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7이 뭐야? 하시는 독자들은 이 페이지들부터!

* 인터뷰이 : 피타고라스
* 인터뷰어 : 민노씨

* 약어
- 제주7 : 제주도와 세계 7대 자연경관 인기투표를 둘러싸고 벌어진, 특히 2011년 4월의 논란
- 삼인방 : 피타고라스(@pythagoras0), 가을들녘(@AF1219), 넷롤러(@Netroller)를 통칭.
- 피타의 창 : ‘피타고라스의 창’(블로그) http://bomber0.byus.net/
- 오마이 인터뷰 : 아래 기사를 가리킴
      "비행기에 결함 있다는 주장... 정밀검증 해보자"
      [인터뷰 전문] '세계 7대자연경관'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누리꾼들
      (오마이뉴스, 구영식, 2011.04.20) http://bit.ly/eSAqbm

* 글 구성
1. 소목차
관련 글, 기사, 자료 및 단평
질문1. 블라블라블라
답변 _ 피타고라스 : .....

* 피타님께 드리는 이메일 질문지에 첨부한 문단 : 질문은 삼인방과 공유하셔도 당연히 무방할 뿐더러, 오히려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질문은 피타고라스님의 블로그 및 스프링노트를 크게 참조했습니다. 아무래도 블로그에는 연대기로 축적된 자료들이 있어 긴 사유의 궤적을 살피기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질문의 큰 두 갈래 중 하나인 <제주7과 삼인방>은 삼인방 모두를 염두에 둔 세부 질문이 많습니다. 따라서 가을들녘님과 넷롤러님께서도 마음과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고견을 주시길 바라봅니다. 다시 한번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주7과 삼인방>



0. 삼인방  


질문 0. 삼인방은 어떤 계기로 의기투합했나?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였나?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협업/소통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달라.

피타고라스 : 지난 3월 초 가을들녘이 이 문제에 대해 알아본 것이 있는데 이상한 점이 많다면서 상의를 하자고 했다. 가을들녘과 넷롤러는 가까운 곳에 있으며 서로 잘 아는 사이로 처음부터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안다. 나는 이들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만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엄밀히 말하면 저 두 사람이 박사과정에 있는 유학생들인지도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지난 2008년 쯤에 서프라이즈에 글을 많이 썼는데, 가을들녘도 역시 서프라이즈에 글을 썼고, 이러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이후에 트위터를 통하여 여러 대화를 나눠오며 동료 의식과 신뢰감을 키워왔다.

주로 트위터의 쪽지를 통하여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며,  문서작성은 구글닥스에서 협업을 통해 이뤄져 왔다. 특별한 협업/소통의 노하우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삼인방의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 장점들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느낀다. 목표를 공유하는 팀 구성원들의 상호 신뢰가 지금까지 협업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되어 오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본다.


1. 합리와 거리가 먼 믿음의 세계 : “진실은 두 번째 고려사항”

 
'세계7대경관' 주관 N7W재단 실체 논란
[분석] 세계유산 보존 위한 비영리재단? 인기투표로 돈벌이하는 조직?
(구영식, 오마이뉴스, 11.04.15) http://bit.ly/hFhKp4

(...전략...) 돈,명예 개인영달만이 목표가 아니라 이 척박한 땅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제주도에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움직임이었습니다. 이번 세계7대자연경관도 정치적인 색깔 때문에 상처는 제주도민들에게 남겠네요...
(위 기사에 대한 독자 댓글 중, 제주별 외계인 ddplan)  http://bit.ly/fz7MI9  

제주에서 일어나는 집단적 광기?
(제주도민일보, 현충열 <제주씨네아일랜드 이사장>, 2011년 3월31일)  http://bit.ly/gLGTDX  
: 위 칼럼에서 현충열은 "이 국제적인 사기극의 전말이 모든 언론에서 밝혀질 것"이고, "이 문제에 등을 돌리고 있는 언론들은 제주언론 밖에 없"으며, "제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일상의 집단적 광기"라고 매우 강도높게 '제주7'과 맹목적 애국(애향)주의을 비판하고 있다.

