/11/01 01:24

    http://seoulrain.net 방문해보니 정말 제대로 된 블로거로군요 ㅋㅋ

    ㅡ.ㅡ ;;

    설마 제가 돌아댕기면서 미투데이 북마클릿으로 아까운 글 모아놓으면 자동으로 발행되는 "이것저것 링크"를 성실하게 블로고스피어 리뷰를 행하는 것으로 평하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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