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씨.네 __ 테이크 쉘터: 블루칼라 가부장에게 불어온 폭풍

* 관람일시/장소: 2013년 4월 8일 스폰지하우스 언론시사회

** 스포일러 주의: 독자에 따라 약한 스포일러~다소 강한 스포일러 사이.

*** 원래 슬로우뉴스에서 발행하려고 쓴 초안인데, 퇴고/편집하지 않고 있다가 영화가 개봉하는 바람에 일단 여기에 올림. ㅡ.ㅡ; 퇴고/보충해서 슬로우뉴스에 발행할 수도 있지만... 편집팀에게 까일 수도 있다... ㅎㅎ



1.

이미지 그 자체가 유일한 스펙터클인 영화가 있다. 이야기로 보자면 [디워]보다 그다지 나을 것 없는 [트렌스포머]류의 황홀한 스펙터클 신파가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이미지로서의 영화, 그 본질을 거부하는 듯 이야기 그 자체가 중요한 영화가 있다. 이창동 영화는 이야기가 이미지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의미론적 서사구조가 이미지 자체의 구성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때론 이미지가 이야기의 극적인 흐름을 쫓지 못할만큼 완성도 높고, 깊이있는 사유와 고민의 흔적들을 그 내러티브의 틈 속에 담아내곤 했다.

이미지와 이야기가 삼투하면서 서로를  끌어당기는 영화들이 있다. 타르코프스키의 모든 영화들, 스탠리 큐브릭의 모든 영화들은 이야기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미지 그 자체가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이미지와 이야기의 의도적인 배반들, 엇갈림을 직조하는 영화들이 있다. 타르코프스키의 전통에 있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들, 결국은 영화를 또 다른 언어로 밀어붙인 고다르의 실험적인 영화들이 그렇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테이크 쉘터]가 여기에 속한다.

2.
[테이크 쉘터]는 그 단조로운 이야기, 그 단조로운 이미지를 고려한다면 아주 야심찬 드라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결국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배반하며 영겁회귀하는 비극적 뫼비우스의 띠를 완성하는데 이른다.

질문은 단순하다.

1. 왜 마이클 쉐넌은 정신병적인 망상(폭풍)에 시달리는가.

2. 시스템의 결과인 이 파멸적인 묵시를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3. 프로테스탄트 윤리 위에 성립한 미국자본주의에 과연 구원은 가능한가.

4. 사랑이라는 신화는 여전히 가부장이 잔존하는 기독 내러티브의 기만적인 속임수에 불과한가. 아니면 우리가 끝끝내 기댈 수 있는 건 가족주의와 결합한 사랑이라는 신화뿐인가.

5. 미친 블루칼라 가부장은 어떻게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미션은 성공했는가.

이 영화의 뛰어남은 이들 질문에 대해 관객에 따라 서로 다른 대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시각적으로 그리고 이야기로서도 비교적 명확한 이 영화는 놀랍게도 서로를 배반한다.




---- 여기서부터 (독자에 따라) 강한 스포일러























마지막 장면에서 쉐넌의 광기가 실현된다. 마치 잔다르크의 소명처럼 쉐넌의 광기는 거대한 회오리 폭풍의 출현을 통해 치유된다. 그는 이제 광인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선지자다. 부당하게 공격당하고, 가혹하게 상처받은 쉐넌의 영혼은 이제 저 거대한 폭풍을 통해 구원받은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처럼, [쉘터]의 결론은 두 가지 점에서 쉘터, 피난처로서의 구원을 포기해버린다.

체스테인에 의해 쉐넌은 인간의 길, 선택의 길, 치유의 길로 이끌리는 것 같다. 하지만, 아마도, 쉘터를 짓느라 멀리 여행할 돈이 부족해, 인근으로 떠났을 휴가지에서의 폭풍은 신의 길,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구조의 공간, 자연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한계상황으로 제시된다.

쉐넌을 선지자로 본 관객은 이 재앙에 환호할 것이다. 쉐넌을 연약한 인간, 상처받고 불안한 직장에서 철저히 소외받는 블루칼러 가부장으로 감정이입한 관객들은 어쩌면 절망할 것이다. 사실 나는 그 둘 모두이다.

추.
연기는 정말 뛰어나다. 쉐넌과 체스테인의 빈번한 클로즈업은 이런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그 효과를 충분히 배가한다.

마스터 내러티브는 [현대인의 소외] 정도 되려나?

왜소한 인간과 거대한 자연의 대비, 실존적 인간의 선택과 필연적인 (시스템의) 인과율 혹은 신화(로서의 자본주의)의 대비는 시각적으로도 아주 적절하게 묘사된다.

마지막 질문.
왜 기름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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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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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3/04/22 01:13

    사소한 퇴고. 두세 단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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