순수하게 투표하는 분들이 자신의 푼돈을 그들에게 지불하려고 하는 것까지 막을 생각도 없다. 누차 말하지만, 우리가 문제제기하는 것은 이런 상술에 왜 국가가 앞장서서 물적, 인적 자원을 투입하는가?라고 하는 정당성에 관한 것 (…) 참고로 28개 후보지 중에 하나인 '그랜드캐년'의 추진위원회는 '후알라파이 인디언' 부족들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졌고 활동하고 있다. 그 위원회 위원장이 인디언 부족장의 아들이라고 한다. 그런 수준에서 활동한다면 우리도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 2007년 리우데자네이로의 "예수상"을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올려놓은 브라질의 경우, 외국 관광객 수는 2007년에 +0.2%, 2008년에 +0.5%에 그쳤고, 2009년에는 오히려 -4.9%였다고 보고되었다. (….) 문화체육관광부, 제주도, 추진위원회의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며 지금과 같은 국가아젠다로서 추진하는 것은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오마이 인터뷰 중에서)

"정치에서 고귀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런 일상이 괴로워요.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기 위해 야수적 탐욕을 상대하며 짐승 같은 비천함을 감수하는 일, 절대 아무나 못하는 거예요." (유시민 인터뷰, 시민광장, 2009-6-10)  (….)  "당신이 철학자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인 정당화와는 무관한 믿음의 세계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과 어떤 한 사람의 믿음의 세계는 다른 사람의 그것과는 일치하지 않기가 쉽기에, 그 둘 다가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견은 보통 그들의 마음에 편한 쪽으로 형성된다. 진실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두 번째 고려 대상이다."(버트런드 러셀)
- 피타의 창, 정치에 대하여 http://bomber0.byus.net/index.php/2009/10/12/1554  

질문 1-1. 삼인방의 합리적 비판의식과 이를 지탱하는 성실한 객관 자료 축적은 놀랍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정당화와 무관한 믿음의 세계”에서 “마음 편한” 대로 생각하고 행위 하는 유형들은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 안에서도) 여전하다. 이런 비합리의 뿌리, 왜곡된 믿음의 뿌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피타고라스 : 나는 합리적인 사고의 핵심이 어떤 주장이나 정보를 그 근거만큼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만들고 다듬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된다.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 사회란 시민들의 이러한 취사선택의 과정에서 근거만큼의 견해가 채택되는 과정이 건전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일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은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성향이 아닌가 싶다. 사람에게 한번 만들어진 견해란 좀처럼 바뀌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이 가진 기존의 견해를 수정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고통스런 과정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자신의 견해를 새로운 정보에 기반하여 교정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없다면, 사람은 쉽게 완고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상당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해 나는 전형적인 계몽주의자의 견해를 받아들여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의 교육은 근거만큼의 견해를 갖도록 하는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의 견해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일의 필요성을 가르치는데 매우 무능하다. 나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학교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공부라는 것이 이미 주어져 있는 사실들의 단편적인 암기라는 편견을 심어준다. 이는 해악이 크다.

역사에서 한 세대의 상식이 지난 세대의 이단인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시민으로서 접하게 될 논쟁의 대부분은 주장부터 근거까지 어느 하나 깔끔하게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지 않는다. 한 때는 옳은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여지들이 생겨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이 세상엔 모호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모호한 것들을 적절하게 다루는 경험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시민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들려도 상식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는 정보의 근원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보기, 남의 말을 옮길 때는 한번 더 생각하기, 모르는 부분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기 등이 그것이다. 학교가 이러한 습관을 길러줄 수만 있어도 시민 교육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면 나에게는 대학 시절에 수학을 전공한 것이 이러한 것에 대하여 소중한 훈련의 기회를 제공했다. 수학과 대학생으로서 전공 과목의 숙제를 하는 것은 중고등학교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경험이다.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모호하게 은근슬쩍 넘어간다거나, 필요한 단계를 건너 뛴다든가 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갖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합리적 사고를 강조하는 버트런드 러셀의 글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영향을 받았다. 만약에 대학 시절에 이러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 생각들은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질문 1-2. 그 왜곡된 믿음이 이성과 합리주의, 계몽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

피타고라스 : 이성에 기반한 합리성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것이며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사람들이 도달한 결론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 제주7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을 때 그러면 자발적으로 투표 독려 활동에 동참한 제주 사람들이 사기꾼이냐며 도리어 발끈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더 구체적으로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과 인간의 행동 양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카스 선스타인) 라는 책은 사람들이 세법을 더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한 실험의 사례를 소개한다. 사람들이 세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 받게 되는 처벌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대다수의 시민들이 세법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행동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요지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인간의 성향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세법을 더 잘 지키도록 유도하자는 목표를 가졌어도 그 다음의 호소와 설득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는가는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사려깊은 이해없이 계몽주의 프로그램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 양식에 대한 이해를 가진 섬세한 계몽주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나는 아직 별로 익숙하지 않고 아는 것도 부족하니 이 정도로 말을 줄이려 한다.


