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가벼운 단상, 초안의 성격에 불과하다.

블로거들의 독립을 위하여 (김우재, 2009/06/09)
http://heterosis.tistory.com/184

위 글이 주장하는 내용을 간략히 (내 식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블로그(뉴미디어)는 여전히 기성언론(김우재 글에선 "언론")에 종속되어 있다.
2. 이 종속현상을 블로그의 벗인 메타블로그들은 오히려 가속화한다. 왜냐하면 메타의 지배적 분류시스템인 '태그'(폭소노미)는 나름으로 장점을 갖는 분류방식인데, 정작 메타블로그는 태그의 다양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태그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표현체계의 문제다. 메타블로그의 표시체계는 특정 핫이슈에 속한 한정된 관련글만 보여주는 '인기이슈 자동화 시스템이다. 추천제도는 제한적인 종속 변수로만 작용한다.
3. 블로그는 고유한 문화생산자로서의 독립성을 구현해야 한다. 그것은 블로그식 콘텐츠 생산 유통방식(가령 '릴레이' '논쟁')을 좀더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시스템 속에서 촉진될 수 있다.
4. 그 역할을 메타블로그가 수행해야 하는데, 사정은 앞서 본 것처럼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5. 제안하자면, 블로그라는 독립적인 문화주체로서의 정체를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그것은 역량있는 '직업적 편집인 시스템'의 도입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은 새로운 메타블로그의 출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위 글에 대한 간단한 단상. 

1. 블로그는 기성언론 따까리?
기성언론에 대한 비평적 기능은 블로그가 갖는 메타비평적 속성을 떠올린다면, 폄하되어선 안된다. 블로그가 수행하는 다시 틀짓기(리프레이밍 기능)는 오히려 블로그의 매우 중요한 영역과 속성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불어 체계적인 취재시스템으로서의 '기성언론'이 갖는 노하우는 블로그를 월등히 앞서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을 블로그에 종속'시킨다는 건 바랄 수는 있어도 당분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성언론을 통해 유통되는 뉴스의 상당수는 '그저 광고가치를 위해 전적으로 휘발적으로 소비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쓰레기'이긴 하다.

2. 상업화의 가능성

우선 이 모델이 가능하려면 매우 충성도 높은 열혈 유저들의 부피가 필요하다. 현재는 이런 열혈유저(특히 독자, 소비자라는 측면에서)의 부피는 담보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새로운 매력적인 시스템이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열혈 블로거들은 이제 메타를 통해 이슈를 소비하지 않고, 기존의 RSS리더를 통해 이슈를 소비한다. 그리고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SNS를 통해 이슈를 소비한다. 그러니 김우재가 제안한 모델이 가능성 있고, 의미있는 제안이며, 상업화가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 모델은 너무 이상적으로 착한 소비자와 근면성실한 소비자들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체계화된 이슈의 완결성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생겨나도 그 의미 가치는 차치하고, 그것이 얼마나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유희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업적인 시스템으로 편입되기 위해선, 달리 말해 수익모델을 안정화시키려면 앞서 말했듯 열혈 소비자(주로 열혈 블로거일 확률이 높은데)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부피가 필요하고, 또 지속적 참여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전제되어야 하는 건 이 소비자들과 부합하는 상업적인 창출효과의 가능성이다. 김우재 모델에서 상정하는 독자(소비자)들이 과연 광고주 입장에서 유익한 매력적인 소비자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모델의 새로운 수익모델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은 '자발적 후원 모델'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은 이제 뼈속까지 파고든 뿌리깊은 것이다.  

결국 이 모델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피 확보라는 문제, 그리고 그 부피는 전체의 부피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소수일 것은 자명할 것인데, 이 첫 단추부터 희망적이라기 보다는 유보적이다.

3. 편집인을 바라보는 관점
끝으로 '역량있는 편집인의 수작업을 통한 편집 시스템'은 매우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극소수) 편집인이 다양한 관심사를 균형감있게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편집인의 "독선"이라기 보다는 '잠재된 편향적 관심'이 문제되는 상황), 그 극소수 편집인이 투여하는 노력의 양이 과연 고효율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즉, 투여 대비 산출의 효과가 미미하지 않을까(극소수는 이런 시스템의 편리성을 취하고, 좋아하겠지만) 싶다. 이는 역시 부피의 문제로 환원된다.

