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잉 인터뷰 S#4. 인터넷

2012/01/18 23:52


인터뷰이 : 이고잉

인터뷰어 : 민노씨


일시 : 2011년 12월 30일 2시 17분 ~ 11시 15분

장소 :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밥집과 커피전문점.

1. 인생이란 진지한 표정으로 거론할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게 아니다

2. 마당

3. 탐앤탐스


1. 이고잉 egoing 

2. 블로거 이고잉

3. 생활코딩

4. 인터넷

5. 스트림과 아카이빙
6. 트위터

7. 허무에 대하여

8. 우린 그냥 좀더 이야기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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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운동회, 꼴등으로 들어오는 이고잉의 미소가 해맑다



S#4. 인터넷

"....독점 문제는 자칫 지식의 결을 대패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늘 그랬듯 최근에도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한다.

“이 시대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나는 IP를 꼽는다. IP는 주소다. 모든 디바이스들이 주소를 갖는 것이다. IP 이전에는 방송이 있었다. TV는 주소가 없다. 공기 속의 전파를 사용한다. 그래서 IP 이전의 디바이스들을 사실 거대한 하나였다. 모두가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내용을 본다. 방송이 IP로 변화된 시대에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


- ‘핫에서 쿨에서’

“핫은 모두가 관심을 갖(게 하)는 속성이라면,  쿨은 내가 좋아하는 거다. 인터넷은 쿨하고, 브로드캐스팅은 핫하다. 쿨이 지배하는 시대에선 자신의 취향 선택권이 확대되니까.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그렇다. 사람들이 점점 더 자기 취향에 맞는 소규모 공동체에 속하게 된다. 취향으로 만난다.” (+ 쿨미디어와 핫미디어)


- ‘우리 아버지는 핫하고, 우리 어머니는 쿨하다’  

“가령 우리 어머니는 사진을 좋아하신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신다. 그래서 사진 좋아하는 20대들과도 만난다. 아버지는 TV를 보는 분이다. 아버지는 오래된 친구들과 등산을 하신다. 어머니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출사를 나간다. 아버지는 청주에 있지만, 부산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도 할 말이 있다. ‘무한도전 봤냐?’ 이런 핫한 이야기. 어머니는 출사를 가면 20살 30살 어린 친구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대구에 사는 누군가를 만나면 할 얘기가 없다.”


- 인터넷도 소수 유명인사와 소수의 테마와 이슈 집중현상은 여전한 것 같다.

“그건 인터넷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사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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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고잉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조카



- 인터넷은 성숙한가?

“인터넷이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완전한 허구다. 세상에는 구획이 있다고 생각한다(scope). 사람들은 저마다 이 구획에서 살아간다. 기술이란 이 구획을 재구성한다. 이를테면 예전엔 동네단위로 일등이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도시 단위로 일등이 생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국가 단위의, 세계 단위의 일등이 생긴다. 세계화의 주역으로 무역을 이야기 하지만, VIP는 인터넷이다. 자본이 양극화를 만든다면, 기술은 일극화를 완성한다. 인터넷이 평등 하다고 믿는 이상, 인터넷은 평등하지 않다.”


- 기술은 일극화를 완성한다?

“인프라가 심화될수록 일극화는 가속될 것이다. 우리가 편리함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을 죽인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거다. 이를테면, 저출산도 그런 것 같다. 고용 없는 성장의 무의식적이고, 집단적인 솔루션이 저출산이다. 저출산, 그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 ‘편리함을 추구할 수록 우리는 죽는다.’  

“사무자동화, 컨퍼런스콜…. 사람을 배제하는 기술들이 진화한다. 동료를 줄이고, 사람을 줄이고, 사람과 만나는 일을 줄인다. 얼마나 깔끔한가. 온라인에선 똥냄새, 땀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화상전화가 안되는 이유도 사람들이 리얼리티를 원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문자는 참 많이들 쓴다.”


- ‘빛은 물론 있다’

“당근이다. 근데 모두가 기술의 빛을 이야기 하는데, 나까지 기술을 찬양할 필요는 없지 않나? 기술이 어둠만 있는게 아니라, 어둠만을 이야기 할 뿐이다. 나는 대체로 기술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그 빛을 이렇게라도 갚아야지. 찬양해서야 되겠나?”


