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1년 6월 8일 밤 (약 2시간 동안)
장소 : 각자의 집. 페이스북. 스카이프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신비님께서 감기에 걸리신데다 요즘 스카이프를 잘 안쓰시는 관계로 페이스북 채팅창에서.



신비 와 고은태의 대화


민노씨 : 신비님 나와라, 오버!

장상미 : 넹

민노씨 : 내일(목) 고대에서 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10주년 기념 심포지엄 관련해서 간단히 조언 듣고 싶어서요.

장상미 : 올해는 외부활동 전무! 를 원칙으로 살고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민노씨 : 어제 정환씨와 이야기를 하다, 신비님과 고은태 선생님 토론(?)이 인상적이라고 하셨던 이야기를 들어서요. 우선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트위터 찾아보면 나오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트위터 대화/논의/토론은 맥락이 생략된 경우가 너무 많아서...

장상미 : 은태샘과요? 워낙 수다를 많이 떨어서.. ㅋ 근데 논쟁은 안되고 계속 서로 맞아맞아 해서 김새는데. 시민운동에 대한 거요? 연대활동?

민노씨 : 시민단체의 미래? 뭐 이런 테마로 이야기나누지 않으셨나요?

장상미 : 네, 아주 길게. 지금도 진행중(인데 제가 감기로 잠수중 ㅠ). 일단 초기 대화는 제가 순서대로 정리를 해놨구요. 젤 밑에 pdf로 올려놨어요. 주절주절 기니까 주로 설명해보자면, 제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시민운동의 현재와 관련해서 답답한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시작했는데 은태샘이 한문장으로 표현하시길 "엄청난 희생 + 상당한 사회적 기여 + 시대 부적응적 방법 + 지리멸렬 + 방향과 비전 부재 + 리더십 부재" 라고 하셔서 털썩. ㅋㅋ. 제 고민과 거의 일치했구요, 희생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는 더 부정적인 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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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메뉴얼 : 참여, 피드백, 아카이빙


민노씨 : 저는 시민운동 참여자들의 피드백 시스템이랄까, 이런게 체계적으로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이메일을 통한 소식지나 이런 것도 좋긴 한데... 계획의 수립과 진행 과정에서 일전에 신비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참여의 실질적인 권한" "다양한 프로젝트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말이 쉽지 상당한 인력이 투여되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필요로 하겠지만, 최대한 심플하게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한다는 실체감(?)이랄까요... 이런게 거의 없는 것 같아서요.

장상미 : 맞아요. 확실히 그래요.

민노씨 :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이 운동의 방향을 결정하고, 시민들은 후원해주는 사람 혹은 그냥 들러리(?) 이런 시스템이 구조화되는 것 같고.... 그러니까 생각나는대로 정리하면 이런 문제의식이 있는거죠.

1. 어떤 활동(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 관심있는 시민들이 배제되는 문제
2. 프로젝트가 '기성언론'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만들기'에 치우치는 문제
3.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과정과정의 배움과 성과들이 실질적으로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문제 (1.2.의 반복과정이 프로젝트의 실질이 되는 문제)
4. 프로젝트가 완료된 시점에서는 아카이빙과 접근성이 갖춰지지 않는 문제.

가령 4.와 관련해선 '유자넷'만해도 참여연대에서 예전에 캠페인(낙선/낙천운동)했던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지 못하더라고요. 물론 현재 자료 축적이 진행중이긴 하지만요.

장상미 : 무려 참여연대가 그러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는 현실!

민노씨 : 이게 인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민운동 프로젝트의 프로세스, 혹은 프로토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못해서인지. 일종의 '시민운동 매뉴얼'(?) 이런 거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ㅎㅎ

장상미 :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민노씨 : 분산된 정보들이 한데 취합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각종의 다양한 시민운동의 성과들이 시민들이 찾아볼 수 있는 편리한 자료로 꾸준히 축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단 자료 찾기가 어려워서. 찾는다고 해도 뭔가 너무 딱딱한 언어들로 이뤄져 있고... 논문투 자료들은 일단 읽기가 짜증스럽달까요.

장상미 : 음.. 실은 아카이빙 작업은 예전부터 제가 해보고싶어했던 일이기도 해요. 근데 사이드잡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일단 아니더라구요. 거슬러 올라가서, 현재의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 그 근간을 이루는 배경 같은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해라기보다는, 뭐 좋든싫든 인정하자는 거죠.

