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과 기성언론의 침묵

2009/04/08 12:26
지난 주말 신사동에서 블로거 오프가 있었다(주로 블로그래픽 모임). 정모가 끝난 새벽 1시 반쯤(?) 간만에 만난 새드개그맨과 단 둘이 3차로 근처 카페에 갔다. 우리는 장장 4시간여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는 즐거움(지겨움), 무선 인터넷 시대의 도래가 초래할  웹 환경의 변화('블로그의 종말' 혹은 위축과 관련해서...이 얘기도 좀 정리하고 싶은데...), 그리고 벌써 망각의 강을 넘어버린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들까지. 주로 내 쪽에서 질문하고, 새드개그맨이 답하며, 그 중에서 이견이 생기면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었는데, 대화 주제 가운데 2009년 4월 1일에 통과된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이 빠질리 없었다.  'FTR'를 즐겨 듣는 블로거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새드개그맨의 주된 관심사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웹과 저작권이다. 그리고 웹과 저작권 이슈에 대해 내가 가장 궁금해하고, 신뢰하는 의견이 바로 새드개그맨의 의견이기도 하다.

나는 질문했다. 이런 중대한 이슈가 어떻게 이렇게 소리소문 없는 수준으로, 기성언론의 담합이라도 한 듯한 침묵 속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고 보는가? 법안이 통과된 다음 날, 그러니 4월 2일 '저작권법 개정'으로 구글링(뉴스)해본 바로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기사는 그 날 함께 통과된 '디지털 TV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함께  관련 사안을 정말 '성의 없이 다룬' 예닐곱 개의 기사가 전부였다. 현재도 이런 무관심은 여전하다. 이 정도면 정말 잔인할 정도의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거대한 다른 이슈들이 저작권법 이슈를 짓밟는 형국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 이게 신문법 개정안이었더라도 이랬을까?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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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서프, 파이낸셜뉴스, 보안뉴스, 매일경제, 아이뉴스24, 조이뉴스24, 아이티투데이, 뉴스토마토... 의 해당 기사들. 이른바 중앙일간지들의 심층기사는 고사하고, 관련기사들(그냥 통과됐음... 이런 기사들 말고)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새드개그맨의 대답을 떠올려보면서, 기성언론이 이토록 이 이슈에 대해 무관심했던 이유들을 정리해본다.

1. 기성언론은 인터넷,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포털을 싫어한다.
주로 인터넷, 그것도 규제 일변도의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기성언론이 이를 가는 포털사업자들에게는 대단한 사업불안 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큰 개정안이다. 좀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번 개정안은 얼핏 포털 때려잡겠다는 법안 같기도 하다. 그러니 기성언론으로선 내심 흐뭇한 미소를 날리지 않을까 싶다. 적의 고통은 나의 즐거움인 법이다. 기성언론은 포털과 콘텐츠 유통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명백하게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포털은 쥐뿔 생산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권력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기성언론들은 느끼고 있을터다. 온라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명백하게 포털은 갑이고, 기성언론의 '을'의 입장으로 전락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2. 즉,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콘텐츠 생산자인 기성언론에게 매우 유리하다.
그러니 괜히 통과 법률에 가타부타 할 필요 없이 '합합 합죽이가 됩시다!'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기성언론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 생산자다. 달리 말하면 기성언론은 그 자신이 저작권자다. 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포털과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기성언론이 생산권력이라는 속성이 강하다면, 기성언론과 적대적인 편에 선 인터넷 사업자들은 주로 유통권력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은 특히나 거시적으로 온라인상의 불법 복제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마련하고 있다. 저작권자에겐 당연히 즐거운 이슈고, 괜히 네티즌들 떠들고, 블로거들 떠드는게 못마땅한 이슈다.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게 장땡!

