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
독초님께서 트위터에서 소개해주신 미디어법 헌재 판결 도해(한겨레 제공)를 기초 자료에 대한 접근성 확대 차원에서 웹 텍스트로 옮겨서 소개하고, 간단히 논평합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청구 적법성 여부(청구 자체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1단계 과정. 여기서 청구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청구 내용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반려=각하) 판단부분과 비쟁점 영역인 금융지주회사 법안 및 IP TV 법안에 관한 부분은 생략했습니다(이 법안들에 대해선 각각 9인 재판관 전원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 즉, 신문법과 방송법 가결, 통과행위 중에 생긴 하자가 이 법안 통과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절차적인 흠결인지 여부에 대한 재판부 입장만을 옮기고, 이 부분은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차원에서만 아주 간략히 보충했습니다. 판결 도해 전문이 모두 담겨 있는 한글파일은 http://bit.ly/3B8qPD 에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재판유형인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간략한 사전 참조글이 있고요, 이 사건 판결에 대한 총평(단평)은 글 말미에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분은 이것만 읽으셔도 족합니다. 끝으로, 이 글은 저작권을 일절 주장하지 않습니다. 불펌 환영합니다. 한겨레 자료 역시 그 성질상 인용이 권장되는 텍스트로 판단합니다.

* 사족 : 넘어가셔도 무방.
사회적으로 중대한 판결은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이야기되는 '바로 그 시기'에  대법원이나 국회 등의  사이트에서 판결 전문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현재는 그런 서비스가 전무한 실정인 것 같습니다.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금으로 뭐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건 정말 최소한의 대국민 법률서비스이면서 국가의 의무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판례 뿐만 아니라 지나간 주요 판례들 경우에도 사설 법률사이트의 '유료'정보들이 훨씬 더 잘 정리되어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열람에는 꽤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도 대단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어려운 법률용어들을 순화해서 풀어주고, 판결 의미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판례 정보 서비스가 생겨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더불어 언론에서도 판결 의미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주시길 바랍니다. 언론 판결 관련 기사들은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 사건번호라도 꼭 써주는 작은 실천을 보여주시길 바라봅니다.

* 사전 참고 : 이 사건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간단한 사전 설명
참고로 본 헌법재판소 재판은 '권한쟁의' 심판입니다. 국가기관(혹은 지자체) 간 사이의 권한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분쟁을 심판하는 재판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회 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발생했고, 그 흠결로 말미암아 국회의원으로서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당했으니, 그 법안 통과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입니다(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청구). "권한쟁의심판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질서를 보호하는 객관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특히 국회의원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의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건"인 경우에는 "국회의원의 객관적 권한을 보호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질서 수호,유지하기 위한 쟁송으로서 공익적 성격이 강"합니다.(이상 2001.6.28. 2000헌라1 사건 판결문 중에서)

그래서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 심판에서 청구인은 그 법률 통과 무효를 주장하는 국회의원이고, 피청구인은 국회의장이 됩니다.(다만 이 사건에서는 법률안 가결 선포행위를 한 당사자가 국회부의장인데요. 피청구인은 국회부의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이 됩니다. 왜냐하면 부의장 권한은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권한쟁의 심판에서 청구인 주장을 받아들이는, '인용' 결정은 재판부 7인 이상이 심리에 참여해 최종 심리에서 5인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본 사건 경우엔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여했으니 무효확인 청구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5인 이상이 무효 의견을 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ㄱ. 신문법 경우엔 3인(조대현 송두환 김희옥)이 무효확인 의견을 냈고, ㄴ. 방송법 경우엔 2인이 무효의견(조대현 송두환)을 냈습니다. 따라서, 주지하다시피, 법률안 가결 선포행위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청구인의 요청은 거절('기각') 되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기념비적인 위헌 판결("관습헌법" "경국대전") 이후로 또 다시 국민의 법상식을 허물고, 무지를 비웃는 천재적인 법이론을 창안, 계승, 발전시킨("명백한 절차 위반 있지만, 무효는 아니다" "문제있단 건 확인해줄테니 해결은 국회에서 알아서 해라") 이번 헌재 판결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시죠.