4. SNS와 소셜뉴스의 성장이라는 환경적 요인

뉴미디어로서의 블로그가 주목해야 하는 영역은 온라인 뉴스 플랫폼의 미래형으로 전망되는 소셜 뉴스이다. 그리고 시스템 자체가 '편집 기능'을 수행하는 트위터와 같은 정보관여형 SNS의 비약적인 성장 가능성이다. SNS와 소셜뉴스의 성장은 블로그를 상대적으로 위축시키는 작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어쩌면 블로그의 독립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희망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구체적인 전망은 좀더 가시적인 환경의 변화가 이뤄진 뒤에야 가능할테지만 말이다. 물론 그 환경변화에 블로거들 역시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량으로 개입해야 함은 당연하다. 블로그가 SNS와 소셜뉴스의 의미있는 변수로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와 방법론이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5. 결 : 토양을 위하여
나는 김우재의 의견을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쓴게 전혀 아니다. 오히려 공감하고, 경청할 부분들이 많기에, 김우재가 제안한 논의가 좀더 생산적으로 확장하는데 눈꼽만큼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이런 글 썼다.

현재의 이슈 편향, 그리고 블로그 특유의 현상을 자신의 에너지로 흡수하고 있지 못한 메타블로그를 비판하는 김우재의 취지에 물론 공감한다. 하지만 이것이 '소수의 역량있는 편집인'이 중핵인 시스템을 통해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이 영역은 어쩔 수 업이 블로그 상호간의 비평 문화를 발전시키고, 그런 토대 위에서 '전문 편집인의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적인 블로그의 출현(이런 점에서 블로그래픽을 언급한 것이가.. 그런 생각도 든다)이 좀더 활성화되고, 그런 토양이 마련된 뒤에야 그 가능성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블로그, 우리나라 같은 X같은 환경에서, 스스로의 미디어성을 확보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김우재와 같은 도전적인 제안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 논의가 좀더 활발해질 수도록 블로그의 독립성이라는 가치는 조금 더 진전할 것만은 분명하다.

더불어 메타블로그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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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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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9/06/12 08:14

    * 본문 내 링크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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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rainchaos 2009/06/12 10:18

    늘 글 잘읽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남기려다...
    가볍게 남기기가 쉽지 않음을 인지하고 갑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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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2 10:39

      그냥 가볍게 생각나는대로, 혹은 읽으신 느낌을 쓰시면 됩니다.
      지금처럼요. ㅎㅎ
      브카님 덕분에 무플 면하는고만요.
      (자플은 제외하고요. ㅋㅋ)

  3. 필로스 2009/06/12 12:52

    김우재님의 글(원론)부터 이 글(한계)까지 모두 공감하는 바 큽니다. 늘 고민하지만 능력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새로운 피에 기대하는 바 크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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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6/12 18:09

      리동무께 개편안 지시하셨던데, 이번에는 필로스님께서 이 논의를 좀더 이어주시면 어떨는지요? 아주 제한적으론 전문편집인제도를 메타 영역에서 도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 필로스 2009/06/15 00:52

      메타블로그에 대해 여러차례 글을 써보았지만, 메타운영자가 이러한 논의에 공개적으로 참여해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운 점이 많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자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리동무께'만' 개편안 지시한 게 아니고요, 리동무도 이번 개편작업에는 참여하고 있습니다^^)

    • 민노씨 2009/06/17 01:49

      아무래도 신경쓰실 부분이 많으시겠죠. 그래도 필로스님께서 그런 글을 써주시면 많은 분들께서 반기실 것 같은데 말이죠..;;;

      아, 리동무'도' 참여하는 것이었군요! ㅎㅎ
      제가 너무 경솔하게 표현했네요. : )

  4. 카나리아 2009/06/29 01:30

    한국에도 SNS같은 물건이 있죠

    디시인사이드나 루리웹 파코즈 같은 곳들이죠[..]

    다만 이런곳들이 인구의 증가, 즉 인문 자원의 증가는 있으되

    기술의 발전은 외국의 슬래시닷이니 딜리셔스니 페이스북이니 하는것들에 비해서 뒤처진 감이 있죠 [대신 블로그는 외국에 비해 안뒤처진건 좀 신기해요..] 인구의 증가가 기술의 발전을 게으르게 했을지도 모르겠구요[..]

    이런곳들이 많이 살아나야 블로그도 상생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물론 그러려면 RSS같은 신기술들이 저런 커뮤니티 쪽에 보급되어야 하는데 아직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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