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지방법원 2007나9003 (2008. 5. 29.선고)

인터넷 사이트의 출산 및 육아 관련 정보 제공 코너에 산모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조치(모자이크 처리 등)를 취하지 않은 채 그 산모의 수중분만 장면을 게재한 경우의 법률관계 (출처)


이하 위 대법원 사이트(전국법원 주요판결)에 있는 요약문을 읽기 쉽도록 재구성한 것이다. 괄호는 독해 편의를 위해 임의적으로 삽입한 것이다.



[판결 내용 요약문 정리]

쟁점은 명예훼손 여부(X) 및 초상권 침해 여부(O)다. 


1. 사실

인터넷 사이트의 출산 및 육아 관련 정보 제공 코너에 산모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조치, 즉 모자이크 처리 등을 취하지 않은 채 그 산모의 수중분만 장면을 게재한 경우 문제되는 법률관계


2.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 여부 판단

ㄱ.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화면의 구성 방식, 그 내용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 등을 고려할 때, 그러한 장면 게재로 인하여 산모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예훼손 부정)

ㄴ. (그러나) 산모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피촬영자인 산모의 식별을 곤란하게 하는 별도의 화면조작, 이른바 모자이크 처리 등이 없이 그대로 이 사건 장면을 이 사건 사이트에 게재하여 사용한 이상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해야 한다. (초상권 침해 긍정)

ㄷ. (초상권 침해는 일단 구성되었는데, 이 침해행위의 위법성을 없앨만한 위법성 조각 사유는 있는지 판단하면) 공익 목적을 지향하여 제작, 방영한 것이라 하여도,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이 사건 사이트에 산모의 초상이 들어간 이 사건 동영상을 게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필연성이나, 이 사건 동영상을 게시함에 있어 미리 산모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생략, 배제해도 용인될 만큼의 무슨 긴급성도 엿보이지 않는다. (필연성, 긴급성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혀 공적인 존재가 아닌 산모에 대하여 단지 사이트 자체의 공익성만을 내세워 그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는 없다.


3. 판단
(결국) 산모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판결에 대한 단상... ]

1. 판결을 지지한다.

2. 판결과 관련해서, 물론 판결은 인터넷사이트의 동영상을 다루고 있지만, 요즘 케이블 프로그램들 이야기를 좀 해보자.

가령 [X보이프렌드]나 [커플브레이킹]과 같은 몰카 프로그램들, 좀더 급수(?)가 높은 프로그램들을 예시하자면, 이제는 '재현'이라고 밝힌 [스캔들] 같은 '고상한'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가공할만큼 악질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특히나 이런 프로그램에 주로 관심을 보일 시청자층이 중고딩이나 대딩 수준의 감수성 예민한 젊은 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사생활(보호)에 대한 전도된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유포한다. 도무지 프라이버시는 그냥 악세사리라고 생각하는건지, 그냥 폼으로 있다고 믿고있는 건지... 보고 앉아 있노라면 내가 다 엿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혹자는 이렇테다. 그걸 왜 보고 앉았냐구. 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질 프로그램을 보고 앉아있는 이유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그 세속적인 호기심과 속물근성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왜 득세하겠나, 이런 프로그램을 왜 굳이 제작하겠나, 무슨 대단한 재미가 있어서, 무슨 대단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무슨 대단한 감동을 전해주고 싶어서... 전혀 아니다. 이런 막장 프로그램이야 말로 미끼질에는 최적의 조건을 두루 구비하고 있기 때문일테다.

그러니 그저 세속세계의 신민들을 끌어당기는 그 속물근성과 세속적 호기심을 무기로 쉽게 미끼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꽂히면 그 다음을 확인하게 하는 마력(ㅡ.ㅡ;)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 보고 나서는 이런다, "오늘 또 눈 버리고 시간 버렸구만..."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이 우연히라도 걸리면 바로 채널을 돌리는 습관을 억지라도 만드는게 최고이긴 하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케이블 채널 번호를 외워서 이런 막장 프로그램은 건너 뛰는 방식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

암튼 이런 프로그램들은 무슨 대단한 사명감으로 뒷조사하고, 잠복하고, 몰카로 사람 훔쳐보고 앉아계신데, 마치 대단히 고매한 사명감으로, 무슨 일제시대 독립운동하는 마인드로 대단히 공익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착시현상마저 생긴다. 그 뻔뻔함과 야만에 대해선... 뭐랄까, 욕을 한사발 먹여주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뭐, 내 세속적인 호기심도 방구나 뽕이긴 하니까...


3. 판결로 돌아가자.

이 판결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익적 성격이 있는 사이트라고 할지라도(물론 판결문을 모두 읽으면 그 공익적 성격과 더불어 사익적 성격도 있다고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공익성으로 면책되지 않으며, 긴급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더불어 초상권 침해는 인정하지만, 산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수중분만 장면을 공개한 것만으로는 산모의 명예훼손까지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이 점은 좀 생각해볼 문제인데, 시청자가 분만 장면을 성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시청한다기 보다는 정보적인 가치로 시청한다는 점, 그리고 위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제작한 목적에 공익적 성격이 다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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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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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biho 2008/05/31 12:42

    잘 봤습니다. 사생활 보호 뿐만 아니라 동의 부분도 인권 측면에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의료에 대한 동의 부분 뿐 아니라 이런 자료 공개에 대한 동의 여부에 대한 판결도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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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5/31 13:09

      dobiho님 덕분에 무플 면하는군요. : )
      논평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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