[신문법안]
1. 국회위원 권한을 침해한 게 맞다(7인 의견) : 권한침해 여부 판단
2. 하지만 '신문법안' 통과를 무효라고 하기는 어렵다(6인 기각의견) : 법률안 통과의 무효여부 판단


1. 제안취지 설명 절차의 위법 여부 : 적법하다(6인) / 위법하다(3인) 

[적법하다는 의견] (6인)
•제안취지 설명의 방식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컴퓨터 단말기에 의한 설명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실제로 표결할 당시 의원석 컴퓨터 단말기를 통하여 수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알 수 있었다(3인)
•표결선포 당시 수정안이 회의진행시스템에 입력되지 아니한 절차적 흠결이 있으나, 표결이 실제로 개시되기 전에 회의진행시스템에 입력된 이상, 당시 극도로 소란하였던 회의장 상황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자율적 의사진행 권한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한다.(3인)
[위법하다는 의견] (3인)
•제한취지 설명을 의원석의 컴퓨터 단말기에 의한 설명으로 대체 가능하나, 표결선포 후 질의 토론이 금지되어 있는 시점에, 그리고 표결이 실제로 개시되기 30여초 전에 수정안이 회의진행시스템에 입력되어 제안취지 설명이 적법하게 대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안취지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표결을 선포한 잘못이 있다.

2. 질의 토론 절차의 위법 여부 : 위법하다(6인) / 적법하다(3인)
[위법하다는 의견] (6인) : 이강국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김종대 이동흡
심의절차는 표결절차와 마찬가지로 국회의 의사결정절차에서 생략할 수 없는 핵심절차이며 국회 입법절차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신문법안에 대한 심의 표결 진행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질의 및 토론신청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 되었으며, 따라서 국회법 제93조를 위반하고 있다(4인)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하여 질의 토론 신청 유무에 관한 확인이나 언급도 없이 질의 토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후 곧바로 표결처리에 나아간 것은 국회의장의 자율적 의사진행권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2인).

[적법하다는 의견](3인) : 이공현 민형기 목영준
•질의 토론절차 운영상 신청이 없는 경우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피청구인은 당시 회의장의 무질서 등 의사진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청구인들의 의사진행 저지행위에 비추어 질의나 토론의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 신청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생략한 것인 바, 이러한 판단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국회의장의 의사진행 자율권 존중). 

3. 표결절차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 (무권투표등에 대한 평가) : 위법하다(5인) / 적법하다(4인)
[위법하다는 의견] (5인) :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표결과정에서 표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고, 이는 표결 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 있다. 따라서 헌법 제49조 및 국회법 제109조의 다수결 원칙에 반한다.

[적법하다는  의견] (4인) :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김종대
•표결과정에서 비전형적인 투표행위 등이 있었더라도, 실제 표결결과에 영향을 미쳐 청구인들의 투표 가치를 훼손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4. 무효확인 여부 : 무효라고 할 수 없다(6인) / 무효가 맞다(3인)
[기각 의견 : 유효하다] (6인) : 민형기 목영준 이강국 이공현 김종대 이동흡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그 권한 침해를 전제로 하는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2인)
•기능적 권력분립과 국회 자율권 존중의 의미에서, 원칙적으로 심의표결권 침해만 확인하고 위헌 위법 상태의 시정은 피청구인에게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2인)
•국회의 법률제정과정에서 비롯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심판에서는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하였다는 확인에 그치고, 사후의 조치는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하여 해결할 영역에 속한다.(1인)
•질의 토론절차의 적정성에 관한 경미한 하자를 인정할 수 있을 뿐,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1인)

[인용 의견 : 무효를 확인해야 한다] (3인) : 조대현 송두환 김희옥
질의 토론절차가 생략됨으로써 국회의 의결을 국민의 의사로 간주하는 대의(代議) 효과를 부여하기 위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표결절차의 공정성 상실도 중첩적으로 결합되어 중대한 무효사유를 구성한다.