질문 1-3. 그렇게 왜곡된 믿음이 구조화된 세계 속에서 합리적인 이성의 도전은 오히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무력감, 좌절감을 만들어내진 않았나?  

피타고라스 : 질문 2-1에서 자연7 활동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무력감과 좌절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제기한 이후 주류 언론의 무관심은 상당한 실망감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현실이 바라는 만큼 빨리 변하지 않는 데서 오는 무력감과 좌절감이 없을 수 없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더 긍정적인 생각보다도 훨씬 클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때에 시지프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것이 마음을 추스르는데 도움을 준다. 돌이 다시 떨어질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돈을 밀어 올림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최선의 지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은 할 수 없는 것이다.


2. 삼인방, 기성언론을 학습시키다.


<오마이뉴스>에서 관심을 갖고 계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듯이 이미 몇몇 중앙 언론사들도 우리에게 취재가 개시되었음을 알려오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 벌써 제주 지역언론들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관점으로 기사들이 나가고 있다.(오마이인터뷰)

상업이벤트에 들썩이는 대한민국
7대경관 선정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 실체와 상업마케팅
[0호] 2011년 04월 24일 (한종수, 제주도민일보)

질문 2-1. 오마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오마이뉴스 뿐 아니라 지역신문들, 심지어 가장 친자본적이고, 권력추수적인 중앙일보의 칼럼에서까지, '삼인방'의 문제제기가 영향을 준 흔적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그런 기분 들지 않나?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다.

피타고라스 :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면 여러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을 한다.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제주7의 많은 문제점들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성과이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한 직후인 4월 초에 제주 지역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강제로 투표하는 문제에 눈에 띄는 개선이 있었고, 투표 활동을 봉사 활동으로 인정해준다는 학교 공문을 공개하면서 교육청의 입장 표명을 끌어내기도 하였다. 제주 지역의 학부모로부터 공문내용을 전달받고, 현장에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직접 상황을 전해 들어가면서 문제를 파악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국제사기단을 일망타진한 수준의 결과는 커녕 제주7 문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까지 들지는 않는다.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 정도가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4월말에 어떤 공무원이 서귀포 지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자비를 들여 제주7 투표를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그래서 문건을 전달받아 공개했고, 이어 오마이뉴스에서 기사화되었다. 이 일은 복합적인 감정을 가져다 주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어이없는 지시에 거역하기 힘든 일선 공무원들에게 그래도 우리의 싸움이 힘이 되어줬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으로 보면 공익제보에 가까운 것으로 이것이 왜 언론이나 정치인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은 역시 화가 나고 서글픈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질문 2-2. 다만 '삼인방'이 취합해 정리한 자료들을 짜깁기에 한 것에 불과한 기사들이 많은 것은 아쉬움이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피타고라스 : 우리가 트위터 상에서 말하는 것들이 언론 기사를 통해서 공식화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언론에서 추진위원회와 제주관공서에 직접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반론도 받으면서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해준 부분들이 있다. 이 점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기사들이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기대했던 수준은 언론들이 가진 자원들을 활용해 우리가 단순히 파악하기 힘든 것들을 더 깊이 알아내는 것이었다. 언론에서 소개된 기사가 우리가 파악해서 알린 것들을 넘어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삼인방이 문제제기를 시작했고 꾸준히 목소리를 열심히 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에 관해 남들보다 좋은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삼인방이 제주7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을 계속해서 먼저 알릴 수 있었던 점에는 인터넷이 가져온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트위터가 없었더라면 애초에 문제를 알리는 일부터 상당히 막막했을 것이다. 트위터는 또한 제주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 (학부모와 공무원)과의 접촉을 매우 효율적으로 가능케 해주었다. 구글문서와 같은 협업도구는 문서의 신속한 작성과 공개에 활용되었다. 인터넷은 인도네시아나 몰디브에서 벌어지고 있는 뉴세븐원더스 관련 외신 기사를 확인하는 것에 있어서 개인이 언론에 비해 크게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도록 해준다. 유엔에 파트너쉽과 관련해서 공개된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유엔협력사무국에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은 것도, 큰 수고가 필요했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직접 현장의 제보를 받아 공개하고, 유엔에 직접 접촉하는 것과 같은 일들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어쩌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공무원에게서 우리가 직접 정보를 전해 받는 과정이 여러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취재원 보호와 같은 원칙들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는 경우 이중삼중의 체크를 한 다음 공개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엔에 메일을 보내는 일도 기자가 언론 기관의 배경을 가지고 보내는 것과 문제에 대한 의문을 가진 개인으로서 보내는 것은 답변자의 자세와 책임감에 큰 영향을 준다.