3. 그럼 온라인사업자들은? 인터넷문화의 위축은? 과도한 규제일변도에 대한 비판은?
기성언론에게는 이런 질문들은 아마도 이런 정도의 반응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그러니까 대한민국 언론이 기사를 생산하는 가장 주요한 표준 중 하나는 자사의 이해관계인 셈이다. 아무리 중대한 함의를 갖고 있어도, 아무리 다수의 시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안이 통과되도 그 법안 통과가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려려니 넘기는 것 같다. 이런 언론을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저작권법 이슈는 기성언론이 관심을 갖던 말건, 대다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하게 중대한 이슈다. 그건 사업자이건 사용자이건 마찬가지다.

원래는 이 글에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자료 접근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만우절 저작권법 개정안의 개정 이유와 그 주요내용을 살펴볼 생각이었으나, 스크롤바의 압박을 고려해서 그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일차적인 자료 정리는 다른 글에 담을까 한다. 끝으로 이 글에서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개용에 대해서만 짧게 인용한다.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요. 

제안자     강승규의원등 11인     
제안일     2008-11-27           
소관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본회의 의결일     2009-04-01           
시행일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

■ 개정이유
저작권보호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효율적인 집행을 도모하기 위하여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보호 업무를 이 법에 통합하고자 하는 한편, 온라인상의 불법복제를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및 불법 복제ㆍ전송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임.

■ 주요내용
1.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의 통합(제2조제34호 신설 등)(1) 현재 일반저작물과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하여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으로 나누어 각각 보호하는 이원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저작권 보호 및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규정을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어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을 이 법에 통합함.
(2) 컴퓨터프로그램을 포함한 전체 저작물에 대하여 동일한 법률에서 규정함으로써 이원적 체계에 따른 혼란을 줄임.

2.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대한 특례(제101조의2부터 제101조의7까지 신설)
(1)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일반 저작물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바 이를 감안한 별도의 규정함.
(2) 프로그램저작권의 제한, 프로그램코드역분석,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 설정, 프로그램의 임치 규정 등을 일반적 저작물에 대한 특례로 규정함.
(3)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대하여 특례규정을 둠으로써,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만의 특화된 보호수준 및 범위를 유지함.

3.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설립(제112조 및 제112조의2)
(1) 저작권 관련법의 통합에 맞추어 관련 단체를 통합하고, 기존의 저작권위원회의 업무를 확대하여 효과적인 저작권 보호를 위한 조직으로 정비함.
(2) ‘저작권위원회’와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를 통합하여 ‘한국저작권위원회’를 설립함.

4. 온라인상 불법복제 방지대책 강화(제133조의2 및 제133조의3 신설)
(1) 온라인상 불법복제를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및 불법 복제ㆍ전송자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규제가 도입됨.
(2) 온라인상에서 불법복제물을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자의 개인 계정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전송된 불법복제물이 게시되는 정보통신망에 개설된 게시판 서비스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취급을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


* 관련
저작권법 개정법률안(강승규법) 주요내용 : 인터넷 계엄령. http://minoci.net/799
민주당 최문순의 대체입법안에 대해 http://minoci.net/808


* 참조 페이지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의안 정보 페이지 (심사진행단계별 경과 및 의안원문, 회의록 문건 수록)
http://likms.assembly.go.kr/bill/jsp/BillDetail.jsp?bill_id=PRC_O0B8R1V1H2U7K1D4O5H0J5Z5I4U7P0


* 발아점
새드개그맨과의 새벽 만담...;;;
주말에 저작권법 관련 팟캐스트 제작을 약속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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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터무니없는 저작권법 독소조항을 다른 경우에 적용시켜 보면?

    Tracked from Cyber is.. 2009/04/08 16:33 del.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올라온 게시판에 대해 정부가 강제적으로 운영 정지나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저작권 침해 게시물 몇 개 있다고 아예 게시판 문을 닫게 한다면, 법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유사한 다른 사례에도 비슷한 법을 적용해야 맞을 것이다.이를테면 이런 경우들이다.교통신호 위반 차량이 몇 대 지나간 도로는 강제 폐쇄시킨다.시험 중 컨닝한 학생이 몇 명 있는 학교는 강제 폐교시킨한다.방송 중 몇 번 말이 꼬인 아나...

  2. Subject : 유튜브-구글, 님좀짱

    Tracked from capcold님의 블로그님 2009/04/09 14:11 del.