민노씨 : 아카이빙 역시 철저하게 시민(이라기 보다는 중학생 정도?) 눈높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선거법 캠페인' 이전에 그 바탕이 되는 '시민운동 아카이빙 캠페인'이 오히려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장상미 : ㅇㅇ. 자료가 풍성하면 시민들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는 시대죠. 근데 워낙 오래전부터 전문성과 정보를 취합, 가공해서 평론하는 역할을 맡아오다보니, 여전히 그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거 같아요. 시민단체들이요. 그 평론을 전하는 대상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시민이 아니고,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언론, 정책담당자, 법조인, 국회의원과 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재미없는 것도 사실

민노씨 : 맞습니다. 활동가들이 너무 명망가 중심의 PR론, 또 기존 당파의 정책보좌관 역할에 매몰(?)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제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겠지만요.

장상미 : 제대로 보신 거 같아요. ;; 저 개인적으로 지난 10년동안 그걸 인정하기 힘들어서 이상한 짓을 많이 해봤는데 ㅎㅎ

민노씨 : 내일 고대 심포지엄도 실은 별로 땡기지는 않아요. 발제안을 이제야 받았는데(섭외담당자께서 제 이멜 주소를 착각하셔서), 척 보기에도 정말 따분하겠구나... 싶더라고요. ㅜ.ㅜ;

장상미 : ㅠㅠ;;

민노씨 : 완전히 논문이더라고요, 발제하실 분들의 발제문을 보니까..;;; 저는 2부 토론시간에 토론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안나올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ㅡ.ㅡ;;;  학술적 가치가 있는 심화된 자료들은 물론 필요하지만, 대중강연을 위한 자료나 토론을 위한 자료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감기는 얼마나 심하신건가요? ^ ^;;

장상미 : 일단 심포지엄 자체에 대해서는 너무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는거 같아요. 좋지 않은 이야기 그대로 하시는 게 맞을거구요, 아마 쓴소리 해주는 걸 반길걸요. 문제는 그게 그냥 한번 듣고 끝나버릴 가능성이 있어서 ;; (감기 500원 얹어드릴테니 가져가세요 ㅜㅜ)


시민없는 시민운동


민노씨 : 넵. ㅎㅎ. 부담을 갖는 건 솔직히 아니구요. 다만 앞으로 신비님께서 이런 심포지엄이든 토론회든 뭔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그런걸 만들면 참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장상미 : 제가요? ㅋㅋ

민노씨 : 시민학교 프로젝트는 개점휴업인가요?

장상미 : 모든 걸 곰탱에게 떠넘기고 쉬게 되었죠. ㅋㅋ 아마 여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을 듯.

민노씨 : 그러니까 굳이 비유를 하면, 우리 인주찾기도 아직은 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는 아주 뿌듯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시민운동 진영 내부에서 이런 대중적인 토론회/컨퍼런스를 "시민운동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화두로 다양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꾸려보면 좋지 않을까... 쉽게 비유하자면, 젊은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는 '인주찾기' 같은 모임이랄까요?

장상미 : 시민운동 주인찾기? ^^

민노씨 : ㅎㅎ

장상미 : 쭉.. 고민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은태샘과의 대화 트래킹해보셔도 아시겠지만

민노씨 : 넵, 그런 게 시민운동의 선배들(?)에게 나오긴 힘들 것 같고, 준우씨나 신비님 같이 시민운동의 짬도 좀 있으면서 젊은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에게서 나올 것 같아서요.