기자들이 직업이 바로 이러한 일들에 훈련이 되어 있고 취재 과정에서도 권위를 가지며, 이러한 일들에 대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제주7 문제에는 언론의 직무유기가 분명히 있다. (질문 8에서 더 언급함) 최초의 문제 제기는 문제점을 먼저 포착한 삼인방이 하는 것이 가능해도,  그 이후 후속 보도와 심층 취재는 언론들이 이어받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3. 주체를 지우는 표현 “누리꾼”


'7대경관 경제효과' 1조3000억원이라더니...
[현장] N7W 제주선정기원 축제... 정운찬, 더이상 언급 안 해
(오마이뉴스, 최지용, 유성호, 11.04.24) http://bit.ly/gHZRLY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그동안 유엔 협력사무국과 파트너 관계라고 주장해 왔지만 최근 누리꾼들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위 기사 중에서)

질문 3. 위 기사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사에서 삼인방은 ‘누리꾼’으로 통칭되고 있다. 그나마 삼인방을 소개하고 있는 기사들 역시 ‘유학생 수학도’ 내지는 ‘박사과정 유학생들’ 정도로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블로거가 어떤 언론의 특종을 인용함에 있어 언론사와 기자를 특정하지 않고 “최근 기자들은 ~~~라고 밝혔다”라고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전체 네티즌(누리꾼)들 혹은 대단히 많은 수의 네티즌들이 제주7을 반대하기 때문에 온라인 대표성을 내세워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삼인방 활동이 "누리꾼"이라는 보통명사로 (특정되지 않고, 추상적으로) 지칭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피타고라스 : ‘누리꾼’ 이라는 표현에 특별히 문제 의식을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다. 질문에서 지적한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제주7과 관련한 후속기사로서 삼인방의 트위터 아이디가 소개된 기사 링크를 달고 있기 때문에, ‘누리꾼' 정도로 지칭해도 이 기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들은 우리의 트위터 아이디를 대부분 명시했다. (질문 4에 대한 답에 이와 관련 있는 문제의식이 등장함)


4. 링크 없는 온라인 & 네트워크의 거리  


"7대자연경관 N7W재단 UN 파트너 아냐"
한나라당 의원도 우려 "전화사기 아닌지?"
누리꾼들 UN 협력사무국으로부터 답변 받아... 공신력에 타격
(구영식, 오마이뉴스, 11.04.16) http://bit.ly/eFgcKw

제주도를 알리는 일이니 그만 까라고? 헐~! 사기 칠 때 나쁜 일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거 보셨습니까? 그 좋은 명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제전화를 걸고 시간과 열정을 낭비했는지 아십니까? 세상에 한 나라의 총리까지 지낸 분이 범국민적으로 하시는 일이 고작 얄팍한 인터넷 사기에 넘어가는 것이라면 그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얼마나 나랏일을 허술하게 하고, 시스템이 천박했으면 이런 호들갑을 떨겠습니까? 단 돈 백 원을 쓰더라도 제대로 쓰게 해야죠. 이렇게라도 네티즌들이 하면 잘난 윗분들도 조금 더 고민하고 검토하면서 일들을 하시겠죠. 그래야 세금 낭비도 안 되고, 정부의 공신력도 높아지고요. un까지 이멜을 보내 확인하신 분들 자랑스럽습니다.
위 기사에 대한 댓글, 용산댁, http://bit.ly/hd4fq1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문건 작성... 트위터 등으로 공론화 시도
(구영식, 오마이뉴스, 11.04.02)
: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만, 본격적으로 '제주세븐 3인방'의 문제제기를 조명한 위 오마이뉴스는 1) 청와대 트위터와 블로거 '아임피터'의 글, 그리고 M7W재단 홈페이지와 인도인 블로거의 블로그 링크를 본문에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주세븐 3인방'의 트위터 링크, 인용한 관련문건들의 출처는 전혀 링크 인용하고 있지 않다.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투표, 한남자의 사기극? (김민경 인턴, 머니투데이) http://bit.ly/gL9Bkm
: 위 머니투데이 김민경 기사를 보면 아임피터 블로그가 문제제기 진원지인 것처럼 쓰고, (아마도 전화) 인터뷰까지 인용하고 있다 (물론 아임피터의 참여는 반가운 것이지만).

