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트위터와 블로그 - 에피소딕 기억과 시멘틱 기억의 양극화.

#. 블로그 연구 수요모임(제2차 정규모임) 후기
, 내 맘대로 버전입니다. 객관적인 버전은 거의 속기사를 방불케하는 필력을 보여주신 펄님께 양보하고요(어서빨리냉큼 올려주시길 부탁드리며.. 덧. 드디어 올려주셨네요. : ). 본문 인용들은 불완전한 기억으로 인해 왜곡된 것일 수도 있으니 참석자들께서는 귀찮으시더라도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

#. 장소/일시/참석자
장소/일시 : 성대 비오니아. 2009년 10월 14일 오후 7시~오후 10시 40분. (식비 지원 : 언론재단)
참석자 : 강정수. 링크. 민노씨. 새드개그맨. 써머즈. 신비. 펄. 한날. (이승환은 야근으로 불참)

#. 주제(키워드)
블로그, 트위터, 미투데이, 매신저, 커뮤니케이션, 아이폰, 아카이브, 기록문화, 시장, 생산채널, (재)유통채널, RSS, 메타블로그.


0. 개인적인 아쉬움 : 소박하지만, 중요한 질문
너무 시장에서의 성패를 중심으로, 또 거시적인 관점으로 대화가 진행된 감이 있다. '그건'(그게 트위터든, 블로그든, 아이폰이든) 내 삶에서 어떤 의민가? 그거 재밌나, 재미없나? 그거 좋은건가, 나쁜건가? 좋으면 왜 좋고, 나쁘면 왜 나쁜가? 내가 가장 궁금한 건 이런 초딩스러운거다. 소박한 일반인(?)의 관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 물론 참석자들이 웹과 IT, 미디어, 경제 영역에서 (준)전문가라서 더 그랬을테다. 장단점이 있겠으나 나 같은 문외한의 관점, 달리 표현하면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관점이 좀더 보완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개인적으로 어떤 현상을 체험/관찰하는 몇 가지 관점. 가장 우선해서 본능적인 직관/정서적 관점(그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나?  좀더 쉽게 말하면 그거 땡기는건가?), 효율성의 관점(그게 나에게 도움을 주나?), 그리고 굳이 더불어 적어보면 사회적/규범적 관점(그게 '우리'에게 필요한건가?). 특히 마지막 관점과 관련해선 시장에서의 성패보다도 그 성패가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 왜 성공해야 하나? 왜 실패해야 하나? 자기 관련성. 실존 투사적 고찰의 필요성. 물론 땡기면 장땡이긴 하다.

1. 블로그는 기록매체고, 트위터는 정보유통형 매신저다.(다수의견) 
블로그를 트위터가 대체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이었다. 트위터는 블로그에 대한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성격을 갖는다(긴 글은 못쓰니까). 블로그는 웹에서 가장 범용적인 기록매체로서의 성질을 유지하고, 트위터는 실시간 정보 유통의 공간으로서, 쉽게 말해 '정보교환적 속성이 강한 매신저'로서 자신을 포지셔닝할 것이다(한날). '트위터는 블로그 킬러?'에 대한 대답 : 다만 '열혈 트위터'가 '열혈 블로거'였을 뿐(강정수). 다만 극히 비관적인  별개 의견. '블로그는 망하고, 트위터나 아이폰도 우리나라 시장에선 좀 힘들고, 미투데이는 좀 가능성이 있다.'(새드개그맨)

2. 비관적인 전망 : 블로그는 망한다.
나는 소수의견에 가깝다. 새드개그맨이 피력한 비관적인 전망의 재료들, 우리들(블로거)은 게으르고, 우리들이 소비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끈쌔끈한 상품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그걸 소비하기도 벅차며), 블로깅은 트래픽 강박증에 걸리거나, 미끼질에 스스로를 길들이지 않는 한 우리에게 별다른 보답(그게 그저 순수한 교류의 교감, 즐거움이든, 명예욕이든, 아니면 물질적인 이익이든)을 주지 못한다. 특히나 '귀차니즘'은 블로그 최대의 적이며, 블로그라는 묘비명조차 가라앉힐 늪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에 나 역시 공감하는 바 크다. 그렇다면 트위터와 같은 매체는 그 귀차니즘의 피난처로서, 블로그를 (매체적 성질로서가 아니라, 그저 실제적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물론 어느 새벽 신사동 커피숍에서 새드개그맨과 이야기했던 것처럼 블로그는 '웹의 게토(ghetto)'로 혹은 '게릴라들만의 해방구'로 여전히 미력하게나마 자신의 영토를 유지하겠지만 말이다.

