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보다 나은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을 보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분발형 네티즌들이 있는가 하면 부러우면 치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열폭형 네티즌들도 있다. 당연히 전자는 선플을 즐기고 후자는 악플을 즐긴다.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이외수)
1:33 AM Nov 15th  http://twitter.com/oisoo/status/5712356361

1. 우연히 외수옹 트위터 훑어 보다 묘한 느낌 들어 짧게 써본다. 사족이지만 나는 외수옹에 대해선 막연하게나마 호감을 갖고 있다. 책은 별로 안읽었지만. 암튼 아주 당연한 한 말씀 같은데, 왜 이 짧은 문단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는건지 잘 모르겠다. 열등감이나 부러움, 질투나 시기 등의 감정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오래도록 강화시켜 이제는 본능처럼 내면화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2. 우리나라처럼 급속하게 자본화가 진행되고, 봉건 잔재(양반/상놈)의 문화적 뿌리가 청산되지 못한 사회, 일제와 내전이라는 뼈아픈 역사적 트라우마를 지닌채 군홧발 정치의 가부장적 독선이 무슨 시혜인 것처럼 향수되고 있는 사회에서 뭐 문화적인, 사상적인 뿌리나 토대, 이런게 바로 설리가 없다. 그럼에도 참 대단한게 그 군홧발 정치를 시민들이 젋은 애들이 피를 뿌리면서 어쨌든 몰아냈고, 우리 사회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세력이 통치권력을 교체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3. 하지만 이 새로운 사상적 전환의 움직임은 급속하게 후퇴하는데, IMF로 뒷통수 제대로 맞아서다. 그래서 다시금 획일적이며 배타적인 줄세우기, 돈이면 장땡인 시스템이 그 군홧발을 대신하게 된다. 그리하야 배타적 폭력성을 본질로 하는 끼리끼리 혹은 줄세우기 시스템은 공식/비공식 제도로 진화되어 사회에 뿌리 박히게 된다. 나는 그게 지금/현재 대한민국 정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역시나 잡생각이 엉키기 시작하는데...

4. 쉽게 말해서 "자기보다 나은 입장"이란게 도무지 뭔지도 모른 채, 그 모든 조건/기준은 '물질'로 환원된다.  고민은 제거되고, 질문은 생략된다. 자기보다 나은 입장에 처한 사람은 당연히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또 부러움은 '지거나, 이기거나' 하는 게임으로 환원되며, 그래서 결국 '치거나, 안 치는' 폭력적 액션의 버튼 누르기 심리시스템으로 안착하게 된다. 

5. 이 자동순환하는 대한민국 심리 시스템, 그 병적인 사고패턴. 그 방향을 바꾸지 못하면, 그 뿌리를 제거하지 못하면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점점 더 끔찍한 사회가 될 것 같다. 그러니 부럽다가 지배하는 이 사회의 감정적 밑바닥을 최소한  '다르다'라는 이성적 필터가 작동하는 심리시스템으로 진화시키지 못하면, 그렇게 한번쯤 갸우뚱할 수 있는 심리적 처리과정을 우리사회가 획득하지 못하면, 늘 그랬듯 개차반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내내 영영 안녕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 줄이면 될 글을 참 길게도 쓴다.는 생각이 다 쓰고 나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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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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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9/11/16 20:18

    왜 이 글엔 댓글이 없을까?
    1. 글이 욜 심심해서
    2. 글이 욜 재미없어서
    3. 둘 다 (그런데 둘다 똑같은 소리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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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 수경 2009/11/17 04:05

    쭉 읽고나니까 수긍이 되네요..다 맞는 말이라고나 할까요??
    부러우면 지는 거다..이외수선생 책 몇권 읽었었는데..
    솔직히 재밌다고는 못 느꼈거든요..
    이외수선생은 좋아하는데....^^

    부러우면 지는 거다..뭘 지는 걸까요??
    글쎄..나이 들면서 점 점 삶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응시하다 보니,
    예전의 사고방식들이 금새 사그라들어서 분명 나도 느꼈었던
    감정들이 어색해지기 시작하네요^^