장상미 : 저 개인적으로는 판을 어디서 까는 게 좋은 건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두 가지 과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정책운동 위주의 기존 시민운동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이건 활동가의 정체성, 조직의 의사결정과정, 시민참여 등등 많은 부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것 같아요. 두번째는, 실체가 있는 '조직'으로서 체계적이면서도 유연하게, 세련되게는 지속가능하게 조직을 운영해갈 수 있는 실무력과 비전이 필요.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제가 보낸 10년을 곰곰 돌아보고 있자니, 늘 기존 운동의 문제를 벗어나보자는 문제의식이 강한 집단이긴 했지만, 인적구성도 전문성도 실무력도 모두 기존 운동으로부터 나온 것 뿐이어서 과감한 시도가 되지 않은채 활동가들에게 희망고문의 나날을 보내게 했던 것 같아요. 다른 누구보다도 저에게는요. ㅠㅠ

민노씨 : 준우씨께서도 그런 고민을 종종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장상미 : 나름 행복하고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왔지만, 결과적으로 그 점에 대해서 몹시 괴로움;; 하지만 우리 세대는 모두들 비슷한 고민이 있어요

민노씨 : 그렇구먼요...;;

장상미 : 선배들이 일궈놓은 판, 좋은 것과 나쁜 것들 모두를 당장 계승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 입장들인데 어디까지 엎어볼 것인지, 어디까지 이어나가야 할 것인지 누구도 책임져줄 수 없는 짐이랄까요.

민노씨 : 제가 좋아하는 경구(?) 중에 '누벨바그'의 악동이라 불리웠던 프랑스와 트뤼포 감독이 막 영화를 찍기 직전 '까이에 뒤 시네마' 기자로 일하면서 했던 말, "프랑스 영화는 딱 두 가지다. 무덤에 묻어버려야 할 영화들. 그리고 칭송해야 마땅한 영화들." (대충 이런 어감) 저 개인적으론 시민운동 진영의 젊은 활동가 그룹에서 뭔가 '싸가지 없는 문제제기'랄까요? 그런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 싸가지(?)의 수위는 조절할 필요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뭔가 정말 싸가지 없고, 당돌한 느낌, 뭔가 새로운 에너지... 이런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체험한 시민운동의 아주 아주 한정된 체험을 빌자면... 뭔가 거기에도 '조직의 위계'라는게 있는거구나... 이런 느낌이랄까.

장상미 : 사실은 그런 요구를 누구보다 많이 하는 사람들이 선배들이에요. 싸가지 없게 대들어봐라 하고 ㅎㅎ. 근데 그렇게 안하는 이유는 우선은 재미없기 때문이에요. 입씨름해서 논리적으로든 힘으로든 결론 얻는 방식, 그거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논리로 싸우면 선배들이 훨씬 강한게 사실일걸요. ㅎㅎ

민노씨 : 아항! 논리로 싸우면 선배들이 훨씬 강하다... 이 부분이 아주 충격적!! 이네요. ㅎㅎ


시민없는 시민운동 2. 감성의 발견


장상미 : 지금 논리적으로 따지질 못해서 안바뀌는게 아닌거 같아요. 시민운동에 대한 무수한 비판들... 문제의식들 사실 10년전에도 다 나온 이야기들이구요,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유명한 테제도 시민운동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로 나온 말이죠. 밖에서 먼저 깐게 아니라는 거예요.

민노씨 : 그렇군요... 그런데 뭔가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상미 : 그런데도 왜 변화가 없을까.. 그건 결국 머리로만 사고해서 그런거 같아요. 저는 온라인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동기부여의 과정에 대한 사례들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었는데요. 결정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건 돈도, 인센티브도, 논리적인 이해도, 깨달음도 아니고 즐거움, 보람, 가치, 성취감과 같은 감성 쪽이 훨씬 크더라구요.

민노씨 : 감성... 아주 중요한 지적이시구먼요. 저는 PR 능력 부재인 것 같아요. 좀더 큰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 역량의 축적이 없었달까... 스스로 미디어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하고, 시대적인 흐름을 추수했다는 느낌이 강한거죠. 차라리 '노사모' 하신 분들은 정말 굉장한 분들이구나...  요즘은 그런 생각도 해요.

장상미 : 다들 알고 있지만, 진심으로 변화하고 싶은 동기가 없는거 같아요. 여전히 10년 20년 전 세상을 보던 시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그런 성취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결정라인과 후원그룹을 모두 형성하고 있으므로. 촛불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했다면, 많은 단체들이 해산선언을 하고 역할을 달리 했어야 했다고 봐요. 근데 결과는 촛불의 힘을 어떻게 하면 시민운동 내부로 가져올 수 있을지에 골몰...

민노씨 : "의사결정라인과 후원그룹"이라... 그런데 "해산 선언"이란건 어떤 의미신가요? 기존 단체를 해산하고, 새로운 판을 짰어야 한다는 취지신가요?

