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7도8155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명예훼손) (2008. 2. 14.)

피고인 : 허##
상고인 : 검사
원심 : 의정부지방법원 2007. 8. 30. 선고. 2007노579 판결
판결선고 : 2008. 2. 14.


이하 위 대법원 판결을 편의상 재구성한 글입니다.
사실 - 원심 판단 - 대법원 판단으로 나눴구요.
대법원 판결문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실관계 부분이 너무 빈약해서, 원심 판결문을 구해보려는데(대법원사이트 > 사건검색 > 나의 사건), 당사자 입력란이 있더라구요. 저야 당사자가 아닌데 알 수 없는 노릇이죠. 이게 사건 성격(명예훼손)에 관한 사건이라서 그런것인지 어쩐것인지.. ㅡ.ㅡ; 원심 판결문도 웹상에서 충분히 구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암튼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덧. 나의 사건 검색 열어봐도(임시필명)님께서 다음과 같은 보충 논평을 주셨네요. 판례에 대한 일반의 접근성을 '방해'하는 이유들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일독 권합니다.

more..




주문 :
원심 파기(의정부지법 본원 합의부로)환송

사실 :
1. (적법하게 얻어진 증거로서 원심이 판시한) 일대일 비밀대화란 피고인이 인터넷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과 사이에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그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한 대화(이다)
2. 위 대화가 인터넷을 통하여 일대일로 이루어졌다는 사정

원심의 판단 : 명예훼손 성립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자(이하 ##)와 사이에 나눈 공소사실과 같은 대화는 피고인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로서 공연성이 없으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단 : 명예훼손이다.
1. 그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2. 또 ##이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하였다고 하여 그가 당연히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3. 결국 원심이 판시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공연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4. 원심은 피고인과 ##이 위 대화를 하게 된
ㄱ. 경위
ㄴ. ##과 피고인 및 피해자 사이의 관계
ㄷ. 그 대화 당시의 상황
ㄹ. 위 대화 이후 ##의 태도 등 제반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과연 ##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하여 공연성의 존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같은 대화가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의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대법원 1990. 7. 24. 90도1167)

대법관 전수안 고현철 양승태 김지형

- 이상 대법원 판결문 재구성.


1.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법리인 '전파성 이론'에 대해서는 다수 학자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번 판례 역시 공연성 판단표준으로 '전파성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인 것 같네요. 좀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원심판결이 좀더 합리적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2. 공연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전파성 이론'을 과도하게 수용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ㄱ.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게 되고
ㄴ. 범죄 성부가 행위자가 아닌 상대방에 의해 좌우되며
ㄷ. 가벌성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게 되고
ㄹ. '전파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명예훼손 성부를 판단하는 것은 형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반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전파성 이론에 의해 공연성을 판단하는 판례 입장은 거듭 비판받아 마땅하리라 봅니다.

3.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으로' 인식할 있는 상태"(이재상)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해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409

  1. Subject : 블로그에서 일대일로 비밀 뒷담화해도 명예훼손

    Tracked from 뉴스보이 2008/02/25 02:45 del.

    인터넷 블로그에서 '일대일 비밀대화'를 통해 제 3자를 비난한 데에 대법원이 명예훼손죄를 인정했다. 많은 블로거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허모(53.회사원)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 대법원 2007도8155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flogsta 2008/02/16 13:28

    어떤 사건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재판까지 하게 된 것을 보면 결국 제 3자에게 그 대화내용이 알려진것 아닌가요? 결과적으로 대화내용이 알려졌기에 명예훼손이 되는 것이 아닌지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6 17:12

      말씀하신 것은 논의의 전제입니다.
      그 전제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죠. ^ ^;

  2. kz 2008/02/16 17:26

    저도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문은 못 봤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6 19:10

      그러셨군요. ^ ^;
      kz님 덕분에 소식을 듣고 쓰긴 썼는데, 너무 무미건조하게 쓴 것 같네요.

  3. 나의 사건 검색을 열어봐도 2008/02/16 21:40

    우선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은 판례를 제공하는 코너가 아닙니다. 단지 당사자명과 법관, 검사, 사건 진행 경과만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민노씨가 당사자 이름을 안다고 하더라도 원심 판결은 볼 수 없다는 얘기 입니다.

    현재 대법원은 개인의 신상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판결문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료 사이트에서 판결문 전문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법원공보에 개인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그대로 게재했던 점, 당사자명을 숨기는 것은 워드 프로세서를 이용해 쉽게 할 수 있다는 점, 미국의 경우 모든 판례를 인터넷에 올려 국민 누구나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제 한국 법원도 모든 판결문을 완전 공개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법조인만 판례를 찾아볼 수 있고 일반인은 법원 도서관까지 찾아가야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그나마 이것도 복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판사들이 일반인의 판례비평을 싫어하기 때문에 판례공개를 주저하고 있으며 판례가 전면 공개될 경우 변호사의 실적(승소율)이 공개되어 변호사 업계에서도 판례 비공개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6 21:35

      그렇군요.

      특히나 "신상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다는 명분"은 말씀하신 "워드 프로세서를 이용해 쉽게 할 수 있"는 것인데, 왜 굳이 알권리를 이토록 제한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영어한다고 난리치기 전에 "미국의 경우 모든 판례를 인터넷에 올려 국민 누구나 컴퓨터나 인터넷만 있으면 찾아볼 수 있다는 점 등"을 좀 배우면 좋겠네요.

      보충 논평 고맙습니다. : )

  4. 민노씨 2008/02/16 22:41

    * 나의 사건 검색을 열어봐도(임시 필명)님의 댓글 논평 본문 보충.

    perm. |  mod/del. |  reply.
  5. SadGagman 2008/02/17 01:19

    신문끼리 싸우는 아래 소송결과도 상당히 흥미롭네요~ http://news.media.daum.net/society/media/200802/15/journalist/v19973289.html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17 04:33

      네.
      저도 소식 들었습니다. : )

      조중동을 잠 못 들게 한 <한겨레>의 ‘언론권력’ 시리즈 (어른이)
      http://iandyou.egloos.com/1420549

      혹 관련 팟캐스팅하시는건가요? (하시면 참 좋겠다 싶은데 말이죠)
      애청자로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6. SadGagman 2008/02/18 15:40

    글쎄요...머 워낙 당연한 판결이라 팟캐스팅할 꺼리가 있나요? 한겨레 신문에 들어가서 언론 권력 시리즈를 보고있는 중임다. 혹시 그 내용중에 다뤄볼 뭔가가 있다면 모를까 판결 자체에 대한 이슈는 없는 듯...
    참, 숙제였던 유튜브 이야기는 이번에 동영상UCC시장 분석 팟캐스팅에 한 꼭지 정도로 넣었슴다. 이제 남은 숙제는 Daum의 IPTV사업 진출 얘기만 남았네요~ ㅎㅎ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2/26 00:18

      이제야 발견하네요. 지송.
      지난 주말부터 아리까리한 몸살 비스무리 + 잠귀신에 붙들려서리..
      암턴 오늘 우연히 이명박 취임 관련 '용비어천가' 보다가(MBC도 그렇고, 쌈도 그렇고... 특히나 KBS 쌈은 정말 실망스럽네요. 물론 제대로 모두 시청한 것은 아니라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요) 가까스로 정신 차렸습니다.

  7. 비르투 2010/08/08 21:11

    상대방이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 되면, 친구 간의 뒷담화부터 시작해서 명예훼손에 안 걸리는 게 없을 텐데...이런 식으로라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것 같아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1/02/11 12:31

      비르투님께서 늦게 댓글을 주셨었었군요. : )
      여기에서나마 새해 인사,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