    !@#…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받아들일 듯 밑밥을 뿌렸던 바 있고(클릭) 그에 대해 capcold도 한숨을 쉬었건만, 결국 구글 본사-구글코리아의 최종결론이 나왔다: (클...

  3. Subject : 088. 저작권법, 과연 그렇습니까? (1) (09.07.05)

    Tracked from Forget the Radio 2009/07/05 23:26 del.

    1. 저작권법 개정과 문화부의 Q&A (0:00) 2. 정책의 방향성 (4:49) 3. 침해하지 않게 해주세요 (13:00) 4.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19:51) 5. 있으나마나한 답변 (27:27) 6. 권리자의 허락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경우? (33:45) 먼저 읽어보세요 "저작권법 관련 핵심 Q&A 10가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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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dGagman 2009/04/08 12:49

    주말에 민노씨와 밤새워 노니라고 컨디션 리듬이 흐트러졌는지 주말 내내 헤롱거려서 녹음 포기. 주중에는 요즘 매일 12시 가까이 퇴근이라 퇴근 하자마자 자기 바빠서 녹음 포기. 그 와중에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챙겨보는 독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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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08 13:02

      이런이런...;;;
      그러셨고만요....

      추.
      각운이 '기'네요. ㅎㅎ
      기운 차리시고 마이크 들어주시길 바라봅니다용.

  2. 세어필 2009/04/08 16:35

    기성 언론의 힘없는 생산자의 컨텐츠를 퍼나르는 행태 역시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불펌을 당한다 해도 보통 힘없는 컨텐츠 생산자 입장에선 별 소리도 못하고 그냥 블로그에 몇마디 끄적대면서 항변하는 것 외에는 딱히 기성 언론에게 시비걸 방법이 없죠. 운좋게 자기 컨텐츠의 불펌이 이슈화가 되더라도 그저 같이 분노하거나 혹은 위로해주는 수십개 많으면 수백개의 댓글로 위안을 얻을 뿐이죠.

    CCL을 통해 상업적인 이용을 허락함으로써 자신의 컨텐츠를 많은 분들이 이용하기 바라시면서 소통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저처럼 컨텐츠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서 허락하는 경우는 논외로 하죠.^^) 그래서 언뜻 생각난 건데 CCL을 명시할 때 원 저작자 표기 이런 거도 좋지만 가져가면 안되는 자들을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뭐 여튼 기성 언론이 분명 컨텐츠 생산자로써 차지하는 위상이 크지만,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그들 역시 유통자 그것도 불법적인 유통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과연 개정된 법이 그 부분까지 '효율적으로' 대처할수 있을지, 대처할 의지는 있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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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09 01:12

      세어필님 말씀처럼 많지는 않지만 기성언론에서 블로그를 거의 짜깁기 수준으로 인용하는 사례들이 점점 더 자주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이는 마땅히 시정되어야겠죠. 다만 기성언론과 블로그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풍토는 어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뭐, 기성언론에서 블로그를 쥐뿔로 바라보는 그 관습적인 관점이 우선 재고되어야 할테지만요.

      말씀하신 부분은 우울하게도 매우 지엽적인 부분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우선은 '돈되는' 영역에서 뭔가 '사단'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 세어필 2009/04/09 11:10

      그러고보니 제가 적군/아군으로 나눴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독립 투쟁하듯이 말이죠--;
      하지만 말씀해주셨듯이 기성언론이 스스로를 블로그보다 높은 지위에 두는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3. 금드리댁 2009/04/08 21:26

    블로그종말, 잔인할 정도의 무관심,,..
    놀라운 단어들만 기억하고 갑니당 ㅠㅠ

    그래도 봄날이라서 날씨는 좋아요 .. 그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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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4/09 01:13

      아이코, 금드리댁께서 오셨고만요. : )
      오랜만입니다.
      말씀처럼 봄날 참 좋은데... 사는건 점점 재미가 없네요.. ㅠ.ㅜ;

  4. 띠보 2009/04/09 16:47

    네이버에 올린 포스팅이 검열이
    4월 후에 더 강해졌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군요..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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