삘꽃와 오징어

2009/05/07 04:39
새벽에 잠이 안와서 이리저리 좋아하는 블로그들을 둘러보다가...

.... 이곳을 처음 가는건지도 모르고 처음으로 갔던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런저런 계기로 혹은 우연히 그 근처를 산책하다 묘한 인기척을 느끼고 그의 자취를 따라 그 영토를 방문하게 되는 두번째 사람들도 있다는 말이다. 이 불가피한 차이만 뺀다면, 그 두 삶 혹은 세계가 그순간 그렇게 하나로 겹쳐가는 과정에서 인문학이 성립한다 할 수 잇을 것이며, 이 차이를 의식하고 극복? 체화?하려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모든 인문학이 필연적으로 역사학을 잉태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덧 :: 뷰님의 글중에 '그가 열어주는 새로운 지평을 맞이'한다는 부분에서 탁 삘꽂히는 바람에 사라지기전에 몃자 적어봤다. ^^*;;;

- 노네, 인문학 중에서

노네는 의도적으로 오타를 즐겨쓰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블로거들 가운데 거의 유일한) 블로거인데, "모든 인문학이 필연적으로 역사학을 잉태하게 되는 이유"를 시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은 물론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나중에 좀더 풀어주길 기대하는 바다), 실은 엉뚱하게도 덧::중에 있는 "삘꽂"에 삘이 꽂혔다. 그게 순간 '삘꽃'처럼 보였던 거다. 그래서, 느낌은 마치 꽃과 같아서 억지로 필래야 필 수 없겠구나.. 뭐 그런 단상으로 이끌렸다. 그건 아마도 노네가 그 문장 전에 서술한 사유의 흐름들이 '시적(詩的)'이었기 때문이었을거다. 아무튼 요즘은 '삘꽃' 피지 않는다. 거의 두달 동안 오락가락하는 감기의 복합증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새벽의 어지럽고, 쓸쓸하며, 또 나름으로 운치있는 블로깅(구경으로서의 블로깅)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글은 손윤의 글이다. "오늘의 주제는 오징어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최근에 읽은 글들 가운데 가장 재밌는 글이다. 물론 이렇게 쓰고 있지만 마음 속은 냉랭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재미없게 읽었는데, 말로만 재밌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 재밌는 글이다. 좀 골때리게도 머리로는 엄청 웃긴데, 마음 속으론 깊은 가을 바람같은.. 뭐 그런 상태다, 내가 지금. 암튼 손윤이 오징어를 통해 풀어가는 삼천포 여정이 너무도 흥미로워서 그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끝에서 처음까지 다시 읽었다.

이하 19세 이상만 읽기(농담이다) .
뭐 넌 오징어냄새가 아니라 장미향이었다고. 이런 이런 눈에 콩깍지가 쓰인 경우에 이어서 코에 페브리지오가 자가 생산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 거기에서 나는 냄새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쿤닐링구스 때문이다. [....] 결론부터 말하면, 여자의 거기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페로몬 때문이다. 이성을 유혹하는 어쩌고저쩌고 선전해대는 페로몬향수가 페르몬을 주성분으로 만든 것이다. 향수도 있으니까, "장미향도 날 수 있네"라고 끝까지 장미향에 미련을 못 버린 너 그만 읽고 꺼지기 바란다. 짜증난다.

- 손윤, 오징어와의 전쟁(1) 중에서 
1. 갑자기 오징어가 먹고 싶어졌다기 보다는... 뭐랄까 오징어 냄새가 맡고 싶어졌다.
2.나름 약하지만 쿤닐링구스에 삘이 꽂혀 '쿤닐링구스'가 뭔가 싶어 구글링해봤더니 역시나 19금이다. ㅎㅎ. (아, 이게 그거였구나...)