[방송법안]
1. 국회위원 권한을 침해한 게 맞다(6인 인용의견) : 권한침해 여부 판단
2. 하지만 '방송법안' 통과를 무효라고 하기는 어렵다(7인 기각의견) : 법률안 통과 무효여부 판단


1. 제안취지 설명 절차의 위법 여부 : 적법(9인)
• 표결선포(15:58)되기 3분 전에 방송법 수정안이 회의진행시스템에 입력되어, 청구인들이 표결할 당시 수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알 수 있었다

2. 질의 토론 절차의 위법 여부
[적법 의견](5인) : 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민형기 목영준
•청구인들은 표결이 선포되기 전에 질의나 토론을 신청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질의나 토론신청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의사를 진행한 피청구인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의사진행의 자율권 존중)
•장내가 소란한 상황에서 피청구인이 표결에 앞서 질의 토론의 신청 유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더라도 국회법 제93조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위법 의견] (4인) : 조대현 송두환 김종대 이동흡
•피청구인이 방송법안 등을 상정하면서 이에 대한 질의 토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다음, 곧바로 신문법안에 대한 표결을 마치자 마자 즉시 방송법안에 대한 표결을 선포함으로써 질의나 토론 신청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던 점, 회의 개의시부터 방송법안 표결선포시까지의 상황에 비추어 질의 토론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들에게 질의 토론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었다고 볼 수 없다(2인)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하여 질의 토론 신청 유무에 관한 확인이나 언급도 없이 질의 토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후 표결처리에 나아간 것은 국회의장의 자율적 의사진행권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2인)

3.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여부 :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다(5인) / 위반 아니다(4인)
[위법 의견] (5인) : 조대현 김종대 민형기 목영준 송두환
•헌법 49조 및 국회법 제109조는 의결을 위한 출석 정족수와 찬성 정족수를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위 정족수의 성격이나 흠결의 효력을 별도로 구분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표결이 종료되어 재적 과반수 출석에 미달하였다는 결과가 확인된 이상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된다.
•국회의원이 특정 의안에 반대하는 경우 반대투표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불출석하는 방법으로도 반대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으므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요건이 국회의 의결에 대하여 가지는 의미나 효력을 달리할 이유 없다.
•전자투표에 의한 표결의 경우 국회의장의 투표종료선언에 의하여 투표결과가 집계됨으로써 표결절차는 실질적으로 종료되는 것이므로 투표의 집계결과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달한 경우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된다.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헌법 제130조 제2항), 주민소환투표(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와 균형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반대의 견해에 의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재표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되어, 국회의사의 단일화 및 회의의 능률성 효율성 보장이라는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의 입법취지에 배치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국회의 방송법안에 대한 확정된 부결의사를 무시하고 재표결을 실시하여 그 표결결과에 따라 방송법안의 가결을 선포한 것은 일사부재의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다.

[적법 의견] (4인)
•헌법 제49조 및 국회법 제109조의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이라는 의결정족수는 국회의결을 유효하게 성립시키는 전제요건인 의결능력에 관한 규정으로서,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다수결 원칙을 선언한 의결방법에 관한 규정과는 그 법적 성격이 구분되므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한 국회의 의결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다.
•국회에서의 실무관행도 이에 부합한다.
•전자투표의 특수성을 근거로 전자투표에 의한 투표가 종료된 경우만을 일반적인 경우와구분하여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이라는 법률조항의 법률적 성격에 관한 해석을 달리 할 수 없다.
•반대의 견해에 의하면, 재적의원 과반수에 이르지 못한 소수의 국회의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표결이 가능하고 부결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해석은 모든 의원이 가능한 한 의회의 의사형성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국회의 의사결정에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정족수 원리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 국민투표에서의 과반수의 ‘투표’와 주민소환투표에서의 3분의 1이상의 ‘투표’는 의결능력에 관한 의결정족수 규정이 아니라 의결방법에 관한 규정에 해당하므로 그 법적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동등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방송법안에 대한 재표결을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가결을 선포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재표결시 사전투표 주장에 대한 판단>
•방송법안의 재표결에 있어 청구인들이 문제 삼는 68인의 투표는 방송법안 재표결 선포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사전투표에 해당하지 않는다.

