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민족지' 조선일보의 80년 5월의 기록을 검토합니다. 괄호 ( )에 담겨있지 않고, 숫자 뒤에 이어지는 문장들은 기사(사설)를 있는 그대로 인용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저작권이 문제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뭐, 어느 정도는 매체비평, 혹은 역사 비평의 성격을 갖고 있고, 상업적인 의도가 없는 바에야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만을 요약합니다. 원문은 PDF 파일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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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0년 5월
1. 80년 5월 20일 (화요일) 2면 사설 - 백척간두에 서서
2. (그런데 이 고난은) 원천적으로 바로 1/2의 해방인 분단에서 근원하고 파생(한다).
3. (아무튼 지금 우리는) 5.17조치를 맞았다.
4. (어쨌거나 저쨌거나) 역사는 분명히 가야할 전환의 고비를 가고 있었다.
5. (지금 우리는) 위기를 잠재적으로 맞고 말았다.
6. (그래서) 최규하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비상계엄령을 전국화하는 5.17조처를 취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7. "북괴의 격중하는 적화책동이 학원소유를 고무, 선동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정치인, 학생, 근로자들이 조성하고 있는 혼란과 무질서가 우리사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사태가 경제란까지 극도로 악화시켜 바야흐로 국기를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할 우려가 있다"고 최대통령은 지적한다.
8.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치를 비록한 모든 국가 기능은 국민적 믿음을 바탕으로 했을때에만 비로소 그 권위가 보장되며, 그 기능의 정상화가 확보(되니까) (잠자코 가만히 따르면 된다).
온갖 장엄하고, 그래서 유치한 수사들을 동원하는데..
결국 말하고 싶은 건 그냥 국으로 가만히 있어라, 뭐, 이런 메시지다.
2. 80년 5월 22일 (목요일) 1면
(참조) 1면 헤드라인 = 총리 서리 박충훈씨 / 최대통령 임명 각료 11명 교체
1) 광주 일원 소요 사태 / 나흘째 학생 - 시민 합세 / 계엄사 [광주사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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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상도군인이 전라도에 와서 여자고 남자고 탁치는 대로 밟아 죽이고 있기 때문에 사상자가 많이 난다.
2. 18일에는 40명이 죽었고 시내 금남로는 피바다가 되었으며 군인들이 여학생들의 브래지어까지 찢어버린다.
3. 공수부대애들이 대검으로 아들딸들을 난자해버리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게한 후 장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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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신대 학생 1명이 18일 다쳐서 죽었다.
6. 학생들 50여명이 맞아 피를 흘리며 끌려 다니고 있다.
7. 계엄군이 점거하고 있는 가톨릭센터 건물에는 시체 6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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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데모 군중이 휴가병을 때리자 공수부대가 군중을 대검으로 찔러 죽였다.
9. 계엄군이 달아나는 시민들에게 대검을 던져 복부에 박혀 중상을 입혔다.
10. 진압군인들은 경상도 출신만 골라 보냈다는 등이다.
2) 박총리 서리 광주에 광주에 급파 (+ 최대통령 소요사태 수습 위해)
3) "고정간첩 침투 선동" (+이계엄사령관 경고 자위위해 조처강구) - 계엄사령관 이희성 육군대장의 담화문
주로 계엄사 말 받아 쓰고 있다.
강조하는 건 유언비어라는 것.
그런데 유언비어가, 슬프게도, 아니었다.
3. 80년 5월 25일 (일요일) 2면 사설
- 도덕성을 회복하자 (부제 : 진정 우리에게 너무한 경험앞에)
2. 한국의 내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고맙게도 미국형님께서!!!) 미국정부는 북괴의 전쟁모험주의를 사전에 봉쇄키위해 대한방위지원 결의를 재천명(했다). (...중략...) 미국의 정치적 결의와 신속한 군사행동은 한국내의 정정불안과 소요사태에 따른 북괴의 정세오판과 재침기회를 미연에 예방코자 함(이다).
3. 대외적인 안보측면에서의 우방지원에 감사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겐 대내적으로 시국을 안정시켜야할 책무가 뒤따른다. (...중략...) 우리의 위정자들(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겠지, 아마도)이 북괴의 남침위협을 운운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치기술의 하나로 가벼이 인식하는 불신풍조와 [안보]라는 단어에 대해 식상증에 걸려 있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도덕적 비극의 한 인자가 되어 (있다).
