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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여자 탓…찌질한 남자 영화
[세상 vs 영화 마주서다] 여자 잘못 만난 남자의 분투, <박쥐> (이안젤라)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3728
위 글은 클릭 절대 비추다.
다만 대상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목과 링크를 인용한다.


0. 정말 애정이 있어서 이런 글이라도 쓴다. 관심 없으면 이런 글 안쓴다. 솔직하게, 다만 그 찌질한 영화평의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투는 그대로 돌려주는 차원에서(복수는 나의 것!) 그 '수준'에 맞춰 반박해보자. 다만 '의미론적 시퀀스 단위'의 반박은 괜히 독자들의 스포일러에 대한 불쾌를 유발할 것 같아서 피한다. 전체적인 차원에서 인상비평하기로 하자. 정말 궁금한 독자는 이메일을 이용해주시길 바란다. 위 제목 인용한 영화평이 얼마나 후진 영화평인지 나름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줄 용의 있다.

1. "레디앙 열정과 진보, 그리고 유혹의 미디어"라굽쇼? 놀고 있다. 칼럼니스트 수준 좀 관리하자. 이런 초딩 수준의 극단적인 남성혐오형 페미니즘(그러니 이런 사고방식을 나는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남성혐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으로 '세상vs영화 마주서다'라는 거창한 타이틀의 칼럼을 기획하다뉘... 좀 민망뻘쭘하다.
이런 식이라면 모기도 박쥐다.

2. 아무리 박쥐가 실패작이더라도, 박찬욱이 과대평가 받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그러니 비평을 가장한 조롱투의  징징거리기로 공격받는 건 정말 부당하다. 나 역시 [박쥐]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나는 페미니즘적 해석의 관점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할 정도니까. 내가 비판하고자 하는 건 그 주장을 위해 동원된 저열한 논리(라고 하기 보다는 감정적 선입견)와 근거의 희박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평의 최저수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하는 그 비평의 태도 혹은 방법론이다.

3. 마루타 비평
이 글 읽으니, 기존에 읽었던 이택광의 '박쥐 비평'은 차라리 다이아몬드다(물론 개인적으론 그 글 역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물론 양자 모두 마루타 비평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 영화를 철저하게 비평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차원에서 그렇다. 비평이라는 행위에 있어 텍스트는 비평가의 자의식과 긴장하며 투쟁하고, 여기에는 또 세계라는 컨텍스트(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근원적 텍스트)가 개입한다.

마루타 비평에는 비평가의 자의식과 결합한 컨텍스트의 과도한 개입만이 있을 뿐, 텍스트와의 긴장이 없다. 그러니 독자들이 그 컨텍스트에 대한 당파적인 선호에 따라 어떤 철학적 긴장도 없이 그저 '유도된 선택'을 하면 쫑이다. 나는 이런 비평의 방법론을 가장 경계한다.

이런 비평은 손쉬운 아군/혹은 적군을 만들어내기는 쉽겠으나, ㄱ. 텍스트를 비평이라는 객관의 이름으로 위장된 감상적 당파에 철저히 종속시키고, ㄴ. 독자로 하여금 비평이라는 메타텍스트를 통해 다시금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철저하게 배제시키며, ㄷ. 비평이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가치판단의 부분이야 차치하고, 그 비평 대상이 되는 예술이라는 텍스트가 본래적으로 수행하는 목적인 독자와 세계와의 긴장 가능성을 현저하게 무력화시킨다. 그러니 예술 자체의 잠재력을 무력화시키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4. 아침부터 정말 눈 버렸다. 이 허접한 영화평은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영화는 아주 난삽하다" 나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답하련다. 이 영화평은 근거도 난삽하고, 주장도 난삽하다.

5. 사족.
레디앙이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특히 제목 설정은 그렇다). 설마 그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짜증은 이렇게 강력한 반작용을 만들어내곤 해서... 앞으론 좋은 글 소개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현명한' 방식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요즘 왜 이런지 모르겠다.... 이런 글 신경 쓸 시간에 차라리 잠을 더 자는게 현명하다.


* 관련
박쥐 프리뷰 : 비극과 희극 사이에서 길을 잃다
무비토크 58회 -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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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죄다 남자(감독) 탓, 영화 비평을 하자

    Tracked from Visual Poem 2009/05/16 12:08 del.

