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투데이 활용 차원에서...
이 글은 거창한 제목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수박겉핥기류의 글이다.
나는 그걸 당연히, 어쩔 수 없이 긍정한다.

0. 씌어진 말은 찌꺼기(만박로그). 모든 호기심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물론 만박은 방금전, 내 잡다한 연상들 뒤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 이거 한 문장가지고 보면 안되구요. 제가 읽고있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라는 책 함 보셈" ㅎㅎ. 지당한 말쌈! 그런데 나는 너무 게으른거다.

1. 일단 이게 글로 문자화되었다는 표현인지, 아니면 귀신 씌다에서와 같이 어떤 '의미로' 덮어졌다는 의미인지 궁금한데, 아무래도 전자 같다. 그리고 전자라고 해도 후자의 의미는 논리필연적으로 수반된다.

2. 언젠가 데리다가 레비스트로스를 공격하는 장면을 살짝 언급하는 비평서를 읽은 적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말하기만 있었던 시대, 가름과 나눔이 없었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드러낸다고 데리다는 비판한다.

3. 레비스트로스(이하 레비)에 대해 잠깐 더 이야기하면, 데리다가 비판하는 장면에서 레비를 파악하면, 아마도(이건 정말 수박 겉핥기라서 아마도라는 한정도 부족한데) 원시부족들, 좀더 덜 (서구인의 관점에서는)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말하기보다는 글쓰기가 의미유통의 좀더 익숙한 수단이었을테고, 그런 점에서 글쓰기(이성적인 분류와 체계에 대한 욕망) 시대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억압과 지배는 덜 했으리라는 가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 같다. 즉, 말하기와 글쓰기가 있다면 말하기가 당연히 역사적으로 먼저 태어났고, 글쓰기는 후에 태어났는데, 말하기는 (이건 마치 부버가 원시언어들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것과도 겹치는 것 같은데) 총체적인 융합의 언어이고, 그 존재 전부를 향해 있는 언어이며, '비억압'의 언어라고 레비는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4.
그런데 이를 비판하는 데리다는 (그 얇은 비평서를 읽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자면) 레비가 너무 순진하게, 그리고 이분법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 즉 말하기만 있었던 시절에조차 나눔과 가름이 있었다는 거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부연이 등장하지 않아서(이런 기억이 담겨있는 그 비평서의 부분은 본문이 아니라 본문의 지엽적인 일부를 설명하는 각주의 형태였으니까) 데리다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에 대해선 나도 알지 못한다.

5.
굳이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레비의 가설 쪽이 좀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데리다가 좀더 멋진 것 같다. 데리다의 지적이 담고 있는 그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데리다가 멋지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토록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레비의 인식과 통찰을 적극적인 정치적 논쟁으로 끌어올렸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7. 대화는 아름답고, 또 정치적이다. 그리고 낭만적 수사들이 갖는 중립적인 성격은 매우 중대한 정치적 함의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 발아점
씌어진 말은 찌꺼기(만박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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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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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필로스 2008/08/01 15:47

    근데 레비스트로스와 리바이스 청바지는 무슨 관계일까요? (오늘도 뻘플)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8/03 00:06

      끌로드 레비스트로스와 리바이스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 ^;
      저도 노스트라필로스님같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말이죠. ㅎㅎ

      '리바이스트라우스'로 구글링해보니 이런 글이 나오네요.

      나쁜 기업 명단(블로그명)

      리바이스트라우스 & Co.-"관심, 독창성, 성실, 용기"
      http://blog.ohmynews.com/ibookmarks/175726

  2. 비밀방문자 2008/08/03 21:2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8/03 00:13

      풍성한 논평에 일단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말씀처럼 '월터옹'의 책에서 언급한 것이 맞습니다.
      만박인 미투로그를 훑어보면 월터옹의 책이 미투포토로 찍혀 있더만요.

      1. "사회적인 구술문화가 오히려 더욱더 계급이라는것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라는 지적은 매우 흥미롭네요. : ) 저 역시 언어는 해방의 기능을 갖지만, 역사적으론 계급적 차별을 공고히하는 역할을 좀더 강하게 해왔고, 현재는 그런 역할들이 매우 세밀하게 조직되어 진행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2. 다만.. "인간의 자유를 가져온것은, 인쇄문화와 매우 일접한 관계가 있다고봅니다. 개인적인 생각들이 날개돋힌듯히 퍼져나가면서 자유라는 이념도 같이 퍼져나갔"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감하는 한편으로, 그 반대의 언술의 권력작용(사이드나 푸코, 부르디외가 강하게 지적한 언술이 갖는 계급지배적인 성격)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맥루한은 그다지... 관심이 생기는 편이 아니라서요.
      조언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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