장상미 : 네, 여전히 기존의 기능을 해나가야 할 그룹도 있죠. 아마도 참여연대처럼. 하지만 모두가 그 방식으로 움직이던 시대는 이제 아니라는 거죠. 스스로 운동의 동력을 만들고, 후원기반도 마련하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재편성했어야 해요. 하지만 MB정권탓을 하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모습들 많이 봤어요. 그건 거꾸로 이전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때 시민운동이 혜택을 받은거라고 인정하는거나 다름없죠.

민노씨 : 그런데 그 시기는 이미 놓쳤잖아요? 최근 등록금 촛불은 어떻게 보세요? 그게 새로운 기회, 두 번째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을까요?

장상미 : 이제는 정말로 새로운 운동이 무대에 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거기에 굳이 끼어들려는 노력은 무의미한거 같아요.


촛불 혹은 "새로운 운동"


민노씨 : 그 "새로운 운동"이 뭔가요? 촛불을 말씀하신건가요?

장상미 : 개인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참여하되, 조직은 조직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죠. 촛불이 어디까지일까요? ^^;; 뭐, 민노씨나 나은씨같은 개인들도 새로운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주찾기'(인터넷 주인찾기)도 한 사례라고 생각하구요. 날라리 외부세력. 두리반. 다 그런 운동들이겠죠.

민노씨 : 전 촛불에 대해선 양가적인데요. 일단 있으면 좋긴 하죠. 하지만 촛불 역시도 관성화되는 느낌이랄까... 촛불의 실체는 '이름 없는 시민들'인데, 촛불이 유통되는 담론들은 역시나 '기존 명망가들' 중심이죠.

장상미 : 하지만 사람들이 움직이는데에 그 담론들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 않나요?

민노씨 : 공유할 수 있는 상징권력(그게 사람일 때)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는 생각인데, 여전히 상징권력과 시민들 사이에는 큰 간극(배우와 관객으로서의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은 여전히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 머물러 있고, 그 간극이 촛불을 통해서 깨지길 원하는데, 기존의 담론들은 '주인공'인 시민들을 여전히 관객으로 머물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할까요... 물론 아주 피상적인 관찰이고, 직관에 불과하긴 하지만요.

장상미 : 2008년 촛불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아주 자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이 크게 있었고, 그게 시간이 흐르면서 몇가지 형태로 고착화해간거 같아요. 진알시 언소주처럼 아쉽게도 조직화의 길을 선택한 그룹도 있었고, 시민운동과 걸음을 같이 하려했던 그룹도 있었고 (이건 거꾸로 시민운동이 촛불 속으로 파고든 면도 있는 듯) 이도 저도 거부하고 잠재적인 힘으로 가라앉은 그룹들도 있다고봐요.

민노씨 : 2008년.. 벌써 그게 3년된 이야긴가요? 쓰면서도 놀람! +_+;;

장상미 : 계속 시행착오가 반복되어야 뭔가 유형도 생기겠지만(ㅎㅎ) 저는 잠재적인 힘으로 가라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보는 편이에요. 지금 반값등록금 투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사람들도 실은 거기 있을거라고 봐요. 김여진과 같은 사람들은 하나의 계기일거구요.

민노씨 : 그런 지방호족세력을 규합해서 수도 입성하셔야죠 (농담유골).

장상미 : 실은 그런 꿈을 꾸기도 헀는데 ㅎㅎ

민노씨 : 김여진 같은 분들은 아주 훌륭하죠. 이런 분들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하는데...


시민행동, 오늘의 행동... 세대교체가 필요해요!


장상미 : 시민행동이 2009년에 나름 뼈를깎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1년이나 거치면서 시도한 변화가 그런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 장이 되어보자는 거였고, '오늘의 행동'도 그런 의도를 가지고 길게 보고 기획한 것인데 해보니까 문제는 역시 내부에 있더라구요. 세대교체가 필요해요! ㅠㅠ

민노씨 : '오늘의 행동'은 아주 훌륭한 컨셉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장상미 : 그리고 재정적인 면과 PR과 같은 부분.. 실무적 전문성도 너무나 필요하구요. 지난 수년간 쌓인 재정적자로 거의 고사지경인데 여전히 기존 후원그룹에 의지하고 있는데다 그 후원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책중심의 목소리 큰 운동이니까.

