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판과 비난
감정에 기반한 '비판'인 척 하는 '비난'과 나름의 논거와 논리적 일관성을 갖고, 자신의 진실을,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채로 발언하는, 말 그대로의 '애정 어린' 비판과는 좀 구별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언젠가 필넷 글방의 글에서도 썼지만, 저는 애정어린 비판이야 말로 그 비판받는 자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비판의 조건. http://wnetwork.hani.co.kr/skymap21/2739 )
올블을 매개로 한 블로고스피어의 풍경이 너무도 비판 일색이라고 지적하는 글을 읽었습니다(무조건 비판하면 뜨게된다? http://s2day.com/471 )
물론 위 글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서드님도 그렇고, 에스투데이님도 그렇고,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동료' 블로거를 바라보셨으면 해요(제 서툰 오지랖을 너그럽게 여겨주시길 기대합니다). 서드님도 나름으로는 좋은 취지로 비판행위를 시작하셨을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소간 개인적인 감정 표출 없다고 할수는 없겠지만요.
누구나 실수도 할 수 있고, 또 감정적인 목소리가 먼저 터져나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 ^ ; 조금씩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관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위 에스투데이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전에 읽었던 하늘님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2. 하늘님의 씁쓸한 토로 http://ceo.blogcocktail.com/wp/archives/534/
최근 올블의 하늘님께서 '올블 추천 조작' 관련 포스팅과 여론 때문에 마음이 꽤 상하신 것 같은데요. 그 글을 읽으니 저도 마음이 좀 짠해지더라구요.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실천적인 에너지들, 그 공기를 채우는 건 그 시스템의 작용과 함께 호흡하는 '유저'들, '참여자'들일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시스템 그 자체는 완벽할 수가 없지요. 저는 하늘님의 고백(?)을 들으면서 두 가지 느낌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신념대로, 자신의 열정을 온통 쏟아부는 자 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깊은 상실감이 그 하나였구요, 다른 하나는 아직 올블은 참 젊구나,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 '교활'하지는 않구나, 하는 느낌이 나머지 하나였습니다.
(보통의 시스템 관리자, 그 운영 책임자라면 이런 진심이 느껴지는 주관적 진술이 가능했을지 의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치적 수사', '외교적 수사'를 마구 구사했을테죠. 저는 이런 '객관적인 척 하는, 기계적인 목소리'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올블의 하늘이님께서는 참여자를 신뢰하고, 그 참여자들의 건강한 정신, 블로거 정신이 그 시스템에 구현되는 비권위적이고, 개방적이며, 평등한 시스템을 자신의 신념으로, 올블의 정신으로 세우고자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올블 유저들의 수가 폭주하고, 또 올블의 시스템 그 자체도, 올블 유저만의 자정능력에 기대하기엔, 다소 위험스런 결함을 노출시켰던 것 같습니다.
저로선 냉정하게 말한다면, 하늘이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 진심이 그대로 감동적인 점은 별론으로, 올블도 조금은 더 '교활'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시스템의 맹점이 노출되었고, 그것이 (하늘님이 바라는 것만큼 저도 몹시 바라는 것과는 달리) ‘올블 유저만의 자정능력’으로는 그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올블만의 ‘방어기제’들을 마련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기존의 관습적 권위의식이나, 타성적인 억압의 제도화와 ‘일치’시키는 진술은.. 저로선 좀 받아들이기 힘든 견해입니다.
3. 시스템을 채우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저 역시 올블유저들의 건강한 블로거 정신을 신뢰하지만, 그리고 그 신뢰만에 기대어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기를 누구보다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이 기대는,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모두 극복하기엔 역부족인 것이 사실입니다.
시스템은 그 자체로 어떤 지향(좀 달리 말하면, 정치성을 갖습니다. 이 부분은 여기서 하기엔 너무 길구요)을 갖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객관적이고, 개방적이며, 모두에게 평등한 시스템이란, 공상에서만 가능하죠.
다만 그 '어떤' 시스템을 채우는 건 그 시스템 자체만의 철학적인, 정치적인 지향만은 아니고, 또 그 기술적인 얼개들, 그 운영의 메카니즘만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사람입니다.
그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의견과 애정어린 비판들, 그리고 서로 다투고, 또 다시 화해하면서 만들어내는 '문화'입니다.
저는 올블유저, 그리고 블로고스피어를 만들어가는 많은 동료 블로거들께서 조금 더 관용적인 시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다만 자신의 의견에 대해선, 그것이 부족할 수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열띤 진심과 진실의 마음 그 하나로, 거침없는 블로깅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블로거에게 블로고스피어의 영토는 아직 광대하게 남겨져 있습니다. 그 영토를 하나씩 일구고, 각자의 진실로 개척하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진심을 '읽어 줄' 많은 동료 블로거들이 있습니다.