백투더소스와 오마이 인터뷰  
백투더소스(블로거 capcold가 시작한 출처명시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단테의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  (이 글 쓰는데 도움이 되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시민운동으로서의 백투더소스"란 글에서는 "한국처럼 익명 취재원을 마음껏 인용할 수 있는 언론의 폐해"을 지적하고, <백투더소스와 시민적덕성>에선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을 강조했다.

질문 4. 삼인방 활동이 “자랑스럽다”고 밝힌 시민들은 ‘용산댁’만은 아니고, 마음으로 그런 응원을 보내는 시민은 참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관심과 성원에 보람을 느끼리라 본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이런 관심과 성원이 삼인방 활동과 연계하고, 실질적인 조력으로 이어지지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맥락에서 온라인 언론기사들이 삼인방 온라인 활동 근거지(트위터 주소나 블로그, 구글닥스 링크 등)조차도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 점은 무척 아쉽다. 그건 말그대로 출처이면서 연결고리(링크)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투더소스’ 활동에도 적극적인데 이런 언론의 행태는 문제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나?

피타고라스 : 일반적인 이야기 전에 언급한 기사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겠다.

(구영식, 오마이뉴스, 2011-4-2) 기사의 경우는 아마도 우리가 기자에게 직접 제공해준 정보가 이미 있었다는 점이 링크를 누락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삼인방의 구글문서와 같은 내용의 문서를 기자가 전달받았기 때문에 굳이 링크를 달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 있다. 기자에게 있어서 소스는 전달받은 문서이지 트위터 상의 구글 문서가 아닐 수 있다.

(김민경 인턴, 머니투데이, 2011-3-31)  기사를 보면 기자는 트위터가 아닌 아이엠피터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접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엠피터의 글이 삼인방의 문서를 특별하게 소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자 입장에서는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사실 초기에 이 일이 널리 알려지고 이슈화되는데는 아이엠피터의 글의 역할이 컸다.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접하지 않았다면 아이엠피터가 최초로 문제 제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온라인 언론들이 기사에서 다른 소스나 관련된 정보에 링크를 거는데 인색한 점에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종이 신문에 비하여 온라인 언론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연결고리를 가진 기사는 독자로 하여금 기사를 더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주고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원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훗날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염두에 두지 않는 일회용 기사라면 출처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알 때 쓰고 말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하도 새로운 일이 빠르게 터지기 때문에 과거의 기사를 다시 돌아볼 여유도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를 개선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기록의 문화가 잊혀지고 억눌렸던 현대사의 경험들도 있었다. 기록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것들을 활용하는데 더 익숙한 사회가 된다면 기사에 출처를 표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알고 있는 내용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함께 전해주는 것에는 또 다른 미덕이 있다.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과 평등하고 수평적인 위치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더 배려 받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이것은 민주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지적인 생산물에 대한 기여자에게 그 공을 명확히 밝히고 크레딧을 주는 문화가 아직 보편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것들이 함께 개선되면 좋을 것이다.

덧붙여 얘기하자면 나의 경우엔  박사 과정 공부를 하면서 출처와 인용과 같은 문제의 중요성에 대하여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학술 논문에는 거기에 담긴 결과들이 어떠한 기존의 성과에 기반하고 있는지가 참고 문헌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지식의 체계를 받아들이는데 매우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과거의 지식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일이 가능해진다. 여러 세대의 수학자들이 계속해서 이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발견하고 잊고 재발견하는 일을 반복해왔다면 수학의 진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 세대에겐 최전선에 있었던 지식이 다음 세대에게 기초가 되었기 때문에 수학의 모습은 끊임없이 달라질 수 있었다.