    영화 '박쥐'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거기서 창세기적 남녀의 전형을 발견하긴 어렵지 않다. 이름도 대놓고 '이브'인 바이러스, 이미 부끄러움 타지 않는 -욕망의 금지가 없는 여자, 아담의 신체(혈액)로 탄생하는 새로운 여자, 금기를 깨트린 책임을 여자에게 떠넘기는 남자. 이브의 이미지는 여러 창작물 속 팜프파탈의 모티프가 되어 왔다. 그러니 새롭지 않고 진부하고 고루한 이미지의 차용이라고 비판한다면, 그 여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그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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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 2009/05/13 09:12

    마루타 비평에는 비평가의 자의식과 결합한 컨텍스트의 과도한 개입만이 있을 뿐, 텍스트와의 긴장이 없다.

    --------------------

    제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박쥐> 비평 하나(인상 비평 말고) 부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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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3 09:35

      서울비님께서 그 구절을 댓글로 인용하셔서 추고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을 굵게 표시했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요즘 통 이웃블로거들의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어 한편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어제는 (FF+brief를 기준으로)로 밀린 글이 900개가 넘더고만요.. 제목만 훑어보는 정도로 600개 정도는 스킵해버리고, 이제 339개의 밀린 글이 남아 있습니다. ㅡ.ㅡ;;;

      각설하고, 서울비의 높은 수준을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요. 또 개인적으론 '박쥐'는 그 텍스트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으로서의 '불가피한 매혹의 요소'들이 적어도 제 개인적으론 매우 약해서... 만약에 글(리뷰)를 쓴다고 해도 '리뷰를 위한 리뷰'를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추후로라도 박쥐에 대한 리뷰를 쓴다면 서울비님의 영향이겠다 싶군요. : )

  2. mepay 2009/05/13 10:01

    모기도 박쥐다.! 민노씨님은 언어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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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3 10:38

      농담이시죠? ^ ^;;

      추.
      오늘 크랑님으로부터 아주 따끔한 비판을 받았는데, 크랑님의 비판글을 접하니 언젠가 미페이님께서 쓰신 애정어린 비판글이 더불어 떠오르네요. : ) 그 글에 대해선 꽤나 여러가지 방식의 글을 준비했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아직 등록하지 못하고 있네요.. ^ ^;;

    • 서울비 2009/05/13 12:43

      나방은 어때요.

      ㅡㅜ ;;?

  3. 시퍼렁어 2009/05/13 11:42

    쥐라니요! 차라리 모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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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3 13:55

      쥐를 많이 싫어하시는군용!

  4. 저련 2009/05/13 12:46

    아버지한테 맞고 자란 모양입니다.. 이해해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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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3 13:58

      저련님 오랜만입니다. 정말 반갑네요. : )
      비판 취지에 공감하신다는 의미로 말씀주신 것은 충분히 알겠습니다만...
      아버지 관련한 말씀은.. 그 표현 수위가 좀 과하신 것 같습니다... ^ ^;;
      모쪼록 제가 너무 예민한 것만은 아니길 바라고, 이런 제 마음을 저련님께서 이해해주시길 바라봅니다.

  5. http://manwaman.myid.net/  2009/05/13 13:41

    읽으면서 좀 너무하다 싶긴했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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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3 13:58

      좀 심하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6. j준 2009/05/13 14:20

    아..도대체 얼마나 찌질했기에 민노씨가 이렇게 반응했나싶어 저도 모르게 영화평을 읽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오후동안 제 눈이 정화되길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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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3 15:39

      이룬이룬..;; 죄송..;;
      앞으론 가급적 좋은 글들을 사유의 매개로 삼아야겠습니다...

  7. 오르페오 2009/05/16 12:10

    궁금해서 또 읽고만 1人 여기도 있답니다. ㅎ
    레디앙에선 간혹 논쟁거리가 아닌 싸울거리의 글이 발견되네요.
    아, 말씀하신 것처럼 제발 필자들 관리 좀 했으면 좋겠어요.
    양성평등과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있는 저 같은 독자들도
    가끔 이렇게 큰 실망을 하게되니 말이에요.

    <박쥐> 자체는 흥미롭게 보았으나, 리뷰를 쓸만한 거리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발아점의 글에 대해서는 짧은 글이나마 써야겠군요.
    이젠 이런 글들 발견 안 될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말이죠. ㅠ

    +)트랙백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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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17 06:53

      "양성평등과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있는 저 같은 독자들도 가끔 이렇게 큰 실망을 하게되니 말이에요."

      저 역시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위에 언급하신 그런 측면입니다.
      제 관점으로는 남성이라면 이가 갈리는 페미니즘과 별 상관없이 페미니즘이라고 믿는 일부 독자들을 제외하고는 레디앙에 실린 그 비평을 빙자한 짜증신경질 콤보글에 그다지 공감하거나, 혹은 지적,감성적인 자극을 얻는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 같더군요.

      오르페오님께서 주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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