민노씨 : 최근 미영씨(CCK)나 정환씨께서 '클라우딩 펀드'에 꽤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셔서, '텀블벅'서비스를 운영하는 젊은 친구들을 함께 만났는데요. 시민행동과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던데 말이죠.

장상미 : 실무를 맡고 있는 활동가들도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머리로는 안다고 해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어서요.

민노씨 : 텀블벅은 '프로젝트' 자체가 일감이라서 그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급해야 하고, 시민운동 진영은 그 프로젝트를 공론화 + 펀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양자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엮여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진보넷 오병님께서도 '소셜 펀딩'에 큰 관심을 갖고 계셔서 진보넷에서 멋진 범용적 솔루션을 제공해주시면 참 좋겠지만...

장상미 : 그러니까 세대교체가 더더욱 필요한 듯 해요.. ㅡㅜ 기존 변혁운동의 기반에 의지하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해나갈 열정이 있는 사람들.. 단체들이 SNS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면서도 그 생각 많이 해요.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인걸 알아야 하는데, 내부를 변화시킬 생각은 못하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않는다고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민노씨 : 그렇구먼요.... 희망제작소 사건(?)에서도 보듯, 요즘 젊은 친구들(?)이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삼기는 점점 더 힘든 구조가 되는 것 같아요. 집에 돈이 많거나, 혹은 정말 신념이 투철해서 시민운동에 목숨(?)을 걸지 않는 한은요. '직업활동가'로서의 시민운동은 '희망제작소'에서 박원순씨께서 답변하신 그 문제의식(미국에서도 돈 안받고 자봉한다 류 답변)이 시민운동 내부를 지배하는 한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쉽죠. 아프신 분 괴롭힌 것 같아요. 이제 주무셔야?

장상미 : 정말 열폭하다보니 시간이.. ㅎㅎ

민노씨 : 그나저나 신비님과 이야기한 거 간략하게 추려서 블로그에 올려도 되나요?

장상미 : 크.. 완전 잡다한데 잘 정리해주실거죠? ㅋㅋ

민노씨 : 뺄 건 빼고.... 공개해도 될만한 것만요..;;;

장상미 : 다 공개해도 상관없어요. ㅋㅋ 하지만 보는 사람이 재미없을 듯. 은태샘과 대화도 일부러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하는게 비슷한 고민하는 활동가들 보라고, 같이 얘기 좀 해보자고 하는 거여서요.

민노씨 : ㅎㅎ 만명이 보면 뭐하나요, 열명이 봐도 진심으로 읽어주는 독자가 소중한거죠. : )

장상미 : 오프에서 우리끼리 말고, 다양한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죠.

민노씨 : 오! 역시 훌륭하신 마인드십니당.


... 서로 간단한 마무리 인사를 건네면서 채팅창 닫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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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시민단체의 현재? @GoEuntae 와 신비의 뜬금없는 토론 그 첫번째

    Tracked from 호기심은 공포를 이긴다 2011/06/09 10:26 del.

    무심결에 시작된 일이었다. 단체 상근 9년만에 얻은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모든 고민을 덮고 쉬는데만 몰두하기로 한 시기이지만, 아무리 관심을 끄고 지내도 한번씩 아주 사소한 계기만 생기면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는 걸 피할 방법이 별로 없다. 언제 한번은 요 녀석들을 끄집어내서 요리조리 해부를 좀 해봐야 하지 싶었는데, 며칠전 뜬금없이 불쑥, 그 작업이 시작되고 말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머리속을 헤집는 생각들에 잠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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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비 2011/06/09 11:45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두신 걸 다시 읽으니 저 나름 꽤 "싸가지없게" 말했네요. ㅎㅎ
    가장 어려운 점은, 활동가들 스스로 비판의 주체이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랄까요.
    누구를 향한 문제제기인가?
    이미 현재와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로 가고 있는 활동가들이
    양심적으로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비추자 하면,
    오히려 이렇다 할 답이 잘 안나오니 계속 제자리를 맴돌게 되는..
    그러니 그 인식의 폭을 확장시키는 것 만이 답이 아닐까 싶네요.
    시민운동을 특정 집단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공재로 인식하고,
    조직의 안팎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면서 풀어나가야 힘을 얻을 수 있을 듯.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1/06/09 12:19

      그런가요? ^ ^;;
      제가 읽기엔 적당히 싸가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ㅎㅎ

      시민운동(의 역사, 방법론, 노하우 등등)을 사회의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은 참 중요한 지적 같습니다.

