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룰(WeRule)의 감옥과 스님의 죽음

2010/06/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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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이바님, 아크몬드님. :)

위룰(WeRule)은 아이폰/아이패드용 소셜 게임이다. 마을(실은 '왕국') 짓기 게임. 곡식과 과일을 경작하고, 학교를 세우며, 마굿간을 짓는다. 연못을 파고, 길을 놓으며, 전망대를 올린다. 느낌은 [반지의 제왕]의 호빗 마을 샤이어. 여기엔 악당이 살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이 욕심과 질투로 누군가를 속이고, 짓밟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렇게 귀엽고, 포근한 느낌, 항상 봄날 햇빛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인기가 많은가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유명한 게임이라고 하더라(뜨거운 감자의 테크잡담-위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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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짓고 있는 마을 모습

그런 위룰에 최근 감옥이 생겼다.
작은 고민...
마을에 감옥을 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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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느낌의 감옥. 어둡고, 무시무시하다. :(

감옥이 들어오는 순간 평화로운 마을은 없다. 이제 그 공간은 동화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죄와 벌이 존재하는 공간. '현실'이 동화 속으로 들어온다. 그건 공존하기 어려운 세계다. 아니, 나는 나만의 동화 같은 공간 속에 죄와 벌이 들어오는게 싫은거겠지. 사춘기 아이 같은 그런 마음인 거 같다.

비유하자면 [몽크]를 보는데 갑자기 덱스터가 스페셜 게스트로 나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둘이 만나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아니,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몽크의 세계는 낭만적인 동화의 세계고, [텍스터]의 세계는 음울하고, 차가운 악몽의 세계다. 둘은 공존할 수 없다. 물론 이건 관념이다. 아주 메마른 관념, 아니 아주 손쉬운 관념.

실은 삶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항상 악몽과 동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솜사탕 같은 동화와 끔찍한 비극이 사랑에 빠진 듯 서로를 탐한다. 그런 기괴한 세계를 체현하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그 이율배반의 소산이기도 하다.

4대강을 반대하며 한 스님이 스스로 자기 몸을 태운다.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기 몸을 불사르는 것)하며 남긴 유언.

4대강 사업 즉각 중지하라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소식을 좀더 듣기 위해 구글링 해본다. 핫토픽이 내 시선을 잡는다. "레이싱모델 @@@" 조건반사처럼 그 탐스런 토픽을 클릭한다. "레이싱 모델 @@@, '성형수술한 G컵'"

나는 즉각 의식적으로 구글코리아를 비난한다.
'이런 개같은. 스님이 죽었단 말이다. 스님이 스스로 자기 몸을 태웠다구!'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내 의식을, 그 도덕적 초자아를 힐난한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그게 뭐? 어쩌라구?'

나는 잘 모르겠다. 심상정은 사퇴했고, 스님은 스스로 몸을 태운다. 명박 각하는 뉴스 속에서 파안대소를 날리고, 안상수는 축구장에서 쌩쇼를 한다. 민주진보 단일후보라는 어떤 교육감 후보의 공보물은 빠진 채로 집집마다 배달되고, "파란매직1번"은 페스트처럼 동네방네 창궐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더 원' 김연아는 아직 "은퇴 생각 없다"고 기자에게 말한다. 조선닷컴은 뜬금없이 '유부초밥은 되고 김밥은 안된다'(반댄가? 헷갈린다.)는 병맛 선거법에 대해 라이브폴을 실시한다.

내가 죽음을 만나면 떠올리는 문장이 둘 있다.
하나는 '우리는 죽음에 대해 경건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경구고, 나머지 하나는 '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김현의 일기 속 문장이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악몽'이라고 절규한다.  제발 좀 눈을 뜨라고 몸을 불 속에 태우며 부처에게 대속한다. 구글코리아의 핫토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레이싱걸의 'G컵 가슴성형'을 클릭하면서 낄낄대면 족한 곳이라고 말한다. '검사 프리섹스'가 우리의 판타지였다고, 사실 우리가 꿈꾸는 건 우리가 욕하는 떡검이었다고, 나를 유혹하는 그 G컵이 속삭인다. 