4. 무효확인 여부 : 무효라고 할 수 없다(7인) / 무효가 맞다(2인)
[기각 의견 : 유효하다] (7인) : 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김종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그 권한 침해를 전제로 하는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3인)
•국회법 제92조의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의 점 또는 국회법 제93조의 법률안 심의절차를 반한 점은 인정되나,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규정을 위반하였다는 등 취소 또는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3인)
•국회의 법률제정과정에서 비롯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심판에서는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는 확인에 그쳐야 한다(1인)

[인용 의견 : 무효임을 확인해야 한다] (2인) : 조대현 송두환

• 방송법안 경우 질의 토론절차가 생략된 하자가 이미 중대한 경우이므로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 위반의 점도 부가적 사유로 삼아, 무효를 선언하여야 한다. 


* 단평  
1. 신문법 경우
"질의 및 토론신청이 실질적으로 봉쇄"되었고(4인), 이는 "국회의장의 권한을 일탈"(2인)한다고 재판관 6인이 그 절차상의 위법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국회의원의 법률안에 대한 권한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심의권이 실질적으로  봉쇄 박탈되어 무력화되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절차적 흠결 사유들을 볼 것 없이 이 사유만으로 신문법 통과는 무효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유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보너스로 "무권투표(대리투표를 지칭하는 듯)"에 관한 절차적 위법을 인정하는 재판관도 5인입니다. 그런데도 신문법 통과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합니다. 정말 뭐가 뭔지 모를 지경입니다.

2. 방송법의 경우
다른 걸 다 떠나서 국회법에 규정된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임을 재판관 5명(과반수죠)가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무효라는 재판관은 3명 뿐입니다. 국회법은 왜 규정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네요.

3. 헌법재판소의 비겁한 책임 회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문법과 방송법 통과 과정에 대해 헌재 재판관 다수가 그 절차적인 흠결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법률안 통과는 무효가 되지 않은 것일까요? 그 절차적인 흠결이 법률안 통과를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한 것은 아니라거나, 혹은 법률 제정과 관련해 문제가 있더라도 헌재는 문제를 확인해줄 뿐이지 그 해결은 국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헌재 특유의 전통을 이 판결에서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지만 너희들이 해결하라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어 그걸 해결해 달라고 찾아왔는데, 문제가 있단 건 확인해 줄테지만, 니네들 끼리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결론입니다. 이것은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미명하에 자신들에게 부여된 헌법적 책임을 방기하고, 회피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초기 헌법재판에서 많은 주옥같은 소수의견을 냈던 변정수 재판관은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위헌이면 위헌이고, 합헌이면 합헌이지."(변정수 재판관은 같은 제목으로 책을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찾아보니 '품절'이네요. ㅡ.ㅡ; ). 특히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 '한정합헌' '한정위헌'이니 하는 변형결정이 많이 나왔습니다. "~라고 해석하는 한 합헌"이라는 둥,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둥의 말장난 판결이었죠. 변정수 재판관은 이런 변형판결을 비겁한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습니다. 그 변형결정 판결문에서 흔히 등장하는 수사가 "국회 (입법권) 존중"입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느니, 보호한다느니 하는 뻘소리는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수호의 사명을 방기하고, 힘있는 국회의원들 눈치보겠다는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합니다. 그 만큼 "절차" 자체에 민주주의 제원칙이, 그 철학이 깊이 내재된 것입니다.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법률을 제정하는 절차에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저처럼 무지하지만 소박한 국민의 눈으로 보기엔 그것이 정말 명백하게 잘못된 절차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헌법재판관들도 그걸 인정합니다. 그러면 그 법안 처리 과정은 무효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절차는 문제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대리투표'해도 증거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넘어가고, 재적 과반수가 채워지지 않아 부결되었음이 명백한데도 곧바로 재투표가 가능하다며 국회법에 규정한 원칙을 정면에서 비웃는 짓을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저 같은 무지하지만 상식을 바라는 국민들은 이렇게 판단할 수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헌법재판소는 존재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추.
실은 이 글은 쓸까말까 주저하다가(실은 게을러서리...) 오늘 새벽 독초님 한 줄 트윗을 접하고, 거기에 힘입어 쓰게 된 글입니다. 고마움을 전합니다. 물론 독초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엉터리 글이겠지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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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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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celui 2009/10/31 17:04

