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의 '시사IN' 벗겨먹고 왜곡하기

2008/10/13 22:38
시사IN이 정선희와 인터뷰했다.
그 인터뷰 자체에 대해선 뭐랄까...  시사IN으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라는 생각도 들고(솔직히 이건 여전히 특종아닌가..), 한편으론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대해 언론사가 이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다. 암튼 그렇다.

내가 정작 말하고 싶은 건 조선닷컴이다.
조선닷컴은 시사IN의 그 인터뷰를 짜깁기한다.
여기서 짜깁기란, 말그대로 큰 따옴표 신공을 발휘한 발췌 요약 인용기사를 말한다(그러니 이 기사들은 매체비평 기사가 전혀 아니다).
타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그걸 짜깁기하고 있는 언론사를(아무리 조선일보가 아니라 조선'닷컴'이라고 해도) 언론사로 불러야 되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이런 짜깁기 기사는 어떤 기자가 썼는지도 없다. 기자명이 올라가야 할 자리에 그냥 '조선닷컴'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하기는 자기들도 쪽팔린 건 아는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이렇게 짜깁기한 기사들(!)은 하나도 아니고 무려 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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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의 시사IN 인터뷰 짜깁기 기사 1.(클릭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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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의 시사IN 인터뷰 짜깁기 기사 2. (클릭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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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의 시사IN 인터뷰 짜깁기 기사 3. (클릭 비추)


거기에 더 해 '짜깁기 기사들'을 메인에 올린다. 조선닷컴은 이 민감한 이슈를 끊임없이 자사의 트래픽 장사를 위해서 활용한다. 여기에는 저널리즘이라고 불릴만한 어떤 고민도, 어떤 의미있는 관점도 없다. 그러니까 조선닷컴은 언론사로서는 정말 해서는 안되는 일, 시간(屍姦)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그러니까 네이버의 시체애호증과 비슷한 풍경이다). 정말 인면수심도 이런 인면수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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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짜깁기 기사들을 필두로 예전 관련기사를 세트로 묶어주고 있는 조선닷컴 메인


여기에 더해 그 시사IN 인터뷰 짜깁기 기사들의 면면을 살피면, 이 파렴치한 짜깁기 기사들을 통해 독자들의 감정적 대중심리를 부추기는 선동의 도구로 활용한다.

즉, 정선희 인터뷰의 단면들을 악의적으로 인용배치함으로써(저널미장센), '촛불'에 대한 적대적인 대중심리를 부추기고, 정부와 한나라당의 사이버 모욕죄나 '나경원법'(일명 최진실법)을 지원하기 위한 철처한 도구로 활용한다. 그러니 시사IN 인터뷰를 자기 멋대로 모자이크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쉽게 말해 시사IN 인터뷰를 공짜로 벗겨먹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인터뷰의 취지를 자신의 정치적 당파성을 위해 멋대로 왜곡한다.

A- 정선희는 악플 안 본다. 촛불집회 때 악플 보면 못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선희는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내게 댓글을 이야기하면 ‘순간 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 내가 죽어야 정리되겠구나’. 발이 빠지면 무릎을 원하고, 다시 허리를 원하는 늪과 같다. 장례식장에도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악플 이야기가 들려온다. 고스란히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전해받았다”고 말했다.

[....]

B - 정선희는 그러나 정치권에서 추진중인 사이버 모욕죄 신설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최진실법’에 대해서는 “나도 진실언니 가족도 ‘최진실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최진실법’이 나올 때마다 유족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진실언니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닷컴, 정선희, '사악한 유포자가 무고한 최진실 보냈다' 중에서

이런 식이다.

A. 부분이 시사IN 인터뷰 기사를 짜깁기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면,
B. 부분은 이 인터뷰의 취지를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보여준다.

즉, 실제로 시사인 인터뷰는 다음과 같은 질문과 답변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조선닷컴 짜깁기 기사의 결론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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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짜깁기 기사 뿐이 아니다.
다른 기사들의 제목과 결론도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사IN 인터뷰에서 정선희가 마지막 질문에 대답한 바를 정확히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댓글이 의견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녀사냥의 도구이자 사형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막는다고 될 일인지 모르겠다. 나오지 말아야 할 싹이 나온다고 흙을 통째로 갈아엎을 수는 없는 일이다. 외국에서도 댓글을 규제하는 나라가 없다고 들었다. 문화는 거대한 호수와 같다. 어떤 미생물이나 병균이 자란다고 해서 물을 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시사IN, 정선희 인터뷰 "세상은 죽은 사람도 쉬지 못하게 한다" 중에서

그러니 조선닷컴의 짜깁기 기사들은 타언론사가 고생고생해서 인터뷰한 기사를 짜깁기해서 장사해먹는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인터뷰이의 전언마저 멋대로 왜곡한다. 정선희의 표현을 빌자면, 조선닷컴은 "죽은 사람도 쉬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도 부족한건지, 살아있는 사람의 취지마저 왜곡하고, 자신들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바의 철저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들에게 이제 사람의 가치, 인간의 가치는 자신들의 장사질과 선동질을 채울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평가되는 것 같다.


