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나는 은퇴한 연예인 노현정(노현정은 연예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어떤 폄하 의도도 없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노현정씨가 재벌과 결혼을 하든, 또 이혼을 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 이런 마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슨 대단히 고상한 관점을 갖고 있거나, 혹은 연예인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잘못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고 세속적인 호기심이 충만한 속물이고,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속물은 자기가 속물이 아니라고 (구태여)우기는 속물이다.


1.
다만 내가 흥미를 갖는 건 이런 자극적인 뉴스 소재를 '미끼삼아' 장사하는 언론의 행태다. 은퇴한 연예인이긴 했지만 세속적인 관점에서 노현정의 '이혼'이 사실이라면 '이 이혼'이라는 사실이 갖는 뉴스가치, 그 중에서 흥미가치를 나는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바다. 이혼관련 보도가 포털과 연예전문 인터넷언론(실질적으론 포털의 하청업체로 기능하는)에 차고 넘치는 현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번 사례가 골 때리는 건 이게 '사실'도 아니라는 거다. ㅡ..ㅡ;;


2.
일단은 '추리극장' 버전으로 기사 하나 때려서 포털에 보낸다.
그 다음은 포털의 연예기사 순환시스템에 맡기면 된다. 당연히 관심은 증폭되고, 이게 측면의 '실시간 인기 기사' 혹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자연입성한다. 그 실시간 검색어, 혹은 실시간 인기 기사는 또 다시 관심에 관심을 낳는 (악)순환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에 그 기사를 삭제해버리는거다!!! (노현정 사례에서는 이 부분이 핵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위 기사를 본 적 없어서 이 기사가 어떤 언론사의 기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위 안내에 대해 살짝 첨언하면, 안내하려면 기사 삭제를 요청한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도대체가 그냥 '삭제되었습니다'로 땡이라니. ㅡ..ㅡ; 이것도 좀 골 때리는 행태 아닌가.


3.
아무튼 그렇게 노현정 이혼 기사는 공중증발하고, 그 자리를 '노현정 이혼 사실무근'이 대신 차지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에 덤으로 노현정 이혼 해프닝을 다루는 또 다른 비평 목적의 기사들이 덩달아 순위에 입성한다. 여러모로 노현정이라는 세속적인 아이콘 하나로 언론사들은 미끼질에 심취하고, 포털은 포털대로 트래픽을 높이며, 이걸 비평하는 기사들까지 덤으로 주목을 받게되는 '사실도 아닌 보도'에 대한 정말 쓸데없는 '관심의 악순환'은 증폭한다. 포털이 웹상의 의미소비 구조에서 차지하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의미는 '실시간 인기글/검색글'과 연계해서 이런 관심의 악순환을 구조화한다 점이다.

골탕을 먹는 건 독자들 뿐이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들은 앞으로도 내내 만들어지고, 또 삭제되고를 반복할테다.

이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엉뚱한 소모적 뉴스상품에 대한 소비(시간은 돈이다. 그리고 관심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좀더 고민해야 하고, 좀더 깊이 들여다 봐야 할 '어떤 기사,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한 관심을 빼앗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상품들에 대한 관심은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당신이 쳐다보고 있는, 그다지 당신이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다지 즐겁지도, 그렇다고 당신의 세속적 호기심을 풀어주지도, 거기에 더 해, 읽다보면 화딱지만 나는 그 무수한 찌라시 기사들은 당신의 관심을 정말 요구하는 다른 의미있는 뉴스상품들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그 기회를 빼앗는다.


* 일단 등록하고 본문 링크 보충합니다.


* 보충.
도아님께서 댓글로 관련 링크를 알려주셔서 보충합니다.
도아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시아투데이.
오세은 기자 '단독'으로 소설쓰느라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ㅡ..ㅡ;;
기사 제목 바로 아래 관련 광고링크도 흥미롭네요.

기록 보존 차원에서 '무단전재'합니다.
물론 저로선 무단전재가 아니라 비평 목적의 '합법적인' 인용이라고 생각하지만요.

more..




* 관련 추천 기사

노컷뉴스 김대오 기자. 
'노현정 이혼설 보도 해프닝'…'떴다방'식 보도가 부른 오보
"언론에서 '이혼'을 확정보도하기 위해서는 '서류관계'를 확인하거나 당사자들의 분명한 입장을 들어야 하나 이러한 내용을 취재하거나 보도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 위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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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노현정 "이혼했다" & " 이혼 안했다" 설전

    Tracked from 엔시스의 정보보호 따라잡기 2007/11/14 00:17 del.

    노현정 전 아나운서 " 이혼 했다 & 안했다" 간만에 큰 이슈가 터 졌다..네이버를 검색하다 보니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느닷없이 " 노현정" 아나운서에 대한 이혼설이 게제되었다. 사진 출처: 노컷뉴스 언론사 , 포털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이혼했다"고도 하고 "안했다고도 한다" 우선 처음 이혼 했고 안했고가 중요한게 아니고 재벌가와 결혼을 하게 되면 항상 끝이 안좋은 것에 마음이 씁쓸하다,. 잘해서 결혼 했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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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아 2007/11/13 19:40

    아마 삭제된 기사는 아시아투데이의 기사가 아닌가 싶군요. 아직 파란에는 기사가 살아 있어서 링크합니다.

    http://news.d.paran.com/entertainment/newsview.php?dirnews=2445640&year=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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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13 20:24

      보충논평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본문에 반영하겠습니다.
      도아님 덕분에 무플도 면했네요. : )

  2. smirea 2007/11/13 22:55

    오늘 헤프닝을 보면서 좀 씁쓸했는데, 의미있는 좋은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14 00:28

      글쓰는 보람이네요. : )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3. 여형사 2007/11/14 10:26

    파란을 시작으로 다음과 네이버로 퍼지더군요. 특히 아시아투데이 단독 기사였을 때는 파란에만 올라와 있었는데 스포츠조선/스포츠서울에서 '인용보도' 하면서 메이져 포털에도 올라왔습니다.

    어제 오전에 이거 보면서.. '또 엄청 낚이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바로 오보판정이 나더군요.

    아시아투데이가 소위 '듣보잡' -.- 언론이긴 한데 아무리 '노이즈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이런 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덧. 그나저나 노현정씨는 뭔 미움을 그리 받는지 모르겠어요.. 돈 많은 집에 시집 간것도 죄인가?;;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14 12:03

      그런 확산 경로를 거쳤군요. : )
      보충 논평 고맙습니다.

      p.s.
      1. 개인적으론 그다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요. 그냥 감상적이고, 피상적인 이유일테죠. 좋게 말하면 감수성 차이일테구요.

      2. 며칠 전에 쓰신 '네이버' 관련 포스트에 대해서는 관련포스팅을 하고 싶은 마음인데.. 역시나 너무 게을러서리. ㅎ

  4. starbath 2007/11/14 20:58

    신문들이 어제 오늘 장난치기로 작정한건지 오늘은 다이애나 살아있다라는
    기사도 있군요. 아마도 좀 있으면 삭제될 것 같습니다만.
    노현정 이혼 관련 기사도 파란에서 보고 오늘 다이애나 관련 기사도
    파란에서 봤는데 파란이 트래픽 증가를 위해 언론사에 사주라도 한 것 같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15 16:24

      연예관련 미끼글의 범람은 분명히 포털에서도 일정부분 그런 현상들을 방조하는 측면(적극적인 공범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요, 시스템의 얼개들, 특히 실시간 인기기사 따위의 도구들)이 있다고 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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