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글 / 가벼운 글

2007/03/10 14:11


0. 블로그 상에서의 글쓰기가 대체로 '가볍다' '즉흥적이다' '주관적이다' 라는 어떤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도 같다. 나는 대체로 이 선입견에 反하는 글쓰기를 해왔다, 고 사람들이 대체로 평가하는 것 같다.

덧. 하지만 스스로는 가볍고, 즉흥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글쓰기를 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건 겸손의 가당찮은 수사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는 뜻이다.

덧. 그리고 블로거의 주관적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글쓰기야말로 블로그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책임한 글을 쓰자는 건 아니지만. 맥빠진 '발표' 저널리즘, '짜집기' 저널리즘, '말씀 인용' 저널리즘 보다는 100배는 낫지 않나?

1. 그런데 나는 실은 가벼운 글이 좋다. 최근에는 더 그렇다. 그게 그런데 진지하길 바란다.

2. 때론 어떤 소재들은 무겁게 심각하다. 게다가 글의 길이까지 긴거다. 그럼 난 글읽기를 포기하곤 한다.

3. 목에 힘을 주면, 글은 당연히 심각해지는데, 나는 그게 옳다/그르다, 를 논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게 싫다.

4. 화분( 필넷에서 알게된 유쾌한 블로거 )는 언젠가 그렇게 말했다, 진지한 것과 심각한 것은 다르고, 진지한 것은 대체로 애정에서 나오고, 심각한 것은 대체로 증오에서 나온다고(이거 정확한 기억 아니고, 다소 기억의 변주가 있을 수도 있다).

5. 필넷 (내가 지금 현재 제1블로그로 삼고 있는)에서 글방 폐쇄건으로 좀 시끄럽고, 나로선 필넷운영진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또 어떤 부정적인 개인 감정도 없지만( 미운 정이 많다면 많을까. ^ ^; ) 난 필넷의 정책을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 거기에 시간을 소모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이제는 다소 한계상황에 왔달까, 혹은 기회비용의 차원에서 좀 이기적이되었달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완전'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완전이주란 글 자체를 모두 옮겨오는 걸 말한다. 일전에는 이게 굉장히 부정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는데, 개인적으론 중대한 사정변경이 생긴 셈이다. 글의 본문을 하나씩 추고하면서 옮겨오고, 그 본문은 지운채로, 옮겨온 주소를 (검색이나 타블로그의 링크, 혹은 트랙백으로 찾아온 독자에게) 설명적으로 남기는 방식을 취할까 싶다.

6. 필넷에는 진지한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은 참 좋은 분들이고, 또 사회와 삶과 세상을 진지하게, 하지만 가볍게 바라보시는 분들이기도 하다. 다만 가끔씩은 목에 너무 힘이 들어간달까... 그래서 좀 무거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7. 이글은, 민감한 독자라면 벌써 눈치챘겠지만, 그냥 즉흥적으로 되는데로 쓴 글이다. 여기에 글을 등록한지 너무 오래라서....(추. 그냥 생각없이 글쓰기 창을 열고 생각나는데로 쓴 글이다... ) (그래서) 이글은 너무 성의없어서, 스스로도 민망하다. 다만 이 글은 진지하긴 하다, 스스로에게 너무 후한 감은 없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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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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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7/03/10 15:17

    필넷 사건이 잘 안 풀리나 보군요. 그간에도 고심이 있으셨는디 이번이 촉매제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저 같은 경우 네이버에서 옮겨왔을때 말씀하신 대로 글을 삭제하고 그 글에 옮긴 링크를 적어두었습니다. 근디 종종 네이버에서 놀던 때가 그립더군요. 그 네이버라는 가게는 맘에 안 들지만 거기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기억이 있기에요.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적어두려고 블로그를 맹글었는데 요즘은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고 적어지는 것 같아서 제 생각이 아닌 것 같이 보일 때가 종종 있더군요. 그냥 스쳐가는 한줄짜리 짧은 생각들을 내 뱉고 배설을 하려고 했는디 이거이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맘대로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구만요. 여튼, 저 같은 경우는 지금도 가볍지만 쪼매 더 가볍고 짧게 써야겠습니다. 즉흥적이 이 정도시라니! 민노씨께서 적은 이 글 정도의 길이를 제가 쓰려면 후ㄷㄷ이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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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3/10 23:13

      너바님의 글은 항상, 아니 제가 읽은 글로만 소박하게 그 감상을 적자면, 블로그의 매력인 가볍고, 하지만 진지한 글쓰기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블로거의 주관, 개성, 관점이 명확하게 투영되는 글.. 저 개인적으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이죠.

      다만 때론 블로그 콘텐츠 역시 기존 종이매체 콘텐츠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지식의 짜집기'가 아니라, 의미있는 관점이 견지된 집중적인 탐구인 경우가 많은 점에서 저로선 블로그 콘텐츠의 질도 점점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보하리라 기대합니다.

      p.s.
      오형님이나 너바님처럼 블로그 툴의 기술적인 설정이나, 웹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은 블로거들은 저에겐 꽤나 부러운 블로거랍니다.

      : )

  2. nova 2007/03/10 15:32

    저도 필넷에 쓴 민노씨의 글을 봤습니다. 저와 관련이 없는 문제라 의견을 달지는 않았지만 운영주체와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분이 민노씨 하나가 아니라면 티스토리의 팀 블로그를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떤지요? 구성원이 운영주체인, 민주적인(산으로 가는) 더 나은 필넷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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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3/10 23:17

      마음 같아선.. 필넷 사이트 전체를 '매입'하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 ^; 이건 물론 건방진 얘기고, 또 많은 필진들께서 그렇게 한겨레 필넷에 애정을 쏟고 계시지만, 저처럼 과도한 '기대'를 갖고 계시진 않는 것 같습니다.

      운영진과의 대화가 어떤 생산적인 비전도 (제 입장에선) 담보될 수 없겠다는 걸, 일년 반쯤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드디어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물론 필넷이 블로고스피어를 대표하는 '미디어 블로그'로 성장하고, 또 거기에 조금이나 앞으로도 조력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실적으론, 지금으로선 당분간은, 그 '안에서' 제 역할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3. grokker 2007/03/11 12:45

    가벼운듯 진지한 글을 쓰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확실한건 지나치게 심각한 글은 읽는 걸 피하게 되는건 사실인거 같아요. 저도 늘 농담속에 뭔가 생각해 볼만한 우화같은걸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는 살지만. 시간이나 능력이 받쳐주지는 않죠.

    제가 즐겁기 위해 글쓰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개인적인 철학으로 삼고는 있습니다만.. ^^;

    오래된 블로그를 떠나오는건 많은 고민이 되지만 블로그를 옮기면서 예전의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는건 좋은 경험이 되더라구요.

    가볍고 진지한, 그러면서도 밝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댓글하나 남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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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3/12 02:34

      아이코! 지송. ^ ^
      그로커님의 논평은 벌써 읽었는데, 댓글을 담는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찾아뵙는 블로그 주인장께서 오셨는데..
      이거 실례가 이만 저만이 아니군요.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론 그로커님의 글쓰기에 담여 있는 위트와 숨여진 함의들은
      정말 깊은 매력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로선 제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는 전제에서,
      그로커님의 글이야 말로 '가볍고, 진지한' 글의 전범이 아닐까 싶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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