- <생활코딩>은 똥 냄새와 땀 냄새를 포함하는가?

“지금은 그런 게 없지만. 앞으론 그걸 포함하려고 구상중이다. 그 방법은 아직 못찾고 있지만. 그걸 한 그릇에서 담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긴 하다.”


- 기술 염세주의와 기술 낙관주의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반인에게 프로그래밍을 알려주는 생활코딩이나, 어르신들을 위한 IT 수업인 <효도코딩>은 이것이 수업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상, 이것은 기술에 대한 최상급의 찬양이 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가만보니까 이렇게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된다. 긍정을 담아내는 컨테이너와 부정을 담아내는 컨테이너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고....”


- 기술 자체가 반휴머니즘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기술은 중립적이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 안에 반휴머니즘을 부추기기 때문에 반휴머니즘적이다.“


- 기술과 인간

“마셜맥루한은 어려워서 포기했는데, 몇 가지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미디어가 인간의 확장이라는 표현 말이다. 기술은 인간의 확장이다. 감각을 확장하고, 감성을 확대한다. “


- 대한민국 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문제다. 국가로 담을 수 없는 걸 국가로 담으려고 하니까. 그 불일치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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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WWW)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

                        ( + 강정수, 팀 버너스 리: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구글이 웹을 위협하고 있다)                                                       ( + 민노씨, 반쯤 닫힌 웹의 월드 가든에서 아이폰 들고 블로깅 하기)



- 팀 버너스-리의 페이스북, 애플, 구글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구글은 오픈API나 오픈소스 등을 통해서 자신의 성취를 나눠준다. 또 비즈니스적으로는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는 것들을 공짜로 퍼준다. 그래서 나는 구글을 사랑하지만, 그만큼 구글에 종속되고 있다. 이건 세련된 탐욕이다. 어찌보면 구글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엔터프라이즈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바로 그 세련된 탐욕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 ‘불일치’와 ‘균열’

“초국가적인 것과 국가적인 것의 불일치. 그 풍경들을 발견할  때 마다 블로그에 담는다. 그게 내 나름의 게임이고, 즐거움이니까. 거기에 진지함은 없다. 그것들이 나에게 재밌는 놀이거리다 .”


- 아이폰

“너무 훌륭한 제품이다. 이 제품이 만들어진 컨텍스트를 사랑한다. 이 제품의 결과에 대해선 사랑하지 않는다.”


- 아이폰의 결과

“안드로이드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완전한 독점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MS같은 일이 또 한번 벌어졌질 뻔 했다. 애플이 덜 사악해질 수 있었던 건 구글 안드로이드 덕분이다. 독점이 되었다면 애플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는 사악해졌을 것이다.  IT 역사에서 아주 긴박한 순간이었다 생각한다.”


- ‘아이폰이 진보다.’(?!)

“진보와 분화는 다른 것이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은 전화기의 진보다. 하지만 데스크탑의 진보는 아니다. 분화다. 모바일이 그 거지 같은 입출력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모바일은 데스크탑의 분화지 진보는 아니다. “


- ‘가령 오픈코스웨어(OCW, Open Course Ware, 공개강의운동)

“분명히 기존 방식보다는 진보다. 지식을 공유하니까. 하지만 그 안에 엄청난 헤게모니 싸움이 있다. 포항공대 같은 경우에는 자기 교수 수업은 듣지 않고, MIT 수업을 듣는다고 하더라. 지식의 다양성이 담보될 수 있을까? 민노씨가 이야기한 블로그와 SNS의 역학, 메커니즘과 문화적 지향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다. <위키피디아>도 그런 위험이 있다고 본다. 물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의 문제이긴 하지만. 누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지식의 브랜드 현상은 인터넷 시대에도 더욱 확대 강화하고 있다.”


- 인터넷이 지식권력의 독점현상을 심화시킨다고 보나?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빛과 그림자처럼. 앎의 퀄리티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문제된다. 오픈소스운동은 대단히 효율적으로 기존질서를 파괴했다. 그런데 구글 같은 사기업에서도 오픈소스 정책을 편다. 오픈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시장에서 결국 승리할수  있다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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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이고잉텔"의 현관. CCL 마크가 선명하다.
            사생활 보호를 아주 신경쓰는 이고잉의 집은 그렇지만 많은 친구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 ‘지식의 결을 대패질하는 현상’

개방된 세계에서도 일어나는 이 독점의 문제는 자칫 지식의 결을 대패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전세계적인 단일 의견이다. 이것은 매순간 변화하고 있지만, 그 순간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 물론, 이것은 위키피디아의 책임이 아니다. 그게 더 큰 문제다. 문제는 있는데 책임이 없다. (무책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결의 실마리가 없다는 의미에서..)”

