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제 홍대 테라스에서 소리웹의 링크와 나눈 이야기 중 토막. 그냥 왠지 기록해두고 싶어서.

1. 단단한 글.

2.
"연필로 쓸 때와 만년필로 쓸 때는 느낌이 참 달라요. (탁자 위 종이에 직접 글을 쓰는 척 하며) 만년필로 쓸 때는 종이 위에 글씨를 살짝 얹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죠. 눌러쓰면 펜촉이 상하니까, 눌러쓰게 되지 않죠. (역시 탁자 위 종이에 직접 글을 쓰는 척 하면서) 그런데 연필로 쓸 때는 눌러쓰게 되잖아요. 그 느낌이 참 다르죠. 연필은 스스로 마모되는 거라서.... [...] 김훈씨가 연필로 쓰잖아요. 꾹꾹 눌러서. 그러니까 그렇게 짧고, 단단한 글이 나오는거죠. 이게 만년필로 쓰면 글을 길게 쓸 수 있는데, 연필로 쓰면 짧게 쓰게 되요. [....]"  (링크)


3.
대답으로 들려준 이야기. 김현은 컴퓨터 워드프로그램의 등장이 가져온 문체의 변화를 자신의 일기에서 짧게 기록한 바 있다. (뭐, 대충 예상가능한 뻔한 내용이긴 하지만) 워드프로그램의 등장은 글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런 컴퓨터 세대의 등장과 컴퓨터를 이용한 글쓰기에 대해 김현은 다소 비판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4.
나는 악필이고, 게다가 속도도 매우 느리기 때문에 펜으로 뭘 심각하게 써본지는 한참 전이다. 문득 펜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역시나 귀찮다. 링크는 좋은 글을 만나면, 때로 그 글을 글로 다시 옮긴다고 한다(이야기 중에서는 고종석의 칼럼을 예로 들었는데). 그렇게 하면서 눈으로 읽었을 때 놓쳤던 의미들을 꽤 다시 건져내곤 한다고 한다.

5.
홍대 앞 '테라스'라는 이층에 있는 창가는 참 이야기하기 좋은 곳이다.
그런데 내가 주문한 '포도에이드'에만 한정하자면, 이건 딱 '환타 - 포도맛'이다.

7.
'테라스'에서 연말에 블로거들끼리 연말파티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하루 빌리려면 얼마나 드냐고 물어봤다. 그 때 되봐야 알겠다고 하더라. 링크는 그런거 하면 괜히 의심받는다(돈문제)고 가볍게 만류한다.

9.
유일한 돈줄이 막힐 것 같다. 문득 우울하기도 하지만, 문득 홀가분하기도 하다.
물론 한편으론 다른 돈줄을 예비용으로 잡을걸.. 하는 생각도 든다.
암튼 지금은 좀 홀가분하다.

11.
나는 종종 글이 너무 길다거나, 혹은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거나 하는 주변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게 컴퓨터식 글쓰기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다. 글을 쓰면서 한자 한자 타이핑되는 그 순간들에 그 글들이 내면의 나레이션으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마치 미로처럼 내 자신과 이야기 하게 된다. 그게 그런데 문득 문득 떠오르는, 아직 마쳐지지 않은 의미들을 비집고, 다른 의미들로, 연상들로 뛰어가곤 하는거다.

17. 글쓰는 것 자체가 즐거운 때가 있다. 그동안 그걸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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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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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t 2008/09/24 17:21

    11번에 대해서. 사실 종이에 찍힌 활자로 보면 그리 길지 않은 글일겁니다. 단지 화면으로 보는데 익숙해져서 한 화면을 넘기는 글=긴 글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싶네요. 사실 저도 보기 좋으라고 줄마다 띄우기를 쓰는 인터넷용 글쓰기(?!)를 안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써놓은 글들을 보면 왠지 길어보이고 답답해보일때도 있거든요. 종이에 찍어놓으면 한 두장 정도라서 가볍게 휙휙 읽어볼 수 있는 글들도 화면의 스크롤을 내리면서 읽으면 상당히 긴 느낌이 듭니다.

    타자쳐서 쓰는 글들이 가벼운 느낌인건 사실입니다만 그마저도 안 하게되니 뭔가 잃는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이유로 포스팅도 잘 안 하던 블로그에 잡다한 글을 써보기 시작했네요. 언제나처럼 의욕이 금새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 동안에라도 열심히 써봐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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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9/24 17:36

      .cat님 오랜만(그렇게 오랜만은 아니지만요)입니다. : )

      모니터로 읽으면 종이보다 가독성이 30% 정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더만요.

      거침없는 포스팅을 기대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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