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4월 3일)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간담회에 다녀왔다.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선거 5일전 이틀간 부재자(라기 보다는 ‘사전 투표’에 가까운 개념인 듯) 투표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선관위 시스템 전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있으니까 제발 좀 불신만 하지 말고 믿어달라는 것.
간담회라고는 하지만 일방적인 선관위의 발표를 ‘구경’하다 온 자리였다. 다만 선관위 직원들과 솔직담백하게 짧게나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보람이었다.
발표 내내 선관위의 피해의식은 역력했다. 그 피해의식은 "세계 최고의 시스템", "세계 최초의 제도" 따위의 최고형 수사를 보상적으로 이끌어내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내용인 선관위의 D-5 사전투표 제도는 당연히 환영할만하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시범 운영하고, 2014년에 확대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 왜 D-5에서 이틀간인가? 5일 내내일수도 있고, D-2에서 정식 투표일까지일 수도 있는데.
- 해당 선거구로 우편 송부하는 기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가령 안양이 선거구인데 부산에 출장 가 있는 동안에 투표했다고 치자. 부산에서 안양까지 송부할 시간여유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양당제에 가까운 정치구도를 가진 감정적인 정치과잉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의 패배는 인정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 왜곡된 환상이 되기 쉽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정치적 희생양 제의는 모든 정치의 역사에서 존재해왔다. 그러니까 선관위는 억울해도 더 투명하게, 더 솔직하게를 강조하고, 실천하는 수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러니까 선관위의 다소 억울한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징징거리는 모습까지 이뻐보일 리 만무하다. 어쩔 수 없다. 계속 투명한 기구와 투명한 절차,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정치적 패배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극히 일부 시민들의 음모론을 탓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지 고민하고, 좀 더 열린 정보, 좀 더 투명한 절차를 실현할 있도록 머리를 짜내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그게 선관위의 의무고, 그게 공무원의 의무다.
한국 선거 제도와 그 선거를 치워내는 시스템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들 한다. 선관위 직원들은 아주 지랑스럽게 그 점을 강조한다. 앞으로는 그 시스템을 수출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크게 틀리지 않은 말이리라. 하지만 물리적인 시스템, 형식적 얼개로서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아무리 세계 최고이면 뭘 하나. 정치 자체가 세계 최악인 걸. 그래서 선관위는 어쩌면 정치의 무능과 부패가 초래한 혐오와 불신을 대신 짊어진 희생양처럼 보이기는 한다. 무슨 일만 나면 ‘이게 다 북한 소행’이라는 그 SF적인 정치적 프레임을 가진 위대한 대한민국에서 다소 부당하게 대신 띵 뜯기기고 대신 욕 처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결론은 하나다. 희생양이든 그렇지 않든 묵묵히 선거가 국민의 축제일수 있도록 제도를 고민하고, 시스템을 고민하는 일. 그게 선관위가 계속해서 해야 하는, 선관위의 일이다. 다른 징징거림은 이미 충분히 족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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