- 왜 인주찾기(인터넷 주인찾기)에선 자신을 옵저버로 고집하나?

“내가 나름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생활코딩). 내가 동의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인주찾기). 함께 동의 하는 가치가 있는 것이고, 각자가 실천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위해서 주변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이 정리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야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안에서 복잡하게 어지러뜨릴 수 있다. 내가 개발자니까 벤처하는 친구가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서, 자꾸 같이 뭐 좀 만들어보잖다. 이렇게 말했던게 생각나는데.. ‘야 너도 아이디어가 많고, 나도 아이디어가 많으니까 우리는 협업이 아니라 외교관계로 만나는게 좋겠다’ (웃음) 직장을 그만두면서 세워둔 원칙 역시 이것을 위한 것이다. 1. 돈을 벌지 않겠다. 2. 남이 기획한 일에 대해서 노동하지 않겠다.




.... 이고잉 인터뷰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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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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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이 2012/01/19 00:58

    딱 한번씩만 뵈었지만, (더군다나 이고잉님은 정신없던 결혼식날..;;;)
    왠지 친근하고 반가운 두분의 이야기가.
    생활코딩은 집에 있는 남자사람에게 종종 이야기 전해 듣고 있습니다. 또 인주찾기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RSS를 통해 전해듣고 있지요. ^^
    (하지만 애 둘딸린 애엄마가 되고보니 뭘 앉아서 진득하니 한다는건 쉽지 않습니다. 정말..ㅠ)

    멀리서나마, 마음껏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언젠가. 두분 다시 뵐날도 기대하면서요. ^^



    덧, 지난번 고소미 글 보고 걱정했더랬어요. 별다르지 않게 잘 넘어가겠지만...혹시라도 저희가 뭘 도와야 하는게 있다면 꼭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화이팅입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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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1/20 18:20

      명이님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따뜻한 기쁨을 주는 댓글러(ㅎㅎ)신 것 같습니다.
      미페이 님도 정말 인터뷰 하고 싶은 분 가운데 한분이시고, 명이 님도 기회가 닿으면 꼭 인터뷰 하고 싶은 분인데, 이렇게 오랜만에 따뜻하고, 정겨운 글을 남겨주시니 그야말로 고맙고, 반갑네요.

      추.
      상지대 고소건은 경찰조사가 마무리되고 검찰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기다리고 있어요... 별 큰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자작나무 2012/01/19 16:40

    수령님을 국회로 보내려면 정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여 수령님을 위한 정책만들어주기 위한 릴레이를 시작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 봤습니다. 호응해주시면 캄사~~~
    http://www.betulo.co.kr/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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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1/20 18:21

      넵!!
      빠른 시일 안에 릴레이 바통을 받겠습니당!! :)
      그나저나 이렇게 먼저 선수(?)를 치실 줄은 몰랐다능.. ㅎㅎ

  3. 민노씨 2012/01/20 13:59

    * 아주 사소한 표현상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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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노씨 2012/01/20 23:57

    * 챕터 제목 수정
    S#6. 미디어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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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여신 2012/10/14 17:52

    딱 한번씩만 뵈었지만, (더군다나 이고잉님은 정신없던 결혼식날..;;;)
    왠지 친근하고 반가운 두분의 이야기가.
    생활코딩은 집에 있는 남자사람에게 종종 이야기 전해 듣고 있습니다. 또 인주찾기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RSS를 통해 전해듣고 있지요. ^^
    (하지만 애 둘딸린 애엄마가 되고보니 뭘 앉아서 진득하니 한다는건 쉽지 않습니다. 정말..ㅠ)

    멀리서나마, 마음껏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언젠가. 두분 다시 뵐날도 기대하면서요. ^^ <a href="http://www.info-asik.com/2012/10/contoh-hikayat-terbaru.html">contoh hikay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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