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와 방귀냄새 : 부담스런 휴머니즘

2010/01/05 15:26
"그런데 그 냄새는 '나쁜' 것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초코파이. 인권운동 사랑방 활동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 ··· 29164028 (그래도) 추천.  

도덕적 선의나 사회적인 비판의식이 (육체적) 감각을 일순간 변화시키거나 지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꽃향기는 꽃향기고, 방귀냄새는 방귀냄새다. 방귀냄새는 '익숙'하지만, '나쁜' 느낌이다. 꽃향기는 익숙하지만 (대체로) 향긋하고, '좋은' 느낌이다. 농촌의 퇴비 냄새나 어촌의 비릿한 냄새들을 노숙인들의 쾌쾌한 냄새와 같은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나로선 좀 이해가 안되고, "서양에서 목욕이 일반화된 것이 200년도 안 된 일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냄새, 위생에 대한 생각은 원초적인 것이라기보다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도, 그게 역사적인 사실일 수는 있을지언정, 궤변이거나 주장을 위해 짜맞춘 가짜 근거 같다. 한마디로 좀 억지스럽다.

노숙인들의 불결함이 사회구조적 모순, 좀더 풀어 이야기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권과 건강권 미비에 바탕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 복지정책의 미흡함(공동체 일원으로서 그 사회적인 부채의식)이 '나쁜' 느낌을 '좋은' 느낌으로 변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런 '성찰적 앎'이 감각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숙인의 '나쁜' 냄새는 '익숙하지 않아서' 좋지 않은게 아니라 원래부터 감각적으로, 최소한 수천년(?) 이상 인간의 후각 기관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유전되어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나쁜')거 아닌가 싶다.

노숙인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것과 노숙인의 냄새가 '부담'스러운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즉, 노숙인을 인간적으로 존중하기 위해서 노숙인의 역한 냄새를 향긋하게 맡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물론 좀 참을 수는 있겠지만. ㅡ.ㅡ;). 인권이나 도덕성이 인간의 후각기관을 교정하는 메스가 될 수는 없다. 차라리 나쁜 냄새를 필터링할 수 있는 약물이나 휴대장치 따위를 개발하는 편이 빠르지 않나 싶다. 주거권과 건강권을 강조하는 취지도 좋고, 좀더 예민한 공동체적 사회의식을 고양하자는 취지도 좋은데, 방귀냄새를 꽃향기로 둔갑시키는 억지 휴머니즘은 좀 부담스럽다.



* 발아점
"이런 개소리는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냄새가 역한건 역한거다. 이런 애들은 좀 말지랄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joeaney)
http://twitter.com/joeaney/status/723922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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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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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pcold 2010/01/05 17:08

    !@#... 글쓴이의 의도처럼 주거권과 건강권을 강화시키면, 노숙인의 그런 냄새가 없어지죠... 위생을 위해 세탁도 하고 목욕도 하니까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지 모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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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6 00:45

      그러게요...ㅡ.ㅡ;;
      주장을 위해 좀 과도하게 상식에서 벗어나 버린 것 같습니다.

  2. 도비 2010/01/05 18:37

    와.. 대박 공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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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6 00:45

      반갑습니다, 도비님. : )

  3. Carrot 2010/01/05 19:41

    저런 가정에서 출발하면 논의가 산으로 갈텐데 어째 그래도 글이 잘 마무리되긴 했네요. 애초에 '냄새'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닐진데, 거기에 천착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전체적인 맥락은 잘 알겠는데 덕분에 그 가정이 좀 빈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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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6 00:46

      네, 글 마무리가 그나마 무난한 편이긴 합니다. : )

  4. j준 2010/01/05 20:40

    억지스러운 자칭 인권운동가나 패미니스트를 보면 대뇌피질 모세혈관이 터지려고 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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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6 00:47

      심정에는 충분히 공감하는데, 그럼에도 문제의식을 환기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 ^;

  5. 케이 2010/01/05 23:22

    나 완전 캐공감요. ㅋㅋ 추천도 막 눌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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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6 00:48

      감사. : )
      그런데 '추천'을 누른다니요?
      트위터 리트윗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아니면 올블이나 블코 같은 메타사이트?

  6. 엔디  2010/01/11 17:49

    조영석 시인의 시 「선명한 유령」에 '냄새로만 존재하는 유령'인 노숙자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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