3. 에피소딕 기억과 시멘틱 기억의 분화 혹은 양극화.
좀더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맥락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ㄱ. 기록매체로서의 블로그에 기록할만한 콘텐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블로그계의 오래된 잠언, "내 글이 당신을 위한 콘텐츠가 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는 말은 기성의 관습적 의미 생성 및 분류와 그 위계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를 담고 있다. 나는 나를 기록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블로그의 본질이다. 아거식으로  분류하면, 블로그는 '에피소딕 기억'과 '시멘틱 기억'을 남긴다. 기성의 관습적 위계에서 기록할 가치가 있는(과연 무엇이 '의미'인가? 과연 무엇이 우리가 읽어야 하는 뉴스인가?) 콘텐츠는 '시멘틱 기억'들이다. 하지만 블로그의 본질은 오히려 '에피소딕 기억'에 있다. 물론 양자는 서로 명확히 구별되지 않으며, 특히나 블로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다만 대체 가능하고, 균질화된 의미교환과 친한 정보를 시멘틱 정보라고 하고, 개별적인 정서적, 실존적 개입으로 그 의미가 보편적으로 획일화되기 어려운 정보를 에피소딕 정보라고 다소 거칠게 분류해보자. 트위터가 만들어내는 정보 생성 및 소비 패턴은 시멘틱 정보와 에피소딕 간의 고립과 분화,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ㄴ. 트위터 역시 기록매체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콘텐츠 생성, 기록 매체로서의 블로그와 (재)유통매체로서의 트위터가 각각 역할을 분담한다고 해도, 트위터 역시 '기록 매체'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물론 트위터의 기록 공간은 매회 140자로 한정된다. 그래서 더더욱 정서적인 정보(에피소딕한 기억)들을 기록하는 매체 성질을 강하게 띤다. 즉, 즉각적인 감성의 토로, 에피소딕 기억을 표하기 좀더 손쉬운 매체 사용 패턴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블로그는 '시멘틱 기억'의 공간으로 한정되고, 트위터/미투데이 등이 '에피소딕 기억'의 공간으로 경향화되면, 다소 과한 우려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라는 것 자체를 새롭게 규정하고, 형성하는 블로그의 미디어성은 기성의 관습적 표준(에피소딕 기억이 제거된 메마르고 시멘틱한 정보, 이른바 기성저널리즘의 '뉴스')에 유도될 공산이 크고, 에피소딕한 기억들이 사회적인, 정치적인 함의를 띠는 새로운 '실존적인 뉴스 내러티브'는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즉, 에피소딕 기억이 시멘틱한 기억들과 충돌하는 새로운 미디어 공간으로서의 블로그는 기성의 획일화된 이분법적 콘텐츠 위계(뉴스인 것과 뉴스 아닌 것, 시멘틱한 것과 시멘틱하지 않은 것)의 양극화 속에서 기성 패턴에 함몰되고, 에피소딕 기억들은 '하나의 글'로 그 조각들을 온전하게 완성시키지 못하고, 파편화된 기억의 편린들로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에서 휘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이것은 기우일 수 있다. 그리고 기우이길 나는 바란다.

이 문제는 특히 트위터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 자신의 기록을 전적으로 트위터에 의존하는 유저들은 자기 실존의 기록들(온라인 자아의 역사)이 그저 휘발된 채로 사라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는 ㄷ. 트위터가 아카이빙하지 않는다(써머즈)는 대단히 의도적이며 의미심장한 설정에 기인한다. 즉, 트위터는 정보를 기록/보관/분류하는데 별 다른 관심이 없다. 그리고 정보를 다시 회고하게 하는 검색(블로그 콘텐츠의 회고적 성격)과도 전혀 친하지 않다. 트위터의 포지셔닝는 마이크로 "블로그"가 아니라, 다시 강조하는 바, 모바일과 연동한 실시간 "매신저"다. 즉, 트위터에서 기록은 현재적 소비를 그 목적으로 갖지 회고적 성격을 갖지 않는다. 블로그의 매체성 역시 시의성과 친하지만, 블로그의 본질적인 미디어성이 자기 실존적 성찰과 그로 인해 차차로 형성되는 온라인 실존의 자전성에 있다고 한다면, 트위터는 그 성찰적 회고성을 거의 무에 가깝게 지워버리는 매체적 속성을 갖는다. 즉, 이런 점에서 트위터는 블로그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4. 유통 채널로서의 트위터
이상의 전망이 기우이길 바라며, 정반대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트위터가 블로그의 정보 생산을 촉진하는 보완재로서 충실하게 그 기능을 수행하는 가능성이고, 상호간 역할 분담이 조화롭게 서로에게 순기능하는 가능성이다. 즉  '에피소딕 기억'과 '시멘틱 기억'의 맹아들의 임시보관 장치로서 블로그 순발력을 보완하며, 강력한 '블로그 리더/블로그 리뷰' 공간으로("재유통채널"-한날-)로 기능하는 가능성이다. 이 모델은 다소 공상적이다. 특히 임시 저장장치로서의 기능은 열혈블로거 혹은 거의 전문적인 프로블로거에게는 의미를 가질지 모르지만, 트위터에 짧은 단상을 남기기도 벅찬 다수의 사용자들에게는 별다른 의미도 없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은 마지막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다. 이 질문을 좀더 구체화시키면 트위터가 RSS리더나 메타블로그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와 닿아 있다(강정수). (이어서 '이 글' 계속 쓸 예정)