5. 필립 코틀러


질문 5. 최근 범국민추진위의 항변논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의 책인 것 같다. 최지용/유성호 기자의 기사(24일자 오마이뉴스)를 보면 "세계 석학 필립 코틀러 교수는 저서에서 뉴세븐원더스의 7대 불가사의 이벤트를 국제관광 신장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소개하”면서, "2007년 새로운 세계7대 불가사의 선정을 통해 5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고 (아마도) 그의 책을 인용하는 부분이 나온다. 한종수 기자의 글(24일자 제주도민일보)에도 말미에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라고 필립 코틀러를 인용한다. 필립 코틀러의 해당 저서가 무엇인가? 혹 그 저서 해당부분에 대한 검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피타고라스 : 코틀러의 ‘Marketing: An Introduction’라는 책으로 두 페이지 가량 뉴세븐원더스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추진위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뉴세븐원더스의 홈페이지를 살피는 과정에서 가을들녘이 발견하여 나에게 알려준 적이 있었다. 유네스코의 문화유산 관리 정책이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만 가능한 형태임에 비해, 뉴세븐원더스의 활동은 그러한 자원 투입 없이도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중요한 유산들에 큰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코틀러의 주장에는 문제점들이 있다. 뉴세븐원더스의 활동이 문화유산의 보존에 기여하는가가 일단 매우 의문스럽다. 유네스코의 활동과 같은 선에서 놓고 비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홍보 효과가 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대부분은 뉴세븐원더스가 내놓은 자료에서 온 것이었다. 하지만 뉴세븐원더스의 자료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삼인방이 작성하여 공개한 문서가 있고 계속 업데이트가 진행 중이다. 실현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뉴세븐원더스 자료의 문제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이후에는 코틀러에게도 질문을 던져 보자는 것도 하나의 안으로 가지고 있다.


6. 정보 인권 철저히 무시하는 권위적 행정 폐습


제주도, 공무원 가족 개인정보 강요… 왜?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임창준, 세계일보, 2011.03.08) http://bit.ly/g6aKyr

“세계 7대 경관 이유로 도민 개인정보까지 수집하나” 반발
전공노 제주시.서귀포시지부 9일 “도청, 도민 사생활 유린” 성토
(제주의 소리, 김봉현, 2011.03.09) http://bit.ly/eOmOnm

‘제주 7대 경관 투표’ 道는 뭐하나… (세계일보, 임창준, 2011.03.31) http://bit.ly/gaKzS8
: 공무원 수 많은 제주'도' 보다 공무원이 적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공무원 전화투표 성과가 좋다며, 제주'도'는 각성하라는 기사.

질문 6. 비교적 사태 초기 기사 중에서 '제주도청이 공무원을 상대로 가족 개인정보를 강요한 모습은 전근대적 국가주의의 유산, 권위주의적 행정 폐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더불어 도청의 ‘분발’을 독려하는 기사는 이런 권위주의적 행정 폐습의 관성에서 가능한 기사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생각하나?  

피타고라스 : 전근대적 국가주의의 유산은 여러 장면에서 보여진다.

공무원들의 가족들에게 투표를 요구하고 확인까지 받아오라고 한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공무원들의 행정전화 투표를 문제 삼으니 나중에는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반강제적인 투표를 끌어내려 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공무원 가족은 공무원이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도 집에 가면 자유로운 개인으로, 휴대전화를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지는 전혀 정부에서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행정기관이 공과 사를 혼동하여 공무원의 사생활에 개입하려 한 문제도 있고, 개인정보의 보호와 같은 문제에 대한 감수성도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중앙 언론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다수의 제주 지역 온라인 언론들은 제주7 문제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오는 기사의 수준을 보면 행정기관의 입장을 전달하는 홍보 수단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것은 도저히 정부와 언론의 건전한 긴장 관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제주 지역 언론 생태계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의 책임자들이 여전히 제주7과 같은 인기투표 수준의 문제에 행정력이나 세금같은 공적인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아쉽지만 현실인 것 같다. 그나마 공무원들이 행정전화를 이용하여 제주7 투표를 하는데 행정력과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언론에서 보도된 이후 많이 개선되었다. 언론이 비판적인 보도를 하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애국심에 호소하며 제주7 투표에의 동참을 호소하는 모습들에서 제주7에서의 승리를 한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하는 것과 비슷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식민지 시대를 겪고 전쟁을 겪은 이후 자부심을 느낄 것이 부족했던 현대사의 경험, 현실의 불만족을 엘리트 체육에서의 승리로 달래려 했던 권위주의 정부의 전략이 관성으로 남아 계속되고 비슷하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