  2. 민노씨 2011/06/09 15:07

    현재 심포지엄 참석중 (35분 지각)

    1. 조대엽 교수
    총론 : 한국의 시민운동 - 지난 10년, 향후 10년

    - 발제 3/4 부분 부터 참석.
    - 20분 발제 시간 오버.
    - 별다른 감흥은 없음

    perm. |  mod/del. |  reply.
  3. 민노씨 2011/06/09 15:12

    2. 권력감시운동 : 권력감시운동의 과제
    (이승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약 10분간 발제
    - 시간에 쫒겨서 후반부만 발제문(아주 심하게 텍스트 위주. 소논문 느낌. 조대엽 교수 자료도 대동소이했을 듯)을 훑어 읽는 선에서 급마무리.
    - 별다른 감흥, 아쉽게도, 없음

    perm. |  mod/del. |  reply.
  4. 민노씨 2011/06/09 15:19

    3. 환경운동 : 앞으로 10년의 과제
    (김종남, 환경연합 사무총장)

    - PT 자료 없이 구두로 발제
    - 일인미디어, 소셜미디어 강조. 다만 아주 거친 총론 차원에서 덕담스럽게 언급하는 느낌. 가령,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지 않으면 시민단체 생존할 수 없다, 정도의 언급.
    - 마을운동, 지역운동 강조. 시민참여의 녹색운동. 너무 추상적인 느낌.

    perm. |  mod/del. |  reply.
  5. 민노씨 2011/06/09 15:29

    4. 지방자치운동 : 지방자치와 지역운동의 흐름과 과제
    (하승수, 연대회의 지방자치위원장)

    - 91년 지방자치 부활(주민참여 봉쇄 기득권자치)
    - 2000년 주민참여제도 도입 시작
    - 국가 차원보다 지역 차원 변화가 의미있는 흐름으로 형성

    - 앞선 발제들보다는 속도감 있어서 좋은데, 뭔가 참여하고 싶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수능 사회과목 인강 듣는 느낌이랄까(물론 나는 인강 들어본 적은 없지만)...
    - 시민운동 앞으로 10년이라면 뭔가 뻥(?)을 좀 치더라도 피를 끓게 만들고, 아 나도 참여해야지!! 이런 마음을 조금은 들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물론 발제하는 기술도 참 고급기술이라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뭔가 일방적 강의 느낌.

    - 여기까지 요약하고 잠시 쉬어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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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민노씨 2011/06/09 15:47

    5. 평화운동 : 한반도 평화운동의 흐름과 과제
    (정현곤,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

    - 오늘 오는 길에 고대가 참 평화롭게 보이더라구요. 85년 내가 다닐 땐 고대가 평화롭지 않았는데... 류 농담(!?)으로 발제 시작 / 심포지엄 장소가 고대.
    - "저는 주로 통일운동을 해왔지요."(억양 약간 독특. 메모할 게 없으니까 이런 걸 메모하고 있구나)

    - 남북연합 시민들 힘으로 이뤄내야
    - 한반도 비핵화, 지금은 중요한 이슈지만 없었던 이슈
    - 민주정부(김,노)도 군비증강했고, 그게 지금 물적 기반이 되고 있다.

    - 분석1. 남북-국제 상호작용체계
    : 서해평화 > 서해교전 > 관계국 반응 견제 사례

    - 북은 사회주의에 대한 확신이 여전히 강할 것(추론, 가설)

    * 여기서 의문... 추론적 가설로 북한의 의도를 불확실하게 예언(?)하는 것과 평화운동이 어떤 관계인걸까...

    = 시민운동 방향
    - 목마른사람우물판다
    - 백지장도맞들면낫다
    - 공든탑무너지랴
    - 시민과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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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민노씨 2011/06/09 16:01

    6. 언론운동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 발제 자료는 따로 없고
    - 발제문 모음 책자 50페이지 이하 함께 봐요!

