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2007/04/10 23:17
블로거는 자유롭다.
정말 그는 자유로운가?
아니.

그건 일종의 환상일 뿐이다.
블로거는 시스템의 포로다.
이건 자명하다.
나는 그것이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첫 장만 읽다가 덮어버린(실은 좀더 억지로 읽긴 했지만) [미학의 차원]에서 아도르노는 이렇게 시작한다. 기억에 의존해서 옮기자면 이거다.

예술에 대해선 이제 어떤 것도 더 이상 자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블로거는 시스템의 포로이며, 관습의 포로이다.
블로거는 혹시 별나라에 온 외계인인가?

블로기즘이 전통적 저널리즘에 대한 강력한 항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그것을 극복하거나, 혹은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의미있는 동료로 성장하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 나는 느낀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고, 샴페인이 넘친다. 가령, 은행업무시간 단축에 대한 이야기들은 난 솔직히 좀 갸우뚱하게 된다. 그 문제제기의 취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주장이 다소간 비약적인 상상력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상상력은 위대하지만, 그 상상력이 위대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상상력이 (극복해야 하는) 현실을 자극하기 때문이지, 현실과 동떨어진 별나라를 이야기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글도 그런데 근거가 박약하긴 하다.
근거 없는, 관점에 대한 고민이 없는 글을 쓰는 건 이렇게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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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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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7/04/10 23:28

    그런데 이 글은 자유롭게 보이구만요.
    이제 매표소에서 입장권 사서 올라갈 참인디 벌써 도시락 까묵고 있는 것 같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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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10 23:36

      이 글은 ... 좀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글인데..
      제목처럼 헛소립니다. ㅡ.ㅡ;

      요즘은 정말 말하고 싶은 테마들에 대해서..
      그것을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과 비례하게 두려움이랄까..
      혹은 그 두려움에 비례한 귀찮음이랄까..
      그런게 생기네요. ㅡ.ㅡ;

      모두다 핑계이긴 하지만요.

      p.s.
      전 블로기즘의 가능성에 대해서 전폭적인 애정을 보내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 블로기즘이 그저 감상적으로 저널리즘을 배격하거나, 우리가 이런 걸 이만큼이나 이슈화했다라는 다소간 유아틱한 자화자찬이 된다면.. 거기에 대해 조금은 동료로서 쓴소리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 글은 쓴소리가 아니라 헛소리지만요.

      누군가가 그런 글을 정말 본격적으로 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너바나나 2007/04/11 00:00

      저도 쓰고는 싶은디 두려움도 있고 결정적으로 능력이 안 되서유! 글고 글을 거칠게 써서리 비판이란 놈이랑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구만요. 상대방이 수긍이 가게 해야는디 감정만 격화시키는 듯싶구만요. 여튼 다시 의욕 차리세요! 그래야 잇다넷이 지대로 이을 것 아닙니까? 선장님이 힘을 내셔야죠~

    • 민노씨 2007/04/11 00:35

      너바님께서야 말로 좀 거침없는 포스팅을 해주시길 기대하는 바입니다.
      저는..
      패턴이나 템포가 좀 흔들린 것 같네요. ^ ^;;
      격려 고맙습니다. : )

  2. rainydoll 2007/04/11 00:10

    남들의 글과 남들의 시선을 가로막지 않고 그들과 교류하는한, 자의이던 타의이던 분명 자유롭다고는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되죠. 자유롭다기보다는 '자기답다'정도의 표현이면 적당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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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11 00:40

      그런 측면도 당연히 있지만.. ^ ^
      저로선 그 시스템은 기존의 거대 시스템들을 말하는 겁니다.

      거기에 대항하거나, 혹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혹은 그것을 의미있게 보완할 수 있는 물적 토대는 (거의) 전무한 가운데서 그 기존 시스템의 조력으로 어떤 이슈가 좀더 광범위한 파급력을 갖게 된 것인데.. 그것이 블로그의 힘이라고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들이 종종 보이는 것 같아서요.

      물론 기존 시스템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한계는 자명하고,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또 장차로는 그것과 서로 상생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그것과 독립해서 존재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의 대안적 시스템을 창안하고, 또 독립적 개체로서 보완할 것인가가 중요할텐데요.

      현재로서는 그다지 ... ^ ^;; 그 기존 환경 자체가 우호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블로그를 '파트너'로 삼기 보다는 '일종의 구색' 혹은 '유행의 아이템'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요.

  3. rince 2007/04/11 09:47

    예... 절대 자유로운거 같지는 않아요...
    가끔 댓글도 비밀댓글로 남기는 저를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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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4/11 18:00

      ^ ^;
      저도 비밀댓글은 종종 남깁니다. : )

  4. 내가 내냐? 2007/04/11 14:12

    우측에 링크된 민노씨네 를 클릭하면 왜 자꾸 한겨레 필통이 뜨는거죠?
    민노씨네 주소는 어떻게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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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nooe 2009/03/01 08:17

    '블로그'라는 이름 혹은 그에 파생된 개념들로라도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가도 스스로가 우스꽝스러워지기도 하고...그건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모습이 마치 광대같아 쓸쓸씁쓸해지기도 하고...역시 그냥 다 때려 치는게 속편한 일이긴 할텐데 라는 생각도 하다가 그냥 그렇게 우유부단 질질 끌며 뱉어놓은 말들의 더미가 이젠 나도 모를 헛소리들이 담겨있지나 않을까 걱정해야할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느낌이 뜨끔 들게되는 그 무언가, 하여간 그런 블로그라는 공간에 말들을 담아가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현실에 푸념섞인 헛소리 하나 제 블로그 밖에 늘어놓고 갑니다. 이건 배출에 가까운 댓글이네요.^^

    벽지가 맘에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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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3/01 19:21

      그러시군요.
      무지막지하게 공감합니다. : )

      테마(스킨)은 hi8ar님께 선물 받았습니다. ㅎㅎ
      ( http://hi8ar.net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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