끝으로 올블의 건강한 블로거 정신을 신뢰하고, 여전히 기대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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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2day.com
2007/03/04 08:41
del.
세상을 살아가는데 겪어야할일도 만나야할 사람도 너무나 많다는걸 새삼느끼게 되었다. 나도 욱하는 성격이 있지만 그런 상황에 서로 생각의 차이가 다른 써드타입님과의 논쟁. 잘한일이라고 생각지 않다. 잘못된 행동이라고 나 자신은 반성하고 있지만 사이가 틀어져버린 써드타입님은 어찌 생각하실지가 궁금하다. 어제 내 블로그에 남겨진 댓글을 가보고 그분 블로그를 찾아가본건 처음. 댓글과 달리 블로그의 내용과 의도는 참 좋았다. 블로거들간의 갈등과 싸움 어찌 잘..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필넷 사건이 잘 안 풀리나 보군요. 그간에도 고심이 있으셨는디 이번이 촉매제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저 같은 경우 네이버에서 옮겨왔을때 말씀하신 대로 글을 삭제하고 그 글에 옮긴 링크를 적어두었습니다. 근디 종종 네이버에서 놀던 때가 그립더군요. 그 네이버라는 가게는 맘에 안 들지만 거기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기억이 있기에요.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적어두려고 블로그를 맹글었는데 요즘은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고 적어지는 것 같아서 제 생각이 아닌 것 같이 보일 때가 종종 있더군요. 그냥 스쳐가는 한줄짜리 짧은 생각들을 내 뱉고 배설을 하려고 했는디 이거이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맘대로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구만요. 여튼, 저 같은 경우는 지금도 가볍지만 쪼매 더 가볍고 짧게 써야겠습니다. 즉흥적이 이 정도시라니! 민노씨께서 적은 이 글 정도의 길이를 제가 쓰려면 후ㄷㄷ이구만요.
너바님의 글은 항상, 아니 제가 읽은 글로만 소박하게 그 감상을 적자면, 블로그의 매력인 가볍고, 하지만 진지한 글쓰기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블로거의 주관, 개성, 관점이 명확하게 투영되는 글.. 저 개인적으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이죠.
다만 때론 블로그 콘텐츠 역시 기존 종이매체 콘텐츠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지식의 짜집기'가 아니라, 의미있는 관점이 견지된 집중적인 탐구인 경우가 많은 점에서 저로선 블로그 콘텐츠의 질도 점점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보하리라 기대합니다.
p.s.
오형님이나 너바님처럼 블로그 툴의 기술적인 설정이나, 웹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은 블로거들은 저에겐 꽤나 부러운 블로거랍니다.
: )
저도 필넷에 쓴 민노씨의 글을 봤습니다. 저와 관련이 없는 문제라 의견을 달지는 않았지만 운영주체와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분이 민노씨 하나가 아니라면 티스토리의 팀 블로그를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떤지요? 구성원이 운영주체인, 민주적인(산으로 가는) 더 나은 필넷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마음 같아선.. 필넷 사이트 전체를 '매입'하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 ^; 이건 물론 건방진 얘기고, 또 많은 필진들께서 그렇게 한겨레 필넷에 애정을 쏟고 계시지만, 저처럼 과도한 '기대'를 갖고 계시진 않는 것 같습니다.
운영진과의 대화가 어떤 생산적인 비전도 (제 입장에선) 담보될 수 없겠다는 걸, 일년 반쯤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드디어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물론 필넷이 블로고스피어를 대표하는 '미디어 블로그'로 성장하고, 또 거기에 조금이나 앞으로도 조력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실적으론, 지금으로선 당분간은, 그 '안에서' 제 역할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가벼운듯 진지한 글을 쓰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확실한건 지나치게 심각한 글은 읽는 걸 피하게 되는건 사실인거 같아요. 저도 늘 농담속에 뭔가 생각해 볼만한 우화같은걸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는 살지만. 시간이나 능력이 받쳐주지는 않죠.
제가 즐겁기 위해 글쓰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개인적인 철학으로 삼고는 있습니다만.. ^^;
오래된 블로그를 떠나오는건 많은 고민이 되지만 블로그를 옮기면서 예전의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는건 좋은 경험이 되더라구요.
가볍고 진지한, 그러면서도 밝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댓글하나 남겨봅니다.
:)
아이코! 지송. ^ ^
그로커님의 논평은 벌써 읽었는데, 댓글을 담는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찾아뵙는 블로그 주인장께서 오셨는데..
이거 실례가 이만 저만이 아니군요.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론 그로커님의 글쓰기에 담여 있는 위트와 숨여진 함의들은
정말 깊은 매력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로선 제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는 전제에서,
그로커님의 글이야 말로 '가볍고, 진지한' 글의 전범이 아닐까 싶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