추.
이 글은 완성된 글이 아닙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다음주 초에 다시 "여기에" 이어 씁니다. 그러니까 다음주 초까지 블로깅 쉽니다. 아주 짧은 쓸 글이 있다면 또 모르지만요. 그런데 이 글도 거의 일주일만에 쓴 글이고만요...;;; 


* 관련글
블로그 수요모임 -2차- 보고 (펄). http://pariscom.info/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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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후기) 블로그 vs 트위터, 기록을 공유할 것인가 감각을 공유할 것인가

    Tracked from amy 또는 신비의 별별 이야기들 2009/11/07 13:54 del.

    이 글은 매우매우 뒤늦은 한 소모임의 후기입니다. 종종 글만 구경하곤 하다가 지난 9월 시민행동 10주년 잔치날 처음 인사하게 된 민노씨로부터 초대를 받았지요. 그게 무려 스무날은 더 지난 10월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용하는 내용들이 정확히 누가 어느 시점에 한 말인지 밝히지 못함을 이해해주세요 ㅠㅠ) 지난 10월 14일 대학로에서 블로그 연구 수요모임이 있었습니다. 첫 모임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날은 두번째 모임인데 고맙게도 초대해주셔서 끼어들..

  2. Subject : 트위터와 메타블로그를 통한 블로그 포스팅 연동의 효과 비교

    Tracked from Pamapark's PR Professional 2009/12/03 18:26 del.

    블로그 초보 사용자로서 마이크로블로그, 메타블로그 등을 통한 블로그 포스팅 연동에 대해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적절한 태그를 거는 식의 소극적인 블로그 PR을 수행해왔지만, 트위터 등의 마이크로블로그와 다음View, 블로그코리아 등 메타블로그에 블로그 포스팅을 연동시키는 방법을 사용 후, 그 효과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바로 어제인 10월 28일 새벽 00시 20분에 '강심장 열풍을 통해 본 성공적인 PR의 선결조건, htt..

  3. Subject : 트위터와 블로그 포스팅 연동의 장단점

    Tracked from Pamapark's PR Professional 2009/12/03 18:31 del.

    불과 한달 전까지 나는 미니홈피 세대였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일에 대해 끄적이는 것을 좋아해 미니홈피 게시판에 글을 올려놓곤 했다. 게시글에 일일이 태그를 걸어놓긴 했지만,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오프라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었다. 미니홈피 세대였던 나에게 블로그 포스팅의 매력을 알게 해준 도구가 바고 트위터였다. 이전에도 블로그에 몇몇 상념의 글과 업무상 작품(?)인 보도자료, 기획기사, 기고문 등을 올려놓긴 했지만, 미니홈..

  4. Subject : 트위터 하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Tracked from leopord의 무한회귀 2010/02/12 01:11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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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opord 2009/10/21 14:04

    블로그는 글이고, 트위터는 말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해왔지만, 이렇게 어느 정도 토의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블로그-트위터 사이의 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통찰을 보게 되는군요. :)

    긍정도 비관도 전망가능하겠지만, 블로그가 당장 망할 것 같진 않습니다(물론 위 내용도 블로그가 당장 망할 거다란 얘긴 아니지만...). 말씀하신 "내 글이 당신을 위한 콘텐츠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은 블로그가 여전히 개인을 투사하고 기록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네요(물론 돈이나 기타 물질적인 동기를 원한다면 블로그는 점점 섹시하지 않은 도구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0/27 19:05

      답글이 늦어져서 지송.. ^ ^;
      요즘 학교 생활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올해 가기전에 생맥주 약속 지켜야 하는데 말이죠. : )

  2. 필로스 2009/10/22 17:34

    이승환은 야근으로 불참-_-
    제가 시킨 것 아닙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0/27 19:22

      ㅎㅎ.
      그런 누가 범인(?)이신가요? 농담이고요.
      뵌지도 오래고, 조만간 한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맥주 한잔 사주십시오.
      너무 뻔뻔한가효? ㅡ.ㅡ;

    • 필로스 2009/10/27 20:19

      생맥주는 별로 안좋아하고요.. 쐬주나 정종이라면 언제든지 좋습니다^^

    • 민노씨 2009/10/27 20:33

      아이코, 고마운 말씀! : )

  3. SuJae 2009/10/26 05:35

    왠지 한마디 거들고 싶은 글인데, 완성글이 아니시라니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게으름이 머리 꼭지까지 차버린 블로거 배상.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0/27 19:49

      글 완성하면 바로 삐삐칠게요. ㅎㅎ

      추.
      게으름이 곧 저고, 제가 곧 게으름입니다.
      좀더 분발(?이건 모순이겠근영!)하시길..

  4. 민노씨 2009/10/31 05:13

    * 본문 링크 보충
    블로그 수요모임 -2차- 보고 (펄). http://pariscom.info/318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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