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읽고 있었다.
명성에 비해선, 개인적으론,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터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당신은 그에 관해 말하고 그것에 관해 쓰지만, 드물게 완전히 자기 포기할 때를 제외하면 당신은 그것에 대해 안 적이 없을 것이다. 그것 주위에 공간을 만들어내는 중심이 있는 한, 거기엔 사랑도 아름다움도 없다. 아무 중심도 아무 주위도 없을 때 사랑이 있고, 당신이 사랑할 때 당신이 아름다움이다(148).

-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정현종 역. 중에서


그 문장은 정현종의 시를 불러 왔는데...
그 시는 이렇게 시작하고...

사물을 가장 잘 아는 법이 방법적 사랑이고 사랑의 가장 잘 된 표현이 노래이고 그 노래가 신나게 흘러다닐 수 있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라면, 그렇다면 형은 어떤 사랑을 숨겨 지니고 있읍니까?


다음과 같이 끝난다

[....] 사람은 각자 자기가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 이상의 사랑을 (  )로부터 항상 받아야 하지만 그러나 그가 삶의 현상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가 두루 궁금할 따름이다, 사랑받아야 한다는 욕망은 사랑 자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사랑받음과도 아무 상관이 없고 항상 그대는 어떻게 사랑하고 있으면 된다. 그대는 그대의 모든 詩에서 그대의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고통과 자신의 죽음을, 문화를, 방법적 사랑을 놓지 않으려느냐, 슬픔 多謝.
잠이 깨었으나 형의 꿈은 더 깊어갔읍니다.

- 정현종, 사랑사설 하나 ; 자기 자신에게, [고통의 축제] 중에서


그 둘은 서로 몹시 닮아 있다고 나는 느꼈다.
그리고 정현종에게 크리슈나무르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문득 상상하게 되었다.



p.s.
정현종의 시는 약간 오래된 경우라서 '습니다'가 아니라 '읍니다'로 끝난다.
내가 갖고 있는 판본은 92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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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Tracked from {가즈랑집} 2007/04/15 16:37 del.

    민노씨의 글을 읽고, 저도 정현종 선생님의 번역본을, 그리고 크리스나무르티를 좋아하는 독자이기에..짧은 트랙백을 보냅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이 책을 처음 만난 때가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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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6 09:38

    HOHO~~~^^
    I'm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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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너바나나 2007/04/16 10:40

    이 양반책은 뭐랄까 세뇌를 시키더만요.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결국은 같은 얘기를 계속 하면서 넌 할 수 있어라고 세뇌 하는 것 같더만요. 근디 대가리로만 알았지 그리 바꾸기가 정말 힘든 것이란게....

    여튼 언능 기운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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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16 17:12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었는데요. ^ ^;
      한번쯤은 더 읽어볼까 싶긴 합니다.
      비슷한 느낌(?)의 [나와 너](마르틴 부버)가 있는데...
      대가들의 지향이 어느 지점에서는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솔직히 [나와 너]가 훨씬 저에게는 좋더만요.

      p.s.
      고맙습니다. ^ ^;
      별 다른 기운 빠질 일은 없는데.. 그렇게 보였어요? ^ ^;;

  3. 가즈랑 2007/04/17 09:50

    '나와 너'는 아거님과 민노씨의 다른 대화에서도 본 기억이 납니다. '아는 것으로...'와 비슷한 느낌이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알아가는 것도 의외의 소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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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17 10:02

      개인적으론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다소 딱딱하고, 모호한 느낌이라면.. 이미 밝혔듯이.. 저에게는 그다지 행복한 책읽기의 경험은 아니어서요.. ^ ^;;

      [나와 너]는 읽는 순간 매혹되는 그런 느낌이면서... 동시에 매우 명료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자체로 정말 황홀한 책읽기의 경험이었죠.

      강추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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