문득 떠오르는 정현종의 카프카.
새는 울고 꽃은 핀다, 중요한 건 그것밖에 없다.  
절망할 수 없는 것조차 절망하지는 말고...(카프카)



* 임시
1. 우리 투표합시다. 정치적 무관심은 쿨한게 아니라 그냥 씨발스러운 겁니다.
2. 저는 서울시장 후보 7번 노회찬! 비례대표 7번 진보신당!을 지지합니다. 
3. "다른 지자체 투표는 소신껏 하세요. 그래도 교육감은 곽노현 찍어주세요" : 곽노현 민주진보 단일후보는 교육감 투표용지 7번째에 있습니다. 혹시라도 '민주진보 단일후보니까 2번 아니야?'(아닙니다...ㅜㅜ) 이런 주변분들이 계시면 꼭 좀 알려주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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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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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ssFlash 2010/06/01 15:06

    오랫만에 들러 의미심장한 글 잘 읽었습니다.

    7번을 잘 기억하고 있을께요~ 럭키 쎄븐!!!

    감사의 의미로 위룰 친추(응?!)하고 갑니다.

    살짝 패러디하자면... "혹시라도 '블로그 닉넴이랑 같을테니 MissFlash?' 이런 위룰 유저분들이 계시면 꼭 좀 알려주세요. kimsanghun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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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6/01 15:33

      아, 고마운 댓글이고만요.
      럭키 세븐!
      진보신당 비례후보는 7번이 맞고요.
      교육감 투표용지엔 아예 번호가 없어서 7번'째'입니당.

      추.
      위룰하면서 종종 뵐 수 있겠근영. 흐흐.

  2. 댕글댕글파파 2010/06/01 23:33

    위룰 친구추가했습니다. :)
    투표해서 이번에 한 번 바꿔봅시다. 안되더라도 아~~~ 이대로 나가면 안되겠구나라는 위기감을 남겨주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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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6/01 23:36

      저도 방금 친구초대했습니당! ㅎㅎ
      musecine 맞죠?

    • 댕글댕글파파 2010/06/01 23:41

      헉..그새 댓글이 ㅋㅋ
      민노씨나 저나 다른 분이 같은 아이디를 쓰는걸 본 적이 없을것 같습니다. 키키

    • 민노씨 2010/06/02 00:01

      네, 저도 아직은 같은 아이디를 발견한 적 없어요.
      ㅎㅎ

  3. 시리니 2010/06/02 07:09

    작업하다 보니 어느 새 날이 바뀌고 해가 뜨고 투표날?! 으아아악?!! 입니다. -ㅗ-;;; 글 쓸 타이밍은 놓쳐 버렸지만 투표는 놓치지 않고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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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6/02 15:20

      고맙습니다! :)

  4. skyrunner★ 2010/06/02 14:55

    아 소신수행이라는 것도 있군요!
    전에 베트남에서 틱쾅둑이라는 스님이 분신하셨길래
    전태일처럼 그냥 항거의 의미인줄만 알았는데

    그런 수행이 또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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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6/02 15:21

      네, 저도 이번에 그 명칭은 처음 알았습니다.
      스님에게는 지금 이 땅이 베트남전쟁의 한복판 같으셨나봅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5. sociallog 2010/06/03 14:32

    안녕하세요 민노씨님, 위룰을 하다가 저도 흠칫 했습니다.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마을에 웬 감옥이란 말인가요.. SNS 가 현실을 투영하고 반영한다 믿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아닌것 같더군요... 그래서 돈을 좀더 모아 드래곤 네스트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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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6/03 16:42

      앗, 소셜로그님 위룰하시는군용!
      친구초대 부탁드립니당!!

  6. 아크몬드 2010/06/04 23:22

    오오...^^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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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6/04 23:31

      오오!!
      위룰에서 매일 보는 아크몬드님 왕림해주셨근영! ㅎㅎ

  7. 냥냥이 2010/07/07 11:55

    위룰로 검색해 들어왔는데 이런 의미만빵의 글을 만나다니 -0-;;;
    저는 감옥 안 지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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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7/11 20:04

      그냥 가벼운 상념인데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추.
      위룰 아이디라도 좀 알려주시지...^^;;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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