    마치,,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다섯살이 넘어가면
    새내기 엄마들의 간난쟁이 키우는 모습이 낮설어지 듯 말이죠
    엄마들이 그렇거든요 자신도 아이를 낳고 키웠으면서도
    젖먹이때 어떻게 키웠나 하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금새 옆길로 새네요..하여간에 부러우면 그냥 부러워하고
    그러면서 즐거워도 하고 또....뭐가 있더라......?
    말처럼 안되죠,그게..그런 여유를 터득한다는 게..
    돈이라는 유일무이한 모든 인류의 생존을 책임(??ㅡ<>ㅡ)
    지는 무형과 유형의 삶의 정석!!!! 에휴~~~
    뭔 말인지.........하여간에 과유불급이라는 의미가
    가장 필요한 삶의 횃불!!

    근데 그 돈 말고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른 누군가에게 사람들은 어떤한 의미로든 부러움을
    느끼고 질투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만....
    왜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는 걸까요??
    존재감을 위협받았다는 일종의 자괴감을 건드려서
    그런 건 아닐런지..??
    존재감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절대적인 본...본...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질 않네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하여간에,, 존재감과 자괴감..
    나름의 내 결론은 이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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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17 09:35

      글이 길어서 죄송하다뇨.. ^ ^;;
      이런 썰렁한 글에 풍성한 논평 주시니 글쓴 보람입니다.

      말씀처럼 그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너무 획일적인 표준에 경쟁한다는 게임스런 마인드는 누그러뜨릴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감수성을 확대한달까요? 그런 감수성이 좀더 확대되면 우리사회를 질식시키는 억압적인 경쟁과열과 서열화된 노예적 근성들이 조금은 풀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3. Charlie 2009/11/18 00:22

    꼭 ****해야한다라는 말을 어릴때부터 들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려나요?
    (은근슬쩍 책임회피..)
    꼭 성공해야 한다.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꼭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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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18 06:06

      아마도 그렇겠지요.
      아무튼 요즘 자주 논평주시니 참 고맙고, 반갑습니다. : )

  4. 오늘사람 2009/11/18 00:41

    원래 고집을 잘부려서 댓글을 안쓰는 편인데, 생각의 차이?가 미세하게 느껴져 씁니다.

    부럽다와 다르다!

    그중에서 우선 다르다에 주목합니다.

    다르다라는 말이 틀리다를 대체하는 것으로 쓰이며 꽤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로 자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틀리다를 쓰는 것에 여전히 익숙합니다.

    그리고, 부럽다에 대해서도 그 단어가 가지는 정서나 감정이 굉장히 일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일반적인 것(만약 그게 맞다면)을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이유로 교정을 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헛되보입니다.

    민노씨의 이번 포스팅에서 그런 미세한 결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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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18 06:10

      무척 흥미로운 지적이시네요. : )

      어제 주신 논평 읽고 어떻게 답글 써야할지 생각 안나서 여러번 다시 읽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말씀하시고 하는 바가 어느 정도는 윤곽이 잡힙니다. 다만 여전히 제가 그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도 생기지만요. 기회가 되시면 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의견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직설적으로 좀더 풀어 써주시면 저로선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5. chadking 2012/11/06 00:06

    우리에게 내재된 '부러움', '시기', '질투'의 감정은 왜 나오는 건지 궁금해서 검색하다 이 글을 찾았습니다. (3년 전 글이네요 ^^)

    한국은 보이지 않는 계급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부러워하는 요소는 여러가지지만, 그 근원은 대부분(사실 저도 좀..) '돈'이죠. 돈이 모든 가치를 앞서는 천민자본주의가 원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그 동안 보고 들은 것이 있으니, 돈 우선의 패러다임을 깨기가 참 어렵습니다 -_-; 가끔은 제 스스로가 섬뜩할 정도로...이것도 훈련이 필요하겠죠?

    그럼 어떻게 부러움의 틀을 깰 수 있을까요? 보다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 '저 사람은 그래도 ~~한 단점이 있잖아'라고 누군가를 깎아내리면서 위안하는 건 별로 바람직한 것 같지 않더라구요.

    1) 돈과 명예는 행복과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2) 돈과 명예가 없어서 행복하지 않은게 아니라, 돈과 명예가 없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또 뭐가 있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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