전화투표를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경관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관주도의 투표 결과로 자연경관 1위가 된다고 해도 그 결과로부터 도저히 자부심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메달 획득을 목표로 선수가 흘린 땀과 같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다.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제주도의 고위 정치인들이 현안 문제(해군 기지 건설 등)에 대한 논의를 일정 부분 덮는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7. 최초의 언론보도 : 2008년 12월 4일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이름 올릴 수 있을까?
제주관광공사,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위한 전략수립…“일단은 투표 참여부터”
(제주의 소리, 좌용철, 2008.12.04) http://bit.ly/i6kuLJ
: 제주관광공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받아쓰기 기사.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범국민추진위원회' 개소식
(연합뉴스 송고, 네이버 뉴스, 2010-12-13)   http://bit.ly/gjvfsJ

질문 7. 2008년 12월과 2010년 12월에는 주로 뭘 하면서 지냈나? ^ ^ 혹시라도 이런 일에 말려들(?)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피타고라스 : 질문의 성격상 가볍게 답한다. 2008년 12월이라면 스프링노트에 ‘시민민주주의를 위한 정치개혁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도 했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팀과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인지 희망에 찬 모색도 진행되던 때였다. 2010년 12월은 특별할 것 없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일상이었다.


8.  아쉬운 한겨레와  경향

제주 ‘세계 7대 경관’ 향해 뛴다
범도민추진위 출범…스위스 비영리단체가 선정 주관
후보 28곳에 들어…내년 11월까지 전화•인터넷 투표 (한겨레, 허호준,  2010-12-31)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56580.html  : 단편적인 보도자료 받아쓰기 기사인 듯.

[트위터브리핑] 나라 체면 살리는 온 국민의 클릭질? (한겨레, 김외현, 2011-03-31)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70862.html  
: 웬 클릭질? 온라인 투표는 한 번밖에 못하고, 뉴세븐원더스에서는 돈 되는(!) 전화투표를 강하게 유도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전화유도에 관한 언급이 없는 점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부실한 취재에서 비롯한 듯 하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도 좋지만…제주도, 공무원 동원 전화투표 409만여건
지난달만 310만건 넘어…1인당 평균 678번 투표한셈
교육청선 학교별 실적 게시…“관 주도 지나쳐” 비판 (한겨레, 허호준, 2011-04-14)  
: 단편적인 사실, 의견(인용) 전달에 그친 기사.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 문자로도 가능
(경향, 강홍균, 2011.3.29.)
http://bit.ly/hQh37S  
: "70초라는 긴 투표시간으로 인해 투표율이 48%..."이라는 문구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비판적 관점도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무비판적 언론보도행태의 경계로 삼을 만한 아쉬운 기사.

질문 8. 한겨레나 경향의 관련 기사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오마이뉴스를 제외한 소위 ‘진보언론’(가령 프레시안과 미디어오늘)에서는 제주7에 별 관심이 없거나, 수수방관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판단하나? 의견 전달 노력 등을 기울인 적 있는지도 궁금하다.

피타고라스 : 그 언론들에 직접적으로 의견 전달 노력을 하지는 않았지만,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말하는 것들이 충분히 해당언론사의 몇몇 기자들에게까지 전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언론사 입장에서 이 일이 큰 비중이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보고 적극적인 취재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봐도 이 문제가 엄청나게 중차대한 것도 아니고 큰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중요한 일들이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곳이 한국이 아닌가.

그러나 한겨레나 경향이나 제주7 투표에 참여하라는 홍보용 보도자료 받아쓰기에 가담했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제주7 사업이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확장되는데 그들도 기여를 했으며 분명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인방의 문제제기 이후에 별다른 취재 노력이 없다는 것을 보면 이들이 매우 무책임하다는 것을 느낀다. 제주7처럼 별 갈등 요소도 없어 보이는 일에 홍보성 보도자료를 베껴 기사화 하는 일은 별로 힘도 안들고 크게 손해볼 일도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며 그들에 대한 신뢰를 많이 거두게 된다.  