이건 정말 언론의 수치다.
아니 이들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촛불시위 사태를 촉발한 주범"으로 "인터넷 포털 '다음'"을 지목하는 조선일보는 저널리즘을 '찌라시즘'으로 전락시키는 주범이 자기 자신은 아닌지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발아점
조선일보, 불굴의 찌라시 정신 (여형사) : 이 글 읽고, 문득 궁금해져서 조선닷컴에 오랜만에 한번 가봤다... 그리고 본문에서 쓴 바와 같이 여전한 불굴의 찌라시 정신을 확인했다.


* 관련기사
시사IN, 정선희 인터뷰 "세상은 죽은 사람도 쉬지 못하게 한다"



* 이 글 제목과 주소 (불펌도 권장)
조선닷컴의 '시사IN' 벗겨먹고 왜곡하기.  http://minoci.net/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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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wtf의 생각

    Tracked from wtf's me2DAY 2008/10/13 22:55 del.

    조선일보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드러운 놈들 -_-

  2. Subject : 인터넷 규제, 시도도 말기를 바란다.

    Tracked from BoBo in Paraguay 2008/10/14 06:02 del.

    대한민국이 공산주의국가인가?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자 절대숫자가 세계 최고인가?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자 비율이 세계 최고인가? 대한민국 교육수준이 세계 최저인가? 대한민국 국민의 교양이 세계 최저인가? 공산주의국가라 국가의 규제에 그러려니 하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쓰는 사람 수가 너무 많거나 인구대비 네티즌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교육수준이 형편없거나 국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이중에 하나도 해당 사항이 없으면서 인터..

  3. Subject : 하이에나 저널리즘과 악플

    Tracked from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2008/10/14 08:17 del.

    얼마 전 한 연예인이 악플로 자살을 했다. 이것을 기회로 한나라당에서는 사이버 모독죄를 신설한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사이버 모독죄 신설 이유를 보면 과연 일국의 공당으로서 문제의 핵심을 저렇게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사이버 모독죄는 악플을 없애기 위해 신설하는 법안이다. 법에 대해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기존의 명예훼손과의 차이는 모독이라는 것은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독죄를 신설하게 되면 명예훼손...

  4. Subject : nooe의 생각

    Tracked from nooe's me2DAY 2008/10/14 08:48 del.

    민노씨.네-조선닷컴의 '시사IN' 벗겨먹고 왜곡하기==== 시사IN-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정선희 사악한 유포자가 무고한 최진실 보냈다-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으악!

  5. Subject : 구글가젯과 딜리셔스로 소통의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Tracked from nooegoch 2008/10/16 09:53 del.

    제가 관심을 갖고 읽은 글을 담고 있는 상자입니다. 특히 계속해서 참여하고 논의하고 합의하고 연대까지 이루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볼 것입니다. Google Gadgets + Delicious Tag discuss 구글가젯은 rss를 모을 수 있습니다. 딜리셔스는 자신이 링크한 페이지의 태그별로 rss주소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관심있고 토론하고 싶은 글을 발견하면 딜리셔스로 링크를 걸고 `discuss' 라는 태그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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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승환 2008/10/13 23:21

    정선희 세 번 죽이기로군요, 하여간 이 놈들은 언제 사람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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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2

      자동반복적인 일상으로 이런 일들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별 문제의식 없거나, 혹은 이미 그런 문제의식에 둔감해진채로, 혹은 '밥벌이'를 핑계삼아 말이죠.

  2. 애정만세 2008/10/13 23:44

    그 찌라시 안 읽은지 5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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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3

      5주년 축하드립니다. :)

  3. stophead 2008/10/14 00:09

    조선만 그런게 아니라 거의 모든 매체에서 다 짜집기 했더군요, 더 황당한건 매체별로 짜집기 한 부분이 조금씩 다 틀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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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4

      모든 언론사닷컴들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조선닷컴만큼 광범위하게(거의 인터뷰를 능지처참하는 수준으로) 짜깁기하고, 왜곡하는 언론사닷컴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stophead님께서 확인한 언론사는 어디였는지요?