* 발아점
노네, 인문학
손윤, 오징어와의 전쟁(1)

* 발아점의 발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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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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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리 2009/05/07 07:43

    마음가짐이 참 중요하죠. 아무리 안좋은 향도 마음가짐에 따라 어느 향수보다 향기로울 수도 있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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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8 17:09

      마음가짐은 어디서나 중요하죠... 응(!) ^ ^

  2. nooe 2009/05/07 08:16

    트랙삑
    둘, <질문>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
    http://nooegoch.tistory.com/413

    마침 작성한 은근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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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8 18:34

      정말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매번 트랙백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

  3. 2009/05/07 12:49

    가끔 민노씨가 '몰라서 찾아봤다'는 단어를 볼 때마다 "정말?"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제가 쓸데없는 걸 지나치게 많이 알아서일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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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8 17:22

      ㅎㅎ
      제가 과문해서 그런거죠, 뭐. ㅠ.ㅜ;;
      더불어 펄님께서 워낙에 상식이 풍부하시기도 하고요.

  4. JNine 2009/05/07 21:13

    펄님과 동감;;;
    펠로 시작하는 단어는 아십니까요? ㅋㅋㅋ (은근 놀리기)

    그리고, 유전자에 따라서 남들은 고약한 냄새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제로 과일향이나 꽃향기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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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8 17:38

      1. 하루키의 소설(노르웨이의 숲) 덕분에 '그 용어'는 알고 있었습니다. ㅎㅎ

      2. 오, 손윤님의 입장에 대한 강력한 반대가설을 전해주시는군요. 제이나인님은 고정관념의 빈틈에서 그 틈을 채우는 지적인 호기심과 태도가 참 좋아보입니다. : )

  5. leopord 2009/05/08 02:37

    사실은 저도 쿤 머시기라는 말을 몰라서 구글링을 클릭했지요.-.-;;; 하지만 뜻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 궁색하다;;;) 왠지 링크 타고 읽고 있으니 그냥 낄낄대게 되네요.ㅎㅎ;

    필꽃이 화알짝 피는 하루하루라면 참 재밌을 거 같은데요. 아, 그래도 하루쯤은 그냥 무덤덤히 안식일을 갖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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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8 17:40

      이게 조기치매인지 아니면 습관처럼 그렇게 된 것인지... 점점 더 감수성이 메마르는 것 같습니다. 연애를 한지 너무 오래라 그런것 같기도 하지만요... 레오포드님께선 연애 잘 하고 계신가 문득 궁금하네요. : )

    • leopord 2009/05/09 00:45

      사실은 저도 감수성이 메마른지 오래되어서 흑흑OTL

    • 민노씨 2009/05/09 01:27

      별말씀을요... 감수성 철철 넘치던데요.
      남는 거 있음 좀 나눠주십시옹. ㅡ.ㅡ;;

  6. 비밀방문자 2009/05/08 16:47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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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8 17:48

      전화로 알려드렸다시피.. ^ ^;;

  7. 손윤 2009/05/09 09:52

    흐흐 ... 찌라시즘에 민노씨가 글투가 바뀐 것 같다고 했을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아마도 좀 강한 글투 때문에 오해(?)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JNine님의 말씀처럼 그 부분의 냄새를 향기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건 개인 차이(상대나 시기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겠죠)가 있으니까요. 단지, 저 글은 예전에 모 사이트 등에서 활동할 때에 쓴 강압적인 어조(이게 민노씨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인데, 의도적으로 사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 카테고리에 쓰는 글은 이런 어조로 쓸 생각이라서 약간은 감안하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왠지 주저리 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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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09 16:35

      ㅎㅎ
      이룬..;;
      저는 정말 손윤님 글 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오히려 제 부족한 표현 때문에 손윤님께서 혹여라도 오해하실까 걱정이네용.

      그 때 제 정서상태가 워낙에 바닥이라서, 그런데 굉장히 재밌고 도발적인 글을 읽었기 때문에 그 자극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제 쪽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ㅡ.ㅡ;;

      저야 말로 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는 느낌. ㅎㅎ
      주말 잘 보내시고요.
      다음 주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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