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이율배반

2007/05/18 09:02
속마음 따로, 접대멘트 따로.
이율배반적 의식의 내면화라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낙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몹시 흥미롭다.
그건 의식계와 현실계가 완전한 '배반'과 '모순'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느낀다.

이명박을 떠나서 낙태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1. 일상화된 낙태
우리나라 만큼 낙태가 일상화된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상징적인 예를 들자면, 공중파 드라마에서도 '낙태'에 대한 대사들이 공공연히 등장하곤 하지 않나? 일단 형법상의 '낙태죄'는 사문화된 법률조항으로 보아야 한다. 범죄로서의 '낙태죄'는 규범력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상실했다. 물론 '낙태죄'를 통해서 처벌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리고 '낙태를 합법화'하는 예외들을 규정한 '모자보건법' 역시 현실적으론 사문화된 법률에 불과하다. 물론 처벌하는 예가 있기는 하지만.

2. 대한민국, 그 잔인한 시스템
그건 제도의 측면 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의식의 차원에서도 그렇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비교와 질투와 경쟁을 제도적으로 학습하고, 사회는 그것을 확대강화한다.
그런 살벌한 사회에서 '장애' '불구' '낙태' 이런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리 만무하다.

그런데 막연한 추상적 휴머니즘은 그런 잔인한 사회에 대한 위장술처럼, 혹은 스스로에 대한 기만으로, 혹은 자기배반의 만연한 감수성으로 퍼져있다. 난 이런 '무책임한' 감수성이 도덕적인 비난과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한다.

3. 도덕적 엄숙주의가 정치적 보수와 만나면 파쇼를 만들어낸다.
도덕적인 것, 윤리적인 것,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도덕과 윤리의 원천이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면, 낙태에 대해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

하지만 부시를 봐라.
부시는 낙태를 반대하지만, 그 종교적인 신념은 이라크에서는 역설적인 야만으로 나타난다.
그 이율배반은 그런데 별로 이상하지 않다.
도덕적 엄숙주의란 그 자체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니까.

부시가 추천한 연방대법원 판사(알리토)가 가세하자 낙태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바뀌지는 보자.



낙태를 정말 반대한다면,
그 낙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과 제도적 보완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뽀송뽀송하고 달콤하며, 낭만적인 휴머니즘으로 위장된 사회의 위선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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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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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7/05/18 12:59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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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18 14:06

      그러셨고만요. ^ ^;;
      그런데 댓글에도 '비밀글' 표시가 안되는 바람에.. 또 실수할 뻔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로긴하지 않고 와서.. 비밀댓글인지 알았네요.그런데 끄트머리에 '비밀글'이라고 표시하셨네요. ^^

      화풀이 포스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 )

  2. 너바나나 2007/05/18 14:16

    무책임한 싸구려 감수성이죠. 황구라 사건에서 나타난 생명윤리문제는 국익이란 이름으로 무마하려고 했죠.
    생명이란 것은 단돈 몇 푼에 무시되고 있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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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18 14:24

      황우석 파동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윤리적인 의식들은.. 정말 말그대로 카오스 그 자체였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광적인 판타지'였다고 회고합니다.

      낙태에 대해서는 상투적인 윤리적 시각 보다는 낙태를 '잉태'시키는 사회의 현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그리고 낙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사회 저변의 인식에 대해 먼저 심사숙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3. Jinny 2007/05/19 09:37

    추상적 휴머니즘은...부분에 정말 공감해요.
    이명박 발언에 대한 그 휴머니즘적 반응이 전 웃기기만 하던데 평소에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한게 한국 사회 아닌가요? 대학교 때 학내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 설치하려고 하는데 장애인이 소수라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학우들에게 충격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지하철역의 위험천만한 승강기(?)도 그렇고...(혹시 지금은 서울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 다 생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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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19 11:54

      저도 좀 여기저기의 반응이 좀 갸우뚱하게 되더라구요.
      특히 민노당까지.. ㅡㅡ;;

      엘리베이터는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고 그런 것 같던데요. ^ ^; 언젠가 mbc 뉴스에서 따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만들기 보다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범용' 시설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더만요.

      정말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런 범용시설화가 가능한 곳부터 차근차근 범용화했으면 좋겠어요.
      가령 장애인용 화장실을 따로 만드는게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해서 출입이 가능한 좀더 큰 화장실을 만들고(일본은 그렇게 하더만요), 굳이 계단을 만들 것이 아니라 가급적 완만한 진입로를 만드는 방식이 되는거죠. 그게 비용도 그렇게 크게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어떤 구청의 예를 들었는데, 오히려 장애인 진입로를 따로 만드는 것보다 '범용시설'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진입로를 만드는게 오히려 비용이 절약되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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