      다시 한번 구글링해봐야겠네요. : )

  4. xarm 2008/10/14 00:34

    역시 제목 참 잘 뽑네요..-_-
    로마인 이야기에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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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5

      피상적인 휴머니즘 + 노골적이고, 감정적인 적대감 선동 + 안면몰수.. 이렇게 하면 조선일보식 제목이 나옵니다.

  5. 이스트라 2008/10/14 00:44

    오늘..시사인에서 일하는 후배 왈..아주 난리가 났다고 하더니..이 문제였군요..
    하여튼 조선일보 ㅅㅂ놈들..양심도 없다니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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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6

      시사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나보네요.
      저 같은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시사인으로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6. 단군 2008/10/14 00:53

    저 조중동 찌라시 않읽은지 근 16 년이 다 되갑니다...언제 폐간할려나~...머저리같은 놈들 같으니라고...저렇게 살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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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7

      단군님 절독 20주년에는 부디 폐간의 희소식이 있기 바랍니다.

  7. Shain 2008/10/14 02:03

    관련 글을 별로 읽고 싶지 않았는데 조선일보가 열받게 만드는군요..
    시사인에서 안 그래서 읽었습니다.
    그 마지막 인터뷰 부분을 읽고 생각한 게 많은데
    그 부분은 빠트렸군요...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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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7

      말씀하신 것처럼 이는 정말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누락이고, 또 그렇게 파렴치하게 짜깁기하면서 취지를 왜곡하는 점에서 그 악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8. 무적전설 2008/10/14 07:11

    더 재미있는 것은 다른 언론들도 시사IN 의 인터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짜집기를 보고 그 발언을 계속 퍼트려
    간다는 것이죠..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좀 거시기 하네요.
    다시금 조선의 힘(?) 을 세삼스럽게 느껴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이 포스트 링크는 내부에 공유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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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8

      조선의 짜깁기를 출처로 삼는 '정신나간' 언론사가 있나요? ^ ^;

      링크는 언제나 공짜입니다.

  9. isss 2008/10/14 08:12

    언론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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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9

      좀 심하게 反저널리즘적 행태를 보여서 말이죠..

  10. 도아 2008/10/14 08:16

    어제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거기에 대한 아주 적당한 예를 올려 주셨군요. 트랙백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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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29

      오랜만에 도아님의 트랙백을 접하네요. : )
      도아님 글 잘 읽었습니다.

  11. 젤가디스 2008/10/14 09:42

    조선일보를 상대로 시사인이 소송을 낼수는 없는건가요? 정말 짜증나는 조ㅈ선 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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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32

      저작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겠지만, 교묘하게도 '합법적인 수준의 '형식'으로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실질은 침해가 맞지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저작권법상 언론사는 합법적 인용의 범위가 좀더 두텁게 보호되고 있으니 말이죠.

  12. 오렌지 2008/10/14 12:59

    뭐. 한두번도 아니구요... 뭐..;; 포기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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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33

      그래도 꾸준히 문제를 지적하다보면 조선일보 구독자분들께서도 자극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ㅡ.ㅡ;

      추.
      멋진 차 구경 잘 했습니다. :)

  13. 해달 2008/10/14 13:05

    저런걸 신문이라고 구독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도 짜증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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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4 15:34

      그런 구독자분들과 대화할 수 있고, 그분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조선일보와 같은 반저널리즘이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리라 믿습니다.

  14. 히치하이커 2008/10/16 23:53

    절정의 편집 신공...
    이 기술로 영화라도 만들던가 하면 얼매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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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17 20:42

      저도 예전엔 그런 생각을 종종 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표절영화로 찍힐 것 같다능.. ㅎ

  15. Sakanai 2008/10/25 23:18

    애휴 진짜 사람을 몇번이나 모욕을 주는건지 진짜 심하다. 기자들이 개념들을 단체로 우주여행 예약이라도 잡았나.
    저번에 보니까 2005년 동물기사를 오늘꺼에 올렸던데 남의 글 인용이나하고 왜곡시키는 기자들아 시말서나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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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0/26 21:06

      그런 일이 있었군요...

  16. 제이딜라 2009/04/01 02:01

    어휴.. 저 인용을 가장한 왜곡만을 보면 정선희에게
    여론의 화살이 쏟아질 수 밖에 없겠네요.
    확실히 되는대로 내뱉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될 것이고..
    정선희 본인도 "그건 좀 아닌듯"이라고 했는데
    저런식으로 짜깁기한 거 입장바꿔서 생각해보면 진짜 어후..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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