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참여한 노래방에서 2차 회식 도중 동료를 찾으러 나갔다가 노래방 건물 앞에서 넘어져 급성경막하출혈 등으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2007. 11. 13. 선고 2007구합18017 판결)

ㄱ. 사업주 인솔 하에 전 직원이 노래방에서의 2차 회식에 참여하였고,
ㄴ. 2차 회식 비용은 사업주가 부담하였으며,
ㄷ. 망인은 2차 회식 도중에 임의로 회식장소인 노래방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라 같이 있었던 동료들을 찾기 위하여 노래방 건물 앞까지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이 참석한 2차 회식은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동료 근로자들을 찾기 위한 망인의 위와 같은 행동이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비록 망인이 자신의 주량을 가늠하여 음주를 자제하지 못한 결과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자기 과실이 개입되었다고 해도) 그로써 업무관련행위인 2차 회식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출처 : 대법원 전국법원주요판결


0. 판결 (서울행정법원 제 5 부)

시간이 허락하시는 독자들께서는 찬찬히 읽어볼만한 판결문이다.
약간 길다.

more..


 
1.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판결 전부를 옮겨 적는게 좀 소모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옮겨적다 보니 사건의 풍경이 머리 속에 그려질 만큼 드라마틱하다. 나름으로 꽤 흥미로운 사실관계를 갖는 사건이다. 망자에게 재밌다는 건 예의가 아닐테지만, 사건 사실관계가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굳이 다 옮겨 적어봤다. 시간이 허락하시는 독자들께선 찬찬히 판결문을 읽어보면 그 운명적인 송년회의 풍경이 마치 TV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흘러갈테다.

이 사건 정말 드라마틱하다.
사장과 여직원은 망자와 망자의 동료 B가 '노래방 도우미'를 부른 줄 알고 귀가한 것인데, (이를 모른채) 망자는 직장 동료들이 갑자기 사라져서 이들을 찾으러 나갔다 사고를 당한 거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노래방 주인의 증언을 들으니), 그 도우미는 원래 그 문제이 방에 들어갈 도우미가 아니라, 다른 방으로 갈 도우미들이 착각으로 망자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던 거다.

참 인생사 얄궂다.
가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 노래방 도우미가 착각만 하지 않았다면 망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2. 사건의 의의

판결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원고는 망자의 유족이다. 망자가 결혼하지 않은 것으로 보건대 부모형제 중 일인인 것 같다. 원래 사건은 (판결문 속) 경찰서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자기과실에 의한 단순 사고사로 처리된 사건이다.

유족의 보상및 장례금은 (그 전의 사정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취소되었고, 이 취소처분이 부당하다고 망자 유족이 소를 제기한다. 그리고 사건을 담당한 행정법원은 결국, 원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의의는 간단하다.
근로복지공단이 피고인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업무상 재해 범위를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인 사고 노동자의 편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환영할 만한 판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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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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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퍼렁어 2007/11/30 03:19

    올바른 회식문화를 위해서도 이런 판례가 많아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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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01 12:18

      꽤 반가운 판결인 것 같습니다. : )

  2. 주딩이 2007/11/30 10:26

    요즘 이러한 산재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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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01 12:19

      그러게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경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 )

  3. 댕글댕글파파 2007/11/30 10:53

    시퍼렁이님의 말씀처럼 정말 올바른 회식문화가 이루어 졌으면 합니다.
    법인카드로 지르는 회식비용이 15조가 된다고 하니 -_-;;
    술먹고 끝장보는 회식이 없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하네요.
    개인적으로 술을 싫어해서 회식자리도 별로 안 좋아하는 일인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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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01 12:20

      좋은 지적해주셨네요.
      법인카드 남용하는 한국식 회식문화, 접대문화..
      이거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은 그 돈이 소비자들의 부담이 되는 셈이니까요. ㅡㅡ;

  4. Nights 2007/11/30 11:38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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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01 12:21

      저도 그렇게 판단합니다. ^ ^

  5. paris33 2007/11/30 21:24

    당연한 판결입니다^^ 정당한 인권을 다시 확인 할 정도로 우리는 넘 빼앗기고 살아 왔나봐요^^;; 술로 푸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밝은 사회가 언제 올런지요..술은 빠지는 독이 아니고 즐기는 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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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01 12:23

      그러게나말입니다. : )
      그래도 언젠 한번 paris님과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블로거 벗들과의 조촐한 오프는 블로깅의 또 다른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 ^

  6. paris33 2007/12/01 22:24

    감사합니다^__^ 듣기만해도 맘이 따뜻해지네요 혹 민노씨님은 벽난로표입니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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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02 01:13

      앞으론 난로씨라고 불러주십시오!
      물론 농담입니다. : )

  7. cansmile 2007/12/03 00:40

    먼저 회식문화에 대한 건을 말씀드리자면, 회식을 이끄는 부서의 장 또는 사업주의 경우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에 참여한 직원들이 온전히 귀가하였는지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다시한번 깨닳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되구요.

    법인 카드로 회식비용을 결재하는 문제에 대하여서는 회식도 위와 같은 관점으로 봤을 때 나쁘다고만은 생각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낭비적인 회식에의 법인 카드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네요.
    위의 판례에 등장하는 정도의 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연말 회식 정도의 씀씀이라면 법인카드로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P.S. : 오픈아이디로 로그인하여 댓글을 등록하려고 했더니 '인증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디를 확인하세요'라고 나오는군요. 음... 오픈아이디의 문제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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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2/03 14:30

      말씀에 공감합니다.

      1. 귀가확인 의무까지 지우는 것은.. ^ ^;; 좀 지나치지 않나 싶습니다만, 조직 혹은 단체의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두텁게 지우는, 그러니 노동자들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할 필요를 강조하신 취지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합니다.

      2. 법인카드가 로비성 접대나 과소비를 조장하는 부분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연말모임이나 조직의 화합을 위한 '내부용' 회식이야 마땅히 법인카드 사용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요. ^ ^

      p.s.
      요즘 안그래도 몇몇 분께서 댓글 입력이 잘 안된다고 하던데...
      이게 무슨 문제인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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