    이 비유가 적절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어쨌든 '국회에서 해결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들었을 때의 답답함이 제게는 이랬습니다.

    교실에서 두 급우가 싸우던 와중에 담임교사가 이 장면을 보고서는, 두 학생을 모두 혼낸 뒤 서로 사과하라고 시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싸움까지 간 건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이라고요. 정론이고, 일반론입니다. 그러나 상황의 특수성을 간과하기 때문에 일반론에 대해 반감이 강한 저로서는 이런 장면들이 교사의 나태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 다툼이 어느 질 나쁜 학생의 시비에서 비롯되었다고 가정해 보죠. 교사도 얘기를 들어보고서는 어느 쪽에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xx가 oo라고 말한 건 잘못이야. △△에게 사과해라. △△도 그렇다고 싸우는 건 옳지 않아. xx랑 화해해라."

    두 학생끼리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교사까지 나서게 될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는 해결될 수 없는 일에 대해 교사의 판단이 요구된 상황인데, 그냥 교육자로서의 원칙만 고수하고 체면치레만 하고서는 다시 학생들에게로 문제를 돌려 놓았지요. '양식 있는 학생답게 사과하고 화해하라'고 하면 정말 그렇게 되는 학생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요. 개념 있는 의원들 답게 국회에서 해결하라고 하면,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일 의원들은 또 얼마나 될까요?

    덧. '4. 무효확인 여부'에서 '무효 아니다'는 의견, '무효다'는 의견...은 어떤 식으로든 고쳐야 읽는 데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의견으로 바꾼다든지.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0/31 19:40

      아주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 )
      저도 실은 그런 풍경을 떠올렸더랍니다.
      학생들끼리 해결 안되서 선생 찾아오니 "갑(국회의장)이 잘못한 거 맞네.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들(국회의원) 자율성을 존중하니까 니들끼리 해결해!" 이런 쌩코미디가 또 어딨겠습니까. 갑이랑은 도무지 해결이 안되고, 그 해결 모색이 이미 물건너 갔기에 선생님을 찾아온건데 말이죠.

      추.
      자료 다듬다 말아서 오타도 많고, 보기도 안좋았었근영! ㅡ.ㅡ;
      조언 본문에 반영했습니다.
      세심한 조언 고맙습니다. ^ ^

  2. 별거아니지만 2009/10/31 18:57

    붉은 색으로 강조를 해두시는 바람에 방송법이 무효확인 판결난 것으로 오인했습니다. 다시 확인했는데 2인의 소수의견이었네요. 글씨크기의 차이를 두어서 오해를 방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잘 읽고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0/31 19:41

      아, 그러셨군요.
      본문 다시 추고해야겠습니다.
      세심한 지적 고맙습니다. : )

