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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시청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미드. 이 드라이하기 짝이 없는 연쇄살인마의 독백에는 슬프고, 때론 감미로운 에세이의 운율이 있다. '덱스터' 시즌5.를 관통하는 테마는 "구원"이다. 덱스터가 구원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빠되기. 나머지 하나는 복수하기.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 결론은 미국식 보수주의로의 회귀다. 가족주의와 정의실현. 수퍼히어로물의 전형화된 코드. 다만 덱스터에선 그 주인공이 연쇄살인마일 뿐이다.

텍스터는 어떻게 자신의 이방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식 보수주의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을까. 결론을 유추해보면 길은 두 가지다. 시즌4.처럼 그 이방인성에 대한 잔혹한 반대급부를 지불받는 길(리타), 물론 이 길은 비극의 길이다. 혹은 덱스터의 이방인성,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현대인의 이율배반을 드러내기 위해 문화적인 코드로 이식된 광포한 야수성을 박탈당하는 길이다. 두 번째 길은 시즌6.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길이다. 그렇다면 덱스터 시즌5.는 덱스터로부터 무엇인가 빼앗아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출발점에 선 텍스터.
그는 어떻게 운명이 결정된 자로서의 파멸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가 파멸하지 않는다면 덱스터라는 드라마는 구원받을 수 없고,
그가 구원받는다면 텍스터라는 드라마는 파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예정된 슬픈 엔딩, 덱스터의 마지막 표정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 생존신고차 올린 이 글의 단상을 좀더 이어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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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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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리비아니 2010/12/07 05:15

    가벼운 마음으로 한 방 날립니다 ㅋㅋ

    "이 드라이하기 짝이 없는 연쇄살인마의 슬프고, 감미로운 에세이의 운율"
    때문에 덱스터를 꾸준히 시청하고 있는 한 사람입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유행처럼, 혹은 전염병 처럼 번져나가는 '복수'라는
    코드를 덱스터에서는 어떻게 해석해 나갈까 하는 마음에서 흥미롭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덱스터가 이번 시즌에
    자신의 이방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식 보수주의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수단으로
    루멘이라는 캐릭터를 이용 할 것 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덱스터의 마지막 표정이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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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12/29 02:02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

      최근(?) 덱스터가 끝나서 그야말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네요.
      말씀처럼 루멘이라는 매개(혹은 짝패)를 통해 덱스터의 구원(불완전성 -> 인격적 완전성)은 실현되지만, 그게 실현되는 순간 매개성(짝패로서의 역할)이 사라져버리는 결말은 절충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교활(?)하고, 현실적인 절충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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