    = 두가지 질문
    - 왜 MB에 이렇게 쉽게 무너졌나?
    - 종편까지 진출 조중동, 영향력 약해졌나?

    * 역시 현상에 대한 진단에 치중한 느낌. ~ 했다더라. 는 느슨한 추론(덕담형).
    * 내가 듣고 싶은 건 '~하니 ~합시다'인데 이게 나올지 궁금...

    - 백선엽, 박정희, 이승만 재조명 움직임(KBS)도 조중동의 영향력
    - 종편해도 영향력 없는 오락 프로그램이라면 괜찮다(??)
    > 오락프로그램이야말로 영향력 있는 시대아닌가 싶은데...

    - 답은 없고 고민만 늘어 놓은 것 같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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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민노씨 2011/06/09 16:29

    7. 여성운동 (이구경숙, 여연 사무처장)

    - 한국여성운동 = 여연, 여협, 제3단체
    - 여성 관련 3법 만들었고, 등등등... 법만 만든 건 아니구요.
    - 그나마 PT자료가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상식적)

    1) 많이 묵었다 아니가? 아니다!
    - 성별격차지수 104등 / 134개국 중
    - 10년간 여성 경제 참여 0.4% 상승
    - 66.8 & 38.7

    2) 요즘 뭐하세요?
    - 네이버 강용석 검색어 짤방이 피티자료

    3) 제도화 기회인가 위기인가

    4) 여성도 부담스러워하는 여성운동
    - 이미질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

    6) 탈조직화 경향
    - 조직운동 구리다는 이미지... 고민
    - 하지만 조직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

    * 가장 훌륭한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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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촉촉핸드 2011/06/09 21:53

    사람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한 것 같네요.
    저도 어린 날 잠시 함께 일했던 단체에서 느낀 약간의 배신감 또는 상처 같은 것 때문에 단체와 뭘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경계하는 편입니다.

    대표성을 가진 자리를 만들다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자체,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네트워크 자체,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민사회운동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대표성을 가진 자리가 되는 단체는 시민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정부는 시민이 원하는 일을 한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 기실 대표성도 없는 형식적 대표성을 가진 단체의 관계자를 업무에 끼워주는 듯 합니다.

    뭔가 무척 이상한 구조인 것은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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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6/10 00:36

      아 반가운 촉촉님 : )

      주신 말씀에 아주 아주 공감합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민사회운동"
      정말 이런게 필요하죠.

      추.
      그런데 "어린 날 잠시 함께 일했던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사람의 호기심도 비슷해서(^ ^), 살짝 궁금하기도 하네요.

  10. 신비 2011/06/10 12:47

    결국, 민노씨는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따로 글이 올라오겠지만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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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6/11 04:32

      따로 글을 올릴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신비님께서 궁금해하시니 올릴까 싶은 마음도 드네요.

      제가 한 이야기는 일단 요약하면,

      1. 발제를 들어봤지만 뭔 이야기를 하는지 구체적인 이미지가 안잡힌다. 쉽게 말해 너무 추상적이다. 물론 10년을 전망하는 자리라서 그렇겠지만, 지금 당장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10년 전망이라니, 이건 예언 수준으로 봐야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2. 아카이빙 좀 하자

      3. 지속가능성의 현실적 물적 기반인 재정자립, 이게 가장 시급하지 않나?

  11. 그냥바람 2011/06/16 15:15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녹색연합 7년차 활동가입니다..이제 고민이 아니라 작은 행동인데 쉽지는 않네요..여튼 이런 수다들이 모여 행동을 만들어 내는..아니 행동할수 있는 용기를 줄수 있었음 좋겠네요..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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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비 2011/06/17 12:58

      앗 이런 반가운 덧글이.
      '이제 고민이 아니라 작은 행동' 공감해요.
      냉소보다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대화의 계기를 만들고 싶네요.

    • 민노씨 2011/06/17 15:30

      신비님 말씀처럼 무쟈게 반가운 댓글이네요!!
      언제 '본격적으로 수다+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 )

  12. 민노씨 2011/07/28 08:58

    * 본문 사소한 편집 및 카테고리 이동

    1. '신비님' 링크 모두 표시.
    원래는 너무 알록달록한 것 같아서 전반부만 표시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다 표시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2. 정치 / 사회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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