  3. nopd 2009/11/02 22:43

    좋은 글,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인쇄기술이 없어 지배층만이 정보를 점유할 수 있었던 중세시대,
    그 폭력의 시절을 향수하고 되돌리려는 어떤 이들의 일련의 노력들이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까지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들이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룰 지, 결국은 실패할 지 모르겠지만
    그들을 실패하게 또는 그들의 성취를 더디게 하는 데에
    이 공간이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힘내세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11/03 01:27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 )

  4. 그냥 지나가다가 2009/11/06 22:04

    그냥 지나가다가 한마디적습니다

    이번 헌재 판결이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별론으로 하고
    판결 자체는 예상가능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천재적인 법이론을 창안했다느니 하는 표현을 쓰면서 경악하는 모습이 조금 의외네요(글 읽어보니 법에 대해 잘 아시는 분같은데)

    위법이지만 무효는 아니다는 표현은 전혀 새로운 법리도 아니고 헌재판결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헌재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입법절차와 관련해서는 국회의 자율권을 과도하게 존중하는 경향을 고수하고 있고 아마 일사부재의 위반과 같은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무효확인을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악할 일이었겠죠

    일사부재의 원칙같은 경우 일사부재리랑 비슷해서 상당히 중요한 원칙인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사부재리랑 달리 일사부재의는 헌법상 원칙도 아니고 국회법에 규정된 절차규정에 불과합니다(원활한 의사진행을 보장,특히나 소수파의 방해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의)

    한마디로 그간 헌재의 태도를 본다면 이미 통과된 법률을 무효확인할 정도로 중요한 원칙이 전혀 아닙니다


    2MB정권에 걸맞는 아주 새로운 판결인듯 경악하시는데 당장 전정권 시절 헌재판례를 살펴봐도 국회법상의 절차규정위반은 가볍게 무시하는 판례는 쉽게 찾아볼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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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1/07 17:16

      논평하신 취지에 대해 대체로 수긍이 갑니다.
      의외라고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선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다소의 과장적 수사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불어 이번 재판에서 재판관 다수가 인정한 "토론 및 질의권의 실질적인 봉쇄"과 관련해선 법'감정'을 떠나서도 넉넉하게 '무효확인'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5. 지나가던 고시생 2009/12/23 22:51

    헌재 견해 소개 및 논평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원래 댓글은 잘 안 남기는데 글 감사히 잘 읽었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서 댓글 쓰고 갑니다^^. 권한쟁의 청구할 때부터 헌재의 책임회피식(예전부터 자주 쓰던 하자는 있으나 헌법상 무효로 돌릴 정도는 아니다 등) 판결문이 나올걸로 99%확신을 했으나 막상 저렇게 나오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아직도 국민과 국회 양쪽의 눈치를 보는 재판관들의 태도가...밑에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의 소수의견을 인용하면서 다시 한 번 논평해놓으신 글 잘 읽고 간다는 말 남깁니다.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의결이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한 경우, 그러한 권한침해행위를 제거하기 위하여는 권한침해행위들이 집약된 결과로 이루어진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확인하거나 취소하여야 한다. 가결선포행위의 심의·표결권한 침해를 확인하면서, 그 위헌성, 위법성을 시정하는 문제는 국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모든 국가작용이 헌법질서에 맞추어 행사되도록 통제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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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12/24 05:42

      아, 오래된 글에 관심과 격려를 주시니 고맙습니다.
      종종 의견주시면 반갑겠네요. : )

      저로선 법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아는 분들, 그게 율사이든, 교수이든, 학생이든 간에 말이죠, 그런 분들께서 좀더 많이 블로깅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법이란게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인 도구이고, 사회현상을 읽어내는데 불가결한 하나의 틀이며, 무엇보다 합목적적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성원들의 권리와 의무의 충돌시에 합리적인 균형감을 견지하는데 매우 긴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특수한 계층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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