9. 제주7의 오적(五賊)

질문 9. 김지하의 오적에 빗대어 보자. 제주7이 삼인방 주장 처럼 ‘국력과 세금 낭비’에 불과하고,야바위꾼에게 국가 전체가 놀아난 것이라고 판명된다면, 그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판단하나? 재미 삼아(물론 현재 상황이 재밌는 상황은 아니지만..;;;) 다섯 명(혹은 단체)만 뽑아본다면? 그리고 간단한 선정 이유도 덧붙여주면 좋겠다.

피타고라스 : 우근민, 제주 지사로서 제주7 사업이 커지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제주 공무원 사회가 제주7 투표로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크게 책임이 있다. 기사화된 발언을 통해 보면 사업에 대한 문제 의식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확신에 찬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위험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정운찬, 전직 총리 명함을 가지고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아 제주7 사업이 확대되는데 이름값을 했다. 공적인 자원인 전직 총리 명함의 무게를 너무나 값싸게 팔아먹었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으로서 제주7 이 제주를 벗어나 중앙정부가 관여하는 ‘국가아젠다’로 격상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명박, 자신도 제주7에 투표했다며 매우 중요한 홍보 역할을 수행했고, 부인 김윤옥 여사는 ‘범국민추진위원회'의 명예위원장을 맡아 뉴세븐원더스의 홈페이지 대문 화면을 빛내 주었다.
천정배, 민주당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선정위원장”을 맡아 야당이 이번 일에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문제를 제기하니 심층 검토했으며 계속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하여 이번 일이 장기전이 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10. 앞으로의 활동 계획

개인들의 네트워크가 곧 언론인 시대가 거의 다 왔죠 이제...

“다들 고깝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그냥 뒤에서만 호박씨 까는 사회. 이런 거 정말 지긋지긋 하지도 않은 걸까.” (피타의 창, 우리에겐 직접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질문 10-1. 앞으로 삼인방의 활동 계획은?

피타고라스 : 7대자연경관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계속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개진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구글문서를 통해 작성한 자료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고 구글사이트에서 축적하는 것에 더해 블로그 활용을 늘릴 것이다. 하나둘씩 쌓이고 있는 영문 자료를 통해 싸움의 무대를 서서히 넓힐 생각도 하고 있다. 개인들의 네트워크로 언론보다는 문제점을 알리는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질문 10–2. 2007년 1월, “우리에겐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블로그에 썼다. 여전히 그 믿음은 유효한가?

피타고라스 : 2부의 질문 2-1과 비슷한 점이 있으므로 뒤에서 답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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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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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1/05/24 00:01

    * ㅡ.ㅡ;;
    MS워드에서 옮겨와서 줄간격이 이상하길래 이지윅 상태에서 일일히 줄바꿈으로 교정했는데, 편집창 형태에선 쾌적하게 보였는데, 발행하고 나니까 이상하네...;;;

    perm. |  mod/del. |  reply.
  2. 민노씨 2011/05/24 00:11

    * 내일 다시 편집 예정.
    오늘은 피곤해서 그만 자얄듯..;;;

    perm. |  mod/del. |  reply.
  3. 민노씨 2011/05/24 00:45

    * 본문 재편집

    perm. |  mod/del. |  reply.
  4. 민노씨 2011/05/24 00:56

    인권센터를 위한 주춧돌 강연회 알림
    http://www.hrcenter.or.kr/xe/2064

    perm. |  mod/del. |  reply.
  5. 바리 2011/05/24 14:54

    무플은 괴롭다는 눈빛공격 때문에 읽게 되었지만
    우우와아
    삼인방도 대단하고
    이걸 이렇게 쌈빡정리한 민노씨도 대단해요
    우리는 이성의 기획을 계속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인 걸까요?
    정보인권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주셔서 더욱 좋았어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1/05/25 04:37

      ㅎㅎ
      바리님께서 제 강압에 못이겨 댓글을 주셨군요!
      그나저나 진보넷 사무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정보통신 시민운동계(?)의 전문가 중 전문가이신 바리님께서 블로깅을 접으시다니... 어서 블로깅을 다시 재개해주시길 바랍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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