4.지난 18일 이후 1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광주 등 일원의 소요사태는 (...중략...) 불행중 다행하게 그리고 구원적인 한 상징으로 그런 과중에서도 시위군중이 간첩으로 인정되는 자들을 색출해냈다는 사실이다.
5.사회혼란의 틈바구니에서 또는 격앙된 군중속에서 간첩이나 오열(五列)이 선동하고 파괴와 방화와 살상의 선봉적 역할을 하리라는것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 그런 증거가 포착되기도 했으며, 서울에서는 남파간첩이 체포되기도 했다.
6. 이들이 지역감정을 촉발시키는 등 갖은 유언비어를 퍼뜨려 민심을 흉흉케함으로써 사태를 격화시켰으리라는 것도 십분 짐작이 가기도 한다.
7. 피흘림을 보고 불길이 솟고 군중의 격앙된 심리상태에서 이성을 잃게 되면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분별력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8.우리에겐 지난날 대구와 제주의 폭동사건 그리고 여순반란사건 그리고 성남시와 사북에서의 소요사태등의 경험이 또한 있다. 지혜를 모으자.
미국형님에 대한 감사 말씀. 신군부에 대한 찬양 말씀. 국민들에 대한 '훈계'(도덕적으로 문제란 말이다!). 이런 신문이 스스로 '민족지'라고 떠든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난 이런 굴종적이고, 천박하며, 자기모멸적인 인식은 정말 처음 본다. 이런 기본적 인식 구도는 '대추리'에서도 반복된다.
4. 80년 5월 27일 (화요일) 7면 - 혼미 ... 광주사태 10일째
광주, 목포제외 전남 일원 평온회복 : 계엄사 발표 (약간 큰 기사)
일가족 3명 피살 (+ 괴한침입 총난사) : 광주 (약간 작은 기사)
전남 도경국장 경질 (작은 기사)
조선일보 사회면에서 바라본 광주의 모습이다.
전체적으로([광주, 목포 제외]라는 문구는 작게 숨겨져 있다) 평온을 되찾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일상적인 생활의 어려움(위 1번 기사)이 있다는 식이다. 선정적인 흥미유발용 기사(원한에 의한 일가족 피살)등으로 사안의 논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역시 편집은 조선일보다. 그 저널미장센이 이미 이때에도 빛나고 있었구나 싶다.
5. 80년 5월 28일 (목요일) 1면 - 계엄군, 광주 장악
- 17명 사망, 2백 95명 보호중 : 계엄사 발표 / 계엄군 순직 2, 부상 12명.
2. 시민피해 없도록 과감히 관대처리
3. 구호-복구 최대 지원 : 최대통령 지시 관계자오간대책위 구성
4. 안 前전남도경국장 직무유기혐의 연행
5. 이런 비극없게 자성, 피해시민들에 죄송 : 이문공 담화
6. [팔면봉] 광주, 바람 자고 먹구름도 걷히다. 사랑과 평화와 번영으로.
가장 짜증나는 건 팔면봉이다. 그 일면 하단의 한 두 문장으로 구성된 그거. 바람 자고 먹구름 걷혔단다. 사랑과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잖다. 그 무수한 피를 뿌리고, 그 피가 마르기도 전에, 그 오열과 통곡이 잦아들기도 전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사랑과 평화와 번영이라니... 이제 곧 대통령 등극할 전씨를 비롯한 신군부에게 사랑과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6. 80년 5월 28일 (목요일) 7면
- 10일만의 평온... 복구 서둘러 (계엄군이 장악한 광주시가)
"어떻게 지냈느냐" 인사 나눠
공무원-경관들 출근... 기능회복
시내전화 한때 불통... 아침 9시까지 간간이 총성
시민들은 사후처리에 관심집중
2. 광주에 생필품 비상공급
정부조사반 현지 파견 세금납기 한달 연기
3. "광주시민을 돕자"
부산 - 대구 - 경남 민간단체등 전극 호응 / 삼성 2억 기증
4. 부상치료 전액 지원, 전파가옥 5백만원
이제 상황종료 선언이다. 사회면에서 확실하게 도장 찍고 있다. 3번 기사는 의도적으로 부산/대구/경남..을 강조함으로써 광주항쟁의 지역분열, 지역갈등 문맥을 노골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광주는 영남을 모략했지만, 영남은 광주를 돕는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을까 싶다.
조선일보의 특기는, 아니 우리나라 언론의 대체적인 장기는 이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의 복귀'를 설계해낸다는 점에 있다. 아무리 커다란 아픔이 있어도, 어떤 야만이 우리 소망을 흠집냈는지, 아니 그 소망을 갈갈이 찢어버렸는지... 그 이유들, 그 절규들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냥 그저 일상으로 복귀하는거다.
7. 80년 5월 29일 (목요일) 1면 - 서서히 문 열리는 광주
계엄군 진입 사흘째 길목에 다시 교통순경 모습
"이젠괜찮나" 상가절반 "개업"
시민들 "금품보다 [마음구호]를"
2. 아직은 자전거의 거리 / 바리케이드도 말끔히 / 택시 간간이...시외버스도 통행
3. 한국 민주발전 희망 : 미국무성 대한(對韓) 방위조약 준수 결의 재확인
"질서확립 시급한 때"
4. 광주사태 수습협의 : 박총리, 첫 주요각료 간담회주재
5. [만평] 광주를 돕자
6. [자사 광고] 광주시민 돕기 모금 / 본사서 2천1백35만원.
일상으로의 복귀를 독려하는 기사가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인상적인 기사는 미국형님에 대한 감사표시 기사와 만평과 자사광고로 '광주를 돕자'고 나선 점이다. 그러니까.. 나로선, 한마디로, 역겹다.
8. 80년 5월 29일 (목요일) 2면 사설 - 민족정서를 살리자
(우리는) 단일민족(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굳이 의식하진 않더라도 원천적으로 민족이 공감하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민족정서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난국(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화해, 화합이 우리 민족정서의 대종 가운데 하나이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대립과 갈등의 시기는 불가피하다. 더욱이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국제화 그리고 숱한 가치관의 혼란틈에서 이 대립과 갈등은 빈발해왔으며, 빈발해나갈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까) 화합의 슬기(가 필요하다는 거다).
화합은 야합과는 다르다(그러시군!).
(한편) 한국인은 인정에 강하다. 곧 인정이야 말로 우리 민족정서의 다른 한 특성(이다).
옛날의 취락단위인 촌락공동체는 인정으로 맺어진 생계와 운명의 공동체였다.
(드디어 결론을 말하자면) 광주사태가 빚은 후유증일랑 먼저 이 화합과 인정이라는 민족정서의 고약으로 그 아픔을 덜고, 이 민족정서를 에너지로 하여 모나지 않는 부드러운, 그러면서 발전적인 분위기를 우리 주변에 깔아 나가기로 하자.
사설의 논리를 거칠게 다시 정리하면, 우리는 단일민족으로서, 우리민족의 정서상의 특징은 '화합'과 '인정'인데, 까칠하게 광주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화합하고 인정 발휘해서 대충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살자는 거다. 그러니까 언론으로서의 제일사명인 치열한 이성에 의한 진실 추구 의무를 내팽게치고, (미국형님과 신군부를 위해서) 인정 발휘하고, 화합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건 신문도 뭣도 아니다.
그런데 그냥 쓰레기도 아니다.
이건 악(惡)이다.
9. 총평
[80년 오월 광주]라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보여준 조선일보의 정체는 이상과 같다.
그 조선일보가 아직도 호령하고, 시민들 가르치고, 훈계하는 사회에 우리는 산다. 그리고 정말 미스터리하게도 많은 시민들은 그런 조선일보가 편안하다. 조선일보는 현재 우리사회의 윤리적 부재와 역사의식의 결핍을 아프게 방증하는 한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그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자기 편한대로 재구성하는 것처럼, 아직도 조선일보는 '대추리'를, 아니 대한민국을 그렇게 왜곡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한다. 여기서 한술 더 떠서, 그 대추리 싸움, 그 소망의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친북 불순분자'로 몰고 있다. 거기에 대다수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이런 조선일보를 그대로 두면, 이런 조선일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면, 우리 스스로가 언젠가 그 광주와 대추리의 상처를 안은 그 다른 우리들처럼 '당할 수' 있다. 우리들을 움직이는 건 '이익'이니까, 쉽게 말하는거다. 광주와 대추리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면, 그래서 조선일보가 이야기하는대로 그렇게 '안락하게' 쉽게 쉽게, 인정 발휘하면서, 가짜 화합, 거짓 화해로 야합하고, 타협한다면, 다음에 절규하고, 오열할 수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이다.
p.s.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_ _)
아직 그 시대의 야만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기억을 기억하라
http://www.thirdtype.net/1014
* 임을 위한 행진곡 (오랜만에 한번 들어보시죠. ^